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소프트웨어 경쟁력' 참뜻을 제대로 알자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영국 뉴캐슬대 교수
입력일 2016-07-11 16:28 수정일 2016-07-11 16:29 발행일 2016-07-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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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영국 뉴캐슬대 교수

소프트웨어(SW)라는 용어가 각계 각층 또는 여러 분야에서 자의대로 확대 해석되면서 그 용어를 탄생시킨 심지어 IT 분야에서까지도 ‘SW경쟁력’이란 말에 대해서도 각종 해석이 분분하다. 이제는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도달했다. 국가나 기업에서도 SW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서로 앞다투다시피 원대한 계획들을 세우고들 있으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SW경쟁력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SW란 말이 탄생한 것은 1970년대 초다. 대형컴퓨터만 존재했던 당시에는 걸핏하면 컴퓨터가 가동 중단되는 일이 잦아 이런 기계를 계속 써서 사무자동화를 추진하는 방향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상당히 염려스러운 수준이었다. 때맞춰 작은 컴퓨터가 속속 출시되면서 마이크로컴퓨터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빌 게이츠가 창업한 회사가 소형컴퓨터를 구동하는 운영체계 OS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로 간판도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달았던 것이다. 일반 대중이 저마다 PC에서 OS를 사용해보면서 SW에 대한 감각을 익혀 나가는 계기가 된 것이다.

동 시기에 만들어진 인터넷이 있었지만 인터넷이란 용어가 그때 이후로부터 원래 부여된 의미와 다르게 자의대로 해석하여 함부로 사용된 일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반면 SW란 용어는 이제 와서는 원래 의미와는 영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그런데 희한한 점은 그게 우리나라에서 유독 잦다는 사실이다. 경직된 사고방식을 탈피하여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 변화를 지칭하는 경우에도 소프트웨어란 말을 편리하게 갖다 쓰기에 이르렀다. 탈궤도 현상들이 거듭되더니만 급기야는 SW 포석을 강화하려는 국가의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위험한 단계로까지 진행되고 있다. 걸출한 선수가 소수 존재한다고 해서 국가의 축구경쟁력이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처럼 세계에 흩어진 걸출한 선수들을 한 곳으로 집합하게끔 만드는 저력이 있을 때에 한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SW경쟁력이란 말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이 알파고 같은 SW를 몇 개 만들어냈다고 SW경쟁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되지는 않는다. 알파고는 영국이 아니라 미국의 경쟁력을 과시한 단적인 예다. 구글의 OS와 데이터베이스엔진, 이 단 두 개의 SW로써 구성된 구글 특유의 SW플랫폼 위에서 알파고가 작동되지 않았다면 알파고는 전혀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따라서 구글 SW플랫폼이 경쟁력을 발휘한 것이지 알파고 자체가 경쟁력을 발휘한 게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알파고에 필적하는 역량을 보여주는 왓슨이라는 SW가 있다. 이 둘 간에는 성능 우열을 논하지 어느 것이 경쟁력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점은 플랫폼 하나만 잘 개발해놓으면 SW 세상에서 세계 상위권에 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라. 최근 들어 특별하게 출시하는 신제품이 없는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하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SW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허둥지둥대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SW경쟁력이란 말을 자의대로 해석하는 일은 국가 SW 발전방향을 희석시키는 해악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영국 뉴캐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