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명의칼럼] 영양요법·물리치료도 안 통하는 말초신경병증 극복하는 법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유방암 치료에 자주 쓰이는 탁산(taxane) 계열의 항암제가 손이나 발의 통증, 저림, 무감각증, 신체 기능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하는데 환자가 압박요법의 일환으로 항암제 투여 도중 수술장갑을 끼고 있으면 현저하게 말초신경병증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소개돼 흥미를 끌었다.말초신경병증에 대한 뚜렷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은 아직 없다. 그동안 영양요법, 운동요법, 재활치료 등이 동원됐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올리지 못했다. 한 때 줄기세포치료가 신경재생을 통해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 희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이에 따라 다양한 방법 중 한랭요법(cryotherapy, frozen glove 착용)과 압박요법(compression, sleeve 착용) 등이 흔히 활용된다. 다만 한랭요법은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하며, 오랜 시간이 걸릴 경우 장갑을 교체해야 한다. 압박요법의 경우 손가락부터 팔목까지 균등하게 압박하는 게 쉽지 않아 수술장갑을 끼는 게 좋다는 묘안이 나온 것이다.말초신경병증(말초신경장애, 말초신경염)은 말초신경의 손상과 압박, 비타민 부족 등 영양결핍, 당뇨병 등 대사질환,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질환, 특정 약물이나 독소 노출, 장시간 일정한 자세 유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된다.말초신경병증이 발병하면 감각저하와 저림, 화끈거림과 함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근육이 약화돼 물건을 쥐는 힘이 떨어지고 걷기가 어렵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운동신경까지 손상돼 물건을 집거나 단추 또는 지퍼잠그기, 열쇠로 문 열기 등 세밀한 동작을 하는 데 애를 먹게 된다.더욱 악화되면 근육이 손상돼 걷기나 균형을 잡고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자율신경계로 파급되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앉을 때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체온이 조절되지 않아 땀이 흐르지 않으며, 대소변 기능과 성기능에도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말초신경병은 손목터널증후군, 종아리신경병 같은 단일신경병과 당뇨병·항암치료·면역계이상·갑상선저하증·류마티스·영양결핍·고지혈증·고혈압·대상포진·흡연 등에 의한 다발신경병 등으로 나뉜다. 다발신경병은 대부분 발끝이나 손끝에서 저린 감각이 시작돼 위쪽으로 올라온다. 양손 양발이 대칭을 이루며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필자는 다년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말초신경병증은 성인병 등 기저질환의 철저한 관리, 금주와 금연, 필요한 영양소 보충, 주기적인 스트레칭·지압·마사지·압박요법 등을 바탕으로 말초신경에 전기자극을 가해 신경의 재생을 유도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치료 전략이라고 결론지었다.필자가 개발한 ‘엘큐어리젠요법’은 전압은 높되 전류의 세기는 낮은 전기를 손상된 신경세포에 흘려보내 세포를 자극하고 신경의 회복과 재생을 돕는 원리로 작용한다.기존의 일반적인 물리치료에 활용된 경피적전기신경자극기(TENS)보다 더 깊은 부위까지 전기에너지가 침투해 신경세포 내에 존재하는 림프찌꺼기를 제거하고, 신경재생을 촉진한다. 말초신경병증의 증상 정도와 부위에 따라 치료기간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매주 1회 이상, 6개월가량 지속적으로 엘큐어리젠요법을 받으면 증상의 정도가 8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엘큐어리젠요법 초기에는 병든 신경세포에 전류가 귀소본능처럼 찾아 흘러들어가다보니 통전통이 상당하지만 치료가 거듭될수록 통전통이 약해지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3-08-10 16:17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브릿지 칼럼] 신안의 기적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수도권으로 향하는 지방인구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은 일자리와 인력의 수급 불균형 등으로 지역소멸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특히, 섬 지역의 소멸 위험성은 더 높다. 지역재단에 따르면 소멸 위기가 높은 59개 지역 중 1위는 전남 신안군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신안군은 재정자립도 최하위(2022년 220위), 여객선 운항통제가 연중 115일에 달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신안군은 이러한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지난 수년간 인구감소와 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햇빛연금’ 지급이다. 자연환경(섬)이 주는 햇빛과 바람, 바다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다. 주민들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조합원으로 참여해 이익금을 연금 형태로 평생 지급 받는 것이다.2021년 4월 이후 현재까지 5개 지역 주민에게 총 84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또한 올해 5월부터는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2249명에게 ‘햇빛 아동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연 40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햇빛연금 지급 이후 신안군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지방인구의 감소는 신안군에서도 극명해 1970년 16만6555명이던 인구는 2015년 4만3294명으로 줄었다. 그 후 매년 감소하다 지난해 3만7858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해 6월 234명 증가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실제로 햇빛연금이 지급된 안좌도는 2021년 2572명에서 2023년 6월 2877명으로, 임자도는 3190명에서 3202명으로, 지도는 4198명에서 4326명으로 인구가 증가하면서 신안군 전체 인구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신안군은 정주 인구 못지않게 관계인구를 신경썼다.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문화예술 사업을 시작했다. 색깔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색채 마케팅(퍼플섬)’과 사계절 꽃과 나무로 지역을 재생하는 ‘그린 마케팅(선도, 병풍도)’, 예술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아트 마케팅(1도 1뮤지엄 사업, 1섬 1정원 조성)’ 등이 그것이다.이와 더불어 신안군은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 최초 공영버스 완전공영제와 야간 여객선 운영제 시행으로 주민의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관광객들이 언제든지 섬 구석구석을 찾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노력의 결과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선정하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퍼플섬은 연 40만 명, 수선화 섬 선도 연 1만 명 등 관광객 연 70만 명이 찾아오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뿐만이 아니다. 청년이 찾아오는 신안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청년 어선 임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업에 종사하고 싶어도 여건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어업기반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이 사업은 청년 어업인과 어선주 간 어선 임대 계약을 중개해주고 임차료 일부(최대 2년분의 5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수요조사에서 215명의 어업인이 101척의 어선을 신청할 정도로 인기 높은 사업이다. 대한민국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이렇듯 참신한 신안군의 시책들이 앞으로 인구 증가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3-08-10 14:48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집단 착각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모든 사람은 날 때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세계인권선언 1조는 오늘날 매우 비현실적인 외침이 돼버렸다. 현실에서 우리는 나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면 동지로, 나와 생각이 다르면 ‘없어져야 할 적’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 착각’이 인터넷과 유튜브라는 ‘집단 광기 표출의 장’이 대중화하면서 더욱 심해졌으며 대한민국을 넘어 전 지구적 규모로 과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Q. 당신은 성공적인 인생이란 뭐라고 생각하는가? 다음 A·B 중 하나를 선택해보시기 바란다.A: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룰 때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B: 사회적으로 높은 명성과 부를 축적하고 유명인사가 될 때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만약 스스로는 A가 답이라 생각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B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집단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5200명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는 ‘집단 착각’을 반영하고 있다. 응답자 중 97%는 A가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동시에 92%는 대다수가 B를 답으로 택할 것이라고 답했다.이러한 ‘집단 착각’은 개인적 성공 외의 영역인 교육, 의료, 법조계 등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단 착각은 정치, 경제, 전쟁, 기후위기 등 모든 것을 대하는 우리의 눈에 색안경을 씌운다. 윤리적 행동 양식뿐 아니라 어떤 음식을 선택할지조차 집단 착각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그렇다면 집단 착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대학생을 대상으로 화장실 이용 후 손을 씻는지를 묻는 실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연구자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77%가 손을 씻었다. 반면 연구자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들은 고작 39%만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갔다.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은 너무나 사회적인 동물이며 다른 이가 지켜보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행동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을 조율하고 싶은 충동을 ‘순응 편향’(Conformity bias)이라고 한다.집단 착각이 존재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의 내면에는 사회적으로 망신당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포심은 지구의 중력 마냥 무의식적으로 군중과 함께 하도록 작동돼 진실을 말하는 것을 꺼리며 임금님이 실은 벌거벗고 있다고 감히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한다.‘구멍의 제1법칙’. 영국의 재무장관과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데니스 힐리가 남긴 말이다. 이 법칙의 핵심은 “구멍에 빠져 있다면 삽질을 멈추라”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나와 상대방의 개인적인 판단을 지키기 위해서만 필요한 노력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생존과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3-08-09 14:02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명의칼럼] 수험생 체력 올려줄 공진단, 사향 넣으려면 처방은 필수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수능 100일을 앞두고 있다. 매년 수능날이 다가오면 한의원에 공진단 문의가 늘어난다. 오랜 수험 생활로 피로가 쌓이고 긴장도가 높아진 아이에게 지지와 도움을 주기 위한 부모들의 열의가 느껴진다.공진단은 위역림이 지은 ‘세의득효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150년 전에 왕구의 ‘시제백일선방’이라는 책에 최초로 나왔다. 공진단의 이름은 ‘뭇별들이 북극성에게 두 손 모아 바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사실 ‘공신단’으로 읽어야 한다. 공진단은 원전에 기운이 넘쳐야 할 나이에 타고난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쓰는 처방으로 소개되어 있다.선천적으로 약하고 발달이 느린 아이들에게 쓸 때 좋은 결과를 봤는데, 공진단은 원래 소아나 청소년들에게도 잘 듣는 처방이다. 현재는 공진단의 다양한 효능이 밝혀지면서 노인, 중장년층, 청소년들에게도 많이 활용된다.다만 공진단을 이루는 핵심 약재인 ‘사향’은 유통이 극히 제한적일 뿐 아니라 ‘금’보다 훨씬 비싸다. 법적으로도 사향은 처방에 의해서만 나갈 수 있는 의약품이다. 따라서 진품 사향이 들어간 공진단은 ‘판매’가 아니라 반드시 ‘처방’으로만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온·오프라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공진단 유사 제품들은 진품 사향이 절대 들어갈 수가 없다.공진단은 4가지 핵심 약재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선 사향은 몸의 상부에 몰리는 화를 아래로 내려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녹용은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해주면서 우리 몸의 물인 체액을 위로 끌어올려 채워준다. 이처럼 사향과 녹용은 수승화강의 균형을 일으켜 체력을 올리고 피로를 빠르게 풀어준다. 이와 함께 당귀는 산형과 약재로 혈액순환을 도와줄 뿐 아니라 조혈하는 작용도 있어 혈액을 보충해 준다. 마지막으로 산수유는 간 기능을 강화시켜 피로를 풀어주며 눈에도 좋다.최근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불리며 남용되는 ‘메틸페니데이트’가 이슈다. 이런 약물은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강제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원리다. 하지만 이는 항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의존성이 강하며, 함부로 쓰는 약물이 절대 아니다. 엄격한 진단명 아래 전문가의 가이드에 따라 조심해서 써야 한다.공진단은 체력을 올려주면서 우리 몸에 필요한 체액, 혈액을 공급함으로써 뇌혈류량 개선과 전신 기혈 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 스스로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오래 집중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힘을 줄 수 있는 처방이다. 그러나 공진단도 다른 처방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처방은 아니므로 도움이 필요한 수험생은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08-08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명의칼럼] 고열에 옆구리 통증까지…‘감기’ 아닌 ‘신우신염’

하주형 윌스기념병원 인공신장센터 원장“갑자기 오한이 나타난다. 40도의 고열과 복통을 일으킨다. 옆구리나 등에 통증이 발생한다.” 감기나 독감으로 여길 수 있지만 이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여성이라면 신우신염을 의심할 수 있다. 신우신염은 신장내 세균감염으로 발생하는 요로감염의 일종으로 대부분의 경우 세균이 방광을 통해 체내에 침투해서 신장으로 올라가서 발생하고, 비교적 드물지만 균이 혈액을 통해, 혹은 수술 등을 통해 체내에 침투해서 신장에서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이는 여성의 요도 길이가 남성보다 짧아 세균이 쉽게 방광으로 이동할 수 있고, 임신이나 출산 등으로 소변 흐름에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립선 비대로 인해 소변 역류가 발생하는 60대 이상의 남성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대표적인 증상은 근육통, 몸살, 발열이 있고 허리 윗부분에서 시작해 옆구리까지 오는 통증, 배뇨시 통증, 잔뇨감(소변을 보고나도 시원하지 않고 남아있는 느낌) 등이 있다. 고령 환자의 경우, 피로감, 식욕 부진 등 비특이적이고 가볍게 넘어가기 쉬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급성 신우신염의 경우 구토나 구역, 심하면 혈뇨를 보이기도 한다. 만성 신우신염은 대부분 급성 신우신염이 반복되거나 장기화되면서 신장의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비뇨기계의 해부학적 이상 혹은 방광 요관 역류가 동반된다. 만성 신우신염은 증상이 확실하게 나타나기보다 전신 쇠약, 옆구리 통증, 단백뇨, 혈뇨 등의 증상이 장시간 나타나면서, 결국에는 신기능의 저하,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지게 된다.신우신염이 의심된다면 바로 의료기관에서 소변검사를 시행해 세균뇨, 농뇨, 혈뇨 등의 유무를 확인하고, 소변균 배양검사를 통해 원인균을 확인한다. 신장기능 평가를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하기도 하며, 신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복부 초음파 혹은 CT 검사 또한 필요한 경우가 있다.신우신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충분한 수분섭취, 안정을 취해야 한다. 증상이나 검사소견에 따라 경구 항생제나 입원 후 정맥주사 항생제를 투여 받아야 한다. 치료기간은 환자의 건강상태와 병력, 증상, 원인 균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주 정도 치료한다.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합병증 발생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특히 여름의 경우 높은 기온과 습기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몸 속에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세균 번식이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져 신우신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또 여름에 많이 방문하게 되는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등에서 요로 감염이 전파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신우신염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수영장이나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나 야외활동 후 땀을 많이 흘렸다면 반드시 샤워를 해야한다. 오랫동안 소변을 참기 보다는 정기적으로 소변을 보는 것이 좋으며, 스키니팬츠 같은 꽉 끼는 옷이나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옷은 요로 및 외음부를 습하게 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욕조 목욕은 삼가고, 특히 여성은 배변 후 앞에서 뒤로 닦아 대변 속 대장균 등에 의해 비뇨기계가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철저한 위생 관리가 도움이 된다.하주형 윌스기념병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2023-08-07 18:02 하주형 윌스기념병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특별기고]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자아실현은 계속된다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일’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뒤섞여 있다. 피로와 보람이 있고 불안과 자긍심이 있으며 애환이 서려 있다. 우리는 보통 절대적인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며 직장동료와 벗이 되기도 하고, 경력이 쌓이면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일’은 경제적 소득원일 뿐만 아니라 관계, 역량향상, 자존감 등 다차원적인 의미를 갖는다.노인일자리사업이 처음 도입된 2004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라는 충격적 현실에 직면했으나 노인복지 수준은 미비했고 자녀는 더 이상 노후보험이 될 수 없었다. 이에 대응해 시작된 노인일자리사업은 노후 4고(苦: 빈곤, 불건강, 고독, 무위)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여겨졌다. 이후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가 사회적 화두로 부각됨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의 소득보충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고 ‘공익활동(공공형)’이 집중적으로 확대됐다. 일의 여러 의미 중 특별히 소득의 의미가 강조된 정책으로 발전한 것이다.도입 당시 3만여개에 불과하던 노인일자리가 20년간 80만개가 넘는 규모로 확대되면서 양적인 성장은 이뤄졌으나 질적인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얼마 전 정부는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제3차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5년간 정책목표를 ‘노년기 자아실현’과 ‘노후소득보장’의 두 가지로 제시했다. ‘자아실현’이라는 단어의 등장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 벅차다. 노년과 자아실현의 조합이 낯설지만 앞으로 평균 백 살까지 살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간의 인생경륜을 바탕으로 자아실현에 도전할 만한 기간이다. 벅찬 이유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발전’이라는 과제가 비로소 비전을 찾았기 때문이다. 노인이 사회활동과 일자리 참여를 통해 역량을 향상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며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자리임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다.제3차 종합계획은 ‘신노년’이라 부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이라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고 건강하며 디지털 활용능력 뛰어난 은퇴자가 역량을 발전시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를 정비해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학교 등 교육시설에서 학습보조,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 전문 돌봄 제공, 일자리를 찾는 또래 노인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컨설팅, 공공행정업무 지원 등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다. 또한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고 혁신적인 일자리가 개발될 수 있다.사회서비스형 일자리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참여자를 선발할 때부터 역량과 전문성을 반영해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직무와 관련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전문 역량을 향상하고, 사업참여 과정에서 이론은 실전이 되어 참여자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어야 한다.제3차 종합계획이 제시한 비전으로서 ‘자아실현’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에 담긴 과제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며 무엇보다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몇 명을 취업시켰나’, ‘얼마나 안정된 고용으로 연결되었나’와 같은 잣대를 들이밀지 말자.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새로운 계기가 열릴 수 있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높아진 자존감은 가족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또는 상상하지 못하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책이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므로 결국 머지 않은 미래의 ‘나’에 관한 일임을 잊지 말자.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

2023-08-07 14:53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휴먼케어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범죄와의 전쟁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묻지마 범죄가 우리의 안전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다. 서울 신림역에서 조선이라는 범죄자에 의해 1명이 사망하는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7월21일 서울 관악구 지하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조선이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씨는 이어 인근 골목길을 오가며 남성 3명을 추가로 공격했다. 숨진 피해자는 범죄자와 아무 상관이 없는 신림역을 지나가는 일반인이었다.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는 더 끔찍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 3일 오후 6시경 20대 초반 남성이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소형 차량을 몰아 서현역 역사 앞 인도로 돌진해 지나가던 행인 여러 명을 친 다음, 차에서 내린 뒤 인근 백화점으로 이동해 1·2층을 돌아다니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 주민들이었다. 시민들이 무방비 상태 속에서 흉기로 위협을 당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여기에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예고글을 SNS에 올리는 모방 범죄마저 우후죽순 발생하고 있다. 단순한 범죄 대응이 아닌 묻지마 범죄와 전쟁을 선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캐치애니(CatchAny)로 지난 7월20일부터 8월4일까지 ‘묻지마 범죄’와 ‘칼부림’에 대해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묻지마 범죄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경찰, 살인, 국민, 수사, 경찰청, 경찰청장, 조사, 불안, 국민의힘, 동기, 성남시, 정부, 국회, 차량 등이 올라왔고 칼부림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로 경찰, 살인, 수사, 성남시, 교사, 차량, 조사, 국민, 경찰청, 용의자, 고등학교, 범인, 고글, 불안 등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빅데이터 연관어는 범인의 신상과 관련된 내용이거나 경찰에 대한 신속하고 안전한 조치를 기대하는 연결로 나타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묻지마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지만 그 이상 전쟁 선포 정도의 추가적인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그렇다면 묻지마 범죄와 칼부림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정·부정 비율은 어떻게 될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같은 기간 동안 파악해 보았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범죄, 불안, 분노, 살인미수, 공포, 혐의, 폭행, 난동, 충격, 안전, 신상, 강화하다, 피해 등으로 나왔고 칼부림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범죄, 난동, 충격, 체포, 불안, 공포, 혐의, 분노, 폭행, 피해, 살인미수, 무섭다 등이 올라왔다.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의 전체적인 내용은 예상치 못한 범죄로부터 위협당하는 온갖 공포와 이에 대한 분노로 점철돼 있다. 매우 심각한 조짐이다.빅데이터 긍정·부정 감성 비율로 보면 묻지마 범죄는 긍정 14%, 부정 82%로 나타났고 칼부림은 긍정 11%, 부정 79%로 나왔다. 칼부림에 긍정 11%나 포함돼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하는 최근 사태의 심각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 이유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3-08-07 14:01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시장경제칼럼] 국가채무 증가의 정치 경제학적 이해

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최근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 레이팅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린 주된 이유는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로 설명했다. 지난 5월 미국 연방정부는 부채 한도 31.4조 달러의 돈이 고갈되어 더 이상 지출할 여력이 없어 한도를 늘리기 위한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국가채무 증가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근년에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여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총 1068.8조 원으로 1997년 60.3조 원에 비해 명목 금액을 기준으로 약17.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1.1%에서 49.4%로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사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증가는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국가마다 증가 속도는 다르다. 일부 국가들은 국가채무를 갚고 재정지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2017년에는 증가하지 않았다. OECD 통계에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general government debt of GDP)은 2015부터∼2017년까지 그리고 2022년에는 다소 낮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는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세수보다 지출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지출이 많아지거나 세수가 감소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이후 COVID-19 팬데믹 기간에 국가채무가 더욱 증가했다. 하지만 국가의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국가채무가 증가할 수도 있다. 다름 아닌 정치적 요인에 의한 재정지출의 확대가 국가채무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정치인들은 선거를 위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자 사회복지 및 공공프로그램을 신설 또는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정부지출을 증가시켜 국가채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의무지출 프로그램(entitlement program)의 도입과 확대는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0년대 초에 신설되었던 노령수당제도가 1990년대 말 경로연금제도로 변경되었고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도로 바뀌면서 소득보장을 확대하였다.이는 다시 2014년 기초연금제도로 진화하면서 소득보장수준이 대폭 향상되었다. 2014년에 기초연금 수급자는 435만 명이었는데 올해 약 665만 명으로 증가했고 2026년에는 약1,11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관련 예산도 도입 당시에는 6.9조 원이었는데 올해 22.5조 원, 2090년에는 366조 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기간 기초연금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고령인구에 대한 의무지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고령인구가 더 많이 증가한 국가에서 국가채무는 더욱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고령가구는 상대적으로 젊은 가구에 비해 시간할인율이 높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정치적 지지를 유도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시안적인 공공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임기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유인이 존재한다.특히 케인지언(Keynesian) 정책관점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선호하므로 적자 재정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의 단기적 이익은 특정 소수의 그룹에게 돌아가만 그 비용은 대다수 국민에게 중장기적으로 전가되기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재정적자의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정당이 적자 재정에 따른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정당 간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경우 자칫 시간에 따른 공유의 비극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채무가 증가하여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의 평균연령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70년 23.6세에서 2020년에는 42.7세, 그리고 2050년에는 53.4세로 증가할 전망이다. 동기간 중위연령도 18.5세에서 54.9세로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어가는 국가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남에 따른 정부지출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젊은 생산가능 인구 비중도 감소하고 있으므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증가에 대한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2023-08-07 08:34 김영신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브릿지 칼럼] 새바람은 혼돈을 타고 온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코로나가 창궐하고, 전쟁이 찾아오고, 인플레이션이 눈 앞에 있다. 인류가 정말 ‘역대급 시련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 가운데 몇몇 가격들이 인간이 애써 모아둔 재정 깜냥을 하루아침에 한낱 한 줌으로 만들고 있다. 금은 현재 최고가 부근에 있다. 총량이 1경원이 넘는다. 애플 시가총액은 4000조원이 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3000조원, 구글은 2000조원이 넘는다. 워렌 버핏의 회사가 1000조원이 넘고, AI(인공지능)로 급부상한 엔비디아가 1500조원, 테슬라는 1000조원대다. 비트코인 총액도 800조원대다.증시의 주가가 커지는 과정을 보면, 주변이 어떻게 변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주가 전망을 총량으로 가늠해 보면, 현재는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 코스닥은 1000포인트를 다음 레벨로 시사하는 듯하다. 이런 전망에 근접한다면 경제규모도 커지고 자산 레벨도 걸맞게 달라진다. 미래 경제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나의 비중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래서 미래의 총량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1996년 첫선을 보인 코스닥은 아직도 2000년의 2900포인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240포인트로 추락한 적도 있다. 이제는 1000포인트대로 회복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 과정이 주식시장에서 나타난다면 한국 벤처 기업이나 미래기술 사업의 신기원이 이뤄지는 장면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대부분 이런 급의 주식시장 출신들이다.코스닥이 2000년까지 초기 과열을 보인 것은 당시 정치적인 상황도 한몫 했다. 지구촌 인터넷 바람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통화정책 규제의 시기다. 고금리·고물가 시대다. 여기서 벤처기업들이 주가가 오른다면 이는 주변의 충동질이 아닌 내부의 기업 동력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은 아마도 앤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선진국 기업이 중심이 되어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는 국면으로 보인다.코스피 지수는 1998년 외환위기 때 된서리를 맞았다. 부채를 현저히 줄이고 투명한 회계를 도입하고 산업구조도 정돈하며 새로워진 시기였다. 이 후 중국의 급성장이 한국 중저가급 기술과 상품을 더 빛나게 했다. 특히 2008년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는 오늘의 중국을 키웠고 우리도 큰 수확을 거뒀다. 1989년에 1000포인트를 찍은 코스피 주가는 20년이 흐른 2008년에 2000포인트에 도달했다.2022년 10월 2000포인트 저점을 기록한 이후 코스피는 현재 26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무역상황도 어렵고 러시아 전쟁으로 원자재도 불안하다. 미국의 고금리에 세계 성장이 부진한데 코스피는 양호한 거래 속에 견조한 모양새다. 아마도 다른 돌발적 충격이 없다면 3000포인트에 재도전할 기세다. 시기는 특정하기 어렵지만 그 기대감은 상당히 안정적이다.거창한 말 같지만, 새로운 역사는 언제나 혼돈을 타고 와 바람같이 자리 잡는다. 미국도 요즘 초대형주가 주식시장을 주도한다. 우리 역시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단타’를 쳐도 알이 굵다. 이런 때 개별종목 투자로는 자칫 소외되어 큰 기류를 놓치기 쉽다. 어느 정치가의 해묵은 말이 생각난다. 코스닥 개장 시기에 대통령을 지낸 그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이란 말을 즐겨 했다. 근자의 주식시장 정황에 눈길이 간다면 가급적 큰길이 바람직하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3-08-06 14:02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상표법과 타법 간의 충돌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상표는 상품의 이름이다. 수요자들이 상품의 이름, 상표를 불러줄 때 그 제품은 꽃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이름인 만큼 상표를 둘러싼 법들도 다양하다. 상표법은 상표 그 자체에 대한 독점적, 배타적 권리를 보장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그리고 상표를 직간접적으로 보호하고 특정 형태의 사용을 금지하는 여러 타법(他法)이 있다. 최근에는 상표에 과감한 변화가 수반됨에 따라 타법과 충돌하는 영역도 점점 커지고 다양해지는 추세가 포착되고 있다.상표법과 보완 관계에 있는 대표적 법률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유명한 상표의 모방 사용, 기타 다양한 형태의 모방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에 의거하여 상표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다. 디자인보호법과 저작권법도 상표법과 보완이 가능하다.반면 상표법과 충돌 관계에 있는 법률들도 있다. 최근 빈번하게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법률은 식약처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이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상표 등록가능성에는 문제가 없는데 식약처 처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문의하는 고객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실제로 한 요식업 브랜드는 ‘한방’ 재료들이 포함된 식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한방’이라는 표기를 로고에 포함시키지 말라는 식약처 처분에 어떻게 대응할지 필자와 상담한 적이 있다. 얼마 전 프랑스 ‘뵈르비어(버터맥주)’는 수요자들이 제품에 ‘버터’가 들어간 것으로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2개월 제조 금지 처분을 받기도 한 사례가 있어 기업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유명 주류업체 국순당은 아이스크림 ‘바밤바’ 제조사인 해태제과와 협업하여 ‘쌀 바밤바 막걸리’를 출시하여 대박 행진을 터뜨렸다. 그런데 식약처는 바밤바 막걸리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주류 제품의 표시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식약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순당은 해태제과와 바밤바 상표권 사용 계약을 연장했다.상표법에서 보호 받을 수 없는 영역이 타법에 의해 보완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표법에서는 보호가 가능한데 타법에 의해 오히려 사용이 금지되어 법률 간 충돌이 생긴다면 피해는 기업과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제품의 속성을 어필하고 싶은 상표와 브랜드의 속성상 품질 오인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양 법의 주무부처인 특허청과 식약처 간의 세밀한 조율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며, 소비자에게 실제 오인, 혼동을 초래하는 지에 대해서도 공청회, 소비자 여론 조사 등을 통해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2023-08-03 13:58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브릿지 칼럼] 기회와 행운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로마 제정시대의 저명한 철학자 세네카(Seneca)는 잘 알려진 정치가다. 네로(Nero) 황제의 스승이기도 하고, 황제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발각돼 네로에게 자살을 명령받은 일로 더욱 알려져 있다.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났을 때 온다” 라는 명언도 남겼다. 멋진 말이다.매리엄 웹스터(Merriam Webster) 사전에 의하면, 카이로스(Kairos)는 ‘적절하고 중요한, 기회의 순간’이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이다. 시간을 나타내는 또 다른 말로 크로노스(chronos)라는 단어가 있다. 순차적 시간이라는 정량적 의미로 사용되며 크로노미터(chronometer, 항해에 쓰이는 매우 정밀한 시계)라는 단어는 여기에서 유래한다. 반면 카이로스(Kairos)는 좀 더 영속적인 의미로, 무언가 행동을 취하기에 적절하고 기회가 되는 질적인 시간을 의미한다.그리스 신화에서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이라고 한다. 카이로스는 길고 풍성한 앞머리를 특징으로 하고, 머리 뒤쪽은 민머리의 미소년으로 묘사되곤 한다.커다란 양쪽 날개 이외에도 다리 복숭아뼈 근처에 날개가 한 쌍 더 있는 것이 특징으로 그려진다. 양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카이로스는 기회(opportunity)의 신이다.그가 벌거벗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이유는 상대의 눈에 쉽게 띄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스쳐 지나간 이후에는 붙잡을 수 없도록, 어떠한 것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리 잘 준비하고 있다가 기회의 신이 멀리서 보이면 바로 그의 풍성한 앞 머리카락을 꽉 붙잡아야만 기회를 성공적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 뒤쪽에는 잡을 수 있는 머리카락도 없고, 옷도 입고 있지 않기에 다만 옷자락이라도 잡아볼 요량이라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눈앞에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그를 멈추기란 정녕 불가능할 것이다.양손에 든 저울과 칼은 저울처럼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칼과 같이 날카로운 결단을 내리기 위한 것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겨 주어진 기회를 현명하게 활용하라는 의미다. 준비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잡을 수 없는 것,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것을 ‘기회’라고 보았고, 마찬가지로 양손에 들고 있는 저울과 칼로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나이만큼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10대, 20대에는 인생이 10㎞, 20㎞의 차분한 속도로 여 유있게 지나가지만, 60·70대에는 60㎞, 70㎞의 빠른 속도로 인생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처럼 빠르게 질주하는 인생,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인생 속에서, 날개를 두 쌍이나 장착하고 있는 기회의 신을 마주하고, 그야말로 어렵게 주어진 기회를 잘 잡아서 활용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기회와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 것이라니, 넋 놓고 기다리지만 말고 바램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는 삶을 살자.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3-08-02 14:34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명의칼럼] 자고 일어나니 부은 몸, 부종일까?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센터장자고 일어났을 때나 몸이 피곤할 때는 물론, 별다른 이유가 없는 데도 몸이 붓는 경우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부종의 증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부종은 어떤 질병이나 원인 때문에 우리 몸 속 체액의 양이 정상보다 증가한 상태를 뜻한다. 혈액의 주성분은 물인데, 혈관에 있던 이 물이 특정 이유로 인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붓는 건 세포와 세포 사이에 물이 축적됐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몸이 부은 느낌이 들면 다 부종일까? 다음 4가지 판별법 중 해당되는 게 있다면 부종일 확률이 높은 만큼 병원을 찾도록 하자.먼저 부은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러본다. 이때 2mm 이상 들어가고 그 부위가 돌아오지 않은 채 손가락 자국이 남는다면 부종을 의심해야 한다. 평소 잘 맞던 신발이나 반지가 들어가지 않을 때도 부종 확률이 높다. 부은 곳을 눌렀을 때 잘 안 들어가긴 하지만 평소 대비 눈이 잘 안 떠지고 몸이 무거울 때나 이들 증상에 더해 숨이 차는 느낌이 들 때도 부종을 의심해 보자.부종으로 내원한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부은 원인이지만, 원하는 답을 못 찾을 때가 많다. 부종의 60%는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주기적으로 부었다 빠졌다를 반복하는 경우는 마사지가 최선이다.나머지 40%는 원인을 찾으면 교정이 가능하다. 우선 먹는 것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성분, 과도한 염분 등이 부종의 원인일 수 있다. 질환으로는 갑상선기능 저하증, 심부전, 신장 기능 저하, 간질환, 혈액순환이 안 될 때, 생리 전 호르몬 등도 부종을 일으킬 수 있다.부종 원인을 붓는 부위에 따라 판별할 수도 있다. 몸 전체가 붓는 전신 부종이라면 심장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내분비질환, 약물 등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 몸 일부가 붓는 국소 부종에는 임파선이 부어서 발생하는 임파 부종, 하지정맥류처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정맥폐쇄성 부종이 있다.부종은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고 국물 섭취를 지양하는 등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다.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걷기, 수영, 자전거 등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그래도 몸이 붓는다면 병원을 찾는 게 최선이다. 특발성이라면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림프마사지를 하거나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특정 질병 등 원인이 규명되는 부종은 전문의와 함께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먼저다.간혹 부종이 살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부종은 세포 사이에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서 부은 것으로 살을 구성하는 지방과는 무관하다. 단, 부종이 심한 사람은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칼로리를 잘 소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칼로리가 지방이 되면 살이 찔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이 심해지면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부종이 생기고, 이에 비만이 또 다시 촉진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센터장

2023-08-01 07:10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센터장

[브릿지 칼럼] 모두가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지난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한 뜨거운 호응으로 일찌감치 매진되며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젊은 커플부터 중장년 관객들, 예술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객석이 가득찬 가운데 아주 특별한 관객도 함께했다. 객석 B구역 1열에는 시각장애인 관객과 안내견이 함께해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를 즐겼다.임윤찬이 무대로 입장할땐 흡사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큰 환호가 들려 순간 안내견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내 얌전해져 바닥에 앉아 조용히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안내견은 인터미션 때는 스트레칭도 하면서 잠시 긴장된 몸을 풀더니 2부 역시 너무나 반듯한 태도로 뒤척임 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공연에 대한 언론 리뷰 및 각종 관람 후기에는 연주회 내용 외에도 안내견의 완벽한 공연 관람 매너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그 중에는 “휠체어 타신 관객도 많았는데, 인기 있는 공연을 모두가 제약 없이 다함께 관람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뜻깊었다”는 후기도 있었다.이처럼 장애인 문화관람 향유권 신장을 위해 각 공연장 및 공연 제작사들도 의무를 넘어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세심한 편의시설과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휠체어 이용 관객이 휠체어가 아닌 일반 객석에 착석해 보다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팔걸이가 완전히 젖혀지는 특수객석을 설치해 보다 쾌적한 관람을 돕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 관객의 도움 요청시 입퇴장 및 승강기 탑승 안내 등의 편의를 제공하며 정기적으로 장애인 관객 응대사례 공유를 통한 서비스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명동예술극장은 최근 2층에만 있었던 휠체어석을 1층에도 설치해 장애인 관객의 이용 접근성을 높였다. 기존에 있던 1층 좌석 일부를 철거하고 휠체어석을 추가로 설치하느라 기존보다 일반 객석수는 14석 줄었지만 의미있는 공간은 더 늘었다.부산 광안리 소극장 어댑터플레이스에서 상연되는 연극 ‘아이 좀비’(I Zombie)는 회차별로 음성-자막 변환 안경을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상대방의 말소리가 한쪽 안경알에 자막으로 표시돼 수화에 익숙하지 않은 청각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에게 배우의 대사를 실시간으로 보여줘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공연 뿐 아니라 전시장들의 노력도 각별하다.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김환기 전시는 색맹·색약 등 색각 이상이 있는 관람객들에게 전시장의 색온도에 맞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색각 이상 보정 안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에는 ‘환기블루’라고 표현되는 김환기만의 고유한 파란색을 직접 느끼기 어려웠던 관람객들이 그 푸른 빛깔을 오롯이 마주할 때의 감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만으로도 벅차다.어쩌면 위에 언급된 내용들이 배려의 사례로 소개되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아직은 부족하기만 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기관의 세심한 시선과 노력은 분명 지속되고 있다. 그 노력들이 이어져 모두가 제약 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을 때 예술에 깃든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2023-07-31 14:12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시장경제칼럼] 전력 시장,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는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시장’ 규제가 가장 강한 산업 분야는 무엇일까? 소비자, 특히 우리 같은 일반 국민이 아예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전력 시장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공급자, 가격, 에너지원 등을 선택할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는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의미의 전력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고지서에서 이번 달 전기료가 얼마인가를 확인할 뿐이다.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떤 에너지원을 활용해서 생산되었고, 생산 단가가 얼마이고, 대기오염물질은 얼마나 배출했는지 알 수도 없고, 전력 공급자를 선택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좀처럼 공감을 얻거나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전력 산업 관계자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도 있어?’라는 반응이다.언젠가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한 모임에서 다양한 정책 수단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청중이 에너지에 관해서는 상당히 전향적인터라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입장, 즉 소매시장에 대해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소매시장을 개방해서 에너지원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생산자-소비자 간 전력거래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 나아가 개인간 거래(P2P)와 같은 다양한 시장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지 않겠냐며 여러 해외 사례를 소개하였다.공감과 대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기대했으나 돌아온 평은 ‘우리가 아직 거기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뒤통수를 맞은 듯하다’ 등이었다. 전력 시장의 구조 개편이라는 크고 민감한 문제를 전제로 하는 주장이니 불편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내가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했다.전력 시장의 구조는 크게 발전, 송전, 배전, 소매 시장으로 구분된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주로 공공 전력회사가 이를 모두 소유·운용하는 전통적 독점구조에서 점진적인 시장 구조 개편을 통해 발전 시장부터 송·배전망, 소매 시장까지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시장자유화·탈규제화 모델로의 이행을 이루어왔다. 소매 시장이 독점구조로 운영되는 곳은 이스라엘과 한국 뿐이라고 한다.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3단계에 걸친 전력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추진계획을 수립하였으나, 발전 시장의 개방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약 10년 전 전력 공급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대기업을 발전 시장에 진출하도록 독려했던 기억이 있다.대부분의 국가에서 초창기에 전력 시장이 국가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된 것은 민간의 산업 역량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민간 부문의 자본이나 기술이 진보한 것은 물론 이윤 추구를 위해 시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대기 중이다.한국은 여전히 전력거래소에서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는데, 영국, 독일, 일본 등의 경우처럼 송전망을 분리독립하여 소매시장에 다양한 사업자가 진출하여 경쟁할 수 있도록 개방할 필요가 있다.우리는 전력 시장 ‘개방’에 대한 의제가 등장하면 일단 전력 수급 불균형, 전력 요금 상승, 대기업 독과점의 문제가 단골손님처럼 등장하여 심화된 논의로 이어나갈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합리적인 것인가는 의문이다.전력 공급이 수요 예측을 넘어 가격이 떨어지자 발전 사업자들이 정부에 가격을 보전해달라고 하거나, 또는 어느 지역의 태양광 초과 발전으로 전력 계통에 과부하가 왔다며 사업자에 대한 특혜·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송·배전, 소매시장까지 개방한 국가들에서 전력 요금이 급격히 상승해서 산업이 위축되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우리도 발전 시장을 개방하면 민간 독점 때문에 전기료가 올라서 여름에 에어컨도 사용하지 못할 거라는 반대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별문제가 없다. 오히려 발전시장에 소규모 사업자가 대규모 참여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10만개 정도 존재한다고 한다.‘국민과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국민에게는 전력원 선택의 자유를, 사업자에게는 시장 진출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아가 전력 산업의 성장을 정부가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물론 기업은 시장에서 진퇴를 겪으며 경쟁력을 키워가야 하고, 소비자는 기존에 ‘공공재’처럼 주어지던 전력에 대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력 시장이 활성화되면 결과적으로 편익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정부가 최전방 주전으로 뛸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다양한 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지능형 마이크로 그리드(Smart Micro Grid) 같은 인프라를 보충하고, 전력 시장에서 공정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구상하는 역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력 사업자나 소비자를 보호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이다. 박선주 경북대 행정학부 부교수

2023-07-31 08:17 박선주 경북대 행정학부 부교수

[브릿지 칼럼] 이민 개혁은 시대적 선택

박종구 초당대 총장노동력 부족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긴급한 과제의 하나다. 생산현장에는 필요한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한 반면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근로계층은 일자리가 없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이민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더 이상 부족한 생산 인력 확보를 국내에서만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한계에 도달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민개혁을 과거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과 비교된다고 발언했다. “농지개혁처럼 우리도 사회개혁을 해서 국민이 행복하고 기업인이 혁신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 지식을 갖춘 유능한 외국인 인구 확보가 국가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통계청에 따르면 2070년 총 인구수는 38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노인 비중은 46.4%까지 늘어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지구촌에서 가장 가파른 노령화를 겪고 있다.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생산인구는 수년 째 감소 일로다. 2030년에는 2020년 대비 7% 생산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인구가 1% 포인트 늘어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8% 포인트 줄어든다고 한다. 생산인구 당 노년인구 부양비도 급증하고 있다.따라서 이민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선택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한결같이 이민 문호 개방을 통해 경제성장과 국부 증진을 도모했다. 일본인이 비교적 폐쇄적인 시스템을 견지해 왔지만 수년 전부터 적극적인 이민 포용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더 이상 자국민만으로 경제를 이끌어갈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 인식의 결과다.미국이야말로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상당수가 이민자 출신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트위터의 파라그 아그라왈 등이 대표적인 인도계 경영자들이다.실리콘밸리 창업을 이민자들이 주도했다. 유니콘기업이야말로 이민자 창업의 산실이다. 중국이 사상 유례없는 고도성장에 성공한 것은 5000만 명에 이르는 화교 세력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동남아시아 경제를 지배하는 외교 세력 덕분에 동남아시아 시장에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우리나라도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외국인 비율이 4%를 넘어섰다. 국제결혼비율도 10%를 상회한다. 고령화 문제의 대안으로 고려되는 정년연장 역시 기업에 커다란 부담요인이 된다. 65세로의 정년 연장 시 16조 원의 인건비 부담이 예상된다. 제조업과 수출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는 한, 양질의 생산직 근로자 확보는 한국 경제의 생명줄이다. 독일의 경우 메르켈 총리가 2015년에 100만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독일 사회의 사회적 변화를 견인했다.다문화 사회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세계다. 적극적인 이민개혁을 통해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잡는 지혜로움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성의 경제 활동 기회를 확대하고 이민 문호를 과감히 개방해야 3%대 이상의 잠재 성장률 확보가 가능하다. 아직도 여성고용율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 평균과 격차가 크다. 한국이 살 길은 개방이다. 이민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개방의 커다란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3-07-30 14:32 박종구 초당대 총장

[명의칼럼] 본격적인 무더위… 온열질환 응급 대처 방법

고동완 윌스기념병원(수원) 응급의학과 센터장장마가 끝나면서 햇볕에서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무더위가 찾아왔다. 질병관리청의 응급실 감시체계에 의하면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작년(7월1일)보다 한달 이상 빠른 5월 21일에 나오기도 했다. 낮 최고기온이 30℃이상으로 오르는 고온과 더하여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온열질환이 주로 발생한다. 더운 기후 지역은 생리적 순응으로 인해 오히려 발생률이 감소하는데 특히 요즘 우리나라는 더우면서 습하여 질환의 발생확률이 높다. 작년 전체 온열질환자는 1,564명이 발생했으며, 이중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9명으로 추정된다. 남성(80.3%)이 여성(19.7%)보다 많았고, 65세 이상 노년층의 비율은 27%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열탈진이 809명(51.7%)으로 가장 많았고 발생 장소는 대부분 실외(실외 작업장, 논·밭, 길가 등)에서 발생했다.고체온증은 몇 가지 온열질환과 열사병으로 크게 나뉜다.열실신(heat syncope)은 체액량 부족으로 인한 혈관 긴장도 감소로 뇌혈류량이 감소되어 실신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치료는 열이 있는 곳에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수액 처치 및 다른 중한 질환이 있는지 검사가 필요하다.열경련(heat cramps)은 말그대로 땀을 많이 흘려 체내의 수분과 염분이 과도하게 손실된 상태에서 물이나 저장성 음료를 과량 섭취 시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고온에서 강한 노동이나 운동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근육에서 상대적으로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이 결핍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체온은 정상이다. 경련이 일어난 부분을 마사지하고 시원한 곳에서 수분을 보충하며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단, 1시간 넘게 경련이 지속되거나 기저질환으로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바로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열탈진(heat exhaustion)은 수분 소실이 있으나 소실된 수분량을 전부 보충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체액 부족으로 인한 기립성 어지럼증, 무력감, 두통, 몽롱함, 오심 등의 증상을 보인다. 체온이 37~40℃ 가까이 올라가고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땀이 많이 나며 의식상태는 명료하다. 열탈진 환자는 열사병과 다르게 신경학적 검사는 정상을 보인다. 열탈진이 왔다면 더운 환경으로부터 격리하여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고 수액치료를 해야 한다.열사병(heat stroke)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그 기능을 상실한 질환이다. 피부를 통한 열발산이 멈춘 상태로 장기손상이나 기능장애 등의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고, 치사율이 높은 위험한 질환이다. 40℃이상의 체온으로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우며 의식변화가 동반된다. 땀분비가 소실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땀 분비 소실이 진단적 의미는 없다. 전반적인 뇌기능의 소실로 인해 예후가 매우 불량하며, 의료진의 초기 고체온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이러한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시원한 장소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시원한 물로 몸을 적신 후 선풍기 등을 사용하여 몸을 식혀줘야 한다. 젖은 수건이나 얼음 대주는 것이 좋으며 어떤 방법으로든 30분 이내에 체온을 39℃까지 내려야 한다.실외 작업장이나 논밭 등 주로 야외에서 일하다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온열질환 예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소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는 물론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무더위로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면 기존 질환이 악화되어 돌연사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가장 더운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피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불가피하게 밖에 나가야 한다면 가볍고 느슨한 옷을 입고 햇볕을 막을 수 있는 모자나 양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고동완 윌스기념병원(수원) 응급의학과 센터장

2023-07-28 14:44 고동완 윌스기념병원(수원) 응급의학과 센터장

[브릿지 칼럼] 수해현장에 드론을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대표재난의 개념을 정의하면 자연적 또는 인위적 원인으로 생활환경이 급작스럽게 변화하거나 그 영향으로 인하여 인간의 생명과 재산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대한민국은 매년 여름철에 심한 호우로 인한 수위상승으로 저지대가 범람하여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수해는 거의 매년 지역적으로 발생하여 몇 년에 한 번은 극심한 홍수를 일으키는데 그 원인은 화북지방, 양쯔강, 동중국해 방면에서 빈번히 발생하여 이동해 오는 저기압, 장마전선, 그리고 남양군도 부근에서 발생하여 북쪽으로 이동해 오는 태풍 등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수해와 풍해가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 호우가 내릴 때는 바람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또한 강한 태풍은 폭풍해일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한 파도를 일으켜 조업 중이거나 항해 중인 선박을 파손, 침몰시키는 등 육지뿐만 아니라 해상에도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다.집중호우는 대단히 습한 많은 수증기가 장마전선에 유입할 때 발생하며 지형의 영향으로 더욱 국지성을 띤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집중호우는 상층에 나타나는 제트 기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습한 공기가 제트 기류에 의해 빨려 올라가 심한 상승기류가 되고 이것이 상층에서 냉각하여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장마철의 비는 짧은 시간에 맹렬히 쏟아지는 호우이다. 1일 강수량이 300㎜를 넘는 경우도 많고, 1시간 동안 100㎜를 넘는 집중호우도 곳곳에서 기록되고 있다.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환경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 이번 여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섭씨 17도를 돌파했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엘니뇨로 알려진 자연 기상 현상과 인류의 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맞물려 이 더위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 과학자들은 2023년 7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7.01도를 기록해 종전 최고 기온인 2016년 8월 16.92도를 경신했다고 밝혔고, 학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육지와 바다의 온도 상승을 우려해 왔다.스페인이나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도 기록적인 봄 더위가 이어졌고, 북해와 같이 더위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도 해양 된더위가 발생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졌으며, 미국 남부도 숨 막히는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과학자들은 여름이 깊어지면서 엘니뇨가 강력해지면 더 많은 기록이 깨질 것으로 예상한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7월 27일 오전 기준으로 공공시설 피해는 9514건으로 집계가 되었다고 한다.특히 호우피해 사망자는 47명, 실종자는 3명으로 경북 예천에서 폭우로 급류에 휩쓸리거나 매몰된 주민 2명은 12일째 이어진 수색에도 발견되지 못했다.드론 한 대는 30분의 비행시간 동안 59.5㏊(헥타르·1㏊=1만㎡)를 수색할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같은 시간 동안 평지의 경우 50명, 산악 지역에선 120명을 투입해야 하는 넓이다. 실종자 수색에 효율적인 장비인 드론의 사용을 민·관·군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대표

2023-07-27 14:20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대표

[브릿지 칼럼] 카피라이터의 안목과 통찰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종강때 학생들의 온라인 광고 카피를 평가했다. 최근 카피를 사례로 들며 일곱가지의 카피작법도 정리해서 덧붙였다.첫 번째는 제품에 인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겨울피부, 히터를 즐기다(헉슬리)라는 카피를 보자. 헉슬리화장품을 쓰면 히터에서 나오는 건조한 공기를 즐길 만큼 피부가 촉촉해진다는 뜻이다. 피부가 즐긴다고 사물에 감각을 불어넣었다. ‘작은 몸집에 좋은 맛이!’라는 초콜릿 광고도 마찬가지다. 무생물에 생명수를 부어 죽은 문장을 살려냈다.두 번째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결정타는 이론이나 감정이 아니다. 돌아올 혜택이다. 몬스터딜(티몬)이라는 카피가 그랬다. 처음이면, 이 맛있는걸 100원에 살 수 있다는데(마켓컬리), 건강의 미래, 이미 손목 위에(애플워치 7), 그램답게 가볍게(LG Gram)등이 눈여겨 볼만했다.세 번째는 자신의 강점을 더 크게 키우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감을 부른다.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배달의 민족), 야 너도 영어 할 수 있어(야나두).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에어비엔비) 같은 카피들이 그렇다.네 번째는 남들이 생각하는 반대의 생각이다. 소수의 관점은 희소성을 보장한다. ‘아름다움은 젊은이의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후원은 후원이 끝나게 하는 것입니다’와 같은 의미심장한 문장들이다. 의자가 성적을 바꾼다(시디즈), 생활에는 아무런 높낮이가 없다(숏영상콘텐츠),도 그런 종류다.다섯 번째는 아날로그 감성과 휴머니즘이 스며든 카피다. 이는 디지털테크가 기승을 부릴수록 더할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아직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 거라 믿는 것.(뮤지컬 하데스타운) 우리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네버엔딩 (인피니트 남우현) 같은 문장이다. 아버지가 되면, 사진은 훌룡해진다(캐논), 도망가자, 엄마도 휴가가 필요하니까(여기 어때), 금메달만 못 땄네, 앞으로 따지 뭐(스물다섯, 스물하나) 같은 카피도 눈에 띈다.여섯 번째는 덧칠하지 않고 본질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대교약졸의 수법이다. 바른 먹거리(풀무원), Life is good(LG전자),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NO브랜드), 투명은 안심이다(가그린) 같은 카피를 들 수 있다. 말미에 덧붙인 말은 그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카피를 쓰라는 것이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라는 문장은 사춘기 여고생의 속마음을 담은 카피다. 장모님 다녀가셨나(해찬들 메주뜰 된장)은 사위의 시선이, 아이는 조용하게 자랄 수 없다(스위첸)는 사려 깊은 부모의 입장이 담겨있다.누구나의 문장이 아니라 자신만의 문장을 쓰려면 먼저 세상에 널린 다양한 인생사부터 섭렵해야 한다. 크리에이터에게, 광고인에게 인문이 강조되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래서 인문은 인간의 문이다. 타인의 관점을 자신의 그것과 섞어내며 안목과 통찰의 세월을 견디고 쌓다보면 어느 날 문득 자신만의 관점이 탄생한다.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2023-07-26 14:26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시장경제칼럼] 중대재해처벌을 개정해야 하는 중대한 이유

곽은경 자유기업원 사무총장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사가 나올 때 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법은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나거나, 질병이나 부상이 생기는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 중에 기업경영을 하는 사람도 없으니 나와는 무관한 법인 줄 알았다. 어느 공사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더라, 어디 공장에서 추락사고가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었다는 등의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이러다 경영자들 줄지어 처벌을 받겠구나 강건너 불 구경하듯 안타까워했다. 알고 보니 중대재해처벌법은 내 발등의 불이었다. 본의 아니게 2년째 아파트 동대표이자 입주자회의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운영, 관리, 보수 등 아파트의 크고 작은 공사를 계획하고 결정하는 자리이다. 최근 아파트 도색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인부들이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라 사고가 나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은 모든 아파트가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필수적인 공사라 취소할 수도 없고, 행여 사고라도 나서 신문에 나오면 어쩌나 겁부터 덜컥 났다.더 놀라운 것은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하는 모든 업무 즉, 전지작업, 전기공사, 계단대청소 등등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이 대상이 된다는 점이었다. 실제 아파트 직원의 사고로 처벌대상이 되었던 사례도 있었다. 2023년 4월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천장누수 방지 작업을 하기 위해 사다리에 올라갔다 떨어져서 사망했다. 해당 직원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했고,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관리위탁업체 대표가 처벌을 받게 되었다.이렇게 중대재해처벌법은 나의 일상에, 국민들의 일상에 파고들고 있었다. 우리 국민들 중 절반 이상이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각 아파트마다 입주자대표가 있고 동대표가 있을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1차적 책임은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있겠지만, 관리소장을 고용한 입주자대표회의, 자신들을 대신해 의결과 집행을 맡긴 아파트 입주민들 하나하나가 그 책임에서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 “입주자대표회의는 제 3자에게 공사를 하도급하더라도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해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중대재해처벌법이 나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처벌대상이라고 생각하니 문제가 명확하게 보인다. 이 법은 ‘모든 근로자가 안전해야 한다’는 희망사항을 무리하게 법제화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불합리하다. 이 법 이전에도 모든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법이 생겨났고, 처벌이 강해졌다고해서 사고를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다. 사고의 원인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건설현장, 위험한 일터에서도 마찬가지 사정일 것이다.작업 중 사고에 최고경영자가 형사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를 보면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정부, 기업, 노동자 노력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용자인 기업인을 처벌하는 데만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대비할 예산과 인력을 배치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장들, 아파트 관리소들은 아무런 대비책이 없이 법의 처분만 기다려야 한다.결국 안전과는 무관하게 책임회피를 위한 행정절차만 남게 될 우려가 크다. 책임자 입장에서는 이미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는데, 혹시 모를 사고에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안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서류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 아파트의 경우 도색공사 계약 외에 ‘기술지도계약’을 추가로 체결했으며, 관리사무소에 안전관리자를 선임 하려고 준비 중이다. 물론 이에 대한 비용은 관리비로, 모든 주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이 있다고, 서류가 몇 장 늘어난다고 작업현장이 좀 더 안전해진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비용과 노력을 더 기울였으나, 중대재해는 오히려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 업무상 사고 사망자가 874명으로 전년 대비 46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행 첫해, 시범케이스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더욱 조심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누가 좀 더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더라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사고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법이다. 처음부터 현실은 반영하지 않고, 그냥 근로자가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각 경제주체들은 일상 곳곳에서 추가로 행정비용을 지불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예비 처벌대상자가 되고 말았다.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이 보호하려고 하는 실익이 모호한채,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부작용이 크다. 관리소장이 직원들의 사고에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기 시작한다면 아파트는 관리소장을 구하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 사고에 취약한 중소기업 대표도 반복되는 처벌에 사업을 접을 것이며, 사고 날 확률이 많은 연령층에게는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대형건설사 대표도 사고를 0으로 만들 수는 없고, 자꾸 감옥에 들락날락 하다보면 건설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기술력과 자본력 있는 대기업 브랜드의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전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다.앞으로 모든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고 하니, 더 큰 부작용을 낳기 전에 현실에 맞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에 좋겠다. 사용자에 대한 의무를 명확히 하고,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형사처벌 규정도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곽은경 자유기업원 사무총장

2023-07-25 10:58 곽은경 자유기업원 사무총장

[명의칼럼] 감염성 구내염 막으려면, 식품위생·청결 관리 필수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인후통을 호소하거나 발열이 있는 아이들의 입과 목구멍을 비디오스코프로 들여다보면 구내염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구내염은 매우 쓰리고 아픈 증상으로, 심한 아이들은 목젖과 목구멍뿐 아니라 입술 안쪽이나 양쪽 뺨 안쪽까지 발적과 수포, 농포가 발생한다.구내염은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눌 수 있다. 비감염성 구내염은 ‘아프타성 구내염’이 대표적이며, 입안 점막이 허는 것이 특징으로 보통 피곤하고 체력이 떨어질 때 잘 생긴다. 비감염성 구내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대증치료 외에 체력과 면역력을 올려주는 한약 치료가 필요하다.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감염성 구내염은 ‘포진성 구협염’이다. 포진은 물집이고 구협은 입과 목구멍이라는 뜻이니 입과 목구멍에 물집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헤르팡지나’라고 부르며 수족구병의 원인이 되는 콕사키 바이러스나 에코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주로 일으킨다.이런 바이러스들은 장내 바이러스 감염을 주로 일으키기 때문에 엔테로(장) 바이러스로 불리기도 한다. 감염 경로는 감염자의 대변을 통해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오염된 물건을 만진 후 입을 다시 만지는 경우, 오염된 공기 중 비말을 흡입하는 행위 등이다. 따라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품 위생에 신경을 쓰고 화장실 청소와 관리, 마스크 쓰기 등으로 감염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헤르팡지나는 주로 어린이들이 더 쉽게 감염 되며 어린이를 통해 청소년이나 성인 가족에게 감염이 되기도 한다. 보통 3~5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인후통, 두통, 식욕부진과 고열이 생기다가 하루 이틀 정도 후에 목젖이나 구강에 1~2mm 정도의 붉은 발진이 생기고 이내 수포나 농포로 변하다가 궤양으로 넘어간다.작은 발진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3~5mm 정도의 큰 발진과 궤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다시 하루 정도 지나면 궤양이 얕아지지만 깨끗이 치료될 때까지 1주일 정도 걸릴 수 있다.헤르팡지나는 목젖 주위 궤양이 가장 많고, 편도나 구강 내로 번지기도 한다. 잘 먹던 아이들이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기도 하며 구토나 복통, 설사 등을 동반할 수 있다.헤르팡지나는 한약으로도 치료되는 질환이다. ‘현삼패독산’이라는 처방은 입안의 염증뿐 아니라 전신 발열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한약을 얼린 후 구강 궤양이 있는 부위에 닿게 해서 녹여 섭취하면 통증 경감과 함께 약물이 점막으로 직접 흡수되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2023-07-25 07:00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