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코스피 2050의 동력…유동성과 기업실적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입력일 2016-10-09 15:33 수정일 2016-10-09 15:38 발행일 2016-10-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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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금리 인상해도 시장 관심은 다음 인상시점으로 옮겨갈 것
기업실적 양호하지만 과거 2004년과 달리 중국발 호재는 약한 상태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종합주가지수를 2050까지 끌어 올린 동력은 두 개다. 무엇보다 유동성의 힘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말로 미뤄짐에 따라 현재의 유동성 공급 기조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주요 4개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은 1조7000억 달러로, 예년의 3배에 해당한다.

금리 인상이 미뤄지긴 했지만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은 대부분 시장의 기대에 맞춰 이루어졌는데, 12월에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몇 달 전부터 인상 가능성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연말에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곧바로 다음 인상 시점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자산 가격 버블을 막기 위해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인상이 끝날 때마다 다음 시기를 점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란 제약 요인이 있긴 하지만 낮은 금리가 주식시장에 힘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도 저금리로 주식의 매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역산한 어닝 일드가 5.8%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했을 시 평균적으로 5.8%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있다는 의미인데,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1.6% 인 것과 비교된다.

또 하나는 기업실적이다. 3분기 매출액이 전분기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업 이익은 작년에 비해 23.0%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전망이 밝지 않은데 이익 증가세가 다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2004년과 다른 모습으로 당시에는 2004년을 기점으로 8년간 이익 증가가 계속돼 종합주가지수를 2000까지 끌어 올리는 동력이 됐었다.

이익의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건 중국과 같이 강한 수요처가 없기 때문이다. 2004년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서는 시작점이었다. 중국 자본재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을 우리 기업이 공급하면서 이익이 급증했다. 중국 특수는 거시 변수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경제성장률이 4~5%까지 높아지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과거 이익 증가 요인 중 어떤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6%대로 낮아져 수요처로서 역할이 약해졌다. 오히려 과잉 설비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내 경제 성장률도 2%대 중반으로 떨어져 거시 지표가 실적증가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기업 내부 변화도 과거만 못하다. 2004년은 구조조정으로 부가가치 분배구조가 바뀌는 와중이었다. 부가가치 규모 자체가 커지는데다 인건비 부담이 줄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생산된 부가가치 중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몫이 늘어났다. 이 부분이 이익이 늘어난 가장 큰 역할을 했는데, 유사한 상황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상반기 이익이 늘어난 덕분에 주가가 박스권 상단까지 올라왔지만 박스권을 뚫지 못했다. 힘이 못 미쳤기 때문인데, 이익 규모가 커지고 안정성이 강화되면 돌파가 가능할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