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속고, 몰라도 먹고… '종합 비타민'의 밝혀지는 진실들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3-30 09:00 수정일 2015-03-30 10:02 발행일 2015-03-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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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의 Global Hug] 종합 비타민 효용성 논란… 밝혀지는 진실들

기운이 없다. 피부가 거칠어 진 것 같다. 그래서 찾는다. 확실히 어디가 좋은 지는 설명 못하겠지만 건강한 느낌이 드니까 일단 믿고 먹는다.종합 비타민제의 효능에 관한 논란은 그동안 끊임없이 다뤄져 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비타민제만 해도 2500여종을 훨씬 뛰어넘는다. 성인을 위한 비타민제부터 아이들, 임산부, 수험생을 구체적인 타깃으로 삼은 비타민제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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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에 대한 의문들

최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남녀의 반 이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종합 비타민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비타민이 안전한지 또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알고 섭취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6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미국 제약회사 비타민 시장은 제네릭 약품(복제약)이 준수해야 할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규제를 줄곧 피해왔다.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효능이나 안전성이 검증된 시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약품이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미국의 대안언론인 올터넷(alternet.org)은 최근 소비자들이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보도의 핵심은 거대 제약회사들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FDA나 영국의 보건의료제도(NHS)의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 검증 안 된 종합 비타민제와 같은 건강 보충제를 팔아 이익을 챙기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약회사를 규제해야 하는 FDA나 NHS 등은 사실상 거대 제약사들의 자본이나 인력 등을 따라갈 수가 없다. 실질적으로 정부 측의 예산편성이 제약업체들에 비해 훨씬 적고 이로 인해 제대로 된 규제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정치 로비· 의학 프레임에서 벗어나라

제약회사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치권의 ‘검은 유착’도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의식도 점점 깨어나고 있는 중이다. 

과거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는 정치적 로비를 통해 미국 대외정책 및 무역정책까지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었다. 

실제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와 전직 상원 의원이었던 빌 브래들리 사이에서 벌어진 경합 사이에도 제약기업이 끼어 있었다. 브래들리가 선전하고 있던 뉴저지주는 머크사를 비롯한 거대 제약기업의 연구소와 본사가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한 주다. 고어는 제약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과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제약산업연합의 정치적 로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종합 비타민제에 관한 논란은 그동안 음모론 수준에서 머물러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서히 그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비타민:영양소 보충에 강박적인 사람들(Vitamin: Our obsessive Quest for Nutritional Perfection)’의 저자 캐서린 프라이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비타민의 효능에 관한 의문을 품어왔다. 

우리가 얼마나 맹목적으로 종합 비타민제를 추종해왔는지 또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제약회사들의 지갑에 정성스럽게 돈을 채워줬는지 프라이스는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해 왔다. 

병을 치료해주는 것이 약이다. 그러나 병이 없어지면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약을 판매하는 제약업체다. 이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제약업체의 입장에서는 병이 항상 존재해야 한다. 어쩌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불안한 심리를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목적은 달성된다. 아직도 아무 생각 없이 제약회사의 호주머니를 채워줄 마음이 생기는가.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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