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베토벤은 로맨틱한 혁명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10-20 18:15 수정일 2021-10-20 18:15 발행일 2021-10-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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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흐빈더
내한공연에 나선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사진제공=빈체로)

“한국은 문화적으로 발전한 나라 같아요. 한국처럼 특별한 나라를 만나기는 어렵죠. 저는 벌써 세 번째 백신접종을 완료해서 (내한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접종도 너무 당연한 일이 될 겁니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앙코르’와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는 한국과 팬데믹이 장기화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는 19, 20일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등에서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앙코르’와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전쟁 후 (1946년에) 태어나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아주 작은 집에서 할머니, 어머니, 형까지 4명이 살아야 했죠. 당시 삼촌이 형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셨어요. 그때부터 베토벤에 빠져든 것 같아요. 검은색과 흰색 건반이 자석처럼 저를 이끌었죠. 피아노 옆에는 항상 라디오와 베토벤 악보가 있었습니다.”

부흐빈더
내한공연에 나선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사진제공=빈체로)

그렇게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에 빠져든 어린 부흐빈더는 5세에 비엔나음악학원에 최연소 입학해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베토벤은 ‘로맨틱한 혁명가’예요. 작품 안에서 7, 8마디 정도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유일한 작곡가거든요.”

베토벤에게 “로맨틱한 혁명가”라는 찬사를 보낸 부흐빈더는 “그의 32개 소나타에는 모든 감정이 녹아 있어 당시 베토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베토벤 자체가 모든 연주자들에게 자유를 선사합니다. 연주자들이 베토벤에게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열한살부터 베토벤을 연주했지만 질리기보다 항상 즐거움을 찾게 돼요.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연주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부흐빈더는 ‘피아노 소나타’와 더불어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1973년 그의 첫 녹음작업(Teldec레이블 발매)이기도 했던 음악출판업자 안톤 디아벨리(Anton Diabelli)의 ‘디아벨리 프로젝트’(Variations on a Waltz by Anton Diabelli, 1824)를 모티프로 한다.

1819년 디아벨리는 자신이 작곡한 왈츠를 50명의 작곡가에게 주고 저마다의 변주곡을 작곡하도록 했다. 당시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카를 체르니(Karl Czerny), 11살이던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등과 함께 의뢰를 받은 베토벤이 작곡한 ‘디아벨리 변주곡’을 11명의 현대 작곡가들이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부흐빈더는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도이츠그라모폰(DG)과 손잡고 막스 리히터(Max Richter), 탄 둔(Tan Dun), 토시오 호소카와(Toshio Hosokawa), 레라 아우에르바흐(Lera Auerbach), 브레트 딘(Brett Dean), 크리스티안 요스트(Christian Jost), 브래드 러브먼(Brad Lubman), 필립 마누리(Philippe Manoury), 로디온 셰르딘(Rodion Shchedrin), 요하네스 마리아 스타우드(Johannes Maria Staud), 외르크 비트만(Jorg Widmann) 등과 ‘새로운 디아벨리 변주곡’(New Variations on a Waltz by Anton Diabelli, 2020)을 녹음했다.

부흐빈더
내한공연에 나선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사진제공=빈체로)

“1973년 ‘디아벨리 변주곡’ 첫 연주, 녹음 당시 50명의 전혀 다른 스타일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어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변해야하는지, 오늘날 어떻게 해석해야할지를 오래 고민했습니다. 작곡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디아벨리처럼 A부터 Z까지 순서를 맞추려고 노력했죠.”

열렬한 베토벤의 악보 수집가이기도 한 그는 다른 작곡가들이 재해석한 베토벤의 악보 중에서는 “리스트가 직접 에디팅한 악보가 가장 마음에 든다” 털어놓으며 그 이유를 “핑거링”으로 꼽았다.

“리스트 역시 베토벤의 열렬한 팬으로 피아노 작품 뿐 아니라 관현악에도 관심을 가지며 베토벤의 오리지널 악보를 가지고 싶어 했죠. 다른 작곡가의 에디션에는 잘못된 핑거링이 있는데 리스트 버전은 그런 실수가 없어요. 리스트는 본인 스타일이 아닌 베토벤이 작성한 그대로를 전수하려고 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