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경제민주화와 대기업정책의 방향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입력일 2016-07-03 18:00 수정일 2016-07-03 18:00 발행일 2016-07-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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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석좌교수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최근 우리 경제는 개별산업 내에서의 독과점화와 함께 대기업 계열간의 독과점화도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특정 산업 내 독과점은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해 경제 효율성과 소비자후생을 감소시키는 등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기업구조면에서의 독과점이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밝혀진 지배주주의 불법행위나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보면 재벌기업군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경유착을 비롯해 재벌이 사회 각 분야에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해 시장경제의 근본을 위협하면서 불공정 게임을 자행하고 있다. 자기에게 유리할 때는 신자유주의와 시장자율을 주장하다가, 위기가 닥치면 정부에 손을 내미는 등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과 손해는 국민전체에 분산시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세습에 의한 기득권층의 고착화와 패자부활전의 소멸로 사회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재벌체제가 우리의 특수한 경제 사회적 제도의 산물이므로 재벌의 실체와 재벌체제가 주는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경제민주화를 위해 대기업정책과 관련한 몇 가지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정책의 기본방향을 친기업(business friendly)이 아니라 친시장(market friendly)으로, 시장에 진입해 있는 경쟁자 보호에서 경쟁자체를 조장하고 공정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이익 중시에서 소비자후생 중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친기업을 내세워 사전규제와 사후감독을 완화하는 대신 기업의 고용과 투자촉진을 유도하고 가격인하와 상생을 종용한 정책은 실효성이 약한 것으로 이미 판명되었다.

이제 회사기회를 유용해 공정을 해치고 자기이익을 챙기는 행위에는 공정거래법, 상법의 적용을 철저히 하고 동시에 제도를 강화하자. 특히 일감몰아주기처럼 특수관계인과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법의 적용대상과 범위, 입증책임, 소송주체 등에 대한 규정을 명백히 하고 이사의 책임강화, 공시확대도 함께 추진하자. 담합,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 기술탈취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자. 재벌총수의 부패와 기업인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주주자본주의가 총수자본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모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재벌총수의 전횡방지와 부당 세습을 방지하기 위한 순환출자 금지, 소액주주의 권리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와 공시제도 강화, 자사주 구매 제한 등의 규정을 보완하자.

경쟁제한 행위를 차단하고 경쟁당국의 공적집행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라도 경쟁당국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사적구제제도도 더욱 활성화하자. 대기업의 유보이익이 배당이나 대기업 종업원 뿐만 아니라 협력중소기업에게도 배분되어 생산과정에의 재투자, 근로자 재교육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자.

우리의 경우 제도가 실제 작동하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관련 규정자체는 어느 정도 정비되어 있으므로 1차적으로는 현행 제도를 보다 엄격히 적용하면서 새로운 규정을 보완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으로 실효성을 높여나가자.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