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애플-샤오미 사이에서 길을 잃다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09-11 14:01 수정일 2014-09-11 15:09 발행일 2014-09-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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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 공개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사장이 3일 ‘IFA 2014’ 공식 행사에서 갤럭시 노트4를 공개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애플과 샤오미가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계)에 끼인 삼성전자를 조이기 시작했다’.”

지난 5~10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폐막을 앞두고 업계 관계자가 삼성전자를 두고 던진 말이다.

관련업계는 프리미엄과 저가 시장을 동시에 노리는 삼성전자의 야심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의 저가 위주 전략에 맞설 전략의 부재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이와같이 일부의 우려처럼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2분기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에서 가장 규모의 전시장을 섭외해 경쟁업체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저가폰 흐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은 애플, 저가시장은 샤오미의 공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실제 판매 분위기는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디로 이어질지에 대한 장담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IDC는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3억134만대 중 52%인 1억5670만대가 200달러 이하 저가폰이었다고 발표했다. 200~350달러의 제품 판매량도 5123만대(17%)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을 합하면 전체의 69%에 달했다.

휴대폰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올해 중저가 휴대폰 점유율은 13%로 2년 전인 2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은 42%로 작년 동기와 같았다. 전문가들은 2분기 어닝쇼크(실적악화)에 저가폰 시장 점유율, 특히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이 직접접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업계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7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분기에 비해 10%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분기 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레노버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레노버의 판매량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왔다. 저가폰 시장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 자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자연스레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분기 1323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1499만대를 판 샤오미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3~5위인 레노버, 위룽, 화웨이는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등도 앞다퉈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애플 아이폰6 공개
서울 명동 애플 리셀러샵의 애플 로고. (연합)

고사양을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 경쟁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의 3분기 최대 경쟁자는 애플의 아이폰6다. 9일 언론에 공개된 아이폰6(플러스)는 그동안 단점으로 꼽혔던 디스플레이 크기를 5.5인치까지 늘려 갤럭시노트4와 크기 면에서 동등한 경쟁을 예고했다. 두 제품 모두 10월 출시를 앞둔 만큼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 예고된 상태다.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웨이러블의 흥행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갤럭시기어S를 선보여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디자인 면에서 극찬을 이끌어낸 LG전자의 G워치R을 비롯해 애플의 아이워치, 소니의 스마트워치3 등 기능 면에서 유사한 제품들도 잇따라 등장하면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IFA를 통해 기선제압에 성공했으나, 3분기 모바일 시장의 마지막 승자는 애플과 샤오미, 삼성전자 중 누가 된다 해도 이상할 것 없다”고 말했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