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제4차 산업혁명, 나는 어디로?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6-07-14 15:55 수정일 2016-07-14 15:57 발행일 2016-07-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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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제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경제와 산업, 사회 전반에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각종 기술의 원활한 연결과 융합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제4차 산업혁명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투자, 소비, 고용, 무역 등 경제의 모든 요소들이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며 그 힘은 매우 막대하고 다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혁명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성장의 장기적 요소인 생산성의 측면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전망을 놓고 비관론자와 낙관론자가 극명하게 갈라진다. 
비관론자들은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 않는 생산성의 역설(Productivity paradox)을 강조한다. 사실 미국은 2000~2007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평균 2.6%였던 것에 반해 2007~2014년에는 고작 1.3%였다. 물론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기술발전과 혁신이 생산성 향상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 인구 중 아직 충족되지 못한 20억의 인구의 니즈가 세계 경제에 반영되고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추가적인 수요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들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사람들은 더욱 저렴한 가격에 소비를 할 수 있게 되고 아울러 지속적이고 책임있는 소비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하고 있는 일을 10년 뒤에도 하고 있을까?’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생각하다 보니 불현듯 이런 두려움이 든다.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직업의 47%가 자동화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이 수치는 과거 겪었던 산업혁명에 비해 훨씬 넓은 범위의 일자리 붕괴현상이 일어나고, 더욱 빠른 속도로 노동시장이 변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현재도 해결되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일상화되면 고소득 전문직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군, 저소득 노무직에서는 고용이 늘어나지만 중간소득층의 단순 반복적인 일자리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함으로써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린다 그래튼 교수는 그의 저서 ‘일의 미래’에서 ‘사회적 분열과 고립, 소외의 정도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는 오직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일과 삶의 조화를 허용할 지도 모른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선택은 인간의 몫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효율성을 높이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건 사실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가 아닌 조금 더 의미있는 존재이고 싶어한다. 이 진리는 제5의 산업혁명이 와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변화가 조금이라도 인간의 존엄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