오피니언

[사설] 응급실 군의관 배치, ‘일부 어려움’에서 그치길

4일부터 군의관 15명을 응급실에 배치한다. 9일부터는 군의관과 공중 보건 의사 235명을 파견한다는 정부 방침이다. 의료 현장이 안 좋아질 여건은 더 있다. 일부 병원에선 처리를 보류해오던 전공의의 사직서를 이제야 수리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지원자가 전무한 곳도 있다. 분만이 안 되는 대학병원, 주치의 구실을 하던 전공의 부재로 응급진료를 못 받는 필수 과목도 있다. 이런 사정이 단지 ‘일부 어려움’이고 응급실 위기 아니라고 부인해봤자 무익하다. 응급실을 찾으려는 환자의 절반을 돌려보낸다면 붕괴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징후는 보인 것이다. 전공의가 병원 떠난 지 6개월이 넘는데 끝 모를 공백이 계속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대학병원 응급실 대부분은 기능을 축소했고 흉부대동맥 수술 등이 불완전한 곳이 많다. 일부 응급실 의사는 대통령실에 구급차를 한번 타 보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수년간 누적된 결과일지라도 한계를 넘은 상황이다. 이미 진행형인데 심각성을 낮게 판단해서 얻을 건 없다.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팩트(사실) 사이의 차이는 인정된다. 분명한 것은 언제까지 문은 열고 환자는 안 받는 식으로 응급실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의 갈등 재점화는 사태를 해결하는 리더십은 아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맞지만 완고한 입장만 갖고는 안 풀린다. 의대 2000명 증원을 못박은 윤석열 대통령을 움직일 ‘출구’는 물론 의정(의사-정부) 간 중재자 역할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응급실 배후 인력 확보는 초를 다툰다. 그나마 간호사 파업이 철회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심해지고 있다. 할 말을 하려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한 뒤 하길 의사들에게도 권한다.응급 의료관리가 가능한지 여부는 정상화를 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119 구급대원들의 응급실 뺑뺑이는 지역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가 특히 맞닿아 있다. 이대로 가면 추석 연휴기간 필수 의료 서비스를 비상 체제 구축으로 감당할지가 걱정이다. 배후 진료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면서 의료정책이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의료개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의정(의사-정부) 갈등의 근원부터 매듭짓는 게 순서다. 일일 브리핑 이전에 응급실을 야간과 주말에 폐쇄하는 등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군의관과 공중 보건 의사 긴급 배치는 어쨌든 의료 인력 부족으로 정상 운영에 차질을 빚자 나온 대책 아닌가. 응급실이 어렵지만 진료 유지는 가능하다고 에둘러 말할 때는 아니다. ‘어려움’은 이쯤에서 그쳐야 한다.

2024-09-03 14:28 사설 기자

[새문안通] 金징어

오징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산물중 하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수산물 국민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징어는 고등어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2위에 올랐다. 지난 2020년에는 같은 조사에서 고등어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오징어가 요즘 ‘금(金)징어’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오징어 가격은 전년 대비 13.5%가 올랐다.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매년 오징어 가격은 10% 이상씩 오르고 있다. 전통시장이든 대형마트든 오징어는 이제 한마리에 4000~5000원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귀한 생선이 됐다.오징어가 이처럼 귀해진 것은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오징어 어획량은 약 2만3000톤으로 2000년 어획량(약 23만 톤)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수온 상승이다.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이동 경로가 북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가운 수온을 찾아 북상한 오징어를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 하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오징어 어획량 급감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BBC에 따르면 한국처럼 오징어 수요가 많은 일본과 대만 역시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잡히던 ‘캘리포니아화살꼴뚜기’는 이제 알래스카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지중해에 주로 서식하던 ‘유럽화살오징어’ 역시 서식지가 북쪽으로 크게 올라가 지금은 영국 인근에서도 많은 수가 잡힌다.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오징어 서식지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BBC는 기후변화로 인해 남반구에선 이번 세기 안에 오징어가 멸종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어쩌면 50년 후에는 오징어를 못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

2024-09-03 14:27 새문안通

[데스크 칼럼] K정치를 위하여

권순철 정치경제부장바야흐로 전 세계에서 K열풍이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대한 자긍심에 지나치게 도취해 K열풍을 과대평가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지는 않다. 한국이라는 좁은 땅 덩어리에 있을 때는 K열풍이 실감이 나지않지만 막상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한국의 위상과 K열풍을 실감한다.우선 그 중에서도 K팝, K드라마 등 지구촌 곳곳에서 방영되고 있는 K콘텐츠가 눈에 띈다. 한국의 대중음악인 K팝은 BTS(방탄소년단), 뉴진스 등 아이돌그룹이 뛰어난 가창력, 화려한 퍼포먼스 등으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드라마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TV를 통해서 지구촌 어디서나 볼 수 있다.이런 한류 열풍을 타고 K푸드 또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K라면·떡볶이·김밥 등은 외국인들이 주머니걱정을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이외에도 K열풍은 K뷰티, K패션, K방산 등 다양하다.이 같은 K열풍을 있게 한 것은 K경제다. 한국 경제는 짧은 산업화 역사 속에서도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휴대폰, 자동차 등 ‘메인드 인 코리아’ 제품은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고 있다.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경제 규모(GDP) 면에서 이탈리아, 캐나다에 근접하고 있으며, 경제 발전 수준(1인당 GDP) 면에서는 일본과 이탈리아 수준이다.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전 세계 14위(1조7000억달러)로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영국(3조3000억달러), 프랑스(3조달러), 이탈리아(2조3000억달러), 캐나다(2조1000억달러)를 뒤쫓고 있다.‘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시나브로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내세우기 부끄러운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다.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정치만은 답보상태거나 후퇴하고 있다는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최근의 우리 정치 모습은 이를 반영한다. 지난 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금 까지 쟁점 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의 강행처리, 소수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국민의힘의 윤석열에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국무회의서 대통령 재의요구권 건의 및 의결,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률안 폐기가 이어지고 있다.어렵게 성사된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여야대표 회담도 각자 자기 주장만 했을 뿐 재정법안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정당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은 보수, 진보진영으로 나뉘어 임정법통론, 건국절 논쟁 등 이미 헌법과 역사교과서 명시된 정리된 문제들을 다시 들춰내고 있다.이쯤 되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국의 경제는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며 후진적인 우리 정치행태를 비판한 것이 생각난다.우리 정치도 국격과 경제수준에 맞게 전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없을까.한국정치를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보, 보수이념 대립을 해소해야 한다. 동서냉전 이후 ‘탈이데올로기 시대’가 된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보수와 진보를 나뉘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이념적 대립이 청산된다면 여야 또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협치의 틀을 마련할 수 있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민생정치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다가올 미래사회를 발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도입, 이상기후 대비 등 급변하는 전 세계적 변화에 한국이 낙오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이렇게 되면 전 세계인들도 우리 정치를 K정치로 칭하며 배우는 날이 올 것이다.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2024-09-03 14:24 권순철 기자

[명의칼럼]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소변… 소변검사로 알 수 있는 것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얼마 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인기가수가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났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며 음주운전을 부인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 감정 결과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음주운전이 확인됐다. 보통 음주운전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의 날숨을 이용한다. 하지만 음주 후 8시간이 지나면 호흡과 혈액 측정으로는 알코올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술을 마신 지 17시간이나 지나서 경찰에 출석한 이 가수의 음주는 어떻게 밝혀낼 수 있었을까. 이것은 소변을 이용한 ‘음주 대사체 측정’ 때문이다.몸에 들어간 알코올 90% 이상은 간에서 해독된다. 하지만 나머지 10%는 간 해독과는 다른 대사 과정을 거쳐 다른 물질로 바뀌고 땀이나 소변으로 나온다. 음주 대사체 측정은 에탄올이 소화되면서 나오는 부산물을 측정해 음주 여부를 가릴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예로 얼마 전 치러진 올림픽에 참가한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도 소변검사가 활용되기도 한다.기본적인 건강검진 항목에도 꼭 들어있는 소변검사는 시행이 간편하면서도 만성 신부전, 사구체신염 등을 비롯한 콩팥 질환, 당뇨 등의 내분비 질환, 요로 감염 등 여러 질환의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검사이다.뿐만 아니라 위 예시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알코올, 마약을 비롯한 각종 약물의 복용 여부를 소변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측정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고, 여성의 임신 여부를 집에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또한 소변을 통해 이루어진다. 소변을 단순히 노폐물의 일부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몸의 상태를 보여주는 매우 유용한 건강 지표라고 할 수 있다.일반적인 경우 소변검사는 대개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색이나 혼탁도 등을 검사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물리적 검사 ▶‘요시험지봉’이라는 가느다란 막대기에 소변을 몇 방울 묻혀서 요당, 요단백, 요잠혈 등을 검출하는 화학적 검사 ▶현미경을 이용해 소변 중의 적혈구, 백혈구, 세균 등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요침사 검사가 있다.이외 하루 중 배설이 일정하지 않은 호르몬, 단백질, 전해질 등의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할 때는 24시간 소변검사가 필요하며 방광염, 신우신염 등의 요로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소변의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소변의 색, 냄새, 혼탁도, 양 등을 관찰하는 것도 우리 몸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 때 일찍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건강한 소변은 투명하거나 엷은 황갈색을 띤다. 붉은 혈뇨는 급성 방광염, 요로결석, 요도의 손상, 혹은 흡연하는 고령의 남성이라면 방광암이나 신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다. 장시간 등산이나 마라톤, 행군 후 근육통과 함께 갈색 소변이 나올 수 있는데 이는 근육세포의 파괴로 나타나는 증상이다.소변에 거품 비누를 풀어놓은 듯 거품이 많고, 물을 내려도 변기에서 없어지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온다는 신호일 수 있다.소변이 불투명하고 뿌옇다면 세균에 의한 요로감염이 원인일 수 있다. 또 요즘처럼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서 적절하게 수분 보충을 해주지 못해 탈수가 오는 경우, 출혈이나 감염 등 쇼크에 의한 저혈압이 장시간 지속될 때는 소변의 양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소변검사를 통해 어떤 질환을 의심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확진을 내리기 위해서는 혈액검사, 초음파 등의 영상 검사가 추가로 요구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소견이 관찰될 때 다른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2024-09-03 07:52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명의칼럼] 코로나19 재유행, 예방 위한 면역력 강화 필수

황문옥 함소아한의원 창원점 원장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예년 정점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늘어난 뒤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이번 유행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가 잠잠했던 시기의 낮은 예방접종률, 새로 출현한 변이 (KP.3)의 확산, 여름철 실내 환기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바이러스의 특성상 여러 변이가 발생할 수 있고 백신이나 자연 감염으로 얻은 면역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하므로 재유행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한의학적 관점에서 바이러스 질환 감염은 ‘정기(正氣)’와 ‘사기(邪氣)’의 대립으로 본다. 한의학 고전 ‘황제내경’에는 ‘정기가 충만하면 사기가 침입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정기는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력을, 사기는 우리 몸에 침입하는 나쁜 기운, 즉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질병의 원인을 뜻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한의학적 개념이 현대의 코로나19 상황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역력은 질병의 예방뿐 아니라 질병 후 회복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생활 속에서 정기, 곧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찬 음식, 인스턴트 식품, 고열량 음식의 잦은 섭취는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고 체내에 노폐물을 생성하여 정기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피로한 상태도 정기를 손상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7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또한 피로의 큰 원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고 수면의 질과 면역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외부 활동이 줄고 운동량이 감소하기 쉬운데 이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도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한방 치료 또한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치미병이라 하여 질병 대비를 중시하고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해 정기를 높이고 몸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한다. 개인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한 상태를 파악하고 원기를 끌어올려 면역력과 신체 회복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약 처방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황문옥 함소아한의원 창원점 원장

2024-09-03 07:15 황문옥 함소아한의원 창원점 원장

[브릿지 칼럼] 차기 한국섬진흥원장에 바란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한국섬진흥원(이하 한섬원)을 이끌어 갈 제2대 원장의 공모가 지난 22일 마감됐다. 한섬원은 ‘섬발전촉진법’에 의거, 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정책수립·진흥을 목적으로 2021년 10월 8일 출범했다.초대 원장은 행정안전부 고위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그는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섬 정책을 개발해 우리의 섬을 ‘살고 싶은 섬’, ‘찾고 싶은 섬’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섬 교통체계 혁신방안 연구’ 등 섬 발전을 위한 연구와 신생조직의 안정화, 조직의 외연 확대 등에 주안점을 두고 3년간 조직을 이끌었다. 하지만 섬 주민 실생활의 곳곳에 내재한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현재 섬에 사는 주민들은 조선 후기에 육지에서 섬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당시 육지를 떠나 섬으로 이주한 선조들은 이전보다 나은 삶을 꿈꿨다. 반대로 산업화 이후 많은 섬사람이 육지로, 대도시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났다. 대부분 섬의 인구는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다운사이징(Downsizing) 됐다.오늘의 섬 환경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외에도 무분별한 섬 개발,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생태환경과 농업구조의 변화,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태양광과 해상풍력발전소 설치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에서 한섬원은 지속 가능한 섬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했다.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듯이 82만 섬 주민들에게 한섬원이 신뢰와 희망을 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현재 한섬원의 기능과 역할이 기존 행안부 섬 정책과 연관성이 커서,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주관하는 별도의 섬 사업과 조화를 이루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차기 섬진흥원장은 여러 중앙 부처들로 다변화된 섬 정책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당장 섬 주민이 직면한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면 좋겠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섬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국회와 정부, 섬 주민, 학계, 섬 단체 및 활동가, 언론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국민적 관심을 도출해내야 한다.한섬원은 현재 6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신생 조직이다. 그러나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각 분야에 적임자가 배치되었는지, 그리고 이들이 실제 섬 현장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섬 방문은 여러 불편함이 따르지만, 현장에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으면 섬의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현장 방문을 통해 교통, 의료, 환경 등 육지와는 다른 섬 생활의 취약점들이 명확히 드러난다. 한섬원은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들, 그리고 ‘콜센터’나 ‘찾아가는 섬 포럼’ 등을 통해 접수된 현안들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현안대응TF팀’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TF 팀원들이 국회, 중앙부처,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방문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섬 주민의 삶의 질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또한 그동안 유인 섬 중심이었던 연구 분야를 무인 섬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인도는 행안부, 무인도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이 관리하고 있다. 국가 전체의 섬 발전과 무인도의 가치 증진을 위해서는 무인도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해외 섬 연구도 강화했으면 좋겠다. 오늘날의 세계적 섬 관광 명소들이 어떻게 생태 섬, 관광섬, 문화예술의 섬들로 도약했는지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국내 섬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9-03 06:55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사설] 전기차 배터리 대책에 정부·업계 같이 가야

정부가 잇따른 전기자동차 화재와 관련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근거 없는 포비아(공포)도 화재만큼 위험하다. 전기차 기피가 지속되는 현상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차 지하 주차장 주차 금지, 충전기 지상 설치 전면화, 주차구역 설계 보완 어느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기차 보급 확대에 열을 올렸던 것처럼 안전 대책에 관심을 쏟는 수밖에 없다. ‘헛발’ 대책이 되지 않게 더 고심해야 한다. 예를 하나 들면 제조사가 출고할 때 90%까지만 충전할 수 있는 충전제한 인증서 도입 등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배터리 충전량이 안전성의 절대 기준이 아니란 반론은 많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해도 안전하다며 첨단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역할을 공개했다. 심지어 ‘영업 비밀’ 공개가 될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그렇게 했다.화재는 막되 기술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오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불은 충전 중(18.7%)이거나 주차 중(25.8%)이나 운행 중(48.9%)에도 발생한다. 충전 제한으로 주행거리가 짧아지면 자동차 상품성 저하와 직결된다. 내부 분리막을 튼튼하게 해서 열폭주를 막고, 답을 더 말하면 반고체나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전기차의 미래가치 면에서 안전성과 성능 둘 다 잡는 방향이 맞다는 뜻이다.전기차 산업의 안전에 대한 대중 신뢰 회복은 포기해선 안 된다. 내연차가 이산화탄소의 25%를 발생한다고 보면 전기차 시대가 자동차 산업의 지향점인 건 거의 필연이다. 꾸준한 연구개발과 안전 없는 성장은 한계가 있다. 정부와 업계가 제각각인 백가쟁명의 대책에 신중해야 한다. 사태 본질을 모르거나 잘못 짚은 처방을 반복할 때 안전과 산업을 함께 망친다.철저한 실증 연구와 분석으로 과거에 갇힌 규제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규제를 해야 하는 이유다. 영국에서 시작된 자동차 산업이 31년간 지속된 적기조례로 독일과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역사를 한번 반추해볼 일이다. 국회도 주차장법을 고치려면 동시에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을 가다듬는 게 올바른 자세다.늘 잊지 않을 것은 이차전지 산업이 글로벌 신수출 성장동력인 점이다. 전기차 세상으로 가는 길목의 장애물인 화재로 주춤거리지 않게 정부가 탄탄히 뒷받침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도 대증 요법이 아닌 실효성 있는 근본 요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4-09-02 13:42 사설 기자

[기자수첩] 한동훈-이재명 대표 회담, 협치 첫걸음 되길 바라며

정재호 정치경제부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민생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가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적대시해 왔지만 협치를 위해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여야의 두 대표는 여론을 의식한 듯 민생 현안에 대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민생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할 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저출생 대책 입법, 반도체·인공지능 산업 등 지원 방안, 가계·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대책,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예방 등의 공약들을 다룰 예정이다.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의 협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여야 간 쟁점인 각종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이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이를 반영하듯 양측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서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한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이 대표는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며 정부·여당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여야 모두 오랜만에 민생을 위해 손을 맞잡은 만큼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집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

2024-09-02 13:39 정재호 기자

[시장경제칼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시장경제학적 개선방향 고찰

◇ 고유가 시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우리 경제는 필요한 원유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특별히 고유가 시기 정치권의 ‘국민부담 경감책 마련’ 요구는 매번 반복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수단은 단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다. ‘개별소비세법’ 제1조 7항에 의거해 우리 정부는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하여 경기 조절, 가격 안정, 수급 조정에 필요한 경우 석유류 제품에 대한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정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의 법적 근거다.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이에 정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취한다고 볼 수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만 이를 4차례 시행한 바 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며, 정부 세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 할 수 있다.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이미 가구당 1.16대로 사실상 평균적인 모든 가구는 유류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 산업구조에서 유류비 인하는 중요한 비용절감 요인이다. 나아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국세의 약 5%를 차지하는 중요한 세수로서 단일세목으로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지방재정에서도 교육세와 주행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로 적지 않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경제학 이론적 검토조세귀착(tax incidence) 이론은 유류세 인하 분이 소비자 가격에 왜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경쟁이 덜한 주유소 일수록 유류세 인하 분의 일부를 마진으로 챙기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도리어 공급자가 유류세 인하 분을 소비자에게 선제적이며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줄곧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이후 휘발유 및 경유의 판매가격이 유류세 인하 분만큼 떨어지길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한편,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예컨대 고유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감소가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면, 이 정책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더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고유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분이 영업용 차량 운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선별 지원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더 가깝다.요컨대, 경제학 이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는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 목표가 “가격 안정”에 있다면, 정부는 조세귀착의 문제가 이를 달성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 수단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정책 목표를 “경기 조절”에 두었다면, 효율적인 자원배분(경제 주체의 가처분 소득 수준 등을 고려)을 통해 해당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개선방향 제언정부 정책은 그 정책의 합리성과 목표달성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2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시장의 가격기능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후생경제학 제1법칙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특별히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시장메커니즘(가격기능)이 충분히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다음으로, 정책 수혜자가 처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여 정부는 선별적인 지원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정부 재원 배분의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 현행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대해 다음 네 가지 개선방향을 제언한다.첫째, 고유가 시기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대폭적인 확대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현행 유가연동보조금 조치는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다. 비록 보조금 지급은 경제주체의 실질 지불가격에 영향을 미치긴 하나, 명목가격이 주는 가격기능은 왜곡되지 않으므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혜택은 유가에 따라 탄력적인 수요 조정이 제한된 경제주체에게 우선 배분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의 정책보다 개선된 방안이라 할 수 있다.둘째, 고유가 시기 대중교통 이용의 대폭적인 촉진 정책을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의 촉진 정책 역시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의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고, 석유제품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석유소비의 왜곡을 덜 초래한다. 물론 대중교통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대중교통 수요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대중교통은 자가용보다 환경적 편익이 크다는 점에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는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또한 고유가 시기 자가용을 이동수단으로 선택하는 가계가 대중교통을 대체 수단으로 선택하면서 가처분 소득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고유가 시기 가계가 대중교통 수단을 선택하도록 대중교통 이용의 기대편익을 대폭적으로 키우고, 그에 맞는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회적 후생 증진에 더 부합한다.끝으로, 경제 참여자들의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 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앞선 4차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의 배경을 살펴볼 때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하는 배경에 특별한 규칙을 찾기 어려웠다. 이것이 유류세 인하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조건(예: 직전 12개월 최저치 대비 단기간 30% 이상의 유가상승)을 마련하는 것은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종료시점의 조건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산업자원통상부, 국토교통부 등의 주무부처와 지자체 간의 정책 협의도 필요하므로 충분한 논의와 인내심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다소 험난할지라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효율적으로 개선되길 소망한다.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실장※ 본 컬럼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및 정책 개선방안 연구(2023)” 내용의 일부를 요약·가공한 것임을 밝힙니다.

2024-09-02 08:12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실장

[브릿지 칼럼] 정보-행동 역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기업경영에서 불확실성은 관리하기 어려운 위협요인 중 하나다. 20세기 유명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77년 출판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 정의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모든 인간과 기업은 안정적인 환경을 갈구한다.불확실성이 클 때 전략적 방향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그 데이터 속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기기의 실시간 추적으로 인해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단기 행동을 훨씬 더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현재를 최적화하며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빅데이터가 미래지향적 사고, 상상력, 전략적 사고를 방해한다. 이 같은 현상을 ‘정보-행동 역설’(information-action Paradox)이라고 한다.그렇다고 데이터를 무시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데이터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데이터는 집중과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며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플랫폼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고객 통찰력, 재무 분석, 운영 성과 등의 데이터는 대체로 과거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과거의 광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패턴을 찾고 예측을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못한다.이에 여전히 비전과 상상력을 갖춘 리더십을 발휘할 인간이 필요하다. 미국 투자 회사 인사이트의 대표인 스콧 D. 앤서니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리더는 의도적으로 방황하면서 불확실성 극복과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스콧은 변화의 조기경고 신호를 찾기 위해 고객만족도, 영업이익, 매출액과 같은 후행지표에서 순추천고객지수(eNPS)와 같은 선행지표에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행지표는 과거의 고객 행동이 기반인 반면 선행지표는 미래의 문제나 기회를 가리킨다. 판매량을 기반으로 한 과거 데이터가 미래의 판매량을 담보하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의 예측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도 한다. 시장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널리 제공될수록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기회와 위협을 보고 이에 대응한다. 때문에 경영진은 과거 데이터에 얽매이기 보다는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비정형화된 고객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야 한다.사업을 시작할 때는 경쟁자 분석, 과거의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이런 출발은 매력적인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데이터에서 그런 내용이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경쟁자도 본다는 것이다.이때 필요한 것이 연상적 사고다. 메릴린치의 창업자 찰스 메릴는 연상적 사고를 발휘해 은행과 슈퍼마켓을 연결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과거 소수 부유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였던 은행을 대다수 사람들이 손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과 연결해 데이터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쟁자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냈다. 그 출발은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약한 분야를 찾아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었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9-01 13:12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사설] ‘스트레스 DSR 2’, 2금융권 풍선효과 조심해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작됐다. 은행과 2금융권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한도를 옥죄는 방식이다. 시행을 앞두고 막판 대출 수요가 몰린 것은 예견됐던 일이다. 인터넷은행의 대출 오픈런 현상이 심해졌고 높아진 은행 대출 문턱에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높아 대출에 불리하다고 보는 업권으로의 풍선효과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신호다.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보험업권의 가계대출에도 금융당국은 주시해야 한다. 가계대출 증감과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하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할 듯하다.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 시중은행보다 낮아진 초유의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출 수요가 몰린 데다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면서 보험사들이 뒤늦게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긴 했다. 그런데 2금융권에 대출 쏠림은 없다는 상황 인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미 보험사 하루 평균 접수 건수의 두 배 가까이 폭증한 뒤다. 대출 수요를 후행하는 대출 잔액을 간과한 것 역시 사실이다.수도권 주택에 가산금리 1.2%를 적용해 은행 문턱이 높아졌지만 보험업권은 가산금리 0.75%p만 반영한다. 한쪽이 금리나 한도 등 면에서 유리하다면,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은행과 보험사의 주담대 한도가 최대 수억 원 이상 차이 난다면 다른 쪽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은 정한 이치다. DSR 50%가 적용되는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1금융권(40%)보다 대출 한도가 더 많다. 5대 시중은행에서 최근 20차례 넘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보험사 주담대보다 상·하단 모두 높은 시장 왜곡에다 ‘관치(官治) 금리’의 부작용은 늘 유의할 필요가 있다.과거에도 가계부채 급증기엔 그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한창이던 2021년 7월 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새 5조6000억원 급증한 실례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도를 꽉 채우려는 영끌족 수요가 2금융권으로 얼마가 가느냐가 관건이다. 일부 시중은행이 수도권 소재 주택을 중심으로 주담대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2금융권 만기와 같은 30년으로 줄인 것 역시 부담이다.풍선효과는 지방으로도 향한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상승과 총량 규제로 서울에서 지방은행을 찾아 대출 원정까지 나선다.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낙관하다간 대출 수요가 옮겨붙어 상반되는 모습을 여지가 있다. 2금융권과 함께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대출 메리트가 정책 유효성을 떨어뜨리지 않게 일일 점검에 나서야 한다.

2024-09-01 13:10 사설 기자

[기자수첩] K보험, 해외 시장에서 성과내야

도수화 금융증권부 기자국내 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평균 1%에 그친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보험사들은 포화상태에 도달한 국내 시장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수익 다각화 필요성 등으로 오래 전부터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는 있지만 해외 진출이 진정 활성화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생·손보사를 통틀어 국내 보험사 중 그나마 글로벌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한화생명이다. 교보생명은 보험 관련해서는 미얀마에 주재사무소를 설치하는 데 그쳤고, 메리츠화재는 인도네시아에 유일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보험업계 관계자들도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사업에 대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법인이 있더라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정도”라고 귀띔하는 곳도 있었다. 또 “해외에 진출한 보험사 중 성공 사례로 삼을 만한 큰 성과를 낸 회사는 없지 않냐”고 한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오히려 손실을 보고 있는 회사도 많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보험사 해외점포(총 41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점포는 2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물론 보험은 업종 특성상 인프라나 보상망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눈 앞의 실적을 위해서는 내수시장만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지 모른다. 다만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글로벌 진출에 도전하지 않으면 회사의 역량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도 나섰던 만큼, 이를 계기로 ‘K보험 성공사례’가 쏟아지기를 기대해 본다.도수화 금융증권부 기자 dosh@viva100.com

2024-09-01 08:58 도수화 기자

[기자수첩]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국회·정부 나설 때

급속한 고령화, 베이붐 세대의 은퇴 본격화 등으로 연금 특히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 관심은 연금제도의 필요성, 당위성 등 긍정적인 면보다는 기금 고갈,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등 재정 안정에 대한 우려가 더 많다.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재정계산을 한 결과 현 제도 유지 시 2055년 기금 적립금이 완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 안정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55년이면 30년 뒤로 ‘한 세대’ 뒤이지만 그래도 우려는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때문에 무엇보다 국민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홈페이지에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국민연금 바로알기’를 만들어 국민연금 제도 이해 제고와 신뢰성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핵심 메시지는 ‘기소연지’이다. ‘기금이 소진돼도 연금은 지급된다’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 지급을 법에 ‘명토’ 박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법안도 다수 발의됐었다. 현 국민연금법(제3조의2)은 국가는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로만 규정돼 있다.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국가의 재원으로 보전해줘야 하는 강제 의무 규정으로는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며 가입자의 연금 수급을 국가가 보장해 제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국민의 평온한 노후를 지원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제도 신뢰성을 높이는 일에 주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한 만큼 국회·정부가 신속히 나서주길 기대한다.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

2024-08-29 14:08 이원배 기자

[브릿지 칼럼] 이재명 위협하는 건 삼김(三金)이 아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치적 위협이 있을까. 현시점에서 이 대표는 무소불위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역대 민주당 계열 당 대표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른바 초일극체제를 완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법적으로 복권돼 언제라도 선거 출마가 가능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일찌감치 이 대표와 다른 방향을 보였던 김동연 경기지사 모두 성씨가 ‘김(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삼김(新三金)시대’로 불린다.이전의 삼김과 비교되면서 김 전 총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리고 김 지사는 김종필 전 총리와 연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은 몰라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신삼김의 파괴력은 이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월 19~2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8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1.7%는 김 전 지사를 꼽았다. 김 지사는 20%를 기록했다. 이어 이탄희 전 의원 7.7%, 김 전 총리 7.2%,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4.4%, 이광재 전 의원 2.2% 등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전 지사 19.8%, 김 지사 19.7%, 이탄희 전 의원 9.4%, 임 전 실장 5.1%, 김 전 총리 4.3%, 이광재 전 의원 1.4% 순으로 나타났다.김 전 총리가 이 대표와 대비되는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도우미’를 자처했던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오히려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초일극체제가 완성된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각종 탄핵안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며 “탄핵이라는 것은 국민의 강한 매인데, 일상적으로 치면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마치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을 향해 ‘집단 쓰레기’라고 저격했던 김두관 전 의원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 전 총리는 김 전 지사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는데 “김 전 지사 자체가 민주당 역사의 한 부분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참모였다”며 “경남지사 때 보여준 도정 운영 등을 보면 충분히 민주당의 큰 동량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 대표는 견제하면서 같은 ‘신삼김’에 포함된 김 전 지사는 좋은 인물로 끌어올리는 모양새다.‘이재명 초일극체제’에 강력한 대항마가 될지도 모를 ‘신삼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구성도 이 대표의 입김이 전당대회에서 강하게 작동했을 정도로 대동단결된 조직이다. 그런데도 김 전 총리, 김 전 지사, 김 지사가 이 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까닭은 바로 ‘외연 확장성’이다. 아무리 정당과 당원을 강력한 영향력으로 묶어 놓더라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과제는 바로 먹고사는 문제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 결정적 위협이 될 존재는 그래서 ‘삼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 바로 ‘민생’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8-29 14:05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사설] ‘멈춤 없는’ 4+1 개혁, 이대로 할 수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올 들어 두 번째 국정브리핑에서 안타까움을 표한 ‘체감 민생’은 장바구니 물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요 주제인 4+1(연금·의료·교육·노동과 저출생 대응)에 국가적 고민이 응축돼 있다. 어느 분야든 공히 개혁 추진 성과를 자랑할 수준에 도달한 건 없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할 단계는 상당히 지나 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성과가 미미했다. 집권 초기의 ‘3대’ 개혁으로 분류됐던 연금 개혁에서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안 하나 갖고도 상응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청년·중장년 차등 지급에서는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노후 소득 다층적 보장은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현실까지 반영해야 한다. 기초·퇴직연금의 구조적 프레임까지 새로 설정할 과제다. 소득대체율 1~2% 차이로 불발시킨 여야 정치권도 이제부턴 대오각성할 때다.윤 대통령은 이날 고용률 연속 최고와 실업률 최저 수준을 내세웠다. 그런데 방향과 동력을 잃고 손도 못 대는 게 노동 개혁 현주소다. 노는 대졸자와 장수 취업생 증가가 말해주듯 교육은 노동 개혁과 긴밀하다. 최저임금 유연화와 특정 업종의 근로시간 유연성도 길을 잃었다. 생산성 고도화, 기업 생태계 조성을 한 묶음으로 하려면 갈 길이 바쁘다.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을 출구 찾기와 구조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의대 정원이 의료 개혁의 핵심이라면서 이를 위해 어떤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의 자중지란은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권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지름길일 뿐이다.효과 없는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더라도 단일한 대안으로 해결된다는 태만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 개혁은 상호 연관돼 있다. 예컨대 늘봄학교 등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돌봄은 출생률 반등과 무관하지 않다. 지역과 대학의 벽을 허무는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 역시 지방소멸 해법임은 물론이다. 저출생 대응에서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이 유용하지만 해법의 전부는 아니다. 학교를 바꾸고 싶으면 학교를 둘러싼 환경도 바꿔야 한다. 멈춤 없는 개혁을 하려면 야당과 국민 이해를 구하는 소통의 리더십, 설득의 리더십이 윤 대통령에겐 필요하다.개혁은 고난이도 시험과 같다. 근본적인 개혁은 그 앞에 ‘초(超)’가 붙을 만큼 더 어렵다. 유보통합은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모두 여의치 않다. 여야가 정례화된 대화를 이어가면서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개혁하지 못하면 무너진다는 현실적 절박감으로 무장해야 한다. 4+1 중 미뤄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24-08-29 14:03 사설 기자

[기자수첩] ‘렉라자’ 美 FDA 허가, 국산 신약 성공 초석 되길

안상준 산업IT부 기자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사상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이번 승인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발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렉라자의 FDA 허가 획득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외 기업이 협력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기 때문이다.유한양행은 2015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신약 개발 후보 물질을 찾던 중 오스코텍의자회사 제노코스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도입했다. 이듬해 임상에 진입한 뒤 2018년 존슨앤존슨(JJ)의 자회사 얀센에 약 1조6000억 규모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 했다. 이후 두 기업이 함께 레이저티닙 개발을 진행, 2021년 3월 제31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이번 FDA 허가 획득까지 이뤄냈다.유한양행은 이번 허가로 800억원 규모의 단계별 기술료를 받게 된다. 제품 출시와 판매가 본격화되면 10% 이상의 로열티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JJ는 렉라자가 매년 약 6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신약 최초로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더욱 고무적인 건 렉라자의 ‘대박’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이다. 렉라자의 FDA 승인을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한 국산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은 만큼, 향후 국내 기업의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근 지속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과 과감한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의 민관 협력 강화 등이 이어진다면 제2, 제3의 렉라자 등장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안상준 기자 ansang@viva100.com

2024-08-29 06:47 안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