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피아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 “베토벤은 내 음악과 인생의 중심”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9-05-07 07:00 수정일 2019-05-06 20:20 발행일 2019-05-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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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항상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까지 ‘부흐빈더&베토벤’ 리사이틀 전국투어에 나서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는 명실상부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다. 

전세계에서 무려 50회 이상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Ludwig van Beethoven Piano Sonatas) 전곡 사이클을 진행한 그는 “왜 베토벤이었고 여전히 베토벤인가”라는 질문에 “숙명과도 같은 내 음악과 인생의 중심”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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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Marco Borggeve(사진제공=빈체로)
“어린 시절에도 베토벤에게 감정적으로 끌리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비엔나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브루노 자이들호퍼(Bruno Seidlhofe)의 마스터클래스 오디션 때 ‘비창’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그 첫 감정을 느꼈죠. 그 후 지금까지 베토벤은 제 레퍼토리와 인생의 중심이에요. 처음 베토벤을 연주했을 때부터 루돌프 부흐빈더라는 사람의 그리고 제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어 “음악은 수많은 음악가들의 역사를 담은 결정체이고 작곡가 한명 한명은 클래식 음악의 혁명가”라며 “베토벤 뿐 아니라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위대한 혁명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클래식 음악과 지금의 저는 모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베토벤의 음악을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평생의 시간으로도 모자랄 겁니다. 한 소나타를 준비하고 그 다음 소나타를 준비하다 보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엇인가가 깨어나는 걸 느끼거든요. 그렇게 베토벤은 제 영혼, 몸 그리고 심장에 모두 살아있죠.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그는 이미 제 안 어디엔가 살아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습니다.”

부흐빈더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13번·25번, 8번 ‘비창’, 23번 ‘열정’을 연주한다. 이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들이 저의 베토벤 연주에 대해 ‘보다 자유로워졌다’고 표현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베토벤에 대해 더욱 연구하고 알아갈수록 제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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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Marco Borggeve(사진제공=빈체로)

“바로 그 감정이 제 곡 해석에 변화를 줍니다. 베토벤이라는 한 예술가는 제 음악뿐 아니라 인생에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선물처럼 안겨준 것 같아요. (2012년에 가졌던) 저의 첫 내한공연에 와주신 분들이 그 자유로움을 가장 잘 느끼실 수 있겟죠?”

베토벤을 연구하고 알아가며 점점 자유로워진다는 그는 “우리가 살아있는 한 베토벤의 음악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항상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를 “베토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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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 (사진=Marco Borggeve 제공)

“베토벤의 작품은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면들이 발견되기 때문에 언제나 새롭게 느껴요. 새로이 발견되는 부분들이 마치 베토벤이 제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진달요? 그래서인지 수백 번 연주했던 곡이라도 또 다시 도전하고 싶게 만듭니다.”  

이미 ‘베토벤 스페셜리스트’임에도 그는 “베토벤은 다 어렵다”며 그 중 최고 난제로 ‘열정’ 소나타‘를 꼽았다. 

‘열정’은 벤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작곡한 32곡의 피아노 소나타 중 23번(작품번호 57번)으로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하던 중기 소나타의 정점에 선 작품이다. 

대중이 연주하기까지 35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은 현재의 연주자에게는 물론 당시 베토벤 본인에게도 참 거대하고 어려운 작품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수많은 연주회들이 ‘베토벤’에 집중할 2020년, 루돌프 부흐빈더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조금은 특별한 새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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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Marco Borggeve(사진제공=빈체로)

“베토벤의 역작이자 대규모 변주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디아벨리 변주곡(Diabelli Variations)을 모토로 한 프로젝트죠. 이 곡을 존재하게 한 안톤 디아벨리(Anton Diabelli)처럼 저도 11명의 작곡가들과 함께 새로운 ‘디아벨리 변주곡’을 작업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젝트에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막스 리히터(Max Richter), 토시오 호소카와(Toshio Hosokawa), 탄둔(Tan Dun) 등 11명의 저명한 작곡가들이 함께 한다. 

“음반 작업, 공연까지 준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예정입니다.  전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했어요. 베토벤 탄생 250주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연주회들이 ‘베토벤’에 집중할테니) 오히려 저의 2020년 시즌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까 걱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 늘 베토벤을 연주했고 2020년에도, 그 후로도 베토벤을 연주할 거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