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증권사 biz열전 ③] 인공지능이 자산 관리… 증권가 ‘RA’ 열풍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1-14 19:05 수정일 2022-02-25 15:04 발행일 2022-01-16 99면
인쇄아이콘
clip202201141903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디지털 금융시장의 개화기를 맞아 증권사들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 경쟁이 한층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RA는 알고리즘·빅데이터 분석 등을 기반으로 개인의 투자성향을 반영해 AI가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 운용해주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AI가 시황 등을 반영해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직접투자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

16일 코스콤에 따르면 AI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RA 시장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조8817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말(9645억원)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투자자문ㆍ일임형 RA 가입도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선언 이후 주식투자 열풍과 맞물려 크게 늘었다. 증권사들은 자체 개발한 AI 또는 AI 개발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RA 서비스를 출시하며 간접투자 수요 대응 및 고객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af

◇ 증권사, ‘자체 개발 RA’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선봬

지난해 6월 키움증권은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키우GO’를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키움증권이 자체 개발한 AI RA가 투자목적에 맞게 컨설팅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자산 목표나 목표금액을 설정하면 AI RA가 자동으로 거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설정해주는 방식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기존에도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가 있었지만, 키우GO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서비스”라며 “작년 증시 활황 등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일임형 상품 등 다양한 상품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며 출시 후 6개월이 조금 지난 현재 이용자가 13만명 가까이 될 정도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에는 삼성증권이 증권업계 최초로 AI RA가 퇴직연금 투자를 도와주는 ‘연금S톡’ 서비스를 출시했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이 카카오톡에서 삼성증권을 친구로 추가한 후 자신의 투자성향, 소득, 연령 등을 입력하면 이를 55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각 유형에 맞는 펀드 및 비중을 제시해 준다. 투자 후에는 RA가 월간 성과 보고서를 내고, 시장 상황과 고객 생애 주기에 맞춰 펀드별 편입 비중을 자동 조정해 알림톡으로 보내준다.

이 밖에도 NH투자증권의 ‘NH로보 EMP 자산배분’, 대신증권의 ‘대신로보어드바이저’, 유안타증권의 ‘티레이더Robo-ETF형 로보어드바이저’, 한국투자증권의 ‘키스라(KISRA)’ 등이 이미 금융위원회의 RA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교보증권도 자체 RA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자산관리 서비스 문턱 낮춰… 서비스별 규제 달라 “제도 보완 필요” 지적도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의 RA 서비스 확대로 금융소비자들의 자산관리 서비스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RA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는 고액 자산가들 위주로 제공되던 기존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한다”며 “해당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소액 자산가들도 보다 쉽게 다양한 투자자문 서비스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디지털 금융’ 전환 추세도 RA 서비스 출시를 가속화하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RA 도입은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 확장과도 궤를 같이한다”며 “RA와 마이데이터의 연계를 통해 금융권은 디지털 생태계 확장은 물론, 고객에게 더 정확하고 적합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AI 기술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서비스별로 적용되는 규제도 달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11월 발간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현황과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상품추천형 RA는 서비스 내용 측면에서 투자자문형 RA와 거의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테스트베드센터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투자자문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더구나 정보제공형 RA는 법적으로 자문이 아닌 조언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류돼 금융상품 판매나 투자자문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RA 가입자가 많아지고 그 수요가 계속 증가할수록 금융소비자가 RA를 오인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거나 금융소비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RA 규제와 감독 체계를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에 입각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수익률이나 투자 상품을 공개하는 공시 체계를 개선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의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