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브렉시트, 영국과 유럽의 탈출구는 여전히 안갯속

정유신 서강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일 2016-07-10 13:06 수정일 2016-07-10 13:10 발행일 2016-07-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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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새 총리로 EU 잔류파인 데레사 메이 내무장관 유력
영국의 국내외 기업들, 해외이전까지 고려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EU 회의정당까지 출현
장기적인 세계경제 하방리스크 커지고 있어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2주가 지나면서 글로벌 시장의 초기 혼란이 다소 안정됐다고 하지만 유럽은 여전히 안개속인 것 같다.

우선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을 놓고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지는 느낌이라는 게 시장평가다. 브렉시트를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총리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새 총리로 EU 잔류파인 내무장관 데레사 메이가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영국 하원은 EU 잔류파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벌써부터 잔류파가 대다수인 의회와 탈퇴파의 의견조정이 장기간 파행할 거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경우 신속하게 영국과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EU측에게도 부담이 커질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차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EU 탈퇴 후 영국과 EU의 관계설정이다. 방안으론 △유럽자유무역협정(EFTA)을 통해 유럽경제영역(EEA)에 참가하는 노르웨이 옵션 △EU와 새로운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을 체결하는 캐나다 옵션 등이 예상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탈퇴파는 캐나다 옵션을 선호하고, 잔류파는 EU 잔류효과가 큰 노르웨이 옵션을 주장하고 있다. 누가 봐도 영국 의회에서 EU에 요청할 탈퇴조건에 대한 컨센서스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새 총리선출 때까지 EU와의 협상 개시는커녕 탈퇴조건 통고도 어려울 거 같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의견이다.

메이 내무장관의 경우 금년 중엔 협상카드를 꺼내지 않겠다고 말한 바도 있다. 또 영국과 EU간에 교섭이 시작된다 해도 잔류기한인 2년 내로 마무리된다는 보장도 없다. 영국이 중요시하고 있는 EU 시장에의 접근성, 특히 EU 역내에서 금융업의 자유와 EU역내로부터의 이민제한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미 영국에 있는 국내외 기업들이 설비투자나 고용을 미루고 해외이전까지 고려하고 있단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럼 EU는 어떤가. 영국이 역내에서 독일에 이어 두 번째 경제규모여서 EU 경제에 충격이 클 것은 틀림없지만, 적어도 2년간은 잔류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란 평가다. 문제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거란 점이다. 유럽재정위기 후 재정긴축에 대한 반발, 작년부터 이슈화되고 있는 난민문제 대응에 대한 불만 등을 배경으로 영국 이외의 국가들에서도 EU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선 소위 EU 회의정당(懷疑政堂)까지 출현하고 있다. 물론 EU 내에서도 그동안 문제가 됐던 EU 관료주의와 과잉규제에 대한 자성, 이민정책에 대한 개선 노력이 나올 거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재정긴축, 이민정책 등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경제 강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과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벌써 10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이탈리아에선 은행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수혈을 요구해온 EU 수뇌부로선 조건을 완화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강경입장을 견지할 경우 이탈리아 국민투표에 악영향을 주고 나아가 ‘탈퇴 도미노’ 현상도 우려돼서 진퇴양난인 셈이다. 리먼 쇼크처럼 즉각적인 충격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세계경제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