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사외이사 후보 4명 중 3명은 ‘정피아’?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3-11 17:06 수정일 2015-03-11 18:24 발행일 2015-03-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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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 출신 이광구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에 정권과 관련 있는 사외이사 후보들이 선임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은 ‘정권과 관련 있는 인사들을 위한 자리’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7일 열릴 이사회에서 5명이던 사외이사 수를 6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6명 중 4명은 새롭게 선임될 인물들이다.새로 선임될 인사들은 홍일화 여성신문 우먼앤피플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정한기 호서대 초빙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등이다.  

이광구 신임 우리은행장
서금회 출신 이광구 행장(연합)

우리은행에 따르면 홍일화 고문은 사단법인 21세기 통일봉사단 단장을 지냈다. 천혜숙 교수는 미국 메릴린치 투자자문회사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정한기 교수는 유진자산운용 대표이사였다. 고성수 교수는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다.

이들의 경력만 보면 정치권이나 관가와는 큰 연관 없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모두 현 정권과 깊은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다.

홍 고문은 신한국당 중앙상무위원회 부의장을 지냈다. 한나라당 시절에는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부의장, 상임고문을 거쳤다. 과거부터 여권인 새누리당과 관계를 맺고 있다.

정한기 후보는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가 탈락했다. 탈락 이후 그해 12월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마찬가지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회원이다.

천혜숙 후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된 이승훈 청주시장의 부인이다. 새롭게 선임될 사외이사 후보 4명 중 3명이 이른바 정(政)피아인 것이다.

◇정피아가 서금회 출신 행장 감시?사외이사는 은행장의 경영을 감시해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정권코드에 맞는 인사로 채워지면 경영과 관련한 것들이 정권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권 의중과 반대되는 결정에 대해서는 반대를, 코드가 맞는 결정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바로 그것.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대주주가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사외이사 절반이 정피아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은행 경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정피아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우리은행 사외이사 선임 문제로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3대 은행인 우리은행은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을 대통령 사조직 출신 등 정치권 인사로 채우기로 했다”며 “특히 정한기 초빙교수는 서강대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은 서금회 출신이 은행장과 감사 자리를 꿰찬데 이어 최고경영자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까지 같은 사조직 출신이 맡게 됐다”며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을 포기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공적자금 최대한 회수 가능할까금융권에서는 또 정피아 논란이 우리은행 최대 이슈인 ‘민영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우리은행은 회사를 최대한 빨리, 높은 가격에 매각해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주가’다. 주가가 높아야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0일 열린 임종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우리은행 매각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금융지주의 온 팔다리를 다 잘라버리고 제일 큰 몸통인 우리은행 매각에는 실패했다”며 “지금 우리은행 주가도 지난 2007년 2만5000원대에서 지금은 9240원으로 떨어져 이런 식으로 매각하면 업무상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후보자는 “우리은행은 신속하게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전문가들이 팔다리를 걷어 붙여 수익을 올려야 매각 희망자가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많이 작용하는 현 상황에서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광구 행장이 임기 중 민영화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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