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하나의 죽음, 두개의 시선

김우일 대우 M&A 대표 기자
입력일 2016-10-05 15:06 수정일 2016-10-05 18:11 발행일 2016-10-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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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 대우 M&A 대표

고 백남기씨의 사망을 놓고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고인은 지난해 11.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급성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합병증으로 급성신부전증이 왔지만 유가족의 치료반대로 투석치료를 못했고 이로인한 심폐정지로 9월 25일 317일간의 투병 끝에 사망했다.

주치의의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재되어 경찰은 부검을 청구하였다. 뚜렷한 외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로 진단서가 공식으로 인정되면 정부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야당 및 시민단체와 야와 이를 감추려는 정부가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가운데 한사람의 죽음이 있고 그 죽음에 이른 과정도 명백하거늘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려는 가해집단과 피해집단과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고인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는 의문점이 하나도 없다.

다만 사망의 원인인 심장정지를 직접적으로 일으킨 급성신부전증이냐 아니면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킨 급성뇌출혈이냐를 따지는 것인데, 이 두 개의 원인은 따로 떼내어 분리해 어느것이 더 중하고 경하다고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의 몸은 시스템으로 연결되어있어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심장과 불가분의 연결을 갖고 서로 영향을 끼친다.

인체는 조그만 열상에도 패혈증으로 심장정지가 올 수가 있으며, 큰 화상을 입은 후 패혈증으로 심장정지가 올수가 있다.

이때 전자의 사인을 조그만 열상으로 진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후자의 경우 사인을 패혈증으로 진단하기도 어려울것이다.

전자는 사인이 패혈증이고, 후자는 화상이 보다 근원적인 사인이 될 것이다.

기업도 사회적인 생명체인 까닭에 사망을 하고 사망진단서를 끊는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대우 M&A 대표)는 직업상 대기업의 부도후 그 원인에 관한 사망진단서을 많이 끊었다..

일반적으로 나오는 기업의 부도원인을 보면 구태의연한 표현이 많다. 과도한 투자, 방만한 비용, 만연한 공금비리횡령, 노사간의 분쟁, 매출부진, 과다한 차입금이자 등이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된다. 그러나 이는 극히 피상적이고 결과에만 집착한 표현이다.

이런 식의 진단을 들어 보면 도대체 그 기업이 어떻게 어떤 이유로 망했는지가 전혀 감이 안잡힌다. 이런 진단은 빵점이다.

과도한 투자는 왜 과도한 투자를 했는지, 방만한 비용은 어떤식으로 비용을 썼는지, 공금비리나 횡령은 어떤 방법으로 행해졌는지, 노사간의 분쟁은 그 피해가 어떤지, 매출부진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과다한 차입금과 이자는 왜 발생했는지 등에 관한 보다 근원적인 진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한 기업의 생명은 끊어졌지만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기업에의 경영에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 백남기씨의 사인도 근원적이고 전체 사망 과정을 짐작케하는 진단을 함으로써 공권력과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추후 공권력의 남용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시민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는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김우일 대우 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