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 극과 극 슈만, 드뷔시와 버르토크 그리고 백건우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3-03 19:00 수정일 2021-03-04 14:31 발행일 2021-03-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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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ROHSH(사진제공=빈체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데뷔 65주년을 기념하는 첫 여정을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과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그리고 20세기 작곡가 벨라 버르토크(Bela Bartok)와 함께 한다.

지난해 ‘백건우와 슈만’ 투어를 준비했던 백건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에 발길을 멈춰야 했다. 이에 백건우는 2021년 새로운 해를 맞아 ‘백건우와 슈만’ 앙코르 투어(3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월 6일 아트센터 인천, 3월 4일 대구콘서트하우스)와 더불어 ‘백건우 버르토크 협주곡’(3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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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SeongJin Oh(사진제공=빈체로)

‘백건우와 슈만’에서는 슈만의 작곡가 데뷔곡 ‘아베크 변주곡 Op. 1’(Abegg Variations, Op. 1)부터 지극히 슈만답지만 동시에 슈만답지 않은 마지막 곡 ‘유령변주곡’(Thema mit Variationen, WoO 24 Ghost Variations)을 연주한다.

독일 낭만주의 거장 슈만은 사춘기 시절 괴테의 ‘파우스트’에 빠져들어 문학가를 꿈꿨지만 법학을 공부했고 비르투오소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지만 지나친 손가락 훈련으로 마비를 겪었다. 

‘아베크 변주곡 Op. 1’으로 작곡가의 길로 들어선 슈만은 아름다운 선율과 순수함, 서정성을 담은 음악들로 클라라와의 사랑을, 특별한 걱정이 없고 행복감으로 충만한 일상을, 고통과 단절의 해부터 10여년을,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심리 등을 표출했다.

내성적이면서도 꿈꾸는 듯한 오이제비우스와 열정적이고 전투적인 플로레스탄. 괴테와 ‘파우스트’에 빠졌던 어린시절부터 극과 극 자아에 이름을 붙였던 슈만은 1854년 2월 27일 라인강에 투신하기 전까지 두 자아 간 갈등과 분란, 고통을 겪는 중에도 자신만의 로만티즘을 구축했다. 

‘백건우와 슈만’에서는 ‘아베크 변주곡, Op. 1’ ‘유령 변주곡, WoO 24’과 더불어 ‘세 개의 환상작품집, Op. 111’(Drei Fantasiestucke, Op. 111), ‘아라베스크, Op. 18’(Arabeske, Op.18), ‘새벽의 노래, Op. 133’(Gesange der Fruhe, Op. 133), ‘다채로운 작품집 중 다섯 개의 소품, Op. 99’(Funf Albumblatter from Bunte Blatter, Op.99), ‘어린이의 정경, Op. 15’(Kinderszenen, Op. 15)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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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SeongJin Oh(사진제공=빈체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Overture from’ Die Meistersinger von Nurnberg‘, WWV 96)으로 문을 여는 ‘백건우 버르토크 협주곡’에서는 한국에서 좀체 선보이지 않았던 드뷔시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Fantaisie for piano and orchestra, L.73), ‘목신의 오후 전주곡’(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과 20세기 작곡가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3번’(Piano Concerto No. 3 in E major, Sz. 119, BB 127)을 선사한다.

몽환적인 프랑스 색채가 돋보이는 드뷔시의 환상곡과 동유럽 헝가리 정통 민속음악을 20세기의 자유로운 서정성으로 변주한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음악가의 음악세계가 거장 백건우의 피아노 선율로 한 무대에서 재현된다. ‘백건우 버르토크 협주곡’은 최희준 수원시립교향악단 제7대 예술감독의 지휘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