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얼어붙은 IPO 투자심리, 신규상장 종목 ‘눈치싸움’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3-07 13:01 수정일 2022-05-08 14:00 발행일 2022-03-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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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대명에너지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장 일정을 철회했고, 새벽배송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올해 상반기 상장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증권가는 IPO 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대명에너지는 지난달 28일 상장 일정을 철회했다. 지난달 23~24일에 실시했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기관이 희망 공모가 범위(2만5000~2만9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유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상반기 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요예측 성적을 내면서 상장을 철회했고, 이 외에도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 등 4곳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00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새벽배송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당초 예상과 다르게 올 상반기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 뒤 첫 거래까지 평균 4~6개월 걸리는 만큼 상반기에 거래를 시작하려면 2월 중에는 거래소의 심사가 들어가야 한다. 사실상 컬리가 상반기 상장 일정을 미룬 셈이다.

이미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수익률도 좋지 못 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6개 종목(스팩 제외) 중 8개 종목이 4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인 IPO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거래 첫 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설정된 뒤 상한가)’에 성공한 기업도 케이옥션 한 곳에 그쳤다.

IPO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9조7084억원의 역대 최대 공모금액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금리인상 기조가 짙어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이 강화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면서 국제 증시가 위축되고 있어 IPO를 시도하는 기업의 수는 당분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 바 있다.

SK증권 나승두 연구원은 “IPO 시장은 지난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익률과 밸류에이션이 높아졌으나, 올해는 시장의 긴축 가능성이 높아져 현재 시점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적절하다”며 “향후 전방산업의 모멘텀에 따라 IPO 시장의 흥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