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애 KT, 개미투자자들은 외면한다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1-10-26 16:35 수정일 2021-10-28 16:47 발행일 2021-10-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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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11시 20분 무렵부터 1시간가량 발생한 KT 발 전국적 통신장애 사태로 인터넷, 통화 서비스는 물론 카드 결제, 증권거래 시스템 이용 등 실생활 전반에 걸쳐 큰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은 공교롭게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탈통신’을 강조해왔던 구현모 대표가 ‘모두의 일상이 되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이 행사는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의 탈통신 목표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러나 간담회 직후 발생한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KT는 통신회사의 기본기에 해당하는 ‘통신망’ 문제로 KT 이용객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준 셈이 됐다. 일상의 간단한 업무 차질을 비롯해 금전상의 피해도 발생했다.

KT의 전산장애로 주요 증권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MTS) 역시 마비되며 KT 이용 고객들은 이 시간 증권사 온라인시스템에 제대로 접속하지 못했다. 초 단위로 거래가 성사되는 증권시장에서 1시간여의 오랜 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됨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주식 종목 토론실에서는 직장인 등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대 중 하나인 점심시간 직전 오전장에 발생한 일이라 피해가 더욱 컸다는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통신장애로 1차적으로 증권사와 투자자간 분쟁의 소지가 크다.

사태가 일단락된 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통신주들의 약세가 이어졌다. 특히 사태의 장본인 KT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450원(-1.42%) 떨어진 3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사태는 KT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물론, 회사 가치를 제고하고자 하는 KT 입장에서도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시장 안팎의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T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의 31%를 차지했다. 올해 7월 기준 KT 가입자수만 해도 17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짧은 시간 KT 통신망 장애도 일상의 큰 불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KT는 탈통신 등 다른 가치에 집중하기에 앞서 통신회사의 기본 정체성인 ‘통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주식시장에서 데이트레이더들은 초단위의 머니게임에 몰두한다. 통신장애가 빈발하는 통신사의 주가가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