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출범 13년 만에 사라지나…직원 1600명 실직 우려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20-07-23 10:39 수정일 2020-07-23 11:03 발행일 2020-07-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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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사진제공=이스타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이 출범 13년 만에 국내 항공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 여건을 고려하면 파산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이스타홀딩스와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8일 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7개월여 만이다.

M&A가 무산되면서 2007년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13년 만에 존폐기로에 놓였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청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 우려도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6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도, 제주항공에 인수되길 기다렸던 직원들은 M&A 무산 소식에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최초로 최신 기종인 ‘보잉 737 맥스’ 항공기를 도입했지만, 해당 기종의 추락 사고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3월부터 운항을 중단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에 따른 악재 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지난 몇 개월간 이렇다 할 수입이 없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M&A마저 무산된 만큼, 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이 결국 파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주총을 열었으나, 안건 상정을 하지 못한 채 폐회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이번 M&A에 속도를 내고자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을 신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려고 했지만,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에 따라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