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청약당첨자, 주택시장의 진정한 승자인가?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일 2016-10-10 16:29 수정일 2016-10-10 16:30 발행일 2016-10-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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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추석 이후 아파트 시세가 여전히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재건축 아파트는 시장이 좋았던 2004년 7만8000가구보다 많은 9만9000만가구가 분양됐고 분양가 역시 일반 아파트의 1.2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공급과잉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하고 있는 재건축 분양시장은 ‘Wag the dog’으로 불리며 주택시장의 과열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분양시장은 청약제도라는 진입장벽이 존재해 청약당첨자에게 신규주택의 자본차익 수혜가 집중된다. 그렇다면 과연 주택가격 상승설과 하락설이 대립하고 있는 올 하반기 청약 당첨자도 ‘승자독식’이 가능할까?

주택은 아직 ‘장기적 안전자산’의 성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로또’는 아니다. 주택가격이 두배가 되기까지 1980년대에는 약 5년이 걸렸지만 2010년 이후에는 약 16년가 소요되며 장기투자수익이 급감했다. 여전히 단기 분양권 시장에서 ‘억 단위’의 프리미엄이 형성, 거래되기도 하지만 이는 적정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이 전제되거나 기존 보유자에게 우선권이 있는 재건축 단지에 한정된다.

일반 분양시장의 웃돈은 오히려 분양권을 전매받은 소비자에게 손실위험을 확대한다. 분양권 프리미엄은 평균적으로 4~5% 내외다. 시장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가격하락 수준을 ‘10% 하락’이라고 가정한다면 손실이 더 큰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수요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기 때문에 분양가 이하로 하락함에 따라 원금 손실이 큰 ‘깡통아파트’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한 수요자의 경우 이러한 리스크는 더 커진다.

분양권은 주식시장의 ‘옵션’처럼 실물가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이 가능하지만 가능하지만 입주일이라는 만기가 존재한다. 구매시 주택가격보다 낮은 투자로 높은 수익이 가능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입주시점이 도래하면 지불한 중도금의 하락뿐만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높은 잔금을 치르게 된다. 현재 청약당첨자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부담할 만큼 분양시장의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을까? 주택시장의 승자로 볼수 있을까? 공급물량과 금리 상황 등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서울의 재건축 시장을 제외하고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리스크 또는 가계의 부담은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상반기 대비 2년 후(분양시점 가정) 분양가격은 전국이 13% 하락한 상태이며 현재(3분기)기준으로 11% 하락한 상태다.

따라서 주택구매시 자신의 가계자산 규모, 대출가능금액 및 유지 능력이외에도 매도·매수 타이밍, 공급조절에 따른 대규모단지의 희소성 여부, 금리인상에 대한 영향 등 가격과 거래에 영향을 고려해 사전적인 포지션닝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일 갱신되고 있는 분양가를 보고 추격매수하기에는 깡통아파트가 될 위험이 너무 크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하락기간을 견딜 수 있도록 대출금의 2배 수준의 자기자금 유지할 수 있는 주택를 구매하거나 입주시점을 기점으로 장단기 투자전략을 확정하고 주택을 구매해야한다. ‘내가 구매한 주택은 안전하다’라는 맹목적 믿음은 금전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하우스푸어로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