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증권사 biz열전 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서학개미 유혹 경쟁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1-20 09:34 수정일 2022-04-06 13:33 발행일 2022-01-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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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부터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이 증권사의 새로운 ‘꿀단지’로 부상하며, 올해도 해외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 확보에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15개 신규 증권사에서 연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출시가 예정돼 있어 증권사들의 ‘서학개미’ 모시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투자자의 해외주식 누적 매수액은 1527억4000만달러로 직전 2020년 같은 기간 누적액(736억300만달러)의 2배 수준이다. 이 기간 국내 증권사의 1~3분기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누적수익은 6369억8700만원으로, 3분기 기준으로만 2020년 전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5466억68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도 서학개미가 증권사의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증권가는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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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 소수점 거래 편의성 높이며 고객 유치 경쟁

주요 증권사들은 작년 말부터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란 투자자가 해외주식을 소수 단위로 주문하면 증권사가 이를 취합해 1주 단위로 매매주문을 제출하는 거래방식이다. 현재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삼성·KB·NH투자증권 등 5곳이다. 이들 증권사는 저마다 편의성을 앞세우며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시장에서 고객선점에 한창이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서비스를 개시한 신한금융투자는 지정한 종목을 매월 자동으로 소수점 투자하고 목표수익률 달성 시 자동으로 매도하는 ‘해외주식 플랜yes서비스’를 선보였다. NH투자증권은 원화 기준으로 미국 주식을 거래를 할 수 있게 해 환전에 대한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미국 정규장 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주식 주문도 가능하다. KB증권은 소수점으로 모은 주식이 1주 이상이 되면 실시간 매도를 할 수 있게 했다. 삼성증권은 올 1분기중 모바일 앱 ‘엠팝(mPOP)’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며,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미국 주식 외 다른 나라까지 투자 종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DB금융투자 △KTB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15개 증권사가 올해 안으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증권사가 연내 서비스를 개시하면 증권사 간 고객유치를 위한 수수료 인하 등의 출혈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소수점 거래 이용 고객의 70%가 20대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년층 고객 유치 경쟁도 주목된다. 특히 기존 증권사들의 고객층을 흡수해야 하는 핀테크 기반 증권사들은 편리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앞세워 청년층 확보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토스증권은 지난 14일 대규모 MTS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해외주식 거래 가능 시간을 늘린데 이어 올 상반기 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도입해 한층 강화된 투자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 증권사별 거래 방식 등 달라 ...적정 수수료율 도출 필요

그러나 현재 실시중인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는 증권사별로 취급 종목 및 주문방법 등이 달라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한 증권사 이용 고객은 “작년 주거래 증권사에서 서비스를 개시해 평소 사고 싶었던 종목을 살까 했지만, 해당 종목이 거래 대상이 아니어서 거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를 직접 찾아야 하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로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소수점 거래 서비스에 대한 통일된 시스템이 없고 증권사별로 자체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인 만큼 향후 거래가능한 주식 및 ETF 상품이 많아지면 이러한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 증권사로 해외주식을 이관할 수 없다는 불편함도 제기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증권사 자체에서 내놓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서비스가 개화단계에 있다 보니 여러 한계점들이 있지만, 당국에서 관련 제도 등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업계 자체에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일반 해외 주식 거래에 비해 더 높은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수수료율을 지적하기도 한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수수료는 거래대금의 0.25% 수준이다. 국내주식 거래수수료가 무료이거나 0.05~0.01% 수준인 것에 비하면 다소 높은 편이다. 현재 각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저마다 수수료 무료 또는 인하 이벤트를 시행중이지만, 계속해서 이 같은 체계가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