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시장 예상 빗나간 기준금리 인하, "구조조정 후폭풍 대비"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6-09 10:39 수정일 2016-06-09 12:58 발행일 2016-06-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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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후폭풍 대비 선제대응…美 금리인상 연기 전망도 영향
한국은행은 9일 열린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국내 경제가 저금리·저성장 지속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약화, 산업·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빗겨간, 전격적인 선제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해 7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4%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4일~15일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23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투표 등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형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미국이 6~7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역선택’에 따른 내외금리차 축소로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약화됨에 따라 한은의 운신 폭이 다소 넓어졌고, 이를 전격 인하의 계기로 활용했다.

이번 결정은 경기 부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면 대량실업 등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8일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르면 조선사들은 자구계획으로 2018년까지 고용 규모를 30%, 설비 규모를 20% 각각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 본격화는 가뜩이나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의 하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경기상황은 기업투자 확대→생산 및 고용 증대→가계소비 증가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구조조정으로 하반기에 소비 위축과 실업 증가 등 경기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향후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불거질 경우,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고,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