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가 위협적인 진짜 이유는 '두려움'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5-11 09:00 수정일 2015-05-11 09:00 발행일 2015-05-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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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의 Global Hug] 'IS 테러공포' 키우는 전세계 언론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와 미국 정부 사이에서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 갈랜드 소재 커티스컬웰센터에서 열린 ‘무함마드 미술 전시경연대회’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서다.

전시회는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등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만평을 모아놓은 행사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기 위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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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전시회장에 엘튼 심슨과 나디르 수피라는 청년들이 방탄조끼를 입고 AK-47 소총으로 무장한 채 들이닥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전시회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총기난사를 시도하려 한 것이다. 다행히 전시회를 경비 중이던 경찰들이 발견해 이들은 그 자리에서 즉시 권총에 사살됐다.

습격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뒤 IS는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시회장을 습격했던 이들의 트위터 계정에서 이들이 테러조직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 충성 맹세를 한 적이 있는 증거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정말로 IS가 공격을 지시했다면 이 사건은 IS가 결성된 후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저지른 테러가 된다. 미국은 충격에 휩싸이는 듯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물론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IS의 소행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미 수사 당국이 범행동기와 더불어 범인들과 IS와의 연계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또 IS가 하지도 않은 공격도 자기들 소행이라고 주장한 일이 잦다는 점도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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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살해동영상을 보도하고 있는 일본 언론.

이쯤 되면 자못 궁금해진다. IS는 왜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나서는 걸까. 무엇을 얻기 위해 소란을 벌이는 걸까.

이와 관련 국제문제전문가들은 IS가 하지도 않은 테러까지 자신들이 했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대중에게 ‘두려움’을 심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자신들의 실체를 실제보다 과장하고 극대화시켜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 정치 웹진 ‘카운터펀치’는 세계 언론들이 IS의 선전(Propaganda)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보도했다.

IS가 교묘하게 만든 동영상과 광고물 등을 세계 주요 언론들이 24시간 집중 보도하며 그들만의 TV채널(?)까지 제공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IS가 언론을 교묘하게 이용해 그들을 더 크고 조직적이며 두려운 실체로 여기도록 조장한다는 것이 보도의 핵심이다. 

실제로 IS는 그 규모나 조직원, 조직 목적 등이 베일에 싸여있다. 예상보다 규모가 훨씬 작고 고립돼 있으며 국제 사회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예전부터 나왔다. 

독립된 테러리스트들, 이른바 ‘외로운 늑대’의 자생적 범행을 IS가 벌인 것처럼 꾸며 선전선동에 이용해왔다는 것은 이번 전시회 사건에서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IS가 공개했던 수많은 참수 동영상과 관련해 언론계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자극적이고 끔찍한 동영상과 사진들이 대중에 공개됐을 경우 미치는 파장을 우려해서다. 대중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심어주고자 하는 IS의 의도를 오히려 언론이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던 것이다.

방송에서 ‘참수’나 ‘처형’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언급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IS 인질극 관련 사건을 계속해서 보도한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여러 독자들로부터 항의성 메시지를 받았다. 

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 청취자는 ‘참수’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단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야 하는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지 한번쯤 고려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한 변호사 청취자는 ‘처형’이라는 단어가 IS에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처럼 들린다며 ‘살해’가 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끔찍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청취자들도 있었다.

IS는 과감하고 성공적인 군사 전략만큼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 전략을 구사한다는 면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는 방식과 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인터넷과 미디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IS조직원들은 세련된 디자인의 동영상과 웹진을 세계 각국에 뿌려댄다. 어린 청년들이 관심가질 만큼 화려하고 교묘하게 중독적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접하는 것이 가능해 이들의 선전행위는 누구에게나 어렵지않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칭 테러 국가를 표방하는 것에 걸맞게 선전 전용 미디어 조직을 세워놓고 이들은 세부적으로 메시지 타깃 집단을 나누어 공략하기도 한다. 적으로 간주하는 사회를 향해서는 교묘하게 연출된 참수 살해 동영상을 유튜브로 뿌려댄다. 잠재적 지지자들을 대상으로는 트위터 해시태그 가로채기부터 전용 앱 배포까지 온갖 세련된 미디어 활용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한다.

IS의 소위 해외 테러 전사(Foreign Terrorist Fighters·FTF)들은 90여 개국 1만5000~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IS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상담을 통한 친밀함을 제공하고, 합성 이미지로 유머감각을 보이기도 하며 개인의 환심을 산다.

IS가 위협적인 진짜 이유는 주요 언론은 물론 소셜 미디어 등을 장악함으로써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삶에 파고 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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