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사수첩

[기자수첩] '메가시티 서울' 이전에 '서울공화국' 오명부터 해소하길

권새나 정치경제부 기자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띄웠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후 추락한 수도권 지지율로 고심하던 국민의힘이 행정구역 개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메가시티 이슈를 ‘정치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행정구역 개편 이슈는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전 표심 끌어모으기용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국민의힘은 메가시티 서울 이슈를 내년 총선 전 수도권 표심의 필승카드로 삼고, 김포를 포함한 경기-서울 경계도시 전반으로 논의 확장에 나섰다. 김포의 서울 편입 관련, 초반에 선을 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당의 이 같은 발표에 지난 6일 부랴부랴 김병수 김포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13일에는 백경현 구리시장과의 면담도 이어갔다.국민의힘이 인접 지역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자 일각에서는 “서울부터 충청, 전라, 경상까지 서울이 되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비슷하게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용어 중에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있다. 문화, 교통, 의료 등 모든 인프라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방은 천대받는다는 뜻이다.국민의힘은 인접 지역의 서울 편입 시 출퇴근길의 교통대란, 과밀 학급, 일자리·문화체육시설 부족 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이 ‘서울 생활권’에 들어오면서 발생한 것들이다. 예산과 시스템이 받쳐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문제들이 서울로 편입된다고 해결되지 않고, 일상생활의 서울 중심 현상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여전할 것이다.이번 경기 지역의 서울 편입을 바라보는 지방의 목소리는 “역시나 서울공화국”이다. 메가시티 서울을 구상하기 전에 서울공화국이라는 오명부터 벗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권새나 정치경제부 기자 saena@viva100.com

2023-11-13 15:33 권새나 기자

[기자수첩] 부실시공, 위부터 책임져야

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꼬집고자 그의 희곡에서 한 말이다. 왕관을 쓴 자는 명예와 권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의미다.오래된 경구를 다시 소환한건 이 정부의 무책임함을 꼬집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태원 사망 사고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잼버리 파행 사태를 야기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사퇴하지 않았다. 이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LH 이한준 사장도 마찬가지다. 자칫 아파트 붕괴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일으킨 것이 바로 LH다. 잇따른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의 원인이 ‘전관예우’에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이자 이한준 사장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 놓였다.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저의 거취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뜻에 따르려고 한다”며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사장은 회사에 대한 모든 인사와 재무 권한을 행사하고 비전을 수립하는 등 권리를 누린다. 그러나 사장은 동시에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 책임은 무한대다. 피할 수도 없고 책임범위를 줄일 수도 없다. 때로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도 책임을 져야한다. 사장은 사퇴할 책임도 있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LH 부실 시공 문제가 터진 것에 책임을 지는 사장이라면 당연히 자진 사퇴했어야 하는 이유다.장원석 건설부동산부 차장 one218@viva100.com

2023-11-12 14:31 장원석 기자

[기자수첩] 인재 없인 K-반도체 미래 없다

전화평 산업IT부 기자학창시절 와인을 소재로 한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즐겨봤다. 이 만화 속에서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기후, 환경 등을 상징하는 하늘(天), 포도밭을 기르는 땅(地), 와인을 만드는 사람(人)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갖춰질 때 만들어지는 일종의 작품이다.인상적이었던 점은 와인이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이다. 하늘과 땅은 태풍, 가뭄 등 천재지변으로 와인의 맛을 떨어뜨릴 수 있는 변수이지만 사람만큼은 한결같이 와인을 만드는 상수다. 결국 사람의 뚝심이 개성적인 작품을 만드는 셈이다.한국의 반도체와 만화 속 와인은 닮아있다. 미·중 패권 경쟁, 한국을 쫓아오는 반도체 제 3국 등 반도체를 만드는 환경은 K-반도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메모리 치킨게임이 있었던 1980년대 역시 환경이 좋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오늘날 메모리 신화를 이룩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문제는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획일적인 교육 방식에 전문 인력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다. 반도체는 설계, 공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각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이 합쳐지는데, 일부 대학원을 제외하고는 분할되지 않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이 어려운 이유다.특히 설계 인력난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당초 부족했던 설계 인력 대부분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가 아닌 대기업 또는 해외기업을 선택하는 것이다.K-반도체의 가장 큰 과제는 인재 양성과 인력을 거둘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다. 가지지 못한 천지(天地)에 이어 인재(人)까지 놓치면 K-반도체에 미래는 없다. 국가와 기업이 힘을 모아 두 가지 과제를 속히 해결할 때다.전화평 산업IT부 기자 peace201@viva100.com

2023-11-09 09:56 전화평 기자

[기자수첩] 공매도 금지, '정치금융' 전락?

홍승해 금융증권부 기자최근 공매도 전면금지를 두고 ‘정치 금융’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쏟아지는 금융 정책들만 보더라도 정부여당이 표심을 노리고 내놓은 것들로 속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앞서 국내는 세 차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있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로 대내외 경제위기와 증시 급락 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사정이 다른데도 시행되는 부분에 있어 정치금융의 그림자를 지우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외치던 엊그제와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공매도란 없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여기에 베팅을 하는 것으로, 다른 투자자가 손해를 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매매 기법으로 꼽힌다.공매도 금지 첫날에는 주가 반등을 예상한 대형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숏커버링을 하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전환하며 증시 역시 파랗게 질렸다.일각에선 주식인지 코인인지 모르겠다며 급변하는 증시 변동성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소리가 심심치않게 들린다.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이탈이 일어날 것이며 투자 규모 역시 한시적으로 위축될 확률이 크다.물론 순수하게 투자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라면 묘수가 될 수 있겠으나 정치가 한방울이라도 섞여있다면 이는 무리수에 그치는 정책밖에 될 수 없다.홍승해 금융증권부 기자 hae810@viva100.com

2023-11-09 09:47 홍승해 기자

[기자수첩] 자성 외치는 카카오, 실천이 필요할 때다

박준영 산업IT부 차장최근 불거진 사법리스크, 경영윤리 문제 등으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는 카카오가 자성의 뜻을 내비쳤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었다. 현재 직면한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경영 체계 자체를 일신하기 위한 변화의 고삐를 바짝 채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월요일부터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준법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문제는 카카오의 이러한 판단 자체가 지나치게 늦었다는 부분이다. 카카오는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었고, 2년 전에는 김 센터장이 직접 국감에 출석해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은 것은 카카오가 여론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카카오의 사업 방식은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소상공인들을 염두에 두지 않고 경쟁자를 철저히 배제한 후 가격을 끌어올리는 등 여러 모로 문제가 많았다.정치권의 시선도 곱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택시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 부도덕하고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다.카카오가 지난 3년간 ESG 보고서 ‘카카오의 약속과 책임’을 발간하며 ESG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 경영’을 뜻하는 ‘S’ 부문에서 계속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다. 진짜 모습은 잘 꾸며진 보고서가 아니라 충실한 실천이다. 카카오가 이번 위기를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삼아 국민 메신저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2023-11-07 06:00 박준영 기자

[기자수첩] 보험 비교 플랫폼, 보험사-소비자 '윈-윈' 하길

강은영 금융증권부 기자사회생활을 한 지 꽤 됐음에도 여전히 어려워하는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보험’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자신의 명의를 통해 가입한 보험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 어떤 보장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운전을 시작했다면 자동차보험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하지만 다른 보험상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이처럼 보험과 친해지지 못한 이들에게 한 가지 기쁜 소식이 생겼다. 내년부터 토스나 카카오페이,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험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운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해외여행 필수품이 된 ‘여행자보험’ 등 살면서 누구나 가입하는 보험을 원하는 선택과 보장만 입력하면 보험사별로 보험료를 비교해 가입할 수 있게 됐다.많은 이들에게 보험 가입은 상품 구조가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워 접근하기 쉽지 않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간편하게 확인하고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소비자들과의 거리감이 좁혀질 것으로 기대된다.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광고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상품들이 빛 볼 기회가 생기게 되면서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연구에 들어간 보험사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를 두고 그동안 여러 이야기가 많았지만, 여러 보험사와 핀테크사가 협약을 맺고 준비에 들어선 만큼 소비자들이 보험을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고 보험사들도 각자의 강점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강은영 기자 eykang@viva100.com

2023-11-05 09:07 강은영 기자

[기자수첩] 국감 불려간 탕후루, ‘호불호’가 ‘극호’된 이유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제21대 국회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국정감사 기간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당연 ‘탕후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국내 탕후루 프랜차이즈인 ‘달콤나라앨리스’의 정철훈 사내이사를 국감에 소환했다. 탕후루가 아동·청소년 설탕 과소비 주범으로 지목받았기 때문이다.복지위는 탕후루가 소아비만 등 설탕 과소비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달콤나라앨리스에서 운영하는 ‘왕가탕후루’의 전국 매장 수는 지난해 43개에서 올해 10배 이상 증가하면서 400개가 넘었다. 지난 7~8월 두 달 동안에는 특허청에 100개가 넘는 탕후루 상표가 등록되기도 했다.탕후루가 소아 당뇨·비만 등의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충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밥 먹고 입가심으로 탕후루를 먹는 ‘식후탕’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실제 탕후루 꼬치 개당 당분은 9~24g으로, 두 개만 먹어도 성인 하루 당분 섭취 권고량인 50g에 가까워진다.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이보다 적은 25g 정도가 적정량이다.다만 탕후루를 당 과잉 섭취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에게 청소년 건강권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왕가탕후루 대표의 국감 소환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탕후루와 다른 디저트의 설탕 함유량을 비교한 표도 등장했다. 과일과 설탕 등을 갈아 만든 음료인 스무디 등에 함유된 당류는 컵당 평균 65g, 흑당 버블티 37g, 약과 쿠키 35g 등으로 모두 탕후루(9~24g)보다 높았다.여기에 정 이사의 국감 증언대 발언은 ‘호불호’ 갈리던 탕후루를 ‘극호’로 바꿔놨다. 정 이사는 소아 당뇨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신선한 설탕을 제공하는 CJ와 계약 진행 중에 있고, 천연당을 활용한 제품 개발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문제가 된 탕후루 성분표시 역시 식약처와 소통해 기준치에 맞게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을 통해 번 돈을 다시 청소년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약 15억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를 완료했다고 말했다.쏟아지는 의원들의 지적에 정 이사의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웠다는 평가다. 오히려 탕후루를 청소년 비만 원인이라고 보는 정치권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회는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진 음식의 당류를 줄일 수 있도록, 국민 식생활 개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2023-11-02 14:00 박자연 기자

[기자수첩] ‘은행 종노릇’에 5대 은행들 '끙끙'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상생금융 예고탄을 쏘아 올렸다. 올해 초 ‘은행은 공공재’로 시작한 비판이 ‘은행 돈잔치’에 이어 ‘소상공인이 종노릇하는 은행’으로 이어지며 압박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고물가·고금리, 경기침체 상황에 서민들 생활이 팍팍해졌다. 반면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 윤 대통령은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이자수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취약차주 등 사회적 고통분담을 확대하길 주문하고 있다.은행들은 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가 증가한다고 비판받고, 대출수요를 억제하려고 금리를 올리면 원리금상환부담이 늘어난다고 지적당하니 난처할 만 하다. “툭하면 이자장사 비판하고 급여주면 많이 준다고 지적하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차라리 모든 은행들을 공기업화했으면 좋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한숨 섞인 토로가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다.은행권을 향해 공세가 집중되는 배경에 정부가 경제정책에 실패해 서민 생활이 팍팍해진 원인을 이자장사하는 은행 탓으로 돌리며 표심을 모으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될 정도니 말이다.‘종노릇’이라는 발언은 고금리로 야기된 고통이 모두 은행 탓인 양 여겨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 그러면서도 이 시점에 은행에 쏟아지는 비판은 은행 역시 자초한 면이 있기도 하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은행의 경우 연체수준도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낮고 수익을 계속 내고 있음에도 고금리로 대출금리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다. 급히 많이 먹으면 결국 건강에 좋지 않다.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

2023-11-01 08:55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국민연금 개혁, 구체적 수치 보여줘야

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는 B612라는 소행성에서 살던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조종사에게 양을 그려달라 칭얼댔는데, 막상 조종사가 그림을 그려주면 양이 아니라고 화를 냈다. 결국 조종사는 꾀를 내 상자그림을 그린 뒤 이 안에 양이 있다고 말하고 나서야 어린왕자는 흡족해한다.정부가 지난 27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는 담지 못했다. 연금개혁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 때도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정부안(사지선다)을 내놓고 국민 설득에 매진했다.윤 대통령 또한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혁안이 전 정부처럼 복수안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복수안을 내면 정부 부담이 줄지만 국민에게 선택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모순적이게도 ‘국민연금’ 개혁을 주장했던 윤석열 정부는 단일안도 복수안도 아닌 모든 수치가 빠진 개혁안을 내놨다. 지금껏 국민연금 개혁에 참여한 전문가부터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의문을 해소할 길은 정부의 공식 브리핑 자리였다.궁금증은 곧 실망으로 돌아왔다. 이날 조규홍 장관은 준비된 사전질의 두 가지에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정해진 일정이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장관 공식 일정표에는 브리핑 이후 일정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납득되지 않는 개혁안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현실은 동화와 다르다. 정부는 상자를 그린 뒤 그 안에 완벽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들어있다는 말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 hellofeliz@viva100.com

2023-10-30 14:18 이정아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연관산업 지원책 마련해야

채훈식 건설부동산부 부장추석 이후는 전통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많은 가을철이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10월 들어 거래가 실종상태에 빠졌다.거래 중단 사태는 수치로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958건에 불과하다. 이같은 추세라면 집계가 완료되는 11월말에는 8월의 ‘반토막’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거래 공백으로 인한 이사철 실종으로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은 부동산중개사무소다. 가뜩이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개월 연속 매달 1000곳이 넘는 공인중개사무소가 문을 닫았는데, 고금리에 정부가 대출 속도까지 조절하겠다고 나선 터라 거래량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어 공인중개사무소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최근 공인중개업소 3곳이나 폐업했다. 이 중 한곳은 지난해 겨울 가게 앞에서 붕어빵을 팔며 버텼지만 결국 올해 8월 권리금도 못 받고 문을 닫았다.꽁꽁 얼어붙은 거래에 이사, 인테리어 등 관련 산업도 연쇄 불황에 빠져 있다.2019년만 해도 이사 화물을 취급하는 업체가 전국에 4000 곳을 넘었지만, 해마다 200개 안팎씩 줄어들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3500곳이 채 안 되게 남았다.지금의 주택 시장은 정상적인 실수요자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상 비정상적 시장이다. 부동산 거래 하락과 거래절벽이 불러온 파장이 나비효과처럼 사회 곳곳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면 서민들의 일감인 연관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게된다. 집값 안정을 위한 규제 대책도 필요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거래 활성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채훈식 건설부동산부 부장

2023-10-29 14:21 채훈식 기자

[기자수첩] 전기차 보급 둔화, 뭐가 문제일까

김태준 기자국내 전기차 보급이 둔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선뜻 비싼 전기차 가격에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소진율은 42%에 달한다. 부족했던 전기차 보조금에 정부가 추경까지 마련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올해 정부의 전기차 신규 보급 목표 대수는 26만8000대다. 지난달까지 전기차 판매대수는 약 11만대로 겨우 10만대를 넘겼다. 정부는 최근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카드를 빼 들었다. 완성차업체도 전기차가격을 인하하며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본질은 충전 인프라 부족과 내연기관차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제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목돈 지불을 망설이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높다고 평가되는 하이브리드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요즘 기류다.결국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면 이런 부분을 손 보는 것이 맞다. 그 중에서도 전기차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문제다. 저가형 배터리 생산과 탑재부터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업체들에게 위험성을 안고 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기도 어렵다.정부는 초기 투자 및 운영비용을 감안해 LFP 배터리 공장 건설에서 이익 창출까지 보다 장기적인 세액감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선진국들은 탈탄소화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 생산 및 판매에 대해 적극적인 세액 공제를 개시했다. 옆나라 일본도 배터리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장기 세금감면안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탄소중립에는 이동수단의 전동화 전환은 필수다. 정부는 전기차 판매가격 인하와 충전 인프라 등 제반여건 조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2023-10-27 06:45 김태준 기자

[기자수첩] 신사협정 아닌 신사가 필요한 국회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장 내 피켓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며 ‘신사협정’을 맺었다. 정쟁이 정쟁을 낳는 한국 정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여당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선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안 하기로 서로 합의했으며, 본회의장에서 고성이나 야유를 하지 않는 것도 합의했다”고 밝혔다.이어 “국민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됐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앞으로 지속해 함께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고 회의가 파행되는 것이 반복됐다”며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 손피켓을 들고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이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러 가지 고성과 막말로 인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자리에 앉아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 말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가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했고 여야가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덧붙였다.여야 원내대표의 이번 합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정쟁 자제’에 뜻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여야의 ‘신사협정’ 합의 공개 직후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강행 처리 방침을 밝히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지하겠다고 맞서며 ‘동물 국회’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국회에 신사협정이 아닌 신사가 필요한 이유다.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

2023-10-25 14:04 정재호 기자

[기자수첩] K-방산 수출 발 묶은 금융, 신속 지원 나서라

도수화 산업IT부 기자지난해 ‘수주 잭팟’에 크게 일조한 폴란드와의 남은 계약 이행 상황이 올해는 지지부진해지면서 국내 방위 산업계가 초조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산 수출 관련, 금융 지원에 발목이 잡힌 것이 크다.한국 방산업계는 지난해 폴란드와 17조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1차)을 맺고 올해 20~30조원의 2차 계약을 마무리짓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방산 등 수출 규모가 매우 큰 사업에서는 수출 국가에서 구매국에 금융 지원을 하는 방식이 통용되는데, 금융 지원을 해야 할 한국수출입은행의 여력이 떨어진 것이다. 수은은 현행법상 자본금과 연계해 대출과 보증이 가능한데, 앞서 폴란드와의 1차 계약 관련 지원(6조원)이 이미 결정돼 있어 2차 계약에 지원 가능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던 폴란드와의 2차 계약 연내 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폴란드 총선으로 정권 교체가 불가피해지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폴란드 총선 전 대안이 마련돼 금융 지원이 이뤄졌다면 2차 계약은 순조롭에 진행됐을 것”이라며 “계약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독일 등의 선진 방산국가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더 이상 지체돼선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최근 국회에서는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올리는 등 관련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은 가운데 내년 초까지도 금융 지원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폴란드와의 계약 물량 축소 가능성마저 나온다. K-방산의 성공적인 수출을 위해 신속한 법안 통과와 체계적인 금융지원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도수화 산업IT부 기자 dosh@viva100.com

2023-10-24 06:02 도수화 기자

[기자수첩] 윤석열 정부 '의대정원, 늘려야 한다는데'…'의사출신' 강중구 심평원장의 회피성 답변 유감

권새나 정치경제부 기자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앞장서 협력해야 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장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심평원의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오고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강중구 심평원장을 향해 “필수의료와 깊은 연관이 있다”며 “의사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를 질문했다.이에 강 원장은 “증원을 하더라도 10년이 걸린다”며 “현재 인턴이나 학생들이 필수의료과로 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의사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할지 숫자로 말해 달라는 신 의원의 이어진 요청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끝내 하지 않고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강 원장은 의사 출신으로, 대한종양외과학회 회장, 일산차병원 병원장 등을 지냈다.최근 들어 필수의료 과목에 대한 전공의 고갈이 심화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가 응급실을 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과 지방에서 서울 주요병원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의대 정원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지난 2021년 기준 서울 3.37명으로 전국 평균(2.13명)을 훨씬 웃돈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1.77명, 1.68명으로 같은 수도권이라고 하더라도 서울을 벗어나면 의료 접근성이 확연히 떨어진다. 이러한 의사 부족 현상은 필수의료를 넘어 전체 의사 수 고갈로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5년이 되면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해진다.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정춘숙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것을 보면 지난 2020년 현재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6명의 56% 수준이다.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18년째 고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0년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정원 한시적 증원계획’을 발표했지만 의사들의 집단휴진,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등의 항의로 철회한 바 있다.이에 민심을 확인한 윤석열 정부는 의사 정원 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지난 정부의 후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의사 출신인 강 원장의 국감 답변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민을 대표해서 질의하는 국회의원에 강 원장은 ‘얼마나 늘려야 할지’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밝혔어야 했다. 그것이 복지부 산하기관장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권새나 정치경제부 기자 saena@viva100.com

2023-10-22 13:38 권새나 기자

[기자수첩] 정권 성향 따른 ‘고무줄 세수오차율’ 까지…예산당국, 불신 없애는 길은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지난 2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흥미로운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 1993년부터 올해까지 31년간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활용해 정부의 세수오차율을 분석한 결과다. 장 의원은 분석 결과 예산당국의 세수오차율이 정권 성향에 따라 일정한 경향성 및 편향성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즉 보수정부에서는 세수를 과대추계하고 민주당 정부에서는 과소추계해 왔다는 것이다. 근거로 보수정부의 세수오차율 평균은 -3.4%인 반면 민주당 정부의 세수오차율 평균은 4.2%인 점을 들었다. 특히 민주당 집권 15년 중 5% 이상 과대추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장 의원은 “의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예산당국은 보수정부에는 재정여력을 제공하고 민주당 정부에는 긴축을 강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이 같은 장 의원의 분석과 주장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거나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정당국의 모습을 보면 억측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어쩌면 재정당국이 막강한 ’재정권력’을 위해 ‘고무줄 세수추계 오차율’로 이 같은 의혹의 ‘근거’를 제공했는지도 모른다.단적으로 지난 문재인 정권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당시 여당의 압박에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여력이 없다며 버티기도 했다. 지난 2021년 2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전국민지원금 지급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그해 세수는 예상보다 약 18%가 더 걷혔다.이에 장 의원은 “세수추계에 예산당국의 다른 고려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예산당국이 이 같은 ‘의혹’에서 벗어나고 쓸모 없는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고려’ 없이 더 정확하게 세수를 추계해야 한다.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

2023-10-22 13:20 이원배 기자

[기자수첩] 전직 기자·유명 유튜버의 죽음 앞에서…

이희승 문화부 부장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비난과 조롱은 여전하다. 동정과 애도를 표하는 게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임에도 대놓고 원망과 비판하는 이들이 여전한 걸 보면 ‘난 놈은 난 놈’이란 업계의 평가가 틀린 것도 아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김용호연예부장’을 운영하며 정치인·연예인 관련 의혹을 제기하다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해 여러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던 김용호가 부산의 한 호텔에서 투신했다. 고인은 전날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린 강제추행 사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그의 죽음이 1보로 뜨자 모 배우의 인터뷰 현장에 모였던 수십명 기자들의 노트북 키보드 소리가 멈췄을 정도였다. 한때나마 같은 직업군에서 고인이 벌였던 수많은 송사와 논란을 직접 겪거나 들었던 사람들이기에 더욱 충격이 컸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생전 그와 법적 공방을 맺었던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반응들이 전해지면서 후폭풍이 일었다. 고인에 대한 애도보다 황망함이 뒤섞인 후련함이 엿보인다. 생전 고인의 입을 통해 전해지던 온갖 추문과 의혹들에 혹했던 대중들의 반응 역시 싸늘하다. 정권이 바뀌고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되려 폭로를 일삼는 모습이 뉴스화되면서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피로도가 높아진 게 한몫 했을 터다. 결론적으로 그가 받고 있던 재판은 ‘공소기각’되며 수사받던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법원은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리도록 정하고 있다. 유죄 여부를 따져야 할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에 회부할 필요가 없어서다. 숨지기 전 남긴 유튜브 영상에서 그는 “무조건 무죄라고 생각했는데 판결 선고할 때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최연소 연예부장을 달고 현장을 누볐던 고인의 초심이 지켜졌다면 어땠을까.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이희승 문화부 부장 press512@viva100.com

2023-10-19 14:34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줄어드는 R&D 예산, 투자 없이 ‘제2의 반도체’도 없다

안상준 산업IT부 기자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안에 따라 내년도 기초 연구 사업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산업도 이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보건복지부의 2024년 ‘제약산업 육성 지원’ 예산은 359억원으로 2023년(446억원) 대비 87억원 줄었다. 구체적으로 복지부 산하 재단법인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의 예산이 올해 67억6200만원에서 내년 38억6000만원으로 무려 57%(29억200만원) 삭감됐다.예산 삭감에 따라 각 의료기관별로 정보를 연계해 임상시험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임상시험 시스템’ 구축과 중소 규모 바이오 기업이 빠르고 저렴하게 임상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는 ‘임상시험 참여 포털’, ‘임상시험 상담센터’ 등은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뜩이나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자금난으로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중단을 결정한 기업들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임상시험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초기 임상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지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업들은 결국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빅 파마에 판매하는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국산 신약’ 타이틀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개발, 의약품 수출 2배 기록, 글로벌 50대 제약사 3곳 육성 등을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6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방문해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투자’ 없이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업계가 원하는 지원이나 정책 없이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순히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공언이 아닌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예산 지원책 등을 고려해야 할 때다.안상준 산업IT부 기자 ansang@viva100.com

2023-10-19 06:02 안상준 기자

[기자수첩] "오를 일만 남았나" 무주택자들 신중해야

건설부동산부 채현주 차장최근 무주택자들을 만나면 집을 샀어야 했나,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하나 등의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다시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하락했던 집값이 빠르게 반등하고 분양가도 너무 높아진 상황인데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급등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실제 최근 주요 지표들에서도 공급난 우려가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주택 인허가 실적도 전년대비 38.8%, 착공은 56.4% 줄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올해 분양 물량은 5년만에 최저치다. 원자잿값과 인건비도 급등해 건설 공사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3기 신도시 공급마저 최근 토지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을 정도다.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집값이 급반등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반영된 듯 싶다. 이를 인식한 우리 정부도 최근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큰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선 공급없는 공급대책이라며 시큰둥한 반응뿐이다.심지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낙폭이 컸던 나라들도 공급 부족으로 올해 집값이 급등했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 주택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그럼 앞으로 집값 오를 일만 남은 것일까. 무주택자들 마음이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 공급 불안 심리가 커지면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하지만 전쟁 등 곳곳에서 변수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공급 뿐 아니라 금리, 경제, 소득 등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안 좋으면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급함에 무리한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 집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여력이 되는 선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인 듯 싶다.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2023-10-16 15:57 채현주 기자

[기자수첩] 다 내주는 합병, 무슨 의미가 있나

김아영 기자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병 의미가 퇴색됐다는 뼈아픈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적한 독과점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알짜 슬롯을 포기한 상태에서 화물사업까지 반납한다면,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확실해 보인다.사실 EU가 합병 심사를 까다롭게 볼 것이란 시그널은 있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합병도 그랬고, 2020년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셋 사례에서도 조건 조정을 요구한 바 있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사업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EU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동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만약, 화물사업권이 해외로 넘어가게 된다면 국내 항공 화물 사업 분야 축소는 예견된 수순이다. 과거 한진해운 사태와 비슷한 일이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 운송업인 해운산업 역시 한진해운이 청산됐을 당시 해운시장 점유율은 현대상선이 아니라 머스크 같은 외국 선사들에게 돌아갔다. 그 결과 우리 산업계 물동량에 대한 운임은 오히려 더 상승했다.기업합병은 이론적으로 기업 가치 극대화 효과를 위해서다. 합병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실현하자는 경영전략인 셈이다. 시작 전부터 출혈이 이렇게 크다면, 합병 의미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스스로 경쟁력을 챙겨야 한다. 화주와의 네트워크가 견고한 항공화물 분야에서 아시아나 몫의 화물 물량을 국내 항공사들이 커버할 방법을 세밀히 고민해야 한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사의 발전은 우리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항공 빅딜은 항공산업 재편의 출발점이다.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2023-10-15 15:41 김아영 기자

[기자수첩] 반복되는 수능 논란…'불신' 제거 2024 수능부터 가능할까

류용환 기자고등학교 3학년, 재수·반수 등 엔(N)수생의 대입 결과를 좌우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음달 16일 치러진다. 수능 결과에 따라 수시 최저학력기준 충족, 정시 지원 방향이 설정된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은 시험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수능 문제는 출제·검토위원 등 수백명이 합숙을 통해 만들어낸다. 시험 시행 약 한 달 전부터 모처에서 합숙을 통해 문제 출제가 이뤄지는데 비밀유지 서약, 외부 통신 차단, 수능 당일 퇴소 등 각별한 보안 사항이 적용된다. 이에 수능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합숙 장소, 출제위원 및 검토위원 명단 등을 비밀에 부친다. 문제 유출을 막기 위한 방침이다. 정작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문제 출제 오류 등으로 인한 복수 정답 또는 정답 없음으로 인정된 사례는 그동안 9건, 수능 모의평가에서도 수차례 오류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선 수능 난이도에 대한 대통령 지적, 학원에 문제를 판매하고 출제 등에 참여한 현직 교사들의 행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공정수능’을 강조하지만 수능 오류, 교육 카르텔, 난이도 조절 논란에 수험생, 학부모는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수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담당업무를 수행해야 할 출제기관은 문제 발생 시 수장은 퇴진, 교육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대 원장 가운데, 현 평가원 원장을 제외한 1~12대 원장 중 3년 임기를 채운 사례는 4명에 그친다. 교육부는 각종 방안을 내놓고 또 내놓았다. 혼란이 가중된 뒤 수습하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2024학년도 수능부터 ‘논란 없는 시험’이 완성될지, 불신을 일으키는 ‘수능논란’으로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될지, 출제기관과 교육부의 운영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

2023-10-12 15:19 류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