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가을, 이웃에게 말을 걸어보자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일 2016-09-29 17:31 수정일 2016-09-29 17:32 발행일 2016-09-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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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우교수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리 사회가 자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살 예방에 힘쓰고 있으나 아직 자살률은 내려가지 않고 있어서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주변사람들의 자살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두는 게 절실하다.

일반적으로 모든 우울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일단은 자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게 안전하다. 그 심각성을 측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단계적인 방법으로 기술적인 접근을 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물론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은 자살할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은 성공률이 희박하다. 그런 갑작스런 질문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줘서 무조건 부인하게 만든다. “요즘 기분이 어떠냐”부터 시작해 차차 깊이 있게 물어 들아가야 한다. 어떤 사람은 쉽게 이야기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상당히 주저한 뒤 겨우 아주 가끔 죽을 생각을 해본다고 말한다. 또 농담 비슷하게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농담으로 들어 넘겨서는 안된다. 따라서 대화할 때 다음과 같이 점차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어깨를 으쓱한다.

별로 좋지 않으신가 보죠? -- 머리를 흔든다.

우울한가요? --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불행한가요? -- 고개를 끄덕인다.

희망이 없어 보이나요? -- 그래요.

때론 살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요? -- 맞아요.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본 적도 있나요? -- 많아요.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겠네요? -- 가끔씩 그래요.

어떻게 자살할 것인지 생각해 봤나요? --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이러한 대화는 너무 자세하고 꼭 필요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얼마나 많이 죽음과 자살에 대해 생각했고, 얼마나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웠는지 알아내기 위한 목적이 있다. 다음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대화방법의 잘못된 예와 잘된 예들이다.

A : 정말 더 이상 방법이 없어. 죽는 것밖에.

B : 당신은 죽기에는 너무 젊어. 앞길이 창창한 사람이 어떻게 자살을 생각할 수 있어? (X) 너무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하지 마. 앞으로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 (X) 최근에 혹시 무슨 일이 있었어? 무엇이 힘든지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봐.(○)

A : 너무 외로워. 내편이 하나도 없어. 이 세상에 갈 곳이 없어.

B : 이제 괜찮아. 이야기하다 보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 (X) 어떤 일로 인해 힘들어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지금 눈앞에 있는 문제를 제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어. 같이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

A : 지금까지 제 삶은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었어요.

B : 지금은 아마 하나님께서 당신을 시험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X) 많이 지친 것 같아. 어떨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 (○)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