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떠날 때는 미련없이 떠나야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6-09-26 16:10 수정일 2016-09-26 16:10 발행일 2016-09-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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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금융계의 몇몇 큰 자리 CEO들의 임기가 내년에 다가 오고 있다. 임기 말이 다가오는 CEO들이 명심해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후임자가 정해지는 데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거나하여 한 다리 걸치겠다는 사심을 깨끗이 버리라는 거다. 미련 없이 떠나는 게 바로 화룡점정이고 훌륭한 끝내기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후계자가 어디 있나. 내가 낳은 자식도 후계자가 되지 않는다. 자기 멋대로 하기 마련이다 후임자가 있을 뿐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에 장승요(張僧繇)라는 화가가 있었다. 현재의 남경인 금륭 안락사(安樂寺)의 정중한 부탁으로 그는 절의 벽에다 용을 그려 주게 되었다. 이윽고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그러자 그 용은 살아나서 하늘로 승천해 버렸다. 이것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즉 가장 요긴한 곳과 때에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고사다. 1960년대 헐리우드 서부영화인 ‘셰인’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당시 인기배우 아란 랏드가 주인공 카우보이 역을 멋지게 해냈다. 재빠른 솜씨의 총놀림으로 맞대결에서 최후의 악당 두목까지 쓰러뜨렸다. 그런 후 그는 황혼을 향해 미련없이 말고삐를 거머쥐고 표표히 떠나는 라스트 신은 관객을 뭉클하게 감동시켰다. 요컨대 CEO는 떠날 때를 알고 또 끝맺음이 좋아야 한다.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 같은 CEO‘깜’이 재미있다. 쌍기역(ㄲ)자로 된 일곱 글자다. 꿈, 꾼, 꾀, 깡, 끼, 끈, 꼴이 그것이다.

‘꿈’이 있어야 한다. 즉 비전의 전도사여야 한다. ‘꾼’이어야 한다. 일꾼, 장사꾼이어야 한다. 입만 앞서는 ‘말꾼’이 아니다. ‘꾀’가 넘쳐야 한다. 냉철한 머리의 전략가여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working harder)보다 슬기롭게 일하는 것(working smarter)이 중요하다. ‘깡’이 있어야 한다. 갈대처럼 눈치나 봐서는 안된다. ‘끼’가 넘쳐야 한다. 물론 매미처럼 놀기만 잘하는 ‘딴따라 끼’와는 혼동해서 안된다.

‘끈’이 있어야 한다. 오너의 끈보다 고객과의 끈, 종업원과의 끈, 사회와의 유대가 중요하다. ‘꼴’이 좋아야 한다. 주인 앞에서 촐랑대는 방자나 느림보 곰 같아서도 안된다.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끝’이 좋아야 한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셰익스피어도 “명배우는 퇴장할 때를 안다”고 했다. CEO는 떠날 때를 대비하여 후계자가 아닌 후임자를 발굴하는데 공정해야 한다. 후임자 문제에 있어 떠나는 CEO가 깊이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훌륭한 CEO의 출현은 육성되고 만들어지고 조작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착각이다. 리더는 발굴되어 스스로 성장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떠나는 CEO는 공정해질 수 있다. 떠날 때는 지저분하지 않게,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한 말씀하였다.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자리의 정사를 논하지 말라.” 상왕이나 고문 또는 명예회장이니 하는 어정쩡한 자리에 앉아서 책임지지 않는 언행을 삼가하라는 뜻이다.

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