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고속주행하는 中 중고차시장에 주목할 때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일 2016-09-08 10:58 수정일 2016-09-08 10:58 발행일 2016-09-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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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연 30% 성장, 5~6년 후 미국시장 규모에 버금갈 전망
중국 정부, O2O 산업 육성…중국내 인터넷 중개업체 경쟁 치열
텐센트, 알리바바도 속속 참여…미국 일본 대기업도 관심 쏟아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에선 중고차를 얼쇼우처(二手車)라 한다. 아마 첫 번째 손(一手)이 아니라 두 번째로 손(二手)을 댄 차란 뜻일 것이다.

중국에서 중고차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뜸들여왔던 파리기후협약을 전격 비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내 환경오염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기오염 주범으로 몰려있는 자동차의 생산판매에 제동이 걸리고, 그만큼 중고차 수요가 더욱 늘어날 거란 얘기다.

중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아직 그렇게 크진 않다. 신차의 경우 연간 2500만대 생산으로 세계 1위, 미국의 두 배 시장이지만, 중고차시장 규모(거래대수기준)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신차 대비 중고차의 판매비중을 보면 미국의 경우 1 대 5, 영국과 프랑스가 1 대 3인데 비해, 중국은 아직 1 대 0.4 ~ 0.5 즉, 신차 2대 팔릴 때 중고차는 한 대 거래되는 정도다.

하지만 성장속도로만 보면 최근 3~4년간 연 30%로 가파르다. 특히 지난해 중고차거래는 940만대로 전년 대비 58%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신차 판매가 4.7% 증가한 것에 비하면 12배 가량 빠른 속도다. 급성장의 배경으론 대도시에서 신차의 번호판을 발급받기 어렵다는 점, 가성비 좋은 중고차에 대한 인식 제고, 렌터카 등록 대수의 급성장(지난 5년간 연 63% 성장)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연 30% 이상 성장해서 5~6년 후면 미국시장 규모에 근접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인터넷플러스전략이라 해서 정부가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고차의 인터넷 판매가 활성화되면 중고차 수요자들이 보다 좋은 중고차를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매도자도 합리적으로 팔 수 있는 시장(플랫폼)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인터넷 중개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 인터넷 중고차매매업체로는 런런처, 과즈중고차, 요우신 등이 있다. 런런처의 경우 2014년 4월에 설립돼 2년 반 된 새내기 회사인데, 창업자 리젠(李健)사장은 3월 중고차 활성화 조치 이후 중국 30여개 도시에서 월 2000대의 중고차를 중개했다. 올해 말엔 300개 도시에서 월 3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이에 질세라 경쟁업체 과즈중고차도 내년까지 1000개 도시(중국 중고차시장의 90%)로 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업체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텐센트는 런런처에 8500만 달러(한화 1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중고차 AS시장(1조위안·180조원 추정) 진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맞수인 알리바바도 지난해 7월 중국 최대 자동차유통그룹 광회치처와 제휴, 타오바오에서 중고차거래에 나섰다.

게다가 세계 최대 중고차수출국인 미국과 일본도 중국에 본격 상륙할 태세여서 중국의 중고차 시장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발돋음할 전망이다. 미국의 초대형 카 딜러회사인 카맥스나 콕스엔터프라이즈, 일본의 금융기업 오릭스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국내 중고차 업체나 온라인업체, 또 중고차AS에 신경 써야 하는 자동차업계 모두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