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의 역설’ 없어야 한다

정부가 꺼내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카드는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으니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의도다. 그런데 은행권에 규제 시행 전 대출 승인을 받으려는 수요 문의가 빗발친다. 막차 효과인 것이다. 8월 31일까지 전산 접수해 한 번 더 추가되지 않은 스트레스 DSR을 적용받으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 대출 한도를 더 조이는 2단계 정책 의미가 반감되는 기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미래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반영해 금리를 붙이는 이유, 특히 수도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를 1.2%p 가산해 관리하는 것은 가계 빚 폭증세를 지방보다 꺾기 힘들어서다. 한도가 줄기 전의 대출 막차 수요는 경과 조치 자체보다 사실 해결책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다. DSR과 같은 거시건전성 규제를 활용한 정책도 적절히 구사할 필요는 있다. 다만 대출 규제 확대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직결되는 측면이 강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대출이나 영끌 투자, 투기 목적을 제외하고는 시장경계에 맡기는 편이 나을 때가 많다. 게다가 지방 집값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한다.스트레스 DSR 2단계는 대출 접수 후 승인, 시행까지의 소요 기간으로 인해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지 모른다. 가계부채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론이 그래서 오래 가선 안 된다. 집값이 오르는 데는 상승 기대감에 서울 도심의 공급 부족 심화 불안감이 교차해 작용한다. 혼합·주기형 신규 주담대 비중이 높은 것 역시 수요 억제 효과를 저하시킨다. 정책대출 공급도 여기에 포함하거나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너무 커질 경우, 주담대 상승세가 가라앉지 않는 문제도 있다.일단은 8월 안에 대출 실행하는 차주에 대한 스트레스 1단계 금리(0.38%p) 적용이 도입 분위기를 흐리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의도의 대출총량 억제 정책이 부작용과 폐단을 키우는 규제의 역설로 흘러선 안 된다. 1980년대 후반의 일본에 나쁜 선례가 있다.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로 대출은 조금 억제됐으나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을 앞당긴 사실이 그것이다. 은행 주담대 차주에 대한 스트레스 DSR이 처음인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도 될 부분이다.득보다 실이 많아선 안 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약간 진정시키는 정도로는 실효성이 작은 것이 이 제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금리, 즉 가산금리보다 공급 이슈로 풀 문제란 점이다. 대출 한도 조이기가 아닌 주택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이 근본 해결책임을 한시도 잊지 않기 바란다.

2024-08-22 14:10 사설 기자

[명의칼럼] 드물지만 신중한 관리가 필요한 뇌 해면상 혈관종

윌스기념병원(수원) 뇌혈관센터 이민형 원장뇌혈관 질환 중 가장 많이 들어보고 흔하게 발견되는 질환은 뇌동맥류이다. 그 다음으로 뇌혈관이 좁아지는 모야모야병, 그리고 뇌동정맥 기형이나 해면상 혈관종과 같은 뇌혈관 기형이 있다. 뇌 해면상 혈관종은 정맥이나 동맥이 아닌 아주 가는 모세혈관이 벌집 모양으로 생긴 덩어리를 말하며, 정상 혈관 구조가 약하게 이루어져 있어 미세출혈을 반복적으로 일으키고 뇌출혈이나 크기가 증가하면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체 중추신경계 혈관 기형의 5~10%를 차지하고 있고 몇몇 연구에서는 전체 인구의 1% 정도에서 발견된다고 한다.해면상 혈관종은 대부분 무증상이다. 자신이 해면상 혈관종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뇌의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발생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해면상 혈관종의 증상으로는 발작 증세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하며, 발생 부위에 따라 한쪽 마비, 복시 등 다양하고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서술한 대로 병변 내의 반복적인 미세출혈로 혈관종의 크기가 커져 뇌신경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해면상 혈관종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발병하며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예방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여러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는 가족력이 있거나, 특정한 외부 요인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산발형의 경우 출혈 위험성을 연간 0.1~1%로 알려져 있어 동정맥 기형과는 달리 치명적인 출혈을 일으키는 빈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뇌출혈이 있었던 경우 이후 재출혈의 위험성이 아주 많이 증가할 수 있고 치명적인 뇌출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증상이 없이 우연히 발견된 해면상 혈관종의 경우 필요하다면 추적 관찰하며 보존 치료를 해야 하고, 혈관종이 더 커지거나 새로운 증상이 발현된다면 수술이나 방사선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하고, 아래와 같이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모니터링정기적인 CT나 MRI와 같은 뇌영상 검사가 꼭 필요하지는 않으나 새로운 증상을 경험하거나 이전 출혈이 있었던 경우에는 병변의 크기와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병변이 뇌간에 위치하거나 5mm 이상의 병변이 있는 경우 더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 인식과 관리두통이나 의식장애, 발작, 복시,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시행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 가족들에 대한 검사가족력이 있으며 영상 검사에서 여러 부위에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 유전에 의한 발생인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병변 발생률이나 중증도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가족들에게도 검사를 권유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생활 습관혈압과 콜레스테롤, 혈당 등을 정상범위 내로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한다. 운동의 경우에도 반복적으로 뇌진탕을 유발할 수 있는 운동(권투, 미식축구 등)의 경우 주의를 요하며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피한다. 윌스기념병원(수원) 뇌혈관센터 이민형 원장

2024-08-22 08:29 윌스기념병원(수원) 뇌혈관센터 이민형 원장

[브릿지 칼럼] '8만호 대책'에 떠오르는 토지보상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지난 8월 8일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재개발촉진법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기로 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고사 상태에 빠져 있는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서울의 신축빌라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했다.무엇보다도 12년 만에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8만가구 규모의 주택용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택지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개인의 사유토지 등을 수용하게 되는데, 이때 손실보상의 문제가 제기된다.손실보상의 대원칙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다.일반적으로 토지보상법이라고 불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보상대상과 보상절차, 보상기준 등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토지, 건축물 등 물건(건축물·입목·공작물 등), 잔여 건축물에 대한 손실, 광업권·어업권 등 권리, 영업(농업·축산)손실, 휴직·실직 근로자 임금손실 등도 보상 대상이며,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게는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등도 지급된다.토지 등에 대한 보상금을 결정하기 위해 협의 절차를 거친 후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재결 절차(수용재결, 이의재결)를 거치게 되고, 재결에 대하여도 만족하지 못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즉, 최대 네 번의 감정평가를 거쳐 손실보상금이 결정된다. 협의 절차를 진행할 때, 사업시행자, 시·도지사, 토지소유자가 각각 추천한 3곳의 감정평가법인등(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사무소)에서 보상금을 산정한 후 산술평균치로 보상금을 결정한다.사업시행자는 토지소유자와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경우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고, 관할 시·도 토지수용위원회는 2곳의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여 감정평가를 진행한 후 보상금을 결정하는 재결을 실시하게 된다.수용재결에 불복하는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재결을 신청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도 역시 2곳의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하여 감정평가액을 산정한 후 보상금을 재결한다. 재결 절차(수용재결, 이의재결)에 불만이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다시 한번 감정평가를 진행하여 보상금액을 확정 짓게 된다. 일부에서는 보상금을 결정할 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토지를 저가에 수용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행법은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은 배제하되, 시세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대개의 경우 자신의 토지 등이 공익사업에 편입될 때 그 절차와 권리구제방법 등에 대해 생소할 것이나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자가 토지·물건 조사단계부터 협의·재결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토지소유자 등에게 연락하여 협조를 구하고 상황을 설명해준다. 다만, 토지소유자 등도 토지보상 절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행사하는 성의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

2024-08-21 14:12 ㈜감정평가법인 머니플러스 대표이사 윤기호

[사설] 시행 하루 전 미룬 택시월급제, 현실에 맞는 대안 찾아야

현실을 반영하고 담는 그릇이 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개정안이 통과한 것은 실정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싶다. 원래 20일이던 택시월급제 전국 전면 확대 시행일을 하루 앞두고 촉박하게 이뤄져 무리는 있었다. 하지만 여건에는 부합한 조치였다. 택시노동자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간주해 월급을 책정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기에는 준비가 상당히 덜 돼 있다. 전국 확대 시점을 2년간 늦춘 배경은 현장 목소리였다. 그 대상인 지방에는 주 40시간 이상 근무로 월급을 줄 수 있는 회사, 받을 수 있는 택시 기사가 현격히 적다. 5년 전 월 200만원이 넘는 고정 급여 설계를 민주당이 주도하고 여야 합의로 입법화할 때는 이런 사정은 거의 무시됐다. 사납금제가 생존권과 노동권을 위협한다는 이슈에 너무 골몰해 있었다. 이제 시행이 유예되지만 ‘택시운수노동자 소정근로시간 산정특례’(법 제11조의 2)의 의미는 버리지 않아야 한다. 적정한 수준의 월급을 주고 초과 운송수입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더 주는 취지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과거 입법 당시에도 경영난에 따른 택시업 공멸과 지방 택시 대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업계 사정보다는 ‘타다’ 등에 반발한 법인 택시 기사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의도가 너무 앞섰을 뿐이다. 이번엔 대부분의 택시노조까지 택시산업이 붕괴된 현실을 거론하며 법 개정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택시 업계와 기사의 고충은 그대로인데 업계와 노사 모두 반대하는 모양새 아닌가. 이러니 현장을 모르는 탁상 입법이라고 비판받아도 싸다. 국토교통부가 택시 업계가 처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대책과 대안을 내기로 했다니 지켜보겠다.‘연구’ 대상에는 택시 양대노조(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의 택시월급제 폐지 요구도 포함해야 한다.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고성과자들이 배달업·택배법으로 이탈하는 문제, 고성과자 임금이 저성과자에 분배된다는 전국택시운동사업조합연합회 측의 월급제 우려까지 담아내야 한다. 노사 합의나 노조가 원할 경우라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해서는 안 된다.3년간 월급제를 시행해본 서울이라고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현실적 경영상 어려움으로 사납금제를 고수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이런 부분을 포함해 시행 유예 기간은 택시 산업 전반의 발전 방안과 대책을 재설계하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합리적 대안을 취해야 법이 현장에 잘 적용되고 규범력을 얻게 된다.

2024-08-21 14:10 사설 기자

[기자수첩] '뻥튀기 논란' 기술특례상장 신뢰 회복 급선무

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최근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이 상장 당일 공모가를 밑돌고, 상장 직전 거래소 심사 통과가 취소되는 등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지난 20일 상장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케이쓰리아이는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각각 18.28%, 31.94%씩 하락한 채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상장했던 엑셀세라퓨틱스와 이노스페이스도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기술특례상장제도는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높은 성장성을 가진 회사가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2005년 바이오 부문에 한해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처음 도입됐으나, 2014년 업종 제한이 전면 폐지됨에 따라 기술특례 대상은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지난해 8월 상장한 파두는 ‘뻥튀기 상장’ 논란을 겪었다. 파두는 상장 당시 1조 원이 넘는 몸값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이후 부진한 실적을 공시한 뒤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매출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이노그리드는 지난 6월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심사 당시 상장심사의 핵심 사안인 경영권·최대주주 지위 분쟁 관련 사항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노그리드는 상장예비심사 효력불인정 재심사까지 거쳤으나 결국 인정되지 않아 향후 1년간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불가능해졌다.기술특례상장 관련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일부 기업들이 증시의 신뢰도를 깎아내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제도의 허점을 인지하고 올해 초부터 ‘IPO 당시 직전 월매출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고, 상장 주관사의 책임 의무도 강화하는 등 제도를 손질하고 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 상장사 모두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근본대책을 고심할 때다.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 21cu@viva100.com

2024-08-21 09:18 이원동 기자

[새문안通] 상시 전염병 시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전 세계적인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재확산 경고다. WHO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2023년 5월 6일)한 지 1년 3개월 만에 또 불거진 팬데믹 사이렌이다.한 때 결혼이나 장례는 물론 학생들의 등교와 행사, 대인 접촉까지 피해야 할 정도로 우리 일상을 지배했던 코로나19 아니었던가. 후폭풍은 컸지만, 우리는 이내 마스크를 벗어 던졌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엔 또 다른 바이러스의 창궐이 예고됐다. 급속하게 발달한 의약이나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위생 수준 따위가 무슨 소용있으랴.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상당수 과학자들은 ‘지구촌’으로 좁혀진 세계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인적, 물적 교류로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바이러스도 비행기와 배를 타고 대륙을 넘나드는 시대다. 14세기 페스트균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는데 10년이 더 걸렸다면, 19세기 콜레라는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불과 몇 년 만에 팬데믹이 됐다.2002년 12월 사스는 불과 몇 일만에 전 세계 30여개국에, 2012년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는 3년 만에 한반도 침투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사망률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신생아 소두증의 지카 바이러스 등등….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바이러스들과 생존을 위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다.전염병의 역사는 늘 의약 발전에 반비례해 왔다. 그나마 의약이 유일하게 완승한 것이 ‘우두법’에 의해 1980년 종식된 천연두 정도다. 1억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아직도 변종과 접전 중이고, 1981년 첫 발견된 에이즈나 과거 유행했던 말라리아, 매독, 결핵, 페스트, 홍역 등은 지금도 인류와 실갱이를 하고 있다.지금 이 순간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새 변종을 만들어내며 의약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한 때 인류는 항생제와 백신 개발로 감염병 소멸을 논했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현대 사회는 급속한 연결과 개발로 더 촘촘해지고 자연 파괴적인 길을 향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얼마든지 대기 중이다. 지구촌 한쪽의 작은 질병조차 금세 팬데믹이 되는 시대다.그래서였을까. WHO는 이미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앞으로 훨씬 더 자주, 더 강력하게 퍼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20세기 한 때, 의약이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창궐을 일정부분 억제했다면, 이제 억눌렸던 ‘전염병의 대규모 역습’이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바이러스나 살아남기 위한 본능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의 완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인지 모르겠다.- 錫 -

2024-08-21 06:44 새문안通

[명의칼럼] 피로는 간 때문? 부신 탓도 있어… 부신스트레스증후군의 대처법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의약품 광고의 영향 탓인지 피로 하면 ‘간’ 때문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하지만 부신으로 인한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국내에서 흔히 ‘부신스트레스증후군’ 또는 ‘부신피로증후군’(Adrenal fatigue syndrom)으로 불리는 ‘부신피로’(Adrenal fatigue)는 질병명으로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건강관리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부신(副腎)은 좌, 우 신장 위쪽에 위치해 인체에 필요한 호르몬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부신수질(안쪽)에서는 아드레날린, 부신피질(바깥쪽)에서는 부신피질호르몬(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분비해 인체의 대사 및 항상성 유지에 기여한다.부신피로는 부신부전(Adrenal insufficiency, 또는 부신기능부전)에 못 미치는 경미한 증상군을 의미한다. 부신부전은 주로 당질코르티코이드와 미네랄코르티코이드의 분비 능력이 감소된 상태로 만성피로, 쇠약감, 무력증, 오심, 구토, 식욕감소, 체중감소, 저혈압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해 호르몬 수치 검사 등을 통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부신피로는 증상이 경미하되 만성적인 어지럼증과 피로감을 호소한다. 환자는 괴롭고 원인은 막연한데 스트레스 또는 피로가 과도하게 누적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돼 ‘부신스트레스증후군’ 또는 ‘부신피로증후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요컨대 부신피로는 부신기능이 과도한 스트레스나 누적된 피로로 인해 저하돼 관련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고 신진대사와 감정에 기복이 심해지는 현상이다. 부신부전의 경미한 증상들 외에도 현기증, 체모 손실, 설탕이나 소금에 대한 갈구, 우울증, 불면증, 근육통, 관절통, 소화장애, 기억력 저하, 성욕 감퇴, 갑상선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예를 들어 아드레날린이 적게 분비될 경우 가만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핑핑 도는 듯한 기분이 들거나 보행 시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이 느껴지게 된다. 또 당질코르티코이드의 분비가 감소하면 전형적인 부신부전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부신피로는 스트레스 유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행동으로 실천함으로써 치료가 시작된다.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은 치료의 발판이 된다. 부신 기능을 저하시키는 가공식품이나 고탄수화물 식품, 일부 의약품 등을 지양하고 베리류나 레몬, 녹황색채소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신피로증후군은 만성피로증후군이나 벗아웃증후군처럼 쉽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저하된 기력과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해 인체가 요구하는 결핍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맞춤 수액요법과 함께 획기적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을 병행하는 게 추천된다.수액요법은 단지 영양소 보충에 그치지 않고 체내 노폐물 배출과 세포 대사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약해진 부신은 세포 내에 음전하가 매우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엘큐어리젠요법을 통해 음전하를 충전해주면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신경 기능이 정상화되어 점진적인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면역 기능 향상과 세포 기능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치료로서 부작용 없이 증상을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부신스트레스증후군은 별명 그대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한 데 건강한 취미 생활을 만드는 게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4-08-20 15:17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데스크 칼럼] 청년들은 또 '영끌'을 고민한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제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도미노처럼 번져가고 있다.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 보인다. 쓰러져가는 도미노를 멈추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최근 발표된 8·8 공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한국부동산원의 8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2% 상승하며 5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 상승세는 서울에만 그치지 않고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8% 상승해 전주 대비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이러한 현상은 공급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정부는 지난 6월,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의 시행을 두 달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기는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000건을 넘어서며 6월의 거래량을 초과했고,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9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정부의 공급 대책이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장의 시장 안정화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부동산 시장은 경제적 요소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소에도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가질 수 없다’는 공포심이 팽배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는 패닉바잉을 부추기며, 특히 20대와 신혼부부 같은 젊은층이 부모의 도움과 대출을 통해 무리한 매수를 시도하게 만든다.올해 들어서만 집값이 억 단위로 상승하면서 젊은층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결국 더 큰 부담과 불안을 안겨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과거에는 무일푼으로 상경해 작은 단칸방에서 시작해 점차 넓은 집으로 이사 가는 자수성가의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넓은 집으로의 이사는 고사하고, 서울 진입조차도 어려운 현실이 되면서, 젊은이들의 꿈과 포부가 일찍부터 좌절될까 걱정스럽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젊은 세대는 점차 더 큰 불안과 실망 속에 빠지게 될 것이며,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보다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chae@viva100.com

2024-08-20 14:02 채훈식 기자

[사설] 곧 이사철인데 ‘고공행진’ 수도권 전셋값 어찌하나

집값이 들썩이고 전셋값이 흔들린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세는 1년째 이어지며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가 5억7000만원 상승한 16억원에,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가 5억원 오른 22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을 맺기도 했다. 수도권 내에서도 양극화가 세분화되고는 있지만 곳곳의 자치구에서 단기간에 전세보증금이 올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서울·수도권 전셋값 상승거래 소식 뒤를 잇는 전세대란이 걱정되는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지금의 전세 상승장에서 첫 번째로 주시할 것이 시행 4년이 경과한 임대차 2법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만기 매물, 최대 5%로 제한된 전월세상한제가 풀린 매물 상승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오름세가 지속한다고 보고 대처해야 한다. 지금 보듯이 재계약 시점까지 미리 계산하는 바람에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전셋값이 4억원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전세 수요가 몰리는 이사철이란 시기적 요소는 상승세 주도의 결정판이다.‘가을 전세 대란’은 4년 전(7월 31일) 졸속 처리된 임대차 3법을 시행하고부터 곧바로 현실이 됐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전월세 기간을 사실상 4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묶어 화근이 됐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의식을 통감할 부분이기도 하다. 적정한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물론 큰 원인이지만 여건이 겹겹으로 좋지 않다.서울 아파트 매매 대비 전세가 비율은 표본 개편이 있던 2022년 11월 이래 가장 높아진 상태다.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 수요 등으로 전세사기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이럴 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부동산 활황기와 다르지만 전세사기 우려는 아파트 쏠림 현상을 키운다. 그것이 다시 수도권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전세 안정화 대책에 총력 대응하느냐도 전셋값 고공행진을 멈추는 데 중요한 관건이다. 집값 때문에 전세가 오르기도 하고 전세 가격이 원인이 돼 집값이 오르는 건 거의 부동산 시장 철칙과 같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 가격지수도 최고 수준이다. 수요는 늘고 매물과 공급은 품귀에 가까울 만큼 한정돼 있다.이게 한계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줄줄이 얽힌 불안 요소들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는 한동안 더 갈 수 있다. 말로만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거나 필요한 경우 수요를 관리하는 대책도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지 않아야 할 때다.

2024-08-20 14:01 사설 기자

[명의칼럼] 여름철 아이들 배앓이 잦다면, 식습관 고쳐 소화기 튼튼하게

오보람 함소아한의원 용인동백점 원장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힘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더운 여름철에는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를 자주 섭취하고 냉방기기를 오래 사용해 냉방병으로 인한 설사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소화기 발달이 미숙한 아이들은 설사나 복통과 같은 소화기 증상이 생기기 쉽고 오래 가는 경우가 많다.한의학에서는 소아가 성인보다 열이 많은 것으로 본다. 더운 날씨에는 열을 쉽게 배출하기 위해 체표로 열이 몰리면서 땀을 많이 흘리고 이로 인해 찬 음식, 음료의 섭취가 잦아지며 소화기는 더욱 차가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이에 더해 오랜 시간 냉방기기에 노출되거나 배를 내놓고 자는 등의 습관은 찬 기운을 소화기에 머무르게 하여 위장 운동을 더디게 한다.평소보다 자주 복통을 호소하고 설사를 하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며 만성화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한약 처방, 침이나 뜸 치료를 통해 소화기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만성 설사를 한의학에서는 ‘한설(寒泄)’이라고 한다. 한설은 차가운 기운이 장위(腸胃)를 침범하여 생기는 설사로 만성적인 설사에 해당한다. 복통과 설사가 잦은 아이는 찬 음식을 피하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장위를 따뜻하게 하고 몸속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한약 처방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위장 내 염증을 개선하고 소화를 촉진시켜주는 감초사심탕과 위령탕이 있다. 위령탕은 진피, 생각, 계피, 감초 등의 약재 처방으로 소화기 운동성을 높이고 소화기관에 정체된 수분을 배출시켜 억지로 설사를 막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증상 완화를 도와준다. 한약 치료 외에도 경혈자극의 침과 열자극의 뜸 치료를 병행하면 좋다.소화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잘 때는 꼭 배를 가리고 자고 여름밤 더위로 인해 이불을 덮지 않더라도 가벼운 실내복으로 새벽 공기에 배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설사가 있을 때는 유제품, 생과일이나 날 음식 등 찬 성질의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죽, 숭늉 등으로 속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무엇보다 평소에 소화기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에 배앓이와 만성 설사가 잦은 아이들은 소화기 건강을 위해서 생활 습관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습관은 규칙적인 식사로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소화기의 피로를 유발하여 소화기 기운이 떨어지게 만든다. 저녁 식사 이후 자기 전 2시간 사이에는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오보람 함소아한의원 용인동백점 원장

2024-08-20 07:00 오보람 함소아한의원 용인동백점 원장

[기자수첩] 토종 검색엔진이 살아남으려면…

나유진 산업IT부 기자검색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외치며 ‘야후’를 물리치겠다던 다음은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국내 검색 엔진 1위로 우뚝 선 네이버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빙은 이달 합산 점유율 40.8%를 기록하며 토종 포털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오픈AI와 퍼플렉시티 등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들도 검색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AI의 신뢰도 문제부터 개선하고 나섰다. 오픈AI가 최근 선보인 서치GPT는 실시간 웹 정보를 사용하고 언론사와의 제휴를 통해 정확성을 높였다. 퍼플렉시티는 답변 도출 과정과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후속 질문 리스트까지 제시한다.이러한 AI 서비스의 등장은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검색 방식은 키워드 중심에서 대화형으로 전환됐다. 이용자들은 더이상 원하는 정보를 ‘찾지’ 않고 ‘얻어’낸다. 링크를 모두 클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었고, 광고 콘텐츠에서 더이상 헤매지 않게 됐다. AI의 환각현상도 고도화 작업을 통해 개선되고 있어 활용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손에 익은 검색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AI 챗봇 사용이 확대되는 현상은 사용자의 긍정적인 경험이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검색 플랫폼이 다각화되는 가운데 AI는 기존 포털에 트래픽과 광고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가 됐다. 특히 국내 포털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검색의 본질과 방향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동시에 AI 검색의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나유진 산업IT부 기자 yujin@viva100.com

2024-08-20 06:46 나유진 기자

[브릿지 칼럼] 발상력의 5단계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카톡에 제자의 안부 문자가 떴다. 올 초 끄라비 여행 때 찍은 사진에 동남아 여행이 필요없을 것 같다고 몇 줄 적어 보냈다. 순간 변덕스런 날씨가 떠올랐던 것이다.끝도없이 물고뜯는 정쟁과 올림픽의 선전과 환호는 2024년의 공통된 여름이다. 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십인십색이다. 자신만의 상황이나 입장 때문이다.누구나 세상을 해석하는 자기만의 안경이 있다. 피타고라스에게 물었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수학자답게 ‘직각처럼 반듯합니다’라고 했을거란다.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데카르트는 ‘잘 지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갈릴레이는 ‘잘 돌아갑니다’, 다윈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맞춰보세요’, 깐트는 ‘비판적인 질문이군요’라고 했을거란다. 발상력은 자신의 안경을 갈고 닦아서 빛을 내는 자신만의 시선이다. 이런 특별한 시선은 어떤 단계를 거치며 얻게 되는걸까?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뉴욕에 갔을 때다. 일행과 함께 ‘블루노트(Blue note)’라는 재즈 클럽에 들렀다. 무대위에선 백인 제자의 트럼펫과 흑인 스승의 피아노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의 피날레 공연으로 제자가 구경 온 스승의 팔을 이끌어 즉흥 협연(Jam)을 벌인 것이다. 당연히 악보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랫동안 쌓은 기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눈빛의 교감을 더해 연주를 이어나갔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연주는 무정형의 춤사위처럼 무대와 관객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다.연주가 끝났을 때 땀방울로 얼룩진 얼굴에 만족의 미소가 교차했고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합의되지 않은 이런 연주 방식이 놀라운 완성도의 결과물을 내놓는 과정은 단계적이면서 동시에 연속적이다.연주내내 두 사람은 뜨거운 땀방울과 격정적 몸짓으로 근사한 공연을 선사하겠다는 무언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연주를 주고 받다 다시 합치며 온 몸의 감각으로 호흡을 맞추며 서로를 조율했고 상대를 배려했다. 멜로디와 박자의 고저장단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주제가 드러났고 말미에 이르며 드라마같은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완성됐다. 스승과 제자는 마지막까지 겸손하고 세련된 매너로 관객의 열띤 호응을 유도했다.공연에서 보여준 그들의 유연한 발상과 태도는 숙달된 운전자의 자동차 드라이빙 같았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연료와 엔진(열정), 시야를 확보해줄 유리창와 와이퍼(관찰), 방향타인 핸들과 헤드라이트(발상), 운전의 편의장치(구성), 동승자를 태울 문과 좌석(참여)이 그것이다. 퍼포먼스의 승부처는 관찰과 연상의 단계다. 대상을 과학자의 렌즈로 분석하고 예술가의 영감으로 해석하는 단계로 자기만의 안경을 작동시키는 순간이다.다시 돌아가보자. 여름이라고 했었던가? 개그맨 박명수의 여름은 ‘끝말잇기’다. 알다시피 그는 이행시 대가다. 끝말잇기에서 ‘여름’은 승부의 결정구다. 물론 ‘늠늠하다’는 변죽으로 웃음을 끌어올수도 있다겠지만. 가수 싸이의 여름은 ‘인생의 대박’이다. 그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즐기는 야외 공연을 떠올렸다. ‘흠뻑쇼’는 이제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제 눈의 안경을 존중해라.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2024-08-19 14:45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사설] ‘비(非)아파트 시장 정상화’, 계획대로 가고 있나

21주 연속 상승세를 탄 서울 아파트값이 수도권 비(非)아파트에도 전이되는 분위기다. 서울 주택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다가 전세사기 여파로 무너진 빌라, 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는 것은 아파트 쏠림을 막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뛰는 아파트값에 실제로 비아파트가 대체재로 떠올라 거래량이 늘어난다면 여러모로 눈이 번쩍 뜨일 현상이다. 전세사기와 역전세로 홍역을 치르며 집값을 끌어올린 부분을 상쇄할 열쇠 하나가 여기에 있다. 투자 수요를 일으키고 공급을 촉진해 비아파트 역할을 복원하는 일은 주거 안정, 집값 안정과 무관치 않다. 세제 혜택과 무주택 인정 범위를 늘리면서 정부가 비아파트를 살리려는 의도는 그런 면에서 공감이 간다.그렇지만 무주택자의 비아파트 구입, 그리고 1주택자의 비아파트 추가 구입 환경을 만드는 대책이 제대로 먹히는지 여부는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물 가격이 오르고 추격 매수세가 지속되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 특히 주거 선호 단지 중심으로 불붙는 수요를 분산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신축 빌라 등 비아파트 11만호 수도권 공급 정책이 믿음을 줘야 기류를 돌려놓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을 완화할 강력한 대안으로 밀고 나간다는 확신이 부족해서 더 문제다.수요를 분산시킬 대책이라고 하지만 집값의 방향성을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단기간에 공급이 느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메시지가 10년 뒤 막연한 얘기로 받아들여질 때는 조금 살아난 비아파트 매수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빌라,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재 공급에 속도를 내려면 집값 상승 장기화와 부동산 양극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비아파트 관련 정부 정책이 일부 실수요 매수세 또는 수요자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정도에서 끝나선 안 되는 이유다.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비아파트 가격을 정부가 떠받쳐주는 부작용도 잘 피해야 한다.비아파트가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주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파트로 가기 위한 단순한 급행 티켓으로나 보인다면 시장 정상화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투자 수요를 높이기엔 여전히 침체 국면인 것이 비아파트다. 세금 계산 때 빼주는 정도의 세재 혜택 만으로는 약하다. 비아파트 수요와 공급을 끌어올려 아파트 쏠림 현상을 완화한다는 계획이 아무리 좋은들 공급 속도가 멸실 속도보다 더 빠르면 무슨 소용인가. 서울 아파트 가격 안정화를 꾀하기엔 미흡한 정책이라는 지적에도 귀를 활짝 열어두고 공급 확대를 추진력 있게 이어가기 바란다.

2024-08-19 14:44 사설 기자

[시장경제칼럼] AI 규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요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핫’하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주목받으며 국내외 AI 관련 기업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고,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할 정도로 정책적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AI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가진 과학기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정치, 경제, 사법, 문화 등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잠재성 때문이다.AI가 전문가와 분야에 따라 달리 정의되고 있음에도 AI의 잠재성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것 같다. 문헌을 조사해보면 AI 기술의 기본 개념은 컴퓨터 시스템이 주어진 데이터에 기반하여 인간의 지능을 모방·응용함으로써 인간 활동에 기여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이 개념이 포괄하지 못한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AI의 속성과 발전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언뜻 보기에 이는 경제학자들이 으레 하는 일 같지만 사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불, 바퀴, 항해기술, 증기기관, 항생제, 전기, 냉장기술 같이 과거에 발생한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계층을 막론하고 사회 후생을 증진시켰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를 사후적으로 연구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물론, 경제학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사후적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특정 계층에 대한 편향성이 작으면 사회 통합을 위협할 가능성도 미미하다. 따라서, 사전에 제도적으로 개입할 필요도 없었다.AI가 과거 기술혁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편향성이다. AI는 잠재적으로 무한 편향적이다. 제도경제학 권위자인 MIT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데이터 우위를 점하는 사람이 정보와 후생을 독점할 수 있고, AI가 구현한 자동화는 노동자의 숙련도에 따라 비대칭적인 생산성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지어 AI는 여론형성 과정에 개입하여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애쓰모글루는 AI 기술 발전을 무조건 독려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며, AI 발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명확한 사전규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자동화 기술과 디지털화 때문에 (고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은 증가한 반면) 저숙련 노동자의 생산성과 임금이 떨어졌고, 인기영합주의 정치인들이 이를 기회주의적으로 선동하여 제도권에 진입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그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AI 기술이 무분별하게 발전할 경우 자동화와 디지털화 이상의 사회적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다.그럼 AI 규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효과적인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서 AI를 집행하기 전에 면밀한 AI 영향 분석을 시행해야 한다.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는 범위의 경제를 띠는 경향이 있다. 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학습효과 때문에 다른 업무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만약 AI로 인한 자동화로 노동자가 특정 업무에서 배제된다면 다른 업무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AI 개발과 집행 비용까지 고려하면 총생산성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또한 AI 발전 방향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단순 자동화에 과잉 투자가 생기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AI를 교육에 적용할 때 채점 자동화에 투자하기보다는 학생 단위 데이터를 이용하여 맞춤형 교육을 구현함으로써 대량교육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AI가 우리 기술의 미래라는 인식 자체를 부인하고 AI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AI 기술이 회복 불가능한 시장 실패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험에 대해 정책적 숙려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계적으로 경쟁 시장구조를 조성하는 정책이 AI 기술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4-08-19 08:19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그린벨트 해제와 주택공급확대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서울시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신혼부부들에게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고 한다.“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나?”, “멀쩡한 그린벨트만 해제하고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될 것” 등 우려가 쏟아진다.때마다 터져 나오는 그린벨트 논쟁, 무엇이 정론인가 ? 그린벨트를 처음 도입하던 53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그린벨트는 1971년 도시화율 50%, 서울시 인구 500만, 경기도 인구 500만인 시절에 대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지정됐다. 지금은 도시화율 92%, 서울 인구 940만, 경기도 인구 1450만, 동탄에서 수서까지 20분에 통근하는 시대다.대도시의 팽창억제라는 도입목적은 여전히 유효한가 ? 이대로 유지하는게 능사일까 ?그린벨트를 흔히 영국의 그린벨트 정책과 비교하는데, 영국은 토지의 이용결정 권한이 국가에 있고, 우리는 토지주의 권리행사 목소리가 드세다. 헌법재판소는 1998년 난개발 제한과 환경보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린벨트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로부터 매수청구제도가 도입되었다.수도권은 전 세계에서 최장의 통근시간, 통근거리를 가진 도시로 유명하다. 통근거리와 시간을 줄이고 대중교통 중심의 대도시권관리를 해가는 것이 탄소중립도시의 방향이다. 흔히 그린벨트를 도시의 허파라 부르는데, 훼손된 평지를 개발하는 일은 이와 무관하다. 서울 외곽, 경부축을 따라서 판교, 광교, 동탄 같은 신도시가 이어지고, 이들로부터 방대한 통근 교통이 강남으로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그린벨트와 같은 빈 땅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해제할 수 있는가?원래의 도입 취지 달성이 어렵고, 토지소유자의 민원이 드세다고 이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는 일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개발압력이 높은 대도시권에 이와 같은 자연환경을 오롯이 보전해 온 그간의 노력을 헛되이 되돌리지 말아야 한다.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공적인 용도’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단계적인 관리원칙’을 수립하여 해제, 이용, 관리해야 한다.수도권 그린벨트와 기반시설여건, 일자리의 분포, 미래의 공간구조변화를 통합적으로 계획,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자리와 주거를 통합, 분산시키는 다핵분산형 메가시티의 큰 그림 아래에서 그린벨트를 풀고, 부족한 주택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해야 주택시장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전국적 주택의 총수요, 총량 공급물량은 큰 의미가 없고, 수요가 강하고 고용과 소득이 집중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 필요를 충족시키고 무엇보다도 통근거리를 줄일 수 있다.행정구역 중심의 균형발전지향형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산업, 성장산업, 혁신기업이 모이고, 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직주근접, 대중교통 중심의 탄소중립도시, 국가경쟁력 향상이 이루어진다.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심화에 대한 우려가 되풀이된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왜곡된 쏠림을 가져오는 거품제도를 걷어내는 계기로 삼자.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2024-08-18 13:31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사설] 이커머스, ‘계획된 적자’보다 더 중한 건 재무 건전성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자들에게 20년 정도 적자를 볼 거라고 말한다. ‘아마존: 더 비기닝’의 ‘계획된 적자’를 설명하는 영화 장면이다. 아마존닷컴이 성공하자 세상은 그것을 ‘혁신’이라 불러줬다. 몸집 불리려고 계획된 적자를 자초하는 이 같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재무 건전성과 신뢰도 등 내실 다지기로 눈높이가 향하고 있다. 현재 자구안을 내놓고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도 아마존식 전략이 실물경제를 덮치는 폭탄으로 돌변함을 보여준 사례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영업손실을 보더라도 비용 효율화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체질 개선이 급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 기준을 채우는 정도로는 안 된다. 적정한 부채 비율, 유동 비율, 채무 상환 능력의 지표인 이자 보상 비율 등 재무제표의 균형추를 잘 맞추는 건 기본이다.판매자(셀러) 유치가 곧 경쟁력인데 셀러들이 티메프 사태의 후폭풍을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흑자 전환을 자신한 쿠팡은 그래도 해냈다. 신선식품이나 가전제품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면서 1400만 회원의 지출 규모를 키워 창사 이후 처음 ‘돈 못 버는 성장’을 끝냈다. 전반적으로는 계획된 적자에 대한 의구심이 부풀려져 있는 상태다. 한동안 용인된 적자 경영 행태가 티메프 사태라는 새 국면과 함께 혁신으로 대접받는 시대는 흘러갔다. 부실이 대규모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들통나면서 믿을 만한 플랫폼으로 거래하려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계획된 적자를 입증하는 방법 역시 쿠팡처럼 흑자전환을 하는 수밖에 없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마음만 먹으면 개선할 정도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과정에서 순위 경쟁은 치열해지고 안전하게 거래할 플랫폼 위주로 세대 교체도 이뤄질 것이다.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알리, 테무 등뿐 아니라 제조사 및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된 버티컬 커머스와도 경쟁은 가중된다.당장 할인을 줄이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지금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의 재무 상태, 경영 건전성이 결국은 한국판 아마존이 될지 만년 적자기업이 될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자본력을 갖춘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대비는 무엇보다 중한 일이다. 사이즈만 커져 수익 내는 플랫폼이 희귀한 K-커머스 생태계에 효험 있는 치료는 대증요법이 아닌 원인요법이다.

2024-08-18 13:27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