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남은 희망은 ‘플랜B’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20-07-23 15:24 수정일 2020-07-23 18:19 발행일 2020-07-24 1면
인쇄아이콘
23일 제주항공, 이스타홀딩스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제주 “불확실성 커, 피해 우려돼”…이스타 “계약 불이행 책임 물을 것”
'이스타항공의 미래는?'
23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M&A는 최종 무산됐다. (연합뉴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최종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으나, 양측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7개월 만에 파국을 맞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23일 해제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라면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라고 설명했다.

7개월 동안 제주항공에 인수되기만을 기다렸던 이스타항공 측은 즉각 반발했다. 회사는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라며 “제주항공의 주장은 주식매매계약서에서 합의한 바와 다르고,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임직원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향후 법정 다툼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18일 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올해 3월 2일 SPA를 맺었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항공업계 전반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잡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체불임금에 대해 양측 간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23일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폐업의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 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어 자력으로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의 마지막 희망은 정부의 지원이다. 이날 국토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항공산업 현안 브리핑을 통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조속한 M&A 실행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왔는데 안타깝다”라면서 “이스타항공이 고용 불안 등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랜B’를 제출하면 검토해서 추가 지원책을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