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 인수계약 해제…“불확실성 커, 피해 우려”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20-07-23 08:47 수정일 2020-07-23 09:06 발행일 2020-07-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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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최종 무산됐다. 제주항공 측은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커, 포기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직원 1600여 명은 실직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23일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공시에서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해 12월18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지난 3월엔 SPA를 체결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미지급금 관련 문제가 대두되면서 양측 간 잡음이 시작됐다.

그동안 양측은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260억원 규모의 임금체불은 물론, 이후에는 이스타항공의 지난 3월 셧다운 책임 여부를 놓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노조 측이 날 선 대립을 이어왔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 관련 각종 의혹까지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계약 파기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결국 양사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지난 2월부터 임금체불 중인데다 3월부터는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셧다운’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주항공에 인수되길 기대했던 직원 1600명은 실직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측 간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이행보증금으로 115억원을 먼저 지급했고,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전환사채(CB) 100억원을 인수했다.

통상 매수자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이행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계약 해지의 책임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효정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