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백건우 “우리 생활을 할 수 있게, 평화롭게 놔둬주기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10-28 21:00 수정일 2021-10-28 21:06 발행일 2021-10-28 99면
인쇄아이콘
'아내 방치 의혹' 기자회견 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연합)

“지나온 것에 대한 집착은 없어요. 우리 생활을 할 수 있게끔, 평화롭게 놔둬주면 좋겠어요.”

28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흰물결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 막바지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이렇게 읊조리듯 말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백건우는 오래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배우자(윤정희)의 성년후견을 둘러싼 윤정희(본명 손미자) 동생들과의 분쟁에 대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을 마련하기 전 25일 그는 ‘PD수첩을 “법무법인 청림(담당변호사 정성복)을 통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청구와 손해배상청구(백건우 10억원, 백진희 1억원) 조정신청을 했다”고 알린 바 있다.

기자회견에 백건우와 동석한 법류대리인인 정성복 변호사는 “‘PD수첩’은 윤정희 여사 동생들의 허위주장에 매몰돼 사실 확인을 않거나 간과하거나 악의적 편집으로 방송함으로서 백건우와 백진희를 매도했다”며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이번 조정신청을 하면서 요청한 정정보도 사항이 40여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리곤 당뇨병 치료제 복용, 과거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얘기로 하는 회상 치료가 아닌 새로운 영화 계약 이야기로 야기하는 환자의 혼돈, 동거인 월세 할인율 등에 대해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PD수첩’의 문제점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방영했다는 것”이라며 “동생들과 인터뷰를 했으면 그들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문자나 서면으로라도 확인절차가 필요했는데 전혀 그러지 않고 방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중재위 조정이 성립되면 다행이고 성립이 안되면 법원에 소송할 예정”이라며 “(두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지만 언론중재위에 먼저 조정신청을 청구한 건 조정 절차를 통해 잘못을 시정할 기회를 가지시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백건우, 아내 논란에 기자회견
피아니스트 백건우(오른쪽)와 정성복 변호사(연합)

이와 더불어 정 변호사는 백건우의 한국 연주 및 수상, 활동 관련 수입을 1980년부터 관리해온 윤정희의 첫째 여동생 손미애씨를 27일 “영동포경찰서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횡령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며 “동생들이 여러 경로로 행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백건우 측은 계좌확인이 가능한 2003년부터 손씨가 관리하던 백건우 명의의 하나은행·국민은행 계좌에서 21억여원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백건우와 정 변호사에 따르면 “윤정희는 현재 파리에서 병원정기 검진를 비롯해 백진희, 간병인, 동거인 등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다.” 정 변호사는 “(평온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싶지만 프랑스 법원과 후견협회 A.S.T.에서 허락하지 않고 있어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백건우 측 설명에 따르면 윤정희의 사진 및 영상 공개가 일체 불가능해지고 윤정희 형제들만 전화통화 및 만남이 제한된 이유는 재판과정에서 사진을 찍지 말라는 판사의 말에도 윤정희 형제들이 사진을 찍어 ‘PD수첩’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백건우는 “윤정희 형제자매들이 청와대 게시판 등 여러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주장해 왔지만 여러분 가슴속에 담고 있는 영화배우 윤정희의 모습으로 남기기 위해 지금까지 대응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정 변호사는 “(백건우) 선생님은 2019년 3월 28일 21여억원에 달하는 돈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다”며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방송된 ‘PD수첩’을 보고 심각함을 인지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건우는 “현재 가장 힘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픈 당사자를 옆에서 끝없이 간호해야 하는 우리 딸 진희”라며 “간호라는 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인내를 요구한다. 엄마를 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우리 진희에 대한 억지와 거짓의 인신공격은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화해나 원만한 해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백건우는 “화해를 하려면 거짓은 없어야 대화가 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배우 윤정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 정정보도청구와 손해배상청구 조정신청을 비롯해 손미애씨 고소가 진행 중이고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절차 진행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백건우와 윤정희 형제들 간의 공방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 커 보인다.

이재경 건대교수·변호사는 “사실관계를 둘러싼 양측의 진실 공방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윤정희 동생들의 비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고 이에 대한 백건우 측의 법률적 반격 조치가 강력하게 진행될 것은 확실시된다”고 법적 소견을 전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한 ‘PD수첩’의 방영내용은 적어도 편파적, 불공정하다는 비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더 엄격하게 요구되는 취재·보도윤리 위배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