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 ‘핀테크’ 한국 시장 연착륙 임박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5-27 18:34 수정일 2015-05-27 18:44 발행일 2015-05-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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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Fintech)’가 본격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핀테크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해 진행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연이어 제도를 개선해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며 금융사들도 핀테크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급기야 세계 최대 규모 핀테크 관련 투자기업이 한국시장 투자를 결정했다.

핀테크 육성 위한 MOU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핀테크지원센터 2차 데모데이 행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가운데)이 한국 핀테크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에렉 반데클레이 ‘레블(level)39’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27일 금융위원회 주최로 열린 핀테크 관련 2차 데모데이(Demo-day) 행사에서 참여한 에릭 반데클레이 레벨39 대표는 “한국을 레벨39의 첫 번째 해외 진출국으로 선택했다”며 “금융과 IT를 결합한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리더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레벨39는 영국에 위치한 세계적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이다.

반데클레이 대표는 “한국시장에 직접 투자를 고려하고 있고 아시아시장의 핀테크 투자 관문으로 육성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규제 환경과 생태계를 핀테크 친화적으로 바꾸고 있고 한국 핀테크 기업이 그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레벨39는 이날 핀테크지원센터와 한국 내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반데클레이 대표의 말처럼 핀테크가 한국 금융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제도개선이다. 금융위는 오는 12월 시행을 목표로 비대면 거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작되면 은행 방문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비대면실명확인 방식 중 실명확인 정확도가 높은 방식을 통해 명의도용, 금융사기, 대포통장 발급 등의 부작용에 대비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데모데이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안카드 의무 사용 폐지 등 규제 완화 방안을 밝혔다.

핀테크 기업 인비즈넷은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자금 이체 때 보안 수단을 일회용 비밀번호(보안카드)로 한정해 다양한 보안 기술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위원장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에서 자금을 이체할 때 보안카드 의무 사용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시 본인 확인 방법을 서명과 비밀번호로 한정하지 말고 다양한 생체 인증을 허용해달라는 건의사항에 대해서도 “유권해석을 신청하면 대체 인증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체 인증이 허용되면 홍채나 지문인식이 널리 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국이 비대면 거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시범 모델인 ‘위비뱅크’를 출범시켰다. 위비뱅크를 이용하면 계좌이체부터 대출까지 주요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계좌개설 방식이 확정되면 예금 등 수신업무도 수행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또 IT기업의 핀테크 기술 개발을 돕기 위해 플랫폼도 개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핀테크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세”라며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설립이 된다면 한국은 세계 수준의 핀테크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