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세사기 피해 늘리는 불법 건축물 근절 못하나

전세사기 지원 대책의 사각지대는 주택 유형의 특수성 때문에도 발생한다. 다가구·다세대 공동담보 피해, 신탁사기와 함께 피해자를 울리는 것이 불법 건축물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서는 올해 7월 기준 전세사기 피해주택 1만8789가구 중 불법 건축물이 1389가구에 이른다.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 변경 건물이 피해주택의 7.4% 수준이다. 전세사기로 드러난 것만 이렇다면 불법의 보편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편법과 불·탈법을 오가는 법과 제도의 부실로 생긴 일이다. 상층부에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배치하고 저층부에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한 뒤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근생빌라’가 대표적이다. 등록만 근린생활시설로 하고 주거용 불법 개조가 활갯짓해도 손을 못 대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피해자로 확인돼도 은행으로부터 건축물 유형상 대출 제한을 받는다. 무단 증축에 방 쪼개기를 해서 세입자를 들이는 행위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피해주택 7채 중 6채가 다가구주택이고 7채 중 4채는 불법건축물이란 사례도 나와 있다.작정하고 속이면 이길 수 없는 제도 자체를 방치해서 이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경매에 넘어가도 피해자들은 발만 구르기 일쑤였다. 피해자가 매입 후 이행강제금을 내거나 원상복구를 하기는 거의 불능의 영역이다. 제도의 허점으로 발생한 피해를 피해자가 온전히 감당하는 구조는 잘못됐다.불법 건축물이기에 경·공매나 한국토지공사(LH) 매입이 어려웠던 부분은 결정적인 난점이었다. 다행히 11월 개정 전세사기특별법 시행으로 피해주택을 매수하고 경매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근거는 마련됐다. 신탁 전세사기 주택에 대해서도 LH 매수가 가능한 특례를 둔 것은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이해된다. 하지만 양성화 조치가 불법의 합법화 전례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법 건축물을 임대하는 행위가 불법이 돼야 불법 건축물을 양산하지 않는다. 이행강제금 정도가 아닌 강제철거(행정 대집행) 등으로 응징했다면 이 지경으로 무분별한 불법 건축과 증축이 판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로 인한 건축물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전세사기는 기본적으로 제도 공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불법 건축물임을 숨기면 임차인이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부터 깨야 하는 이유다. 더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면 악성 부동산 및 임대인 관련 규정에는 아직 손질한 것이 남아 있다. 방심하면 불법 건축물과 전세사기는 언제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24-09-22 14:13 사설 기자

[브릿지 칼럼] 퇴색된 가족의 쓸모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모든 건 변한다. 특히 한국의 제반변화는 남다르다. 압축·고도성장을 이끌어낸 ‘빨리빨리’가 한 몫 했다. 무에서 유를 불러낸 원동력은 혁신이라 불리는 시대변화에의 발 빠르고 동물적인 적응DNA 덕이다. 잠깐만 쳐져도 못 따라갈 정도다. 개중 하나가 가족관이다. 갈수록 가족을 본능적 애정관계에서 경제적 편익상대로 보는 트렌드가 확산세다.가족도 변한다. 어제의 가족과 오늘의 가족은 사뭇 구분된다. 가족본연의 본질·가치마저 변할까만은 뜯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오늘의 MZ세대는 가족의 쓸모를 다양한 잣대로 비교·검토한다. 해서 0.72명(2023년)의 출산률을 보건대 본능조차 포기되는 사회답게 가족을 둘러싼 상식수정은 자연스럽다. 이대로면 ‘가족은 없다’에 후속세대의 몰표가 쏠릴 터다. 세계를 놀래킨 무지막지한 속도·범위와 함께다. 그렇다면 상식·모범이란 수식어가 붙던 표준가족의 운영질서는 옅어진다. 가령 부모자녀의 4인형 평균모델이 기준점인 조세·복지·행정 등 제반제도도 바뀌는 게 맞다.유행을 선도하는 패턴은 1인화다. 벌써 절반에 가까운 42%가 싱글세대다. 30대와 60대 이후가 주력집단이다. 환갑이후 늙음에 비례한 1인화는 그나마 일반적이다. 이혼·사별 등 인생 후반전일수록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포인트는 젊은 1인화다. X세대에서 보였던 나혼자의 낌새가 MZ로 넘어오며 확산한 게 30대 단신거주 트렌드로 이어진 듯하다. 앞으로의 1인화는 이례적인 모델이 아닌 주류적인 스타일로 흡수될 전망이다.가족의 쓸모는 분해된다. 평생 영향을 미치는 게 가족이니 그 부재·포기는 뚜렷한 이유 없이는 설명되기 어렵다. 바통터치처럼 이뤄지던 ‘자녀부양→현역자립→부모봉양’이 없는 신생활을 뜻해서다. 먼저 1인화는 분화단계에 진입한 MZ의 가족포기로 나타난다. 결혼·출산이란 생애이벤트에 맞서 나홀로가 낙점된 경우다. 1차 가족과의 해체 후 2차 가족에의 분화 없는 생활형태를 뜻한다. 0.72명의 출산율로 귀결된 원인인자와 맞물린다. 최소한 자녀양육의 경제학적 가성비가 낮다(편익비용)는 뜻이다. 덧대면 자녀미래의 불확실성도 예비부모의 의사결정을 압박한다. 요컨대 노예인생은 본인으로 끝이란 투의 슬픈 자각이 그렇다.부양의 쓸모가 청년그룹의 주도변화라면 봉양의 쓸모는 전체세대를 아우른다. 노년부모뿐 아니라 중년자녀 및 청년손주까지 쓸모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선다. 비유하면 ‘마처세대’가 떠오른다.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지만, 자녀로부터 정작 부양을 못 받는 처음이란 의미다. 이로써 자녀효도를 통한 부모노후의 안전장치라는 봉양구조는 급격히 붕괴된다. 자녀편익 중 보험기능의 상실이다. 실제 MZ세대의 결혼조건 중 선순위가 부모자립형 노후준비란 점에서 봉양실종은 구체화된다. 결국 1인화를 택한 청년인구의 노년복지는 철저히 각자도생 혹은 정부위탁일 수밖에 없다. 가족이 없으니 당연지사다. 관계단절 속 고독사의 공포를 보완·대체할 움직임이 거세지는 배경이다. 이런 점에서 봉양의 쓸모를 둘러싼 재구성은 좀더 씁쓸하고 긴박하게 쪼개진다.이제 핵개인의 쓸모만 남는다. 가족의 퇴색된 쓸모만큼 개인의 강화된 역할이 중시되는 시대다. 어쩌면 인류역사가 축적·강화시켜온 가족분화형 인생행복의 값어치가 2024년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거세게 거부되는 게 아닌가 싶다. 본능에 맞서 DNA를 바꿔가며 가장 잘 살아내는 인생모델로 한국청년이 택한 게 1인화일지 몰라서다. 가족의 쓸모가 의심받고 수정된다면 심상찮은 일이다. 십분 양보해 자연스런 진화경로일지언정 변화가 불러올 충격최소를 위한 연착륙은 필수불가결하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4-09-19 14:08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설] 미 연준 ‘빅 컷’, 우리 금리 인하 시점이 문제다

‘빅 컷’(0.50% 인하)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선택의 지침은 19일(현지시간 18일) 드디어 기준금리(정책금리) 인하로 향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동참은 전 세계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유발시킨다. 국내 금융변수와는 매우 밀접하다. 4년 6개월 만인 데다 25베이시스포인트(bp=0.01%) 아닌 50bp 인하의 의미는 더 크다. 금융 경로와 실물 경로를 통해 국내에 미칠 영향을 시시각각 분석하는 게 우선이다. 가장 먼저 금융 안정 리스크부터 봐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2일 올 들어 두 번째 예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캐나다 등에서 잇따라 금리를 내렸고 스위스 등 주요국도 추가 금리 인하를 만지작거린다. 우리 여건은 다층적이다. 다행히 국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인 2%대에 수렴한다. 환율 수준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정책금리를 올해 두 차례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난 일본과도 결이 다르다.확실한 것은 이제야 종료된 미국 금리 인상 여정이 통화 정책 전환의 주요 신호탄이란 점이다. 다만 미국 금리에 맞춰 당연히 내릴 것 같던 분위기에 일부 변화가 감지되는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집값 상승세와 연계된 가계부채가 인하 시점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낮은 성장기의 가계부채 급증은 경제성장 저해 요인이기도 하다.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고금리가 고물가,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와 함께 가져올 ‘복합충격’을 감안하면 우리도 합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부동산 관리와 가계부채 억제를 지켜보며 금리 조정의 시기와 폭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모범답안이다. 다만 금리 조정에 따른 금융 불안을 유발할 여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집값이나 가계부채를 부추기는 방향은 극도로 조심할 사안이다. 금융 불균형 심화 속의 민간소비 위축을 이대로 두면 성장은 발목 잡힐 수 있다. 너무 더디게 회복되는 내수경기 진작이라는 목표도 바라보고 결론을 내려야 할 듯하다.가계부채 부담에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 등 금융 안정 위협 요인에만 과도하게 매달린 나머지 경기 하강 신호까지 앞당길지 모른다. 2022년 1월 1.25%에서 2년 만에 3.5%까지 오른 다음, 1년 9개월 동안 동결된 상황에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긴축 기조 장기화는 좋지 않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거시건전성 규제와의 정책조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경기 흐름을 봐가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닫지 않았으면 한다.

2024-09-19 14:07 사설 기자

[기자수첩] 의정갈등과 '1:10:100 법칙'

빈재욱 정치경제부 기자‘1:10:100’미국 유명 물류회사 페덱스엔 1:10:100 법칙이 있다. 제품의 불량을 처음 발견하고 고치면 1의 비용이, 이를 무시해 시장에 내보내면 10의 비용이, 고객이 불량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100의 비용이 든다는 법칙이다. 문제가 발견됐을 때 즉각 수정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덜 본다는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 때 자주 언급됐다.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의정 갈등이다. 이번 추석엔 ‘아프지 말라’가 최고의 덕담이었다고 하질 않았는가. 괜히 응급실에 실려 가 고생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겼다. 다행히 우려했던 ‘추석 응급실 대란’은 없었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의사들은 올해보다 의료공백의 지옥은 내년에 펼쳐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원된 의대생 1509명을 교육할 환경이 부족하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계속 퍼져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의료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도 의료계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찌 됐든 문제를 풀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이미 2025학년도 의대 수시가 시작됐으니 ‘올해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만 나와선 안 된다.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카드를 버릴 필요는 없다.일각의 우려처럼 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의정갈등을 해결하려고 나선다면 ‘100’의 비용은 물지 않을 수 있다. 늦었다고 판단하더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빈재욱 정치경제부 기자 binjaewook2@viva100.com

2024-09-19 13:28 빈재욱 기자

[브릿지 칼럼] 강요하지 마세요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복도를 지나던 중이었다. 저만치에 늘 문제의 중심에 있던 아이가 다른 아이를 뒤쫓아가 가방을 던져 맞추더니 다가가 때리기까지 했다.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두 아이를 불러다 화해를 시키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부딪힌 거라고 발뺌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봤다”며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맞은 아이가 그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해서다. 상대방이 사과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 자명하고 신뢰가 없는 아이의 사과를 받고 화해를 하는 건 더욱 하고 싶지 않다는 데서 기인한 거부였다. 친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단호한 결심과 판단이 의아했는데 살펴보니 그럴 법도 했다. 그를 때린 아동은 친한 친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학교 안에서 거칠 것 없이 행동했다. 친구들을 괴롭히기 일쑤였고 자기 행동을 지적당하면 뉘우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이를 부인하거나 교사의 지시까지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린아이라도 상대의 진심을 가름할 요량은 갖췄을 수 있고 사과받고 싶지 않은 거부의 권리, 화해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은 수용돼야 한다.화해가 완벽한 문제의 결말인 듯 갈등 해결을 종용하는 행위는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화해가 강요된다면 그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아직 어리다고 함부로 그 마음을 재단하거나 지시해선 안 된다. 헤아리는 게 우선이다. 상대를 위한다는 이유로 화해가 강요된다면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이는 종종 부모들이 자녀들을 상대로 수없이 저지르는 무의식적 ‘만행’이기도 하다.다행히 교사는 금방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맞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 폭력이라는 문제 상황을 서둘러 종결하려 했던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좋은 게 좋다지만 정말 그럴까. 내게 좋다고 너에게도 좋다는 확신은 지나친 자기 중심성에서 기인한다. 너와 내가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서로의 위치와 입장이 제각각이고 사람의 마음도 한둘이 아닌 데다 시시각각 움직이는데 말이다.추석 명절을 앞둔 딩크족 내외는 8년째 자녀출산을 요구하는 부모를 또 어떻게 봬야 할지 고민이 컸다. 아무리 설명해도 명절마다 반복되는 은근한 언급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조모와 함께 사는 30대 싱글 직장인은 명절이면 조모를 보러 집에 몰려오는 친척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 한가위를 보내는 패턴이 됐다. 안부를 묻는다는 명목 하에 결혼 얘기를 밥상머리에 얹는가 하면 다 큰 조카들 용돈으로 목돈을 뜯겨야 하는 게 싫어서 찾게 된 궁여지책이다.아무리 일리 있고 바람직한 방향의 이야기라도 전달방식이 ‘강요’라면 불편하기 마련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혹은 다양한 신념의 소유자에게 사회적 통념이나 올바름, 유익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압력과 간섭은 적절하지 않다. 자기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본인의 때에 본인의 속도와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 무엇이 옳다고 또 이래야 한다고 가르치고 명령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 책임지며 드러내는 일은 옳고 그름을 떠나 저마다의 방식이 온전히 수용돼야 한다. 자신과 다른 상대의 마음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경청하고 헤아리는 만큼 포근한 세상에 좀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4-09-18 14:1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사설] 이제부터 연금 개혁 논의에 집중할 시간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 정치권에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첫발도 못 뗀 국민연금 개혁의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도 초미의 과제다. 청년·미래 세대를 위한 빅스텝이라며 특위를 구성하자는 여당,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야당 의견을 확인한 것 외에는 없다. 변변한 논의 기구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등을 담은 정부안에 대해 온도차만 드러낸 것이 전부다. 같은 사안을 두고 한쪽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다른 한쪽은 ‘국민 갈라치기를 하는 나쁜 방안’이라고 규정한다. 여기서부터 난항을 예고한다. 그래도 정부안은 논의의 출발점이다. 논의 주체를 국회 연금특위로 해서 각 부처의 입장을 종합해 다루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 지난 국회 연금특위에서 성과가 없었다 해서 충분한 협의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연금개혁 협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를 누그러뜨려야 통합적 대화는 시작된다.급여 수준에는 접점이 없는 게 아니다. 소득대체율에 관해서도 여당이 미는 정부 안(42%)과 민주당 안(45%) 사이에는 절충할 지점이 있다. 연금 삭감 장치라는 비판을 받는 자동조정장치 방안과 관련해서도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숙의해야 한다. 빠른 저출생 고령화 속도로 실질 연금가치가 줄어든다는 우려까지 담아내고 노인빈곤 예방 장치로서의 기능도 살리면서 청년과 중장년세대 갈라치기가 아님을 입증해낼 필요가 있다. 노후 보장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을 동시에 놓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수 개혁을 넘어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절박하다.연금 지급액이 지금 추세로 늘어난다면 정부 재정추계로는 2056년에 기금이 고갈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고갈 시기로 잡은 2053년과는 3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소득 보장론과 재정안정론은 둘 다 중요하다. 쉽지 않은 만큼 집중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초반이 아닌 데다 국정지지도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비유하자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혁신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은 ‘강력한 적과 미온적인 동지’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어떤 유형의 개혁이든 만만치 않다.여야 공감대 속에 협치하지 않으면 연금 개혁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게 뻔한 상황이다. 특위 구성과 소관 상임위 샅바 싸움을 빨리 끝내기 바란다. 여야가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할 단계를 지나고 있다. 소득 없는 탐색전은 그만하고 진통이 예상되더라도 본경기를 벌여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2024-09-18 14:12 사설 기자

[기자수첩] 추석 밥상머리서 오간 조화로운 정치

권새나 정치경제부 기자추석 연휴를 맞아 기자는 강원 원주 본가를 찾았고, 친척들과 밥상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지난 4·10 총선 이후 첫 명절인 만큼 주제는 다양했다. 정치팀 기자인 내가 자리에 앉는 순간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부터 여야 갈등, 차기 대선 주자 등을 거론하며 나름의 토론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원주에 거주하는 친척들은 지난 총선에서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원주는 지역구가 갑을 두 곳으로 나눠진 곳인데, 총선 결과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각각 당선됐다.국민의힘 지지자이자 갑 지역에 거주하는 부친은 “박정하 의원이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냐, 중앙에서도 잘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나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을 지역에 거주하는 큰집 어르신은 “빨간색이 싫어 파란색 뽑았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진보적인 마인드가 강한 분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그러던 중 사촌 형제가 툭 던진 한 마디에 생각이 깊어졌다. 그는 “빨간색 하나, 파란색 하나 나름 조화롭지 않은가”라고 했다. 실제 서로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다 해도 밥상에서는 나름 조화로운 대화 가 이어졌기 때문이다.조화로운 정치는 곧 협치하고 화합하는 정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두 곳의 지역구로 나눠진 곳이지만, 어찌됐든 그 지역의 발전과 지속을 위해 같은 뜻을 모으고 그 뜻을 펼치는 것처럼 말이다.현재 여의도 국회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는 19일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건희특검법’, ‘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쟁점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위한 여야 협의를 촉구한 날짜다.국회에 다시 모일 여야 의원들에게 기대하고 싶어졌다. 부디 이번에는 조화로운 정치를 보여 주길.권새나 정치경제부 기자 saena@viva100.com

2024-09-18 13:35 권새나 기자

[기자수첩] 공인중개사, 전세사기 반성이 먼저다

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전세 사기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로 급부상한 후 검거된 2400여 명 중 대다수는 ‘무면허’로 중개를 한 사람입니다. 공인중개사 혹은 중개 보조인은 400명 가량에 불과합니다”얼마전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공인중개사협회장이 한 말이다. 소수의 법을 어긴 사람들 때문에 11만명이 넘는 아무 죄도 없는 공인중개사들이 욕을 먹는게 안타깝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를 보호하려는 협회장의 의도는 알겠지만 조금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400명 밖에 안된다? 400명이나 되는 것이 아닐까.그도 그럴 것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과정에서 공모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울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남모씨 일당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자 피해자들은 피를 토했다.한 피해자는 최근 공판에서 전세 사기 재판에서 공모자들이 감형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자 “피해자들은 나라가 인정한 공인중개사를 믿었을 뿐인데 공인중개사가 조직적으로 사기 치는 것을 어떻게 당해낼 수 있겠느냐”고 외쳤다.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들이 개입한 사건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세사기 의심 거래를 진행한 결과 의심거래 4137건을 적발해 1414명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의심자 중에는 공인중개사가 488명(34.5%)으로 가장 많았다.이런 가운데 공인중개사협회는 그동안의 축적된 데이터로 새로운 부동산 지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혹시 전세사기에 연루된 공인중개사들이 개인적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고 죄도 깊다는 점을 잊은 것일까. 지금은 무조건 반성이 먼저다.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 one218@viva100.com

2024-09-12 14:21 장원석 기자

[브릿지 칼럼] 현세대 위해 그린벨트 풀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최근 그린벨트를 풀어서 청년과 서민들을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계획에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벨트는 1971년 도입돼 그동안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와 자연환경 보전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러나 1998년 헌법재판소에서 그린벨트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왔으며, 2003년 서울지방법원에서는 토지개발권 사유제하에서 그린벨트 토지 보상제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사유재산권 침해논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토지를 활용할 수 없어 토지부족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가 좁고, 산이 70%로 가용 토지가 적어 토지가격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서울의 경우 택지고갈로 주택을 공급할 토지가 없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매년 상승하고,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젊은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젊은 세대들을 위한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그린벨트는 이미 김대중 정부에서 외환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와 서민 주거안정을 이유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면적을 해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654㎢를 해제했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각 75.18㎢, 32.8㎢를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을 위해 약 100㎢의 그린벨트를 풀었다.그린벨트를 풀어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계획에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하자는 주장이다. 반대로 정부는 현재의 젊은 세대인 청년과 신혼부부들도 미래세대라는 주장이다. 현재의 청년과 신혼부부들도 미래세대로 본다면 그린벨트를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미래에는 산업화 시대만큼 토지수요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먼저, 미래에는 인구감소로 주택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택지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에서 가장 많은 토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였다. 지금까지는 도시화로 인한 인구집중으로 주택공급을 위한 많은 택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구감소로 주택수요가 줄고, 택지수요도 감소할 것이다.또한 미래에는 산업화와 고도성장 시대만큼 산업용 토지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산업화의 퇴조와 저성장 시대에는 공단조성과 공장 같은 물리적 시설물의 감소로 이어져 토지수요는 감소할 것이다.지나친 주택가격 급등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전월세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급등 원인이 토지가격의 상승에 있는 만큼 저렴한 토지를 많이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 속에 빠져있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싼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린벨트를 풀어 젊은 세대의 주거문제도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경쟁력도 강화한다는 공익적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9-12 14:19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사설] “K-전성시대, K-산업 혁신과제와 함께하겠다”

한류라는 소프트 파워의 시작점은 드라마와 대중음악이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코리아의 ‘K’가 한국 주력산업을 지칭하는 두문자로 보편화됐다. 브릿지경제 창간기획에서 심층적으로 짚어본 대로 K-산업의 봇물이 전 세계로 흘러들게 한 힘은 물론 산업적인 우수성, 탁월성이었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K-바이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다만 추격자 아닌 선도자 위치를 굳히려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는 부동의 과제다. 방산시장의 새로운 강자인 K-방산은 유럽연합(EU) 견제를 넘고 방산에 필수인 금융 지원 정책을 손봐야 한다. K-원전은 슬로베니아 국민투표 결과 등을 주시하면서 지속가능성에 쐐기를 박을 차례다. 미래 수소 운반선 시장 등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아야 할 K-조선,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는 K-금융 등도 혁신 없이 말할 수 없다. 보험사, 여신업계, 증권사 모두 혁신 기업이 돼야 기회를 잡는다.뷰티테크 시대를 맞은 K-뷰티의 활약상 또한 눈부시다. RD 분야 지원, 국내 화장품 인증 기준을 국제기준과 통일하는 등 시행착오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하나의 문화산업처럼 순항하는 K-푸드는 해외 생산기지 확대와 현지화로 공세적 수출 확대 전략을 이어가야 한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K-플랫폼에선 순기능에 집중하는 선순환이 시급해진다. 레드오션이 예고되기도 하는 K-배터리의 경우, 높은 효율과 안전성에 가격 경쟁력까지 3합이 잘 맞아야 한다. 건설 기술력의 역사를 새로 쓰는 K-건설 역시 정부가 산업적인 위축을 외면하지 않을 때 강력한 성장 엔진이 된다.수출 국가와 품목 다변화는 어느 분야에서나 해당되는 사안이다. 정부가 비관세 장벽 대응과 한류 마케팅 지원을 확대하는 건 기본이다. 관련 선진국의 견제도 해결하면서 콘텐츠 파급력을 연관산업으로 확장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불필요한 걸림돌은 걷어내야 한다. K-반도체의 팔을 꺾는 규제를 풀 특별법이 더 지연되면 초격차 기회를 잃는다. 후(後) 공정이라 불리는 반도체 패키징에 소홀하다간 산업 경쟁력까지 망칠 수 있다.이 모든 혁신과업에 브릿지경제가 같이 갈 것이다. K-전성시대에 걸맞은 한국성(韓國性), 한국다움에 더해 초격차 유지를 못한다면 대표 콘텐츠의 ‘롱런’은 기약하기 어렵다. AI를 품어야 K-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대체불가 기술을 확보할 시점이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역할이나 위상도 중요하다는 점, K-무역 전반이 탈세계화의 기로에 직면해 있는 현실까지 아울러 환기해 둘 일이다.

2024-09-12 14:17 사설 기자

[기자수첩] 발의만 되는 반도체법, 이제는 통과가 필요한 때

전화평 산업IT부 기자아무 관심을 받지 못하고 한 켠에 존재감 없이 있는 것을 흔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 부른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 홀로 소외돼 처량한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 ‘반도체 지원법’에 이만큼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반도체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각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며 제조시설을 자국 내 유치시키고 있으며 일본은 강력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바탕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에 한창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왕좌를 지키기 위해 RD, 설비 투자에 세액을 공제해준다.한국도 반도체 기업에 세액을 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이 발의됐었다.문제는 이 법안이 제21대 국회에서 계류되다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는 점이다. 보조금 대상을 선정하고 지급을 앞둔 미국, 일본 등 국가에 한참이나 뒤쳐진 셈이다.이를 의식했는지 제22대 국회는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고 있다. 기존 K칩스법보다 세제 혜택을 강화하던지, 세액공제 이월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그러나 이런 법안들도 결국 통과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루 빨리 통과돼야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지난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한해 세계 반도체의 수도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수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반도체 토양 위로 정부의 지원이라는 거름이 필요하다.이번 국회는 지난 국회를 반면교사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지나기 전에 우리 기업들을 지원해주길 바란다.전화평 산업IT부 기자 peace201@viva100.com

2024-09-12 06:48 전화평 기자

[브릿지 칼럼] 기본소득은 강제 배급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기본소득 도입 관련 주장이 계속되고 있어 논란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경제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듣기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기본소득이 실질적으로는 단순한 강제 배급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기본소득은 복지제도를 무력화시킨다. 기존 복지 시스템은 보통 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개별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등 주어진 예산 하에서 세밀한 조정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이로 인해 기존의 복지제도가 지향했던 세심한 지원과 조정이 무시되며, 결국 복지 제도의 목적이었던 맞춤형 지원을 희생시키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개별적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획일적 접근은 결국 복지 제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효과 자체를 감소시킬 것이다.기본소득은 강제 배분일 뿐이다. 기본소득 제도는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자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권과 자율성은 제한된다. 기본소득이 자발적 의사 표현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자유를 억압하는 강제적 시스템들이 도출했던 부작용의 심각성은 이미 역사적으로 무수히 증명됐다. 기본소득 제도의 강제 배분적인 형태로는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크다.기본소득은 재원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보다도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적 자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세금 인상이나 국가의 다른 재정 자원을 전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국민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세금을 걷는 비용과 다시 배분하는 비용, 그리고 그런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조직 비용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의 비효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국가부채와 세수 부족 문제에 빠진 정부의 현 상황에서 기본소득 도입 시 발생할 혜택보다도 더 큰 재정적 부담 문제에 부딪힐 것은 불 보듯 뻔하다.획일화된 자금 지원정책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 구성원들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 실업 급여와 기초수급자 등의 각종 복지정책을 악용하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대상들을 선발해 운영하는 정책도 각종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무책임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개인의 환경, 특성, 재산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지원은 결국 복지 시스템과 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처럼, 기본소득이라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실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적인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본소득 제도의 진정한 의도를 살펴보아야 하며, 장기적인 사회적 목표와 경제적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태도가 중요하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9-11 14:23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사설] 기술 훔쳐 중국에 공장 설립, 막을 방법 없나

산업기술 유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통신장비 업체를 매입하고 휴대폰 제조업체의 단말 RD 부문을 인수한 과거 사례는 순진하고 합법적인 편이다. 이 과정에서 CDMA 기술이 유출됐다. 작년에만 국가핵심기술 23건이 밖으로 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공장 기술 유출로 떠들썩한 게 얼마 전이다. 이제는 삼성전자 독자개발 기술을 통째로 훔쳐 중국에 공장까지 차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전직 임원의 몹쓸 소행으로 국내 반도체는 산업기술 해외 유출의 핵심 표적임이 수십 차례를 거듭하며 밝혀졌다.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 등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데도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 즉 목적범임을 입증해야 처벌되도록 놔둔다면 개탄할 노릇이다. 지금도 국회에서 미적거리는 불합리한 규정부터 당장 바꿔야 한다.유출된 기술은 20나노급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단계별 핵심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쓰촨성 청두시 지방정부가 출자한 현지 반도체 생산회사를 설립했다. 지분을 나누고 국내 인력 유치까지 하는 대담함이 놀랍다. 반도체 분야 해외 기술 유출 건수 중 중국 비중이 압도적인 사실은 이미 실증돼 있다. 600단계 이상의 공정설계가 보호장치 없이 고스란히 넘어갔다니 기가 막히다. 기술 격차 폭을 줄이려는 모든 시도를 철저한 보안 인프라 구축으로 지켜야 한다. 프로젝트 책임자를 제외하고는 모델별로 개별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등의 보완책도 검토해볼 시점이다.우리에겐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지켜야 할 기술이 너무 많다. 방산 생태계의 재편을 계기로 방산협력은 하되 핵심기술과 정보유출 방지에는 신경 써야 한다. 위장 취업과 함께 외국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하고 인력을 고용해 기술 유출을 하는 수법도 경계 대상이다. 외국인 심사 투자 대상에 비지배적 투자를 포함하고, 국가안보 관련 분야는 사전 신고 의무를 부과해 경제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지켜야 한다.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미국이 징역 20년을 때릴 때 우리는 고작 집행유예인 식의 솜방망이 처벌은 사라져야 한다. 자체 생산 능력 없이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엔 미국 D램 기술을 훔치던 중국이 20나노급 D램 등 우리가 산업 우위를 차지하는 분야를 호시탐탐 노린다. 삼성 핵심기술로 공장을 짓는 행태에 국제 규범과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 기술 확보 못지않게 기술 관리 전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2024-09-11 14:22 사설 기자

[새문안通] 올해 그리고 내년 추석 연휴

일주일 후면 민족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일종의 추수 감사절로 햇곡식·과일 등으로 제물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며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날이다. 하지만 지금은 설과 함께 긴 연휴로 더 많이 호응받고 있다. 특히 각종 격무에 시달려온 근로자들에게 추석 연휴는 달콤한 휴식이자 재충전의 시기다.올 추석연휴는 토요일인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여기에 19·20일 연차를 사용하면 최대 9일까지 긴 연휴가 된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가 추석 연휴 활용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이 연차를 사용해 최장 9일까지 연휴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연휴를 늘린 목적은 ‘장기간 여행(61.0%)’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이미 국내외여행 준비를 끝낸 사람들도 많다. 특히 추석연휴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설레일 것이다.내년 추석 연휴는 어떨까. 올해 보다 더 길다. 내년 추석 연휴는 10월 3일 개천절부터 9일 한글날까지 7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된다.연휴 다음날인 10월 10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하루 휴가 등을 활용하면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최근에 보기 드문 장기 연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직장인들 사이에는 ‘내년 추석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퇴사하지 말고 다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3일 이상 쉬는 긴 연휴도 많다. 사흘 이상 연휴는 추석 연휴를 포함해 모두 6번이나 된다. 설, 3·1절, 현충일, 광복절이 토·일요일 등과 이어져 사흘 연휴이며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 대체공휴일 등이 포함된 5월 3~6일이 나흘 연휴다.-哲-

2024-09-10 14:04 새문안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