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최저임금제의 명암(明暗)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6-07-13 18:00 수정일 2016-07-13 18:00 발행일 2016-07-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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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해묵은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은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근로자의 실질급여를 보충해 주자는 입장이고, 경제계는 급격한 임금상승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야 정치권이 논쟁에 가세해 새누리당은 시간당 9000원, 더민주당은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 6030원을 근로자 생계 지원을 위해 일정 수준 인상하는 방안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 심각해짐에 따라 각 국은 저소득 근로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버니 샌더스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자는 주장을 폈고 힐러리 클린턴도 12달러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대신에 근로장려세제나 체계적 직업교육 제공 등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계 근로자의 고용기회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문제에 과도한 포퓰리즘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근로자 비중인 최저임금 영향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01년 2.1%이던 영향률이 2010년 15.9% 금년에는 18.2%까지 올라갔다. 대상자도 2001년 14만 명에서 2015년 340만 명으로 늘어났다. 주요국의 영향률을 살펴보면 미국 3.9%, 영국 5.2%, 일본 7.3%, 프랑스 11%로 우리보다 상당히 낮다.

점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인상은 영세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한계 근로자의 일할 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미국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근로 빈곤층의 근로를 장려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을 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저숙련, 취약계층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 한다. 숙박·음식점 근로자의 80% 이상이 이에 해당되고 부동산·임대업(67.4%), 예술·스포츠·여가업(61.9%)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근로자의 62%가 적용대상이 되어 장년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게 될 확률이 높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 연구도 유사한 분석결과를 보여준다. 최저임금 인상 시 청년, 여성, 고령자층의 고용감소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 시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감원하겠다는 기업 비율이 44.5%에 달하고 있다. 사업포기 응답 비율도 37.4%에 달한다. 임금인상을 완만히 가져가되 업체의 준수율을 높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다. 지나친 정치적 포퓰리즘을 지양하고 객관적인 분석에 입각한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최저임금이 사회불평등을 완화하는 적절한 수단인지 여부에 대한 냉철한 검토가 필요하다.

2014년 현재 전체 근로자 가운데 12.1%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근로능력이 없는 빈곤층의 소득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다. 욕속부달(欲速不達). 지나치게 서두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