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올림픽을 통해 본 국력과 체력의 함수관계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 아일랜드국립대 교수
입력일 2016-09-11 11:19 수정일 2016-09-11 11:22 발행일 2016-09-1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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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ONG Moon)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가만히 보니까 바로 국력 순이네…….”

브라질 올림픽 중계를 보던 집사람이 소감 한마디를 던졌다. 중국이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던 시점에서다. 그러더니만 불과 하루 사이에 종합 2위 자리에 영국이 올라섰고, 폐막 종료 직전까지 중국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폐막 후 상당히 시간이 흐른 지금껏 영국인 자신들에게까지 난해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동력이었을까. 영국에서 최근 2년에 걸쳐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걱정거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다. 사상 최초의 독립운동이라고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이 쟁점에 대해 자신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을 내려놓고도, 지금까지 이구동성으로 반신반의하고 있다. 예상을 뒤엎은 투표결과가 분명 영국인들의 혼을 적지 않게 뒤흔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해왔던 여당마저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여전히 불편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표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리가 퇴임하자마자 차기 후보로 가장 강력하게 거론된 인물은 브렉시트의 선봉에 섰던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이다. 그러나 민심이 강경노선 세력에 대한 경계로 급선회하기에 이르자 이런 여론을 의식한 여당은 스스로 중도 완만 성향 총리를 선택했다. 총리 취임 직후 내놓은 첫 일성은 스코틀랜드가 EU 탈퇴에 자진 동의하는 날이 올 때까지 탈퇴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국민을 안심부터 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인선으로 외무장관에 다름아닌 존슨을 임명한 일은 이례적이며 모순에 가까웠다.

이런 일련의 영국 행보를 관찰해보면 독립경영에 대한 강박관념이 국가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유럽 속의 작은 나라 영국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도 들었겠지만, 자칫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순간 국가 위상이 단숨에 실추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온 국민을 압박 속으로 강하게 몰아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대표선수들도 이런 국가적 분위기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결정적 순간을 맞을 때마다 이 위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심리적 효과를 가져왔을 수 있다. 기억에서 사라져가던 왕년의 스타들이 국가대표진에 막차타고 합류, 인간승리 투혼을 발휘하여 유종의 미로서 금메달을 목에 건 특이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심리효과 가능성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국가 자주경영이라는 정치경제적 전략이 국민정신을 고양시켰고, 영국은 역대 최고성적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장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이 시기에 올림픽 쾌거는 국운 상승의 특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은 국가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하다. 올림픽 성적도 우리와 늘 비슷했다. 21세기 국가경영 신종 전략을 설계해보려는 나라들에게 영국의 사례는 좋은 참고문헌이 될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 아일랜드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