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공공부문이 대마불사 함정에 빠진 이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입력일 2016-07-17 18:00 수정일 2016-07-17 18:00 발행일 2016-07-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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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 자유경제원부원장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공공부문이 부실 규모를 키우고 있어 문제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산업은행 그룹의 방만함은 대마불사 함정에 빠진 전형적인 경영실패 사례라 할 수 있다. 조직 운영의 방만함에 더해 대우조선해양의 누적된 부실 규모는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덩치가 너무 크니까 망하게 놔둘 수 없다는 ‘대마불사’식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더구나 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묻지 마’식 추가 지원을 하겠다고 하니 국민의 한숨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은 왜 대마불사 함정에 빠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구조개혁 의지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공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 ‘서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현실 타협적 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굳이 내 임기 중에 어려운 일을 하거나 개혁하기보다, 이 순간만 모면하고 보자는 공직자의 안이한 태도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공직 사회의 무사안일주의가 부실을 키우는 이유가 되고 있다. 모두가 공동 책임이지만 사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정부 운영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민간은 투자한 사람들이 원금을 날릴 수도 있고 추가적인 부담에 대해서도 위험을 관리해야 하지만, 공공부문의 부실은 사후적으로 국민이 모두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 공무원 스스로 자신의 부담없이 부실을 늘려 갈 수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공직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관료사회는 자기 조직을 스스로 팽창시키는 본능적 활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모든 관료조직은 스스로 비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모든 정부 조직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이 현상이기도 하다. 이를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한다. 업무가 적어지거나 심지어 사라져도 공무원 수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2011년 2548명에서 2015년 3246명으로 직원 수를 계속 늘려왔다. 최근 4년 동안에만 직원수 증가율이 무려 27.4%였다. 정책금융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산업은행 무용론이 꾸준히 나왔지만 조직규모는 오히려 급격히 비대화되었다. 일반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라는 학자들의 의견이 이어졌음에도 공무원을 추가로 고용해 가면서 규모를 키워온 것이다.

우리 공공부문 전체를 다시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씀씀이를 늘리고 지방정부와 공기업은 부실을 키워왔다. 사실 민간의 부채는 민간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부채는 국민에게 귀속되는 것이라 훨씬 심각한 문제다.

이번 산업은행 부실 사태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기업 모두 스스로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운영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공공기관은 공무원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스스로 개혁의 의지를 발휘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