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경영전략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6-09-18 14:27 수정일 2016-09-18 14:34 발행일 2016-09-19 23면
인쇄아이콘
20160815010003936_1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요즘 경제계는 롯데그룹 탈세 사건, 대우조선해양 회계조작,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 부정과 비리 등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치계, 법조계까지 부정부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암울한 대내외적 경제 상황에 이런 부정부패가 더해지니 미래가 참으로 어둡다. 오죽하면 네티즌들은 지금의 상황을 영화 ‘내부자들’과 같다고 폄훼한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상황에도 미소 짓게 만드는 기업이 있다. 바로 웅진그룹이다. 한때 재계순위 30위 내에 들었던 웅진그룹은 건설업,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불황의 늪에 빠진 후 201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자구책으로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를 팔고 본업인 학습지 사업에 집중한 끝에 당초 기한보다 6년이나 빠른 1년 6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웅진그룹이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석금 회장의 투명한 경영철학과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있었다. 법정관리 결정 당시 검찰 수사를 받던 윤 회장은 1000억원대의 배임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차명계좌, 비자금 등 개인 비리가 단 한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윤 회장의 이런 성향은 조직문화로 정착되었으며 그룹 내에선 사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영세 사업자를 위해 1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우선 변제해 주기도 했다.

지난 2015년 미국 리더십컨설팅회사인 KRW인터내셔널은 미국 내 84개 기업과 비영리단체 직원을 대상으로 인간의 보편적 특성 중 신의, 용서, 공감, 책임의 네 가지 도덕적 기준을 도출하고 경영진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를 조사했다.

도덕성을 가장 높이 평가받은 10명과 가장 낮게 평가 받은 10명을 구분해 재무성과를 비교한 결과, 도덕성 점수가 높은 CEO가 속한 기업의 최근 2년간 평균총자산수익률은 9.35%로 나타났다.

반면 도덕성 점수가 낮은 CEO가 속한 기업은 1.93%로 도덕성 점수가 높은 기업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결국 도덕적이고 착한 기업이 회사수익률도 더 높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도덕성이 높은 기업은 낮은 기업보다 위기도 2.5배 이상 빨리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후원금 전달, 봉사활동 등의 활동으로 ‘착한 기업’ 이미지 쌓기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 탐스슈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탐스슈즈는 ‘코즈 마케팅’으로 소비자가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상품을 구매하면 기업이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코즈 마케팅은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아르헨티나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원 포 원(1 for 1)’ 마케팅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탐스슈즈는 착한 기업의 대명사처럼 널리 알려졌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사실 도덕적 리더는 멀리서 찾아볼 필요도 없다. 미천한 장돌뱅이 신분에서 3품 벼슬의 귀성부사까지 오른 파란만장한 생애의 입지적 인물인 ‘상도’의 임상옥(林尙沃)은 이런 말을 남겼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결국 경영이란 도덕성, 인격, 진정성으로 끝을 맺는 스토리가 아닐까.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