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모두가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입력일 2023-07-31 14:12 수정일 2023-07-31 17:24 발행일 2023-08-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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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

지난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한 뜨거운 호응으로 일찌감치 매진되며 공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젊은 커플부터 중장년 관객들, 예술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객석이 가득찬 가운데 아주 특별한 관객도 함께했다. 객석 B구역 1열에는 시각장애인 관객과 안내견이 함께해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를 즐겼다.

임윤찬이 무대로 입장할땐 흡사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큰 환호가 들려 순간 안내견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내 얌전해져 바닥에 앉아 조용히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안내견은 인터미션 때는 스트레칭도 하면서 잠시 긴장된 몸을 풀더니 2부 역시 너무나 반듯한 태도로 뒤척임 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공연에 대한 언론 리뷰 및 각종 관람 후기에는 연주회 내용 외에도 안내견의 완벽한 공연 관람 매너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그 중에는 “휠체어 타신 관객도 많았는데, 인기 있는 공연을 모두가 제약 없이 다함께 관람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뜻깊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이처럼 장애인 문화관람 향유권 신장을 위해 각 공연장 및 공연 제작사들도 의무를 넘어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세심한 편의시설과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휠체어 이용 관객이 휠체어가 아닌 일반 객석에 착석해 보다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팔걸이가 완전히 젖혀지는 특수객석을 설치해 보다 쾌적한 관람을 돕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 관객의 도움 요청시 입퇴장 및 승강기 탑승 안내 등의 편의를 제공하며 정기적으로 장애인 관객 응대사례 공유를 통한 서비스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명동예술극장은 최근 2층에만 있었던 휠체어석을 1층에도 설치해 장애인 관객의 이용 접근성을 높였다. 기존에 있던 1층 좌석 일부를 철거하고 휠체어석을 추가로 설치하느라 기존보다 일반 객석수는 14석 줄었지만 의미있는 공간은 더 늘었다.

부산 광안리 소극장 어댑터플레이스에서 상연되는 연극 ‘아이 좀비’(I Zombie)는 회차별로 음성-자막 변환 안경을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상대방의 말소리가 한쪽 안경알에 자막으로 표시돼 수화에 익숙하지 않은 청각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에게 배우의 대사를 실시간으로 보여줘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공연 뿐 아니라 전시장들의 노력도 각별하다.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김환기 전시는 색맹·색약 등 색각 이상이 있는 관람객들에게 전시장의 색온도에 맞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색각 이상 보정 안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에는 ‘환기블루’라고 표현되는 김환기만의 고유한 파란색을 직접 느끼기 어려웠던 관람객들이 그 푸른 빛깔을 오롯이 마주할 때의 감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어쩌면 위에 언급된 내용들이 배려의 사례로 소개되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아직은 부족하기만 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기관의 세심한 시선과 노력은 분명 지속되고 있다. 그 노력들이 이어져 모두가 제약 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을 때 예술에 깃든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사업지원파트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