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전세세입자의 반격 시작되나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일 2016-09-05 15:55 수정일 2016-09-05 15:56 발행일 2016-09-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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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노희순2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올 여름은 100년여 만에 최고 폭염으로 이상고온을 경험했다. 주택시장에서도 못지 않은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세시장과 분양시장의 과열이다. 전세가격은 통상 4년 내외(3년간 전세가격이 상승하다가 4년차에 하락)의 주기로 역전세난이 나타났으며 가격상승의 휴지기가 있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매매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해 분양이 증가하고 2~3년 후 입주물량과 전세물량을 증가시켜왔다.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 같던 이러한 임대차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황이 역전되고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과잉공급이 되지 않더라도 공급 집중과 매매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가격 하락 및 입주 지연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당장 최근 입주물량이 집중되어 전세주택공급이 급증한 서울 송파구, 강동구, 대구 등의 일부지역에서 전세금을 유지하면서 세입자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역전세의 주택시장 파급영향을 별개로 전세 세입자들의 반격이 본격화 될 수 있을까?

분양 증가보다 빠른 미분양 증가 현실을 감안한다면 2012년 전후의 미입주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이 시점에 대규모 택지지역을 중심으로 수분양자와 건설업체 미분양분의 저렴한 전세물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전세시장에서 세입자 우위와 역전세 확대가 나타났다. 특히 세입자 우위와 선택권 확대, 서울 또는 도심으로 세입자 회귀, 재고가격 대비 높은 분양가격은 집주인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외곽의 역전세난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역전세난은 국지적인 현상이며, 과거 잠실아파트의 회복 경험, 저금리에 따른 투자 상품 부족,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물량 비중의 과거보다 낮은 수준(2009년 1분기 86% vs 2016년 2분기 11%), 입주 중 낮은 대형물량 비중(85㎡초과 비중 2009년 30% vs 2016년 8.3%) 등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입자 이동은 나타나겠지만 완전한 우위에서 반격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세입자의 계약종료와 이주가 원활하다면 역전세는 거주선택, 전세금 추가 부담 등 반격이 가능하지만, 보증금을 쌓아놓고 기다리는 집주인은 많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역전세난이 시장 전체가 아닌 지역의 문제이고, 투기적 집주인 지원의 도덕적 문제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 사이에 고통 받는 것은 세입자이다. 세입자는 평균 70%대의 높은 전세가율, 전세 이사 또는 신규입주 지연 등에 따라 반환보증금 리스크, 이주시기 불일치에 따른 주거불안 측면에서 약자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뀌었더라도 세입자는 집에 들어가는 것과 집에 나가는 것의 입장차이만 있지 어려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원칙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임대차시장 변동완화 정책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이외에 세입자도 자체인 인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임차 유지를 선택하든, 매매를 선택하든 세입자는 지속적인 자산축적과 반환보증금에 대한 리스크 비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세입자의 자산축적과 리스크 관리를 유인하기 위해 정책당국의 제도와 상품지원도 선행되어야 한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