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산업정책은 더 이상 필요없는가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입력일 2016-09-01 15:59 수정일 2016-09-01 16:00 발행일 2016-09-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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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석좌교수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시대상황과 산업여건에 맞는 산업정책을 적절히 수행해 산업화를 성공시킨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거의 모든 산업분야의 기반이 골고루 갖추어진 세계적인 제조업 클러스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제조업은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은 물론 경제위기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산업구조가 바뀌고 민간의 역량이 커짐에 따라 민간단체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업정책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시장원리에 대한 신봉과 정부실패에 대한 우려 등을 근거로, 정부가 산업정책에서 손을 떼고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우리 산업이 최선의 상태로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 바탕에는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력이나 신성장 동력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가 펼친 수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현실이 깔려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신산업 육성정책은 그 특성상 장기적인 계획 아래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임에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대상이 변경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함에 따라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한 산업정책은 필요하다. 시장은 스스로에게 맡겨 두어도 자동적으로 최선의 상태가 유지되는 전능한 존재가 아니므로 끊임없는 제도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외부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산업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정책의 목표와 방향, 그리고 수단에 대한 재정립은 필요하다. 소비, 투자와 수출입의 각 영역에서 우리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과거의 여건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기술 발전으로 산업 간의 경계가 파괴되고 4차 산업혁명이 부상하는 등 경제, 사회, 기술의 각 부문에서 메가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대한 전환 또한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정책의 목표는 강점을 지닌 기존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해 이를 한 단계 더 고도화시키는 일, 쇠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병행하여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발굴 육성하는 일, 모든 기업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시장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에 두어져야 한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추진을 위해, 시류에 따라 새로운 분야로 대체하기 보다는 이미 선정된 내용을 존중하고 산업발전 추세에 맞추어 미세조정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

정책수단 면에서도 과거처럼 정부 주도로 특정산업과 기업을 지원해 성과를 내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직접적이고 규제적인 접근 대신 정부는 로드맵을 통해 산업과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비롯해 범용성 있는 인프라의 구축과 같은 간접지원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R&D 자금 배분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세제지원, 대학의 산업인력 양성 지원, 공공선도 프로젝트를 통한 초기시장 창출 지원 등을 통해 시장환경을 정비하는 일에 더 매달려야 한다.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