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중도금 대출규제, 시장 바로잡기 나설 때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입력일 2016-07-06 11:22 수정일 2016-07-06 11:23 발행일 2016-07-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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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정 연구위원, NH투자증권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이달부터 분양되는 아파트들의 중도금 집단대출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단대출의 보증한도와 건수를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HUG는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한도를 서울·광역시 6억원 이하, 지방은 3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1인당 보증건수는 2건 이내로 한정했다.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아예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나 비강남권의 중대형 아파트는 물론, 지방의 고가 아파트 일부가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돼 분양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번 규제에서 급증하는 집단대출을 억제하는 한편,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고 단기 투기성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를 통해서 일반분양과 함께 달아오른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투자 열기를 가라앉히고, 과열 양상을 띠는 분양시장의 과잉공급과 가수요를 동시에 차단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보증한도를 설정함으로써 분양가격 인하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동시에 1인당 보증건수를 제한해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가수요의 청약을 억제할 수 있다. 예외로 남겨뒀던 중도금 집단대출에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분양시장의 수요를 억제하고 진정시키겠다는 시그널을 전달했고, 동시에 불법 분양권 전매 단속도 나섰다.

무엇보다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밀어내기식 주택 공급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연초 35만가구 가량으로 집계됐던 연간 아파트 분양공급계획은 6월초 조사에서 45만가구까지 늘어난 상태다. 작년 52만가구에 육박하는 새 아파트가 공급됐는데, 2년간 100만 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공급된다면, 입주대란 등의 공급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시장 냉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유망 분양단지에 대한 실수요 관심은 유지될 전망이다. HUG의 집단대출 보증을 받지 못해도 중도금 대출 조달이나 분양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출이자부담이 늘어나겠지만 건설사의 연대보증이나 개인신용,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일부 건설사들은 중도금의 비율을 낮춰서 보증한도를 맞추려는 시도도 할 수 있다. 소형 아파트가 10억원이 훌쩍 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일반분양의 경우, 이번 집단대출 규제의 타깃이기는 하지만, 실제 일반분양 가구수가 많지 않아 전체 사업성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건설사 연대보증 등을 통한 중도금 대출이 늘어나고 제2금융권의 집단대출로 대체된다면 수분양자인 개인들의 비용부담은 오히려 늘어난다. 가계부채의 질적 관리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집단대출 증가 추세를 살피고 단순히 개인들에게 금융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근본적인 가수요 차단과 공급조절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최근 분양시장의 과열 사태에는 낮아진 가수요 진입장벽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완화된 1순위 자격요건과 짧은 전매제한 기간 등 청약규제가 풀리면서 투기성 가수요가 급증했다.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고, 가수요 차단과 공급조절을 위해 완화된 청약규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