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브릿지 칼럼] 시대 역행 '온플법'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규제가 만능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진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경쟁촉진법(온플법)을 내놓았다. 플랫폼의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나중에 그럴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규제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없이 일단 해당 기업 행위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 통제하자는 것이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것이다.공정위가 자신들의 이상 세계를 설정하고 이를 규제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설계주의 방식으로 사업 비즈니스를 왜곡하고 사회적 편익을 낮추게 된다. 정부의 인위적 질서는 시장 거래자의 자발적 협력을 강제로 조정한 것이라 비용도 높아지고 후생 수준도 낮아지기 때문이다.이머징 마켓은 기업가의 혁신과 긍정 마인드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해낸 것이다. 관료적 태도로는 비즈니스를 새롭게 하지도 세상을 이롭게 하지도 못한다. 정부 당국은 잘못된 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그쳐야지 자신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오만이고 실험주의일 뿐이다.플랫폼 비즈니스는 특히 규모를 갖춘 방식이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클 수 있다. 공정위가 추후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규제를 신설하고 통제하려고 나설만 하다. 이런 원시적 본능에 의한 접근방식은 현대 비즈니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산이다.기업의 세계는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성과를 내기도 한다. 마술처럼 엄청난 수익을 내는 것이라 좋게 보면 신비로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나쁘게 보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새로운 혁신이 나오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보니 정치인과 정책당국이 규제를 하고 싶은 대상이 되곤 한다.규제는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새로운 방식의 사업 서비스를 막고 소비자가 누려온 가치들을 빼앗는다. 유통혁명, 물류 시스템 등의 고도화와 맞물려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특히 쇼핑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편리성과 비용 부담을 낮추었다. 쉽고 간단한 쇼핑, 빠른 배송 등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졌고, 편익은 높아졌다. 온플법에 의해 이를 규제하게 되면 경쟁은 제한되고 소비자의 편익은 줄어들게 된다.규제는 경쟁을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가능했던 서비스들이 위축된다. 피해는 크지만, 해당 부처이외에는 누구도 이득을 얻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규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얻는 이득은 분명하다. 규제를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관련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세계는 플랫폼 경쟁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근대적 방식으로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내도록 돕는 것이 소비자와 기업경제를 모두 이롭게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1-11 14:36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해외 기술유출은 ‘경제 간첩죄’로 처벌해야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 교수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등 첨단전략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을 둘러싼 경쟁국 들 간 패권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며 전략 자산인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중대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술 유출은 국익을 해치고 국가 안보를 흔드는 매국적 범죄이다.최근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도면이 통째로 대만에 유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00쪽 분량의 이 도면은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해 한국을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으로 우뚝 솟아나게 한 기술이며, 이 도면을 가지고 대만 정부가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한화오션 측은 문제의 도면은 1970년대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것이며, 방산기술 및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9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수사기관과 국정원, 방사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 및 협조해 수사해 온 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만 국회의원이 한국 대만대표부에 관련 사실을 제보할 때까지, 국내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한화 측도 보도가 나가자 입장문을 내고 “국가 핵심기술 보호 및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과거 대우조선 시절을 포함해 범죄 관련자들에게 단호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고 하니 우리 기업과 정보기관의 기술 유출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력 점검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산업기술의 유출과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 등을 담은 현행법은 사실상 기술의 유출을 방치하고 있다. 국가 산업경쟁력을 훼손하는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적 또는 사후적 대책으로도 대단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경쟁국들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당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경제 간첩죄’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기술을 보호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유출의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법률안을 개정시켜 처벌하는 수위를 높여야 한다.우리는 형량이 지나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선고된 기술 유출 사건 5건당 1건은 무죄 판결이고 징역형은 평균 선고형량이 징역 1년이라고 한다. 우리 법원은 관련 범죄에 너무 관대한 편이다. 양형 기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탈취된 첨단 기술 552건의 피해 규모는 1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국가적 범죄를 차단하는 데 드러난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단호하고 실효적인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이에 주요 경쟁국의 수준에 맞게 산업기술의 유출과 침해에 대한 처벌을 형법에 따른 간첩죄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또한, 손해배상 확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기술을 보호하여 기업 및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조속히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익 창출은 물론 국가와 경제 안보에 기여 해야 할 것이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 교수

2024-01-10 16:04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 교수

[명의칼럼] 소아 독감 환자, 후유증 길어지면 한방 치료 도움

하유군 함소아한의원 인천청라점 원장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올해는 독감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기는 일종의 감기지만, 일반 감기와는 원인균과 병의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감기와는 구별해야 한다. 주로 2~3년 주기로 유행하고 춥고 건조한 10월부터 4월까지 발생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독감은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 상부인 코와 목을 침범하여 목이 아프거나 호흡기 하부인 폐를 침범하게 되어 갑작스럽게 기침을 심하게 하며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매우 다양한데, 감기와 비슷하게 발열이 없는 호흡기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전형적으로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잠복기는 2~3일이고 전염 기간은 증상이 나타난 후 3~4일 간이다. 전염성이 강하여 고령이나 소아 또는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걸리면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특히 2세 미만 영아에게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중증으로 이어져 폐렴으로 발병하기 쉬운데, 이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나 2차적으로 세균에 감염되어 세균성 폐렴이 생기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발생한 지 3~4일이 지났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거나 기침, 가래, 호흡곤란 또는 호흡 시 가슴의 통증을 호소할 경우에는 폐렴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독감에 감염되었을 때는 호흡기 관리가 필수다. 우선 빠른 증상 호전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이가 잘 먹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많은 양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가래를 묽게 하여 기침을 통한 가래 배출을 용이하게 하고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지 않도록 실내 습도는 5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가볍게 독감을 앓고 지나가는 아이도 있지만, 평소 몸이 약했던 아이가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컨디션 회복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독감 이후 마른기침, 잔기침이 지속되고 호흡기 질환에 노출이 잦아지거나 소화기 기능이 저하되어 식욕부진 증상이 지속되며 잦은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다.이처럼 증상의 회복이 더뎌지고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한의학에서는 기혈과 기본 면역력 보강을 도와주고 독감 후유 증상에 맞는 치료를 한다.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히며 폐를 윤기 있게 만들어 주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개개인의 체질에 맞는 탕약 처방은 독감으로 상해있는 몸속의 기혈과 진액을 보충하고 체력과 면역력 개선, 독감 후 배앓이나 잦은 감기 증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이와 함께 쑥뜸 치료를 통해 해독, 항균 효과로 호흡기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독감 감염은 개인에 따라 회복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컨디션이 충분히 회복되기까지 가족이 함께 힘써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하유군 함소아한의원 인천청라점 원장

2024-01-09 06:51 하유군 함소아한의원 인천청라점 원장

[브릿지 칼럼] 나의 아저씨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 것도 아냐. 니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냐.”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심금을 울리는 ‘나의 아저씨’ 명대사다. 하지만 이 명대사와 이 대사를 읊었던 고(故) 이선균이 처한 현실은 무척이나 달랐나 보다. 2023년 끝자락 몇 개월 간의 일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니었나 보다. 이선균에 대한 마약수사가 쏘아올린 ‘사회적 살인’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가 공개된 지 두 달하고 열흘 지난 시점에 사고가 터졌다. 간이 시약검사(소변)와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의 입지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심지어 이선균은 공갈 협박의 피해자이자 고소인의 입장이었다. 수사와 언론, 대중의 압박에 지쳤던 이선균은 비공개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공개 소환조사를 고집했고 그는 공영방송에서 마약과 관련없는 사적 통화와 진술서가 공개되는 망신까지 당해야 했다.가뜩이나 마약수사는 무척 어렵다고 한다. 체모나 소변 검사를 통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정황만으로 마약 혐의를 단정적으로 예단할 수 없다. 이선균의 피의 사실이 공개된 후 경찰은 잇단 마약 음성 판정에 당황했고 결국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추측된다. 이번 정부의 검수완박 상황에서 마약수사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찰의 실수 치고는 너무도 치명적이었다.마약범죄를 경시하거나 마약 의심 연예인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소환조사를 받은 빅뱅의 GD를 비롯해 수년 전의 로버트 할리, 돈스파이크 등도 비슷한 고초를 겪었다. 선정적인 언론과 쉽게 부화뇌동하는 대중도 이에 가세한 공범인 셈이다. 연예인의 마약 혐의가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쉽게 대중에게 전달되는 패턴은 분명 잘못됐다. 내사 단계에서는 혐의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해당 연예인이 아무런 방어도 할 수 없다.망신주기식 수사로 연예인의 마약 혐의를 입증하려 한다면 마약청정지대를 위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권 침해의 불의를 범하는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다가도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연예인 등 셀럽의 생태계를 고려한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수 있는 수사 방법은 재고돼야 한다. 그들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헌법과 형법에서 보장하는 방어권을 그들이 행사하기도 전 언론 공개를 통해 사회적으로 매장시킨다는 점에서 이선균 사건과 같은 수사방식은 어쩌면 강압수사보다 더 지양돼야할 수법이다.이 와중에 이선균의 비극을 빌미로 자신의 진영에서 정치적 공세를 펼치거나 공개적으로 상투적, 상습적인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이에 동조하는 이들도 은근히 많다. 이선균의 슬픈 선택보다 더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구조적으로 이러한 폐해와 참사를 막아야 할 타이밍에 한가롭게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들기 보다는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유명인에 대한 수사 방식이 고질적인 병폐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원인을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편안함에 이르렀나?”‘나의 아저씨’ 엔딩에서 이선균이 묻는다. 그 자신은 전혀 아니다. 어쩌면 모두가 부화뇌동하고 있다. 더 이상의 참극은 없도록 연예인이 아닌, 한 인간의 사회적 생명은 지켜져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4-01-08 14:24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기자

[명의칼럼] 눈밑, 이마, 관자놀이의 푸른 힘줄 … 피부과질환 아닌 혈관확장증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단순한 점이 아닌 넓고, 붉거나 검푸른 반점은 혈관염, 혈관종, 혈관확장증 가운데 하나여서 혼동하기 쉽다. 혈관염은 혈관의 염증으로 혈액 속에 있어야 할 적혈구가 혈관 밖 조직으로 스며나와 피부에 반점이나 얼룩이 생기는 질환이다. 반점의 색깔은 붉거나 보라색을 띤다. 그 중 가장 흔한 유형이 자반증(紫斑症, purpura)이다.혈관종은 비정상적인 혈관이 뭉쳐있는 것으로 대부분 양성종양이다. 나이 들어 많이 생기는 체리혈관종(Cherry hemangioma, 또는 버찌혈관종)은 붉은 자주빛의 작은 구진(丘疹)이 다양한 크기로 넓게 퍼져 있는 게 특징이다. 소정맥의 과도한 성장으로 발생하며 노화가 주된 원인이다.눈밑, 이마, 코옆, 볼, 목, 관자놀이 등 남의 눈에 잘 띄는 안면 부위에 도드라지거나 검붉거나 푸른빛을 내는 반점이나 정맥혈관은 모세혈관확장증으로 볼 수 있다. 다리에 생기는 하지정맥류처럼 안면의 남의 눈에 잘 띄는 모세혈관에 미세한 정맥류가 나타난 것이다.병리적으로 보면 혈관염이 심할 경우 혈액이 도달하지 못한 피부가 괴사될 수 있으므로 가려움증, 염증, 통증, 화끈거림이 심해지면 악화되지 않도록 1차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다만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질환의 합병증으로 생긴 자반증이 아닌, 보통의 경우 3~4주가 지나면 흡수돼 소멸되므로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혈관종과 혈관확장증은 건강상 별 문제가 없지만 타인의 시선 때문에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부위다. 요컨대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이 느껴진다면 치료에 나설 필요가 있고, 이를 감수할 수 있다면 경과를 관찰하면서 지내면 된다.필자가 주로 치료하는 얼굴 부위의 혈관확장증은 혈관의 굵기에 따라 안면홍조, 모세혈관확장증, 망상정맥, 돌출정맥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안면홍조(주사비, 주사질환)는 아주 가는 모세혈관이 확장된 것이다.얼굴 여러 부위의 푸른 반점이나 정맥혈관의 도드라짐 등은 모세혈관확장증에 속한다. 눈밑 다크서클(혈관성인 경우), 관자놀이 파란 핏줄, 코옆, 이마 등에 나타난 것을 아우른다. 모세혈관확장증(Spider veins)은 대개 지름 1~2mm의 가느다란 실핏줄이 거미줄 모양처럼 두드러져 있다. 모세혈관확장증의 원인은 노화, 임신, 유전(가족성), 자외선, 간기능 저하 등으로 여겨진다.이보다 굵은 지름 2~3mm의 구불구불한 푸른색 핏줄이 보이는 게 ‘망상정맥’(Reticular veins)이다. 망상정맥보다 더 굵은 혈관이 튀어나오면 ‘돌출정맥’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들 4가지 유형의 혈관확장증은 크게 정맥성과 동맥성으로 나눌 수 있다. 필자의 임상 경험 상 정맥성이 약 90%, 동맥성이 10%를 차지한다.정맥성의 경우 절제 후 봉합, 소절개 후 결찰, 혈관경화술 등 3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시행한다. 문제의 혈관을 퇴화 및 소멸시키는 게 주된 치료 목적이다. 혈관이 가늘고 범위가 좁을수록 후자의 방법을 쓴다. 동맥성은 혈관의 압력이 정맥보다 높기 때문에 주로 절제 후 봉합을 하게 된다.혈관확장증은 문제의 혈관이 입체적으로 분포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외과적 요소가 가미된 중재적 시술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피부과에서 얼굴이 민감한 부위라며 간편한 ‘롱펄스 레이저’ 시술을 권하지만, 문제의 혈관이 피부 겉면에 수평적으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즉, 레이저는 직진성을 띠기 때문에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으로 놓인 혈관(깊은 곳에 위치한 혈관)이나, 손등정맥(대부분 망상정맥)처럼 돌출 혈관이 굵은 경우에 무용하다. 그래서 효과가 미치지 못한 부위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롱펄스 레이저는 에너지가 강하기 때문에 인접 정상혈관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얼굴에 생긴 푸른 반점(대부분 정맥성 모세혈관확장증)은 당사자에게 여간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다. 이 때 시술이 필요한 사람은 수평적, 수직적으로 놓인 문제의 혈관을 커버할 수 있는 3가지 복합적 중재시술이 적합하다. 피부과 레이저 치료만으로는 미흡한 게 많으므로 혈관시술에 조예가 깊은, 경험 많은 의사를 찾아 진료받는 게 바람직하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4-01-08 08:38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브릿지 칼럼] 상표 전쟁에서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나

전소정 변리사성경에서 어린 다윗은 물맷돌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단숨에 쓰러지게 만들었다. 상표 전쟁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중소기업이 애지중지 키운 브랜드와 상표권은 대기업을 상대로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그 효력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우기가 어렵다.영유아 과자를 만드는 중소기업 A는 ‘아이밀’이라는 상표권을 5년 전에 정당하고 유효하게 취득했다.그런데 ‘아기밀’로 유명한 일동후디스에서 2019년부터 ‘아기밀’을 ‘아이밀’로 브랜드를 변경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식약처에서 영유아식에 ‘아기’ 표시를 금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일동후디스 측의 설명이었다.우선 이 사태에서 상표권의 침해자는 일동후디스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A는 당연히 그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표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을 한다는 것은 곧 중소기업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비용과 시간, 에너지가 투여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법은 보호해 주지 않는다.중소기업 A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특허법원으로부터 상표 침해를 인정받아 최근 1심에서 5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어렵사리 얻어냈다.그러나 일동후디스는 다시 항소심을 제기하였다. 결과적으로 3년이 넘는 소송전은 정당한 상표권자인 ‘아이밀’에게 훨씬 더 큰 ‘피해’를 낳게 되었다. 멀쩡한 상표권자임에도 ‘아이밀’은 졸지에 일동후디스의 모방 브랜드로 전락하여 매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또한 3년이 넘는 소송전으로 인해 수익 구조가 악화되었고 현재는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본 규모에서 비교 불가한 대기업과의 소송은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되는 것이다.일동후디스는 2019년 ‘아기밀’을 ‘아이밀’로 브랜드를 변경할 때 정말 중소기업 A의 ‘아이밀’ 상표권의 존재를 몰랐을까? 보통 이 정도의 대기업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표에 대한 모방상표를 모니터링하고 상표 출원 전에도 정밀하게 선행상표 여부를 조사한다. 몰랐다면 법무적인 관리의 부재나 소홀을 의심해야 하고, 알았다면 고의적인 침해로서 물질적인 손해배상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A의 ‘아이밀’이 모방브랜드로 의심 받아 훼손된 신용도 회복시켜 주는 것이 마땅하다.이런 일이 ‘아이밀’ 사건 뿐일까. 현장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지식재산권 전쟁에서 중소기업은 아무리 유효한 상표권을 취득해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본력으로 끝까지 간다는 대기업의 불도저식 소송 전략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정당한 상표권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았다.상표권이 대기업의 브랜드만 보호하는 역할만 해서는 되겠는가. 누구에게나 똑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의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로서는 더 이상 중소기업 권리자가 선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현재보다 더 두터운 소송 비용 지원사업과 구제책을 마련해 주고,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주길 바란다. 새해엔 그런 모범 사례를 본 칼럼에서 소개할 수 있길 소망해 본다.전소정 변리사

2024-01-07 14:33 전소정 변리사

[브릿지 칼럼] '먼 섬'에 전해진 희소식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2023년의 끝자락이던 지난달 20일, 국회로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국토 외곽 ‘먼 섬’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울릉도·흑산도 등 국토 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었다.먼 섬이란 육지에서 50㎞ 이상 떨어진 국토 외곽의 유인섬을 말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육지에서 50㎞ 이상 떨어진 유인섬과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따른 직선 기선을 정하는 기점에 해당하는 유인섬은 울릉도·흑산도·거문도 등 모두 34개에 달한다.이들 섬에 사는 주민들은 국토의 외곽에 살면서 육상 영토보다 4.4배나 큰 해상 영토를 사실상 수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들 섬의 인구는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한국섬진흥원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먼 섬의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 비율은 27.1%로 전국 평균 18%, 섬 평균 26.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또한 2015년에 비해 섬의 인구는 2% 감소했지만 먼 섬의 인구는 9.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가거도·흑산도·울릉도와 같은 먼 섬의 주민은 해상 교통비를 비롯한 물류비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목포에서 출발해 신안 가거도에 가기 위한 여객선의 1㎞당 교통비는 480원이다. 이는 목포-서울 KTX의 1㎞당 비용 150원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또 연안여객선의 1㎞당 평균 비용인 362.9원에 비해서도 1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요인들이 결국 먼 섬 주민의 정주 여건을 악화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섬 지역에 대한 국가 지원은 ‘섬 발전 촉진법’과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에 한정돼 있어 먼 섬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신안 가거도 한 주민은 “정부가 해양 영토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섬을 홍보한다며 ‘2023년 올해의 섬’으로 가거도를 선정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칠 뿐, 해 준 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이번 특별법 제정에 따라 행안부는 국토부, 해수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국토 외곽 먼 섬 종합발전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해야 한다. 먼 섬을 지원하는 국비 보조사업의 보조율도 대통령령으로 추가 상향이 가능하게 됐다.또 최근 섬 주민에게 들려온 두 번째로 큰 희소식은 흑산공항 건설 확정이다. 흑산공항 건설 부지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대신 비금면 등의 갯벌을 새 공원구역으로 편입하는 신안군의 대체 방안을, 작년 1월 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최종 받아들이면서 공항 추진 11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이에 따라 울릉도와 백령도에 이어 흑산도에도 소형공항이 들어서게 된다. 2020년 11월 착공에 들어간 울릉공항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현재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국토부는 백령공항을 2026년 착공에 들어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옹진군은 이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흑산공항은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이후 개항이 유력하다.이들 공항이 모두 개항하면 교통약자인 섬 주민들과 관광객의 이동권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섬 공항 건설로 인한 고용유발효과, 생산유발효과 등이 기대된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1-03 14:03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 아닌 전면 개정을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이다. 중대재해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재해를 말한다. 동법은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됐으며, 내년 1월 27일부터는 5~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목소리는 다급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50인 미만 중소기업 64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90%의 기업이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동일 규모의 892개사를 조사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유예가 되지 않을 경우 ‘고용인원 감축과 설비자동화를 고려하겠다’는 기업과 ‘사업 축소 및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기업의 비중도 각각 18.7%, 16.5%에 달했다.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재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근로자를 줄이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재해 감축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자 수는 3만9226명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 3만3537명 대비 17% 증가했다. 사망자 수 또한 2021년 721명에서 2022년 851명으로, 법 시행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결국 이 법이 5~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더라도 재해 감축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기업에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중대재해 감축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기업인 처벌만 강화될 경우 경제적 손실만 커지게 된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됐을 경우 실질국내총생산(GDP), 실질설비투자, 총일자리가 각각 연간 4.7조원, 0.7조원, 4만1천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되면, 경영자의 형사 처벌 위험, 소송 비용 증대, 공사 지연 손실 등으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증가한다. 경영 리스크가 증가하면, 기업의 자본조달 여건이 악화된다. 이로 인해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량과 노동수요량(일자리)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한다.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에도 재해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면, 과도한 처벌 규정은 사고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아니라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5~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를 서둘러 처리해야한다. 이 후 ‘1년 이상의 징역’ 등 강화된 처벌 규정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한다.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대신 산재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한 노사정 상설협의체 구성, 산재 데이터에 기반 한 원인 분석과 예방 대책 마련,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 등 예방 중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1-03 06:40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가난한 사람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모두가 부자를 꿈꾸지만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왜 가난한지 잘 알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살펴 보면 이렇다. 첫째,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가난을 한탄하고 자기 가치에 대해 회의적이며 자존감이 낮다. 자존감이 낮으면 이를 소비로 채우려 한다. 즉 내적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겉보기를 좋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흡사 동물들의 본능과도 같다. 자신이 뭔가 위협받고 있을수록 더 화려하게 날갯짓을 하고 두려울수록 과도하게 자신의 몸을 부풀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가난해질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결정을 하게 되고 그것이 삶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둘째,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티븐 무어, 아트 라퍼의 공동 저서인 ‘번영의 종말’에는 이렇게 지적한다. 오늘날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한때 사치품으로 여겼던 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건조기, 컬러TV, 에어컨 등을 소유한다. 놀랍게도 이러한 소비재를 소유한 빈곤층의 비율이 중산층의 소유 비율보다 높다. 또한 가난한 사람의 95%는 소득을 넘어서는 소비를 한다. 신용카드 한도를 초과할 만큼 과소비를 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사거나 빌려 타면서 검소와는 거리가 멀다.셋째, 빈자나 일시적인 부를 쟁취한 졸부는 ‘난 아주 좋은 아이디어로 성공해서 현재 만족해, 이만하면 됐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한계를 쉽게 인정한다. 빈자는 불황이 닥쳤을 때 문제의 원인을 개인주의적 관점보다는 구조적 관점으로 해석한다. 구조적 관점의 옹호론자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모순되는 감정을 갖고 있고 자신의 입장에 대한 확고함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불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사회제도 탓, 경제구조 탓, 정부 탓으로 돌리게 되고 자신의 실패를 옹호하는 데 힘쓴다. 목적 없이 이리저리 전전하는 빈자들은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어떤 조건에서든 항상 그들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나타난다. 이러한 악순환은 또다른 빈자를 잉태할 뿐이다.넷째, 가난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겪는 경험이나 머릿속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익숙한 것들을 가지고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만든다. 이런 경향을 ‘가용성 편향’이라고 한다. 배우나 가수, 운동선수의 가십 혹은 지라시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그 일이 설령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더라도 방송에 자주 접한 익숙한 누군가에게 일어난 사건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단순히 보는 수준을 넘어 악성 댓글로 이어져 가십과 지라시를 확대 재생산한다. 타인의 불행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 부자로 나아가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마지막으로 증시가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은 큰 고통으로 여긴다. ‘영끌’로 빚을 당겨 빨리 수익을 내야 하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장기투자로 증시 변동성을 이겨 꾸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은 하지만 실천하지는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소망을 담은 장기 목표를 추구하는 비율은 단 2%에 불과한 반면 부자들의 99%는 하나 이상의 장기 목표를 추구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1-01 14:1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시장경제칼럼] ‘횡재세(Windfall Tax)’에 관한 단상(斷想)

2022년까지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이른바 ‘횡재’(Windfall)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가 심화되어가고 있다. 그 과세 관련 범위에는 석유 및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금융기관의 수동적 수익(Passive profit)이 과다해짐에 따라 그 초과이익을 과세하는 논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속칭 ‘횡재’라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까닭에, 어떤 것이 ‘횡재’인지부터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세제에 대한 논의가 처음 진행된 것은 약 100년 전인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전쟁을 기회로 평균 수익을 초과하여 얻은 수익을 과세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나타나면서 실제 도입된 유사 제도 사례들이 있었다.횡재, 그리고 그 과세제도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고 여기에서 그 모든 내용을 살펴보기 어렵겠지만, 대체로 횡재에 관한 논의 과정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외부요인으로 과거부터 언급된 예시로는 전쟁(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최근 논란을 일으킨 주요 배경인 글로벌 팬데믹(최근에는 Covid-19 Pandemic) 등이 있다.즉,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의하여 얻게 된 이익은 우선 횡재의 내용에 포섭될 대상의 것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횡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수준을 넘는 ‘초과’ 이익에 대해서 세제(또는 부담금 제도)를 통해 그 이익을 환수하고자 하는 것이다.횡재 이익으로 부르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과세(또는 부담금)제도를 설계한다고 할 경우에 대해서도 여러 방향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다음의 몇 가지 간단한 생각을 통해 제도 도입에 관한 어려움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법인세법에서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날수록 과세에 적용되는 명목세율도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를 두고 있다. 따라서 횡재라고 할 이익(외부요인으로 증가되었을 이익)은 이미 높은 명목세율의 과세 대상이 된다.예를 들어 A라는 금융기관(은행)이 앞서 이야기한 외부요인으로 인하여 수동적 이익인 ‘이자수익’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하자. 현행 법인세법 제55조에서는 법인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이익은 가장 높은 구간의 과세소득을 차지하는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과거 기업에 누적된 결손금이 초과이익을 상쇄하는 효과로 그러한 누진세율에 따른 효과 역시 줄어들게 된다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하지만 그 역시 횡재이익이 있었던 과세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 계산 시 반영하였던 결손금을 차후 법인세 계산 시에는 반영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다는 점이나 손실이 있는 경우에 과거 납부한 세금을 환급하는 것은 없다는 점 등으로 대응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즉 자연인과 달리, 법인은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상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인세법과 같은 다단계 누진세율 구조만으로도 일시적인 외부요인에 따른 이익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거나(또는 될 것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한편, 횡재(Windfall) 이익을 포괄적으로 과세하지 않는다면, 횡재 이익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들을 구분경리하여 과세하는 구조를 설계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횡재 이익의 범주를 어렵게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적정한 세율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상당히 난해한 부분이 있다.예를 들어 법인세법 제55조의2 제1항 제3호에서는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 발생한 소득에 대해 추가로 법인세를 과세(세율 10%, 미등기한 토지의 경우에는 40%)하고 있다. 횡재이익에 대한 과세 역시 ① 횡재이익이라는 대상을 구분경리하여, ② 특정의 법정세율로 추가 과세한다고 할 경우라면, 어떠한 수준이 추가로 과세하여야 할 ‘적정한’ 세율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된다. 즉 추가로 과세할 법정세율은 어떠한 숫자가 규정되어 있어야 그 ‘적정성’을 담보하는 것인가(또는 담보한다고 여길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위와 같은 간단한 생각을 풀어나가는 끝에서 다시 마주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단일세율인 여타 국가들의 경우와 다르게 4단계로 구성된 법인세 초과누진세율 구조라는 점이다. 법인세율이 4단계 초과누진세율인 우리나라 법인세법의 입장을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횡재세를 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의 전제(前提)에는 3번째 구간(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3천억원 이하)의 법정세율 21%, 또는 4번째 구간(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의 법정세율 24%가 적정한 세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그 사고의 전제에서는 지금의 법인세 누진세율구조와 최고 명목세율로는 충분(또는 적정)하지 않은 것이라 명료하게 생각하고 논의 과정을 전개해나가는 것일까? 이 글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들겠지만, 결국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우선 소득과세로 이루고자 하는 이상(理想)은 ‘법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개인’ 소득에 대한 과세로 풀어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싶다.정승영 창원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2023-12-29 13:58 정승영 창원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내년 총선 '한동훈 vs 이재명'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 일성으로 제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이든 비례 대표이든 어느 쪽으로도 출마하지 않고 오직 집권 여당의 총선 승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 세력과 결탁해서 본인이 살기 위해서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폭주하는 다수당을 상대하는 상황에서 용기를 내서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듯 불체포 특권을 포기 하지 않는 의원들은 공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를 어길 시 출당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어쨌거나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 판 승부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장 이전만 하더라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한 판 승부 즉 대선의 연장전 끝판 승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렇지만 보수 진영에서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영향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전격 등장하면서 ‘판갈이’가 되어 버린 셈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총선 구도였던 ‘정부 지원론’과 ‘정부 견제론’은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양상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 성격이 아니라 미래 권력으로서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맞대결 국면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여론의 궁금증 또한 바로 그 부분이다.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자체 조사로 지난 20~2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6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3.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더 적합한지’ 물어보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조사 시점에는 법무부 장관)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45%로 나왔고 이재명 대표라고 응답한 비율이 41%로 집계됐다. 비대위원장으로 집중 거론되던 시점의 조사 결과라 결과에 더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적합도가 한동훈 50%, 이재명 35%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 지표가 고전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에서도 한동훈 52%, 이재명 33%로 나왔다. 이 조사만 놓고 보면 한 비대위원장이 거의 윤석열 대통령을 대체한 수치로 도출되고 있다. 일각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중도 외연 확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이나 무당층 또한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경쟁력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한 비대위원장은 호감도에서도 오차 범위 내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47%, 이 대표는 42%로 집계됐다. ‘둘 다 비호감’이라는 답변은 8%였다. 여성 응답자층의 호감도는 한동훈 49%, 이재명 43%로 조금 더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충청권 이미지가 최근 들어 삐거덕거리는 상황이지만 한 위원장의 충청권 호감도는 48%로 이 대표를 10%포인트 앞서는 결과로 나왔다.한 비대위원장의 등판으로 민주당의 혁신과 이재명 대표의 거취 결정에 대한 요구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껏 총선 판도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사이의 끝장 대결 구도였다면 한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의 전쟁은 미래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된다. 일종의 프레임 변화, 판갈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은 피할 수 없는 한동훈과 이재명의 한 판 승부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3-12-28 10:36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명의칼럼] 내 소변이 이상하다면?… 단백뇨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보통 소변에 거품이 섞여 있는 경우 우리는 ‘단백뇨’를 의심한다. 전에 보이지 않던 거품이 매번 보이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거나, 변기 물을 내린 후에도 거품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면 단백뇨 가능성이 있다. ‘단백뇨’란 정상적으로는 신장 사구체 조직에서 걸러져야 하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여과되어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현상을 말하는데, 정상적인 성인의 경우에서도 200 mg 미만의 단백질 정도는 소변에서 검출될 수 있다.하지만 이 이상으로 단백뇨가 검출될 경우 임상적으로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고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단백뇨는 여러 콩팥병을 진단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단백뇨가 있는 경우 초기에는 거품뇨 외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양의 단백질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게 되면 혈액 내의 단백질이 정상보다 적어지게 되면서 발목이나 다리 혹은 눈 주위가 붓는 부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더 심할 경우 폐부종으로 인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다. 단백뇨의 양이 많고 장기간 지속되면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단백뇨의 진단은 어렵지 않다. 보통 국가건강검진을 비롯한 여러 검진에 포함되어 있는 소변 검사의 경우, 소변스틱에 소변을 적신 후 60초 이내에 초록색으로 변하는 정도를 통해 단백뇨의 정도를 정성적으로 판정한다.이때 단백뇨가 확인된다면 신장내과를 방문하여 조금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아보도록 안내받게 되는데, 이 경우 병원에서는 단백뇨의 정확한 양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정량적 소변검사 및 요침사 현미경 검사, 필요시 24시간 소변검사까지 진행한다.이후 의사의 판단 하 필요에 따라 단백뇨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콩팥 초음파검사, 콩팥 조직검사 등을 시행해 확진하게 된다.단백뇨의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보통의 경우 우선적으로는 규칙적 운동, 저염식이 등의 생활습관 교정을 시도하게 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다면 약물을 통한 혈압관리와 혈당을 낮추는 치료가 필요하다. 단백뇨의 원인이 사구체신염이라면 경우에 따라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치료를 하기도 하며, 부종이 심할 경우 이뇨제를 사용하기도 한다.흔히 소변색이 이상하거나, 소변에 거품이 섞여 있으면 콩팥 건강을 의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소변 양상은 섭취한 음료, 음식, 약, 소변을 채취한 시간 등에 의해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르다고 모두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다.또한 격렬한 운동을 한 직후나 고열이 동반된 몸의 염증이 있는 경우에도 소량의 단백뇨가 일시적으로 나올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반드시 단백뇨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걱정이 앞서기보다는 병원을 방문해 간편한 소변검사로 확인해보고 의사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이외에 콩팥의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 약과 영양제는 본인에게 꼭 필요한 것만 복용하는 것이 좋고, 금연과 꾸준한 운동, 혈압과 혈당 관리는 필수다. 국가건강검진 시 기본항목으로 소변검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이 건강검진 대상자라면 꼭 받는 것이 콩팥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2023-12-28 08:58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명의칼럼] 당뇨 환자에 걷기운동은 ‘보약’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당뇨병 환자에게 적절한 운동은 혈당을 조절하고, 인슐린의 효능을 높여 인슐린의 필요량을 줄일 수 있는 ‘보약’이다. 특히 심혈관과 뇌혈관의 동맥경화증 발생위험을 낮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피하려면 운동이 적극 권장된다.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이 20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 총 264만4440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당뇨발로 인한 하지 절단 위험도는 흡연을 하는 경우 약 1.44배, 음주를 하는 경우 1.37배가량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경우 그 위험도가 약 0.76배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당뇨발인 줄 모르고 무턱대고 운동했다가는 발에 난 작은 상처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염증과 궤양으로 이어져 나중에는 족부괴사가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당뇨병 합병증은 크게 대혈관 또는 미세혈관의 폐색 및 혈류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당뇨발은 신경의 측면에서는 미세혈관의 문제이고, 혈관의 측면에서는 대혈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심장에서 먼 부위일수록 쉽게 나타나고, 동시에 다발하며, 비교적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말초신경에 연결된 미세혈관들의 기능이 온전하지 않아 유발된다.당뇨병이 오래되고 악화되면 하지의 대혈관 또는 말초혈관(소혈관)에 괴저(조직이 썩음)와 피부궤양이 나타나고 통증과 간헐성 파행이 나타난다.당뇨발은 결국 신경과 혈관의 복합 합병증이며,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진행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당뇨 환자가 오랫동안 고혈당에 노출되면 언젠가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에 노출된다. 통계적으로 당뇨 환자의 약 25~50%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갖고 있으며, 이 중 25% 이상이 만성통증을 동반한다.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손발이 저리고 따끔하며 말단에서 시작해 몸통으로 이상감각이 올라오는 감각신경병증 △근육의 힘이 빠지고 복시(안구운동근육 마비)가 나타나는 운동신경병증 △구역, 구토, 어지럼증, 기립성저혈압 등이 초래되는 자율신경병증으로 나뉜다. 후자일수록 당뇨 합병증이 더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당뇨병 환자가 운동요법과 식사요법을 통해 합병증 진행을 통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실천하기도 어렵고, 노력했는데 성과가 나지 않으면 조바심치기 일쑤다.이럴 때 도움이 되는 원군(援軍) 하나가 최신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이다. 고전압의 전류의 세기가 낮은 특수한 전기에너지를 당뇨 환자의 발을 중심으로 전신에 흘려보내면 미세순환이 좋아지면서 세포 내로 유입되는 포도당량이 증가해 혈중 포도당(혈당)이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당뇨발이라고 해서 발에만 전기에너지를 쏘면 그건 ‘하수’다. 명치끝과 배꼽 사이의 약간 우측 상복부에 위치한 췌장을 겨냥해 전기에너지를 쏘면 기능이 저하된 췌장베타세포(인슐린 분비)를 진작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다수의 당뇨병 환자에게 엘큐어리젠을 적용해 본 결과 치료 수개월 만에 공복혈당이 170mg/dl 수준에서 100으로 떨어지고 당화혈색소도 정상에 가까워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검푸르고 진물 나는 당뇨발이 어느새 붉은 색이 돌고 상처가 정리정돈되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당뇨 환자가 활기차게 걸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발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여기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게 세포를 맑고 튼튼하게 하는 전기에너지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3-12-28 08:27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브릿지 칼럼] 통찰의 비대칭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국내 유수 증권사의 사장을 지냈고 40년을 필자와 자본시장에서 함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모 인사가 최근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미래학 연구자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정계를 떠나면서 왜 미래학을 새 삶의 주제로 삼았을까. 자본시장을 떠나 20년을 자본시장 교수로 일한 필자 역시 대학 퇴직 무렵에는 미래학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이렇듯 주가의 연구는 바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의 도전이다.막바지의 2023년 국제증시가 야릇하다. 투자 재료에 앞선다는 수급 환경을 보면, 미국 국채에만 투자해도 4%가 나오는 안전 상품이 엄연하다. 주가수익비율이 천정인 고가의 기술주를 사상 최고가에서 매수하려는 대기자들이 줄을 선다. 빅 테크 대표주인 매그니피션트(magnificent) 주식 7개만 합쳐도 시가총액이 1경원을 넘는다. 이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의 문턱을 오르내린다. 이런 일들이 까닭 없는 신기루겠는가.평소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같은 이는 뭐가 심사에 뒤틀렸는지 “곧 대폭락장이 온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체질적인 비관론자 ‘닥터 둠’ 루니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도 대붕괴의 날을 예견하며 독설을 퍼붓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 돌연한 강세장의 부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다. 자본시장은 늘 절반은 사고, 절반은 팔기 때문에 장세 의견이 언제나 반으로 나뉘지만, 지금 장세는 하락주의자들이 마냥 발목을 잡으려 할 때만은 아닌 것 같다.‘주가를 잘 모를 때는 오로지 주가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딱 그런 형국이다. 엘리어트 같은 분석가는 일생을 통해 긴 주기의 장기주가 움직임만 연구해 ‘엘리어트 파동’을 남겼다. 양적인 차트분석이었지만, 그의 해석은 우주론이 차용된 천문학을 배후로 두었다. ‘대가’만의 통찰력이다.1985년 내내 횡보 보합장세를 보이던 때에 필자는 나름 20%의 상승을 예상해 1986년 주가 차트를 제작했다. 하지만 2월에 바로 뚫렸고 다시 위로 15%를 더 그려 붙었지만 그 또한 상반기조차 못 갔다. 누더기 차트로 점철된 1986년 주가는 그렇게 1년에 두 배가 넘게 올랐고, 1985년 1월에 1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 주가는 1989년 4월 1000포인트까지 9배나 올랐다. 우리가 후진국에서 개도국에 진입하는 대세의 기운을 그 당시에 누가 알았겠는가.미국이 새로운 기술과 물자, 지식, 금융의 공급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동유럽과 중동에서 전쟁까지 벌여져 서방으로 국제공급망은 더 빠르게 동맹화하고 있다. 이 동맹효과는 국제안보와 통상에서 반영구적인 경제해법이자, 거의 제도적인 통상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세 때 ‘한자도시동맹’은 수백 년간 유지되며 번영을 공유했다. 지금이 미래로 가는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의 도입부라면, 이를 선도하고 효과를 공유하는 기업들의 전도는 양양하지 않을 수 없다.투자의 지혜를 얻고자 미래흐름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면 이번 시장의 움직임에서 역사적인 상서로움의 어떤 단초를 찾아보길 권한다. 그러면 2024년의 놀라운 주가전망도 스스로 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안목을 아주 소수만이 가진다는 점이다. 돈벌이의 통찰이 갖는 야속한 비대칭이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3-12-27 14:03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특별기고] 글로벌 시대에 더욱 부각되는 식량안보

강호동 합천율곡농협조합장매년 11월 11일은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전국민에게 농업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취지에서 1996년 제정되었다.‘농업인의 날’을 11월 11일로 정한 것은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을 벗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흙자의 토(土) 자가 겹친 토월토일(土月土日)을 상정하였고 이를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또한 이 시기가 농업인들이 한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계절이라는 점도 고려되었다.한편 세계 농민의 날은 4월 17일이다. 1996년 4월 17일 브라질에서 토지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19명의 농민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농민의 날을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예로부터 농업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생산활동을 통해 국민 먹거리를 제공해왔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환경보전, 경관보전, 자연재해 예방, 지역사회 지속가능성 유지 등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또한 수자원보호 및 전통문화계승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이를 농업이 가지는 비교역적 기능 이라고 정의하였다.우리 나라의 경우 전국토의 70%가 산지이고 경지면적은 153만ha에 불과해 전 국민에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것은 농업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안보적 사안이다.안보의 사전적 개념은 다른 나라의 침략이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주권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안보라 하면 군사적 안보를 지칭하나 포괄적 안보의 개념에는 정치안보, 경제안보, 외교안보, 사회안보, 식량안보 등이 포함된다.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곡물수입국이다. 주곡인 쌀은 자급하고 있으나 사료를 포함한 기타 곡물자급율은 20.9%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율은 3.7%이며 콩, 옥수수, 밀은 90%이상 외국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1990년대까지 국제적으로 곡물시장은 안정적 구조를 보여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곡물부족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은 절대인구 증가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바이오에너지 연료로 사용하는 옥수수 사용이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중국과 브릭스(BRICs) 국가의 육류소비가 대폭 늘어나 사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하였고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매년 농업피해가 많아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세계곡물수출은 미국,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 등 5-6개국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곡물유통 및 물류시설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곡물회사가 교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국제교역 물량의 80% 이상을 카길, 에이데엠, 드레퓌스, 벙기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가격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이다.우리 나라와 같이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수출국가의 공급가격 조작 및 변동시 가격위험에 노출되어 안보적 측면에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국가간의 무역과 경제문제로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데는 경제문제가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식량 수급의 문제는 국가간 갈등과 분쟁이 발생시 더 없는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무역분쟁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12세기 에게해와 동로마제국의 무역이권을 놓고 동로마와 베네치아의 전쟁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우리 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여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우린, 플리이미드 등의 수출을 통제한 사례가 있다.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우크라이나 밀 수출의 통로가 막혀 밀 가격 상승으로 제분가격 급등이 생활물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식량안보 측면에서 세계식량 사정이 더 악화될 경우 곡물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확산되는 등 식량이 무기화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비상상황이 될 경우에는 현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투기적 상황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전 국민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농협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사명이고 더 큰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안정적 식량수습체계가 될 수 있도록 식량수급 문제를 국가적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식량자급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강호동 합천율곡농협조합장

2023-12-27 09:34 강호동 합천율곡농협조합장

[명의칼럼] 활기찬 노년 원한다면 젊을 때부터 ‘근테크’ 필수

진호선 강북힘찬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최근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수명이란,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혼자 거동이 불편한 기간을 뺀 나머지를 의미한다.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73.1세로 평균 기대 수명인 83.6세(2021년 기준)보다 약 10년가량 낮다. 이는 죽기 전 마지막 10년은 건강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다.정형외과적 관점에서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뼈, 관절, 근육의 건강인데 이들 부위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에 따른 여러 질병이 발생할 수 있어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근골격계 관리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뼈, 관절, 근육은 초·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해 30대 중반쯤 정점을 찍는다. 이후 뼈 질량은 40대까지 최고조를 유지하다 50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근육과 관절도 마찬가지로 근육량은 30대 중반 절정에 이르렀다가 40대가 되면 1년에 0.5~0.8%가량 감소하고 50대 이상이 되면 매년 1%씩 줄어든다. 관절도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노화가 시작돼 나이가 들수록 닳아 없어지고 탄력도 줄어든다.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뼈, 관절, 근육의 세 가지 축이 튼튼해야 한다. 근육이 약해지는 근감소증은 근래 들어서야 집중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근감소증은 주로 노화와 함께 동반된 호르몬 부족, 운동량 부족, 단백질·필수 아미노산 섭취 저하의 원인 등으로 발생한다.근감소증은 근력이 감소해 활동 능력이 저하되고 일상적인 신체 기능에 어려움을 주며 낙상과 골절의 위험성도 높인다. 이는 면역 기능과 폐활량 감소로 이어져 폐렴 등 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당뇨병, 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과 심혈관 질환, 순환기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평소 계단을 10개 이상 오르기 힘겹거나 자주 넘어지는 경우, 항상 피곤함을 느끼고 팔과 다리가 점점 가늘어지는 경우, 걷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져 신호등을 제시간에 건너기 어려운 상황 등의 증상이 있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현재로서는 근육 감소를 막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소실되는 근육을 지키기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꾸준한 운동과 함께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해줘야 한다. 건강이 재산이라는 말처럼 ‘근테크(근육+재테크)’를 할 필요가 있다.나이가 들면서 뼈, 관절, 근육이 약해지고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노년기의 이런 상황을 대비해 한창 근골격계가 발달하는 30대 이전에 뼈와 근육, 관절의 양과 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근테크를 해야 한다.진호선 강북힘찬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2023-12-26 06:42 진호선 강북힘찬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브릿지 칼럼] 모빌리티 혁신, 소비자 관점 반영돼야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과 교통 체증 걱정 없는 항공 모빌리티의 출현, 그리고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모빌리티 특화도시가 조성된다.”얼핏 보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작년 9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 담긴 내용이다.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교통 분야에도 ICT와 혁신 기술의 융·복합이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은 2017년 4400조 원에서 2030년 8700조 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완성차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 등은 통신·부품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 제작 위주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호출형 자율주행 서비스나 로보택시 서비스 등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 플랫폼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우버는 자율주행 배송인 우버이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조비 에비에이션 등 기체 개발업체는 NASA, 완성차업체, 플랫폼 기업과 협력해 상용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이에 발 맞춰 각국 정부는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미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실증단지 운영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수립했고, 프랑스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 시기를 목표로 도심항공교통(UAM)의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작년 9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 등 5대 분야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4월 18일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교통 분야에 ICT와 플랫폼,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 소비자의 편익과 이동성이 크게 증진될 것이다. 그러나 한 편에선 ICT에 의한 상호 연결성, 사이버보안, AI 알고리즘 등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빌리티에 AI 알고리즘을 적용할 경우 모빌리티의 설계와 작동에 대한 투명성이 요구되고, 서비스 혁신을 위한 소비자데이터의 수집·이용은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디지털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모빌리티 혁신에 따른 기존 산업과 혁신산업 간 관계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타다 금지법’의 사례에서 보듯이 모빌리티 혁신에 따라 기존 기업과 혁신기업 간에 대체·경쟁 관계가 성립될 경우, 제임스 윌슨이 말한 서로의 이익확보를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익집단 정치’ 상황에 놓이게 된다.이때 모빌리티 혁신과 관련해 큰 이해관계를 갖는 제3의 집단인 소비자는 적극적 의견 표출을 하지 않는 등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른바 ‘집단행동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강력한 두 이익집단 사이의 타협과 협상에 관심과 논의가 집중되어 결국 소비자는 ‘무시’되기 쉽다.따라서 모빌리티 혁신과 관련한 제도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핵심 이해관계자이자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의 관점이 반영된 진정한 모빌리티 혁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2023-12-25 14:21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브릿지 칼럼] 시간의 그림자: 긴 하루와 짧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한 해가 또 저물어간다. 시간은 정말 부지런도 하다. 잠시 멈추어 쉴 만도 한데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매우 짧다는 그레첸 루빈(Gretchen Rubin)작가의 말이 새삼 마음에 떠오른다.올해도 매우 다사다난했다. 인플레이션, 경제 및 부동산시장 불안정, 가슴 아픈 전쟁도 여전히 세계 이곳저곳에서 진행 중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고, 그 여파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챗GPT 등의 인공지능 시장에도 엄청난 발전도 있었고,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 등 과학과 IT기술 발전 속도도 상상 이상이다. 미국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 관련 강의가 내년에 명문 하버드대학교에서 개설될 예정이란다. 상업예술문화와 전통 학문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우수한 K-팝의 선전으로 전세계에서 한국의 인기가 뜨겁다. 정말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속도만큼 세상도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도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야 할 것 같다.“무조건 행복할 것(The Happiness Project)”은 2009년에 출판된 그레첸 루빈 작가의 저서이다.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들을 담아서 독자들에게 행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해 주면서 많은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이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많이 지치고 힘든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지침서이다. 루빈작가의 제안에 따라 필자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소박한 행복 프로젝트 실천을 개인적으로 결심한 바 있다. 항상 감사하며 살기, 건강 돌보기, 내 일에 최선을 다하기, 가족에게 잘하기, 주변인에게 친철하기, 운동 열심히하기 등이었다.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 절반은 잊고 살았고, 나머지 절반도 행복하다는 생각보다는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바쁜 한 해였기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나만 살피느라, 또는 최선이라는 미명 하에,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충분히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닌지, 혹여 생각이 짧아 배려하지 못한 부분은 없었는지 반성해 보니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나름 열심히 한 것들도 좀 있긴 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내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고,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얼마 전부터 아침에도 운동을 시작했다.“시간은 우리를 빠르게 지나가지만, 그 뒤에 그림자를 남기고 간다(Time flies over us, but leaves its shadow behind)”는 말이 있다.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이 한 말이다. 가슴에 와닿는 멋진 말들은 죄다 누군가 유명인들이 먼저 한 걸 보면 평범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올해 시간이 나에게 남겨준 그림자는 무엇일까? 감사할 일도 많고, 반성할 일도 많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보내면서,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 보며, 반성도 하고, 감사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겠다고 또 다짐해 본다. 주변을 정갈히 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돌보고 실천하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3-12-21 14:19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클래식의 다양성을 보고 싶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클래식 공연건수는 7331건(12월 16일 기준)이다. 12월 잔여 공연과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공연까지 헤아리면 약 8000여건 정도 될 것이다.지난 가을에는 베를린필,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빈필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내한하며 유례없는 클래식 성찬이 열렸다. 이 외에도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테너 이용훈 외에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안드라스 시프, 비킹구르 울라프손,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 힐러리 한 등 세계 무대를 휩쓰는 솔리스트들의 리사이틀이나 협연 무대도 줄을 이었다.매머드급 해외 오케스트라가 5~6년 주기로 내한하는 일정과,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가 연기된 공연들까지 맞물리며 그야말로 2023년 클래식 음악계는 풍성한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도 아니고 클래식 호황기일 때도 우리가 쉽게 만나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바로 흑인 아티스트들이다. 8000여건의 공연 중 올해 흑인 연주자의 공연은 겨우 세 건 이었다.지난 6월 내한한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11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한 색소포니스트 스티븐 뱅크스 그리고 지난 일요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국 첼리스트 세쿠 카네 메이슨과 그의 누나 이사타 카네 메이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흑인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인터뷰에는 특정 인종으로서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정체성’과 클래식 연주자로 거듭나게된 ‘성장배경’에 대한 질문이 꼭 있다. 재일교포 한국인 어머니를 둔 랜들 구스비는 21년, 플로렌스 프라이스, 윌리엄 그랜트 스틸 등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아프리카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모아 데뷔 음반 ‘뿌리’(Roots)를 발매했다. 그는 “이 작곡가들은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로 차별을 겪었지만 음악으로 극복해 갔다. 그 과정이 내게 영감이 됐다”며 데뷔 음반 제작의 의도를 밝힌 바 있다.또한 스티븐 뱅크스는 “학창 시절엔 늘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장르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여러 면에서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싶었고 그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차별적인 사회현상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세쿠 카네 메이슨이 2016년 흑인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BBC 젊은 음악가상을 받았을 때 어디선가 ‘왜 흑인 학생 한명만이 이 대회에 출전했는가’ 하는 자조적인 질문이 나왔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일화에 대해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 같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책임”이라고 피력했다.한국 클래식은 콩쿠르 스타가 된 특정 연주자와 TV서바이벌 성악 프로그램 출신 연주자의 공연, 그리고 애니메이션 OST 공연 등에만 관객이 편중적으로 몰리는 것이 현주소다. 음악교육을 통한 잠재 관객 계발, 클래식 음악의 접근성을 높이는 디지털화 등 클래식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가운데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이다. 인종, 출신 등의 배경을 배제하고 예술적 역량을 갖춘 연주자를 꾸준히 발굴하여 소개하는 것도 공연장, 기획사, 음반사, 오케스트라 등 클래식 관계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2023-12-20 14:00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시장경제칼럼] 한전부채, 요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한국전력의 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 규모는 올해 말 205조 8400억 원에서 2027년에 226조 2701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5년간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24조 원에 달한다.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은 지난 5월, 2026년까지 발전소와 송배전망 건설을 미뤄 1조3,000억 원을 절감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력산업에 필수적인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국가전력망의 안전성을 흔드는 일이다. 울산에서는 지난 6일 대규모 정전으로 15만 5000가구가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발행한 일이다. 정전사고는 2018년 506건에서 지난해에는 933건으로 85% 증가했다. 모두 한전이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를 미루면서 발생한 일이다.한전의 적자는 문재인 정부가 과속으로 진행한 탈원전 정책에서 시작됐다.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원전 발전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이 늘어난 것이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 요금 인상은 허락하지 않으면서 한전의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요금 인상은 물론 원가절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한전에게 문재인 정부는 지역표를 의식한 한전공대 신설지원을 떠넘겼다.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과 자회사들은 한전공대의 설립에서 운영까지 수천억 원을 부담하는 상황이다.윤석열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난해부터 40% 요금 인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한전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올해 전기요금을 KW당 51.6으로 산정했지만, 상반기 누적 인상 요금 폭은 KW당 21.1원에 머무른다. 선거를 앞둔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할 수 없는 한전의 선택지는 ‘빚내서 빚 갚기’ 밖에 없다. 한전법에 명시되어 있는 한전채 발행 한도는 지난해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배에서 5배로 확대됐지만, 3분기까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이 7조 원을 기록하면 내년 한전채 잔액이 예상 발행 한도를 10조 6000억 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우량기업이던 한전이 이렇게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을 왜곡시킨 정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물가 인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요금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한전 주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이자 에너지 가격을 왜곡시키는 반시장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인력감축과 임금동결, 불필요한 자산매각을 포함한 한전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요금인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무엇보다 정부가 전기 생산부터 요금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반시장 정책이 국가 에너지 산업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정치가 흔들지 못하도록 시장원리에 맞는 전력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한전의 전기요금인상은 기정사실이다. 기업과 가계 역시 한전발 요금인상과 에너지 전환정책에 대비해 고효율 저소비로 전환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등 취약계층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부대책도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2023-12-19 08:17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