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우리은행, 현대차=외환은행, LG=신한은행… 대기업 1층의 경제학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3-09 17:33 수정일 2015-03-09 18:17 발행일 2015-03-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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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설킨 기업-은행 상관관계
우앙
서울 종로구 SK서린동빌딩에 들어선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SK주거래은행이다.

면접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 강남역을 방문한 A씨.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우리은행 체크카드를 분실했다.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체크카드가 필요했고 때문에 은행지점을 방문해야 했다. 

난생 처음 오는 곳이라 우리은행 지점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삼성서초타운에서 우리은행을 방문했고, A씨는 체크카드를 재발급 받을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과 은행 간에는 많은 상관관계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거래은행 관계다. 

은행은 임직원수가 많은 대기업과 거래관계를 맺어 개인고객을 확보하고 대기업은 주거래은행에서 손쉽게 자금을 빌린다. 

만약 대기업의 주거래 은행을 알고 싶다면 본사에 입점한 은행을 알아보면 된다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반대로 대기업 본사에 입점한 은행이 바뀌었다는 것은 주거래은행이 변경됐다는 것이고 이는 은행과 기업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

◇ 입점은행=주거래은행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타워에는 우리은행 삼성타운금융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곧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거래은행이 우리은행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은행은 삼성타워뿐만 아니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 ‘삼성금융센터’를 두고 있다.

삼성에 이어 국내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주거래은행은 외환은행이다.

이에 따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본사에는 외환은행 ‘현대모터금융센터’가 입점해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와 을지로 롯데쇼핑센테에는 신한은행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서울 종로구 SK서린동빌딩에는 하나은행 ‘SK센터’가 들어가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본사에 입점한 은행들은 해당 대기업과 주거래은행이라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창업주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그룹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외환은행과 주거래은행 관계를 맺었다.

해외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던 정 회장은 외환업무에 정통한 외환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분리 됐다. 하지만 이 3개 그룹 주거래은행 모두 외환은행이다.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과 우리은행의 관계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시절부터 시작됐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관계를 맺었다는 것.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한 CJ그룹의 주거래은행 역시 우리은행이다. 때문에 CJ그룹 본사와 CJ제일제당센터에는 우리은행이 입점해 있다.  

◇ 파트너 혹은 앙숙

은행과 기업 간의 주거래관계는 파트너십을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옛 하나SK카드다.

SK그룹 계열사 SK텔레콤은 하나SK카드 시절 전략적 투자자였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하나SK카드의 지분 49%를 보유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은 카드와 모바일이 합쳐진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주거래은행 관계는 간혹 주채권은행으로 변하기도 한다.

한때 ‘연인’이 ‘앙숙’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이 벌어졌다. 현대그룹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맞붙었다.

인수전 당시 현대건설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그룹과 먼저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던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에 있던 외화를 인출하는가 하면 현대차,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의 급여를 인출하거나 계좌를 전환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 직원은 “회사에서 급여계좌를 외환은행에서 타 은행으로 옮기라는 암묵적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그룹 자금조달계획에 논란이 생겼고 MOU의 효력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면서 외환은행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은행권 관계자는 “당시 현대건설 매각을 놓고 외환은행은 현대차그룹과 난처한 입장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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