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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 미래전략’

국제미래학회 국내 최고의 석학들과 30명 전문가들의 미래전략 종합 제안서대한민국 미래 강국 위한 40개 분야별 미래 발전 방안 제시국제미래학회가 국내 최정상급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전략 종합 제안서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 미래전략’을 출간했다.인공지능·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과 기업, 개인이 어떻게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인지에 관해 국제미래학회 석학들과 30명 전문가들이 40개 분야별로 미래 발전 방안과 미래전략을 제시했다. 박영사 출간.이 책은 국제미래학회 국내 최고의 석학과 전문가 30명이 함께 분야별 흐름과 키워드를 짚어내고 현안을 위한 해법과 미래전략을 제시한다.이른바 ‘문명대변혁’으로 초지능·초연결·초실감을 구현하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 현실에서, 이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시대 경쟁력은 필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각 영역에 적용해 미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래전략을 입안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 한 권으로 다양한 분야별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시대 미래전략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담았다. 특히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어떻게 우리 산업과 비즈니스와 생활에 적용되고 활용되는지를 실증 사례를 들어 세세하게 알려준다. 기업 경영자 정책 입안자들이 실제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의 미래전략을 이해하고 정책을 입안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가이드도 제공한다.필진도 화려하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 장관(후보), 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김태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총장, 신성철 카이스트 16대 총장,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13대 총장,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이순종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 주영섭 14대 중소기업청장, 최운실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 이사장, 강강건욱 서울대 의대 방사선의학연구소 소장, 강병준 전자신문 편집국장, 고문현 한국ESG학회 회장, 권원태 한국기후변화학회 고문,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들풀 IT뉴스 대표, 김명주 제3대 한국인터넷윤리학회 회장, 김병희 24대 한국광고학회 회장, 김세원 카톨릭대학교 교수,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 문형남 대한경영학회 회장,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 회장, 심현수 국제미래학회 미래직업위원장, 안동수 한국블록체인기업협회 수석부회장,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 이주연 아주대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 회장,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 이창원 한국프로젝트경영학회 회장, 한상우 삼일회계법인 고문 등이 참여했다.1부에서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 세계 변화를 전반적으로 다룬다. 2부는 대한민국의 국가 미래전략을 제시한다. 3~6부에서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의 정치·의료·문화, 경제·직업, 경영, 교육의 변화 등 각 분야별 미래전략을 소개한다. 7부는 웹3.0, 블록체인, NFT 및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한다.국제미래학회와 대한민국 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을 포함한 관련 기관의 인공지능 메타버스 교육과 활동도 부록으로 소개된다.대표 저자인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은 “이 책이 누구에게나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 미래전략을 쉽게 이해하고 입안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이 책이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과 기업 및 개인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2022-10-19 17:36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세계 현대건축 여행> 김종훈

저자는 “좋은 도시는 좋은 건축이 많은 도시”라고 말한다. 그는 또 “좋은 건축은 사람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준다”고 전한다. 특히 공공 건축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다. 파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된 것도 그 덕분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은 도시정책으로 ‘굿 디자인 운동’의 모델이 되는 곳이라고 칭송한다. 그는 낯선 도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의 건축물들을 읽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위대한 현대건축은 미래도시의 문제들인 환경과 에너지, 자연과 삶을 고민하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도시는 언제나 사람을 위한 더 나은 건축을 지음으로써 진화한다”고 말한다.* 과거를 기억케 만드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옛 동베를린 지역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독일 통일 전인 1962년 서독의 유대인 공동체가 1938년 나치에 의해 폐쇄된 박물관의 재개관을 요구했다가 1989년이 되어서야 공모가 진행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역사적 화해를 위한 프로젝트임에도 선정된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스가 독일인이 아니라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며 시 상원이 건립 계획을 취소했다가 3개월 만에 극적으로 재개되는 헤프닝도 있었다. 1999년 박물관 1차 개관식 당시 슈뢰더 총리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될 뻔했던 다니엘의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음으로써 이 박물관은 갈등과 파괴의 시간을 기억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까지 생각케 만드는 상징이 되었다. 아연도금의 짙은 회색빛 금속성 패널 파사드가 인상적이다. 칼로 난도질한 듯 길게 찢겨진 형상의 창문은 수 백만 유대인의 고통을 상징한다. 지그재그 라인으로 9번 구부러진 형상의 지붕은 유대 민족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형상화했다. 독특하게도 이 건물에는 출입구가 없다. 옆 건물인 옛 유대인박물관의 지하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외부와 단절된 외로움과 고립된 슬픔의 역사를 상징한다. 박물관 내부는 동선을 따라 처참한 과거, 참회하는 현대, 미래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 곳의 명소가 유명하다. 독일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의 이민 경로를 상징하는 ‘추방의 정원’은 똑같은 높이의 콘크리트 기둥 49개가 똑같은 간격으로 서 있다. 높은 콘크리트 벽체로 사방이 막힌 ‘홀로코스트 타워’는 수용소 내 유대인의 고통을 상상하게 해 준다. 이스라엘 현대미술가 메나세 카디시만의 작품 ‘낙옆’이 깔린 ‘기억의 공간’은 사람 얼굴을 닮은 바닥의 1만여 개 철제 형상이 밟을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내 희생자들의 절규를 떠올리게 한다.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이 박물관 공모로 일약 건축계 스타로 떠오른 후,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축을 담당하며 세계적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해체주의 건축의 대가’라는 명성까지 얻게 된다. 국내에서는 서울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사옥이 그의 작품이다.* 아픔을 기억해 치유하는 ‘9.11 메모리얼 파크’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쌍둥이 빌딩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기억’을 선택했다. 무너져 내린 자리에 ‘그라운드 제로’를 조성하고 그 안에 9.11 메모리얼 파크를 두기로 했다. 이 추모공원은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와 조경디자이너 피터 워커의 공동 작품이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두 개의 초대형 사각형 인공폭포는 마이클 아라드가 설계 제작했다. 폭포는 겨울에도 쉬지 않고 365일 그날의 눈물처럼 물을 쏟아낸다. 폭포 주변 난간에는 테러로 목숨을 잃은 2753명과 미국 국방성 펜타곤 테러 희생자 184명 등 2983명의 이름이 빼곡히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아라드는 이 추모의 공간을 ‘채움’이 아닌 ‘비움’의 철학으로 풀어냈다. 추모공원에는 400그루의 참나무가 모여 있다. 피터 워커는 이 조경 디자인의 개념을 ‘평평함’이라고 했다. 나무의 키를 맞추기 위해 3년간 작고 큰 나무의 영양 상태를 조율 관리했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배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테러의 폐허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의 나무’다. 이 나무를 보면서 미국이 깊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길 갈구한 것이다. 공원 내 박물관에는 테러에서 마지막까지 꼿꼿하게 서 있던 ‘마지막 철기둥’과 당시 소방관들의 다급했던 음성, 테러리스트들이 공항으로 들어가는 동영상 등이 마련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도 세월호 사고의 현장에 이런 ‘부재의 반추’가 세워졌으면…”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시공을 건너 과거와 소통하는 ‘중국미술학원 샹산캠퍼스’   중국 항저우의 이 건물은 2012년 중국 본토 출신으로 처음이자 프리츠커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인 ‘왕슈’의 작품이다. 도시에 역사와 시간 공동체를 무시하는 건물을 복제해 채우는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는 그는 대학 건물의 전형성을 탈피해 이 캠퍼스를 지었다. 중국미술학원은 2002년부터 5년의 공사를 거쳐 2007년 완공되었고 현재 그는 이 대학의 건축대학 학장이다. 캠퍼스 메인 건물의 안쪽은 중국 전통 가옥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흰색 외벽을 타고 건물을 가로지르는 계단과 규칙성을 찾기 어려운 창이다.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르고 위치도 제각각이다. 건물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벽 구조에, 통로는 비스듬한 경사로 이어져 위 아래층 구분도 어렵다. 교내 연못가 두 동의 건물은 콘크리트 기둥이 마치 대나무 숲을 연상케 한다. 2013년에 완공된 게스트하우스 ‘수안산거(水岸山居)’를 포함해 거의 모든 건축물의 마감재는 인근 농가 철거 때 나온 700만 장의 기와와 벽돌, 목재, 흙 등으로 재활용했다. 주변 산세를 적절히 활용해 부지 중간의 50m 높이 작은 산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조화되도록 남겼고, 마을 시냇물과 양어장도 그대로 보존했다. 왕슈는 건축의 지역성 회복이 건축가의 의무라고 여겨, 프리츠커 상 수상 후에도 계속 항저우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상하이나 베이징은 중국의 도시다운 정체성을 잃었다고 본 것이다. 옛 것의 흔적을 이어가려는 노력으로 만든 그의 또 다른 걸작 ‘닝보박물관’은 지역성이 강한 건축물이 세계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 부수지 않고 보존해 빛나는 ‘데이트 모던 미술관’  20세기 이후 현대 예술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이 미술관은 런던의 대규모 공공 도시재생 사업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축됐다. 20년간 문을 닫아 흉물이 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외관을 80%나 보존한 리모델링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 주변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영국의 고유 건축정신이 잘 반영됐다. 중앙에 우뚝 솟은 99m 거대한 굴뚝에는 반투명 패널을 사용해 밤에 빛을 내도록 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 덕에 ‘스위스 라이트’라고 불린다. 백미는 폭 23m, 길이 155m, 높이 35m의 거대한 ‘터빈홀’이다. 발전기가 있던 공간에 철제 H빔을 그대로 살려 메인 전시실로 개조했다. 높은 천장을 반투명 유리지붕으로 바꿔 밝은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미술관 서쪽 출입구는 템스 강변의 산책로와 통한다. 산책객들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이곳에선 기업 후원을 받아 매년 새 작가 특별 전시회를 연다. 2012년 유니레버가 진행한 ‘유니레버 시리즈’가 큰 히트를 치면서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2015년부터는 현대자동차가 ‘현대커미션’을 진행 중이다. 이 미술관은 사람 중심의 미술관을 표방한다. 특별 전시회를 제외하고, 런던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10층 전망대까지 모두 무료다. 6층 카페는 런던 스카이라인과 딱 맞춘 높이 덕분에 런던의 명소로 이름이 높다. 저자는 우리도 헐어버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물을 반성을 위한 ‘징비록으’로 삼았다면 어떠했을까 아쉬워 한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 동갑내기 젊은 건축가 자크 헤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은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건축물을 선보이는 창조적 건축으로 유명하다.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새 둥지’과 서울의 ‘ST 송은빌딩’이 그의 작품이다.* 자연이 완성한 ‘켐펠리아우키오 교회’  스칸디나비아의 모더니즘 건축과 디자인을 선도하는 도시 ‘헬싱키’를 대표하는 걸작 현대건축물의 하나다. 과도한 장식을 배제한 단순함과 태초의 자연을 최대한 활용한 핀란드 특유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바위 속을 파고 세워 ‘암석교회’로 불린다. 핀란드 건축가 티모·투오모 수오말라이넨 형제가 설계했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북서쪽 1km 밖의 템펠리아우키오 광장 근처에 있다. 마을 한 가운데 넓게 자리잡은 바위산을 활용하되 그 위가 아닌, 안으로 들어가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단단한 화강석 바위산을 다이너마이트로 발파한 후 암석을 쪼아 내부 공간을 만들었다. 공모가 이뤄진 1961년에는 지하 벙커에 교회를 짓는다며 ‘악마의 소굴’이라는 비판을 받아 7년이나 표류했지만 1969년 완공 후에는 예배 뿐만아니라 결혼식장 콘서트장 등 주역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밖에서 보면 자그마한 십자가가 그나마 눈에 뜨지 않게 놓여 있을 뿐, 돌무덤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실내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암벽과 돌로 쌓은 벽이 그대로 노출된 반면 음향효과까지 고려해 동판 띠로 시공한 지름 24m의 둥글고 웅장한 천장, 천장과 벽을 잇는 180개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한 쪽 벽에 붙은 3100개의 파이프가 내장된 4개의 오르간도 조화롭다. 인공적인 것은 최대한 절제된, 자연이 건축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시대를 앞선 자연의 집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스페인에 가우디가 있다면 오스트리아에는 훈데르트바서가 있다. 많은 관광객이 그가 설계한 칼레 빌리지, 쿤스트하우스 빈,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을 보러 빈을 찾는다. 저자는 그 중 으뜸을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로 친다. 비정형성이 주는 뚜렷한 개성감이 눈길을 확 끈다. “건축의 본질은 인간의 행복”이라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꾼 이 자연주의 건축가는 피부와 의복 집 사회 지구환경을 ‘인간을 보호하는 5개의 피부’라고 정의한다. 1972년 그는 ‘당신의 창문에 대한 권리’ 선언을 통해 “거주자가 집합건물에 살더라도 내부의 구조 뿐만아니라 외벽도 일정 범위까지 스스로 꾸밀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빈 시의회 의뢰로 유명 관광명소 안에 지은 임대주택 ‘훈데르트바서 하우스’에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30~150㎡ 크기의 52세대 주택과 어린이놀이터 등이 있는데, 구불한 곡선과 원색이 형형색색 가득해 첫 인상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건물 내부에도 나무를 심어 250그루 의 나무가 창문과 발코니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건물 벽을 작은 단위로 나눠 빨강과 파랑 노랑 회색으로 다양하게 칠해 멀리서도 자기 집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거대한 모자이크 캔버스 같은 바로 옆 칼케 빌리지도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인근에는 그의 걸작 쿤스트하우스 빈이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지의 제왕 ‘호빗 마을’의 모티브가 됐던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 리조트도 멀지 않다. 알록달록한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혐오시설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 땅을 기억하는 건축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미국에서 뉴욕현대미슬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현대미술 콜렉션을 보유한 곳이다. 약칭으로 ‘에스에프모아’라 부른다. 샌프란시스코가 서부지역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는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스위스의 세계적 거장 마리오 보타의 대표작이다. 지역의 자연에서 얻은 건축 재료를 사용해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현대건축 다자인의 요소를 잃지 않음으로써 어느 문화권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성을 유지한다. 얼룩말을 연상케 하는 줄무늬와 외벽의 붉은 벽돌로 만들어낸 일정한 패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미술관은 직선이나 곡선 또는 절단선과 같은 강력한 기하하적 형태와 홈이 파인 띠로 구성된 파사드 등이 기념비적 건축의 특징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외벽에는 일반적 모양의 창문이 없어 단순하고 간결하다. 창문이 없는 대신 중앙의 채광창과 벽체의 틈과 구멍을 통해 빛이 유입되도록 했다. 천장에서 자연광이 쏟아지는 아트리움 중앙에는 큰 원형 기둥 4개가 버티며, 모든 전시실이 중앙 아트리움으로 연결되는 열린 구조를 갖췄다. 이 곳은 명작 컬렉션에 집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남미와 아시아권 미술을 자주 소개한다. 마리오 보타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3년 서울 강남의 적별돌 교보타워를 시작으로 2004년 서울의 리움미술관, 2008년 제주 섭지코지의 아고라, 2019년 경기도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을 설계했다. * 파리를 문화왕국으로 되살린 ‘퐁피두 센터’   파리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퐁피두 센터는 파리 문화예술의 바로미터다. 7만여 점의 미술품과 연 20회 이상 진행되는 획기적 프로그램 등 콘텐츠도 뛰어나지만 건축물 자체로도 파리의 창의적 실험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건물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뒤바뀐 거대한 철골 구조물의 이 대형 건축물이 1977년 개관되었을 때 파리 시민들은 고풍스런 파리의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대형 복합문화 공간을 도심의 추한 빈민가에 새롭게 세우길 원했던 당시 정부는 소송까지 감내하며 지원했다. 덕분에 지금은 문화예술의 도시 파리의 명성을 되찾아 주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이탈리아의 렌초 피아노와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가 이 파격적인 디자인을 설계했다. 구조와 건물의 기능을 위한 시설을 모두 밖으로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안과 밖이라는 공간의 기본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건물 외벽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투명한 튜브 모양의 거대한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공조기와 전기배판 등도 모두 외부로 나와 있어 마치 공장 같다. 덕분에 축구장 두 배 크기의 내부가 탄생했다. 회장실과 화재 대비 방화 셔터를 제외하면 기둥과 배관 계단 벽 어떤 것도 없어 완벽한 공간의 자유를 선사한다. 최상층 전시 공간은 훌륭한 전망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의 파리 풍광이 일품이다. 인간과 어우러진 하이테크 건축을 지향하는 리처드 로저스는 뉴칼레도니아의 조개껍데기와 카낙 민족 전통 가면을 연상케 하는 ‘장 마리 치바우 문화센터’, 서울의 KT 광화문 신사옥, 전통의 자적색 철골 트러스트 건물인 여의도 파크원을 디자인했다. * 미술품보다 값진 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  르 코르뷔지에, 루트비히 미스 반 테어 로에와 함께 ‘현대건축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작이다. 미국의 철강 대부호 솔로몬 구겐하임이 평생 수집한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1937년 뉴욕에 세웠던 비구상회화 미술관을 새롭게 건축한 건축물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1943년 구상부터 1959년 완공까지 꼬박 16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큰 아이스크림 같다”는 조롱을 받았으나 지금은 ‘20세기 최고 건축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피카소와 드가 고갱 칸딘스키 등 주로 비구상과 추상 화가들 작품을 전시한다. 하지만 이 미술관의 유명세는 이런 소장품 보다 미술관 건물 덕분이다.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 소재인 콘크리트와 유리로 철골 구조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특히 관람객의 시선과 발길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탑재된 첨단 아이테크 빌딩이다. 430m에 이르는 나선형 벽이 건물 외곽을 따라 돌고 각 공간은 나선형 이동로를 따라 물 흐르듯 이어진다. 나선형 경사로의 벽면이 곧 작품 전시 공간이다. 어느 층에서든 다른 층의 미술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돔 천장은 하늘을 향해 열린 공간이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일본 이누야마의 제국호텔, 미국 펜실벤니아주 폭포 위에 지은 카프만의 집 낙수장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자연친화적이다.* 도전과 좌절의 역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지구촌 변방 도시 시드니를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만든 1등 공신이다.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건축물은 덴마크의 젊은 건축가 요른 웃손에게 2003년 프리츠커 상을 안겨 주었다. 당시 ‘1950년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최고의 공법으로 20세기 최대의 걸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1959년 공사 시작 후 1973년 완공 때까지 공사비가 15배나 늘어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침내 공사 2단계 상황에서 디자인 결정권을 포기하라며 건축가가 쫓겨났고 그는 결국 준공식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1985년에야 호주 정부는 그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화해를 청했고 2004년 내부 재설계 때 참여케 해 ‘웃손의 방’이라는 공간을 선사했다. 설계가 완성되기 전에 시공이 들어간 것이 큰 문제였다. 디자인대로 무게를 버티게 할 건설 기술도 부족했다. 웃손에 이어 피터 홀 등 3명의 호주 출신 건축가들이 투입됐는데 이들은 최대한 원래 디자인을 지키려 노력했다. 넓고 거대하게 펼쳐진 기단은 웃손이 마야 문명의 웅장한 계단식 피라미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100만 장 이상의 하얀 도자기 타일로 만든 조개 껍데기 모양의 외벽은 반으로 잘린 오렌지 껍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이곳은 세계적 수준의 공연시설로도 유명하다. 2700여 석의 콘서트홀과 1만 5000개 파이프를 가진 오르간, 1500억 규모의 오페라 극장이 있다. 덕분에 시드니는 세계 최고의 미항(美港)으로 거듭났고 공사비용 몇 배의 수익을 거두었다.* 말뫼의 눈물을 씻어낸 ‘터닝 토르소’  ‘친환경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교과서’로 불리는 스웨덴 ‘말뫼’의 상징이다. 스칸디나비아 지역 내 가장 고층이다. 세계적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했다. 1970년대 세계 최고의 조선소였던 코쿰스 조선소가 한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자 스웨덴 정부가 ‘내일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역의 태양열과 열병합발전소가 만드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복합주거빌딩이다. 특히 첨단 구조 기술로 빼어난 구조미를 완성해 ‘도시재생의 아이콘’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남자의 상반신이 90도로 돌아간 형상의 지상 54층에 190m에 이르는 터닝 토르소 디자인을 완성했다. 9개 큐브 중 아래 2개만 업무 공간이고 모두 주거공간이다. 어느 층에서든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된다. 한 개의 큐브는 5개 층으로 이뤄져 있고 층마다 1.6도씩 회전하면서 상승한다. 최상층에 이르면 90도가 뒤틀린 형상이다. 외벽의 흰색 철골 프레임은 빌딩의 뒤틀림을 잡기 위한 보강재로 설치되었지만 전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다. 2800개 패널과 2500개 창으로 이뤄진 외벽 곡면이 이채롭다. 이 건물 덕분에 말뫼는 6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기고, 평균 연령 36세의 젊은 도시로 거듭났다. 칼라트라바는 구조공학을 기초로 자연을 디자인에 담아 역동적인 모습의 건축물을 구현한다. 2016년 완공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환승역사 ‘오큘러스’는 ‘중력을 거부하는 건축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 21세기 피사의 사탑 ‘마리아 베이 샌즈’ 싱가포르 정부가 관광 서비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동남아시아 최초의 도심형 복합리조트 건설한 것이 ‘마리아 베이 샌즈’다. 5성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쇼핑몰, 초대형 카지노, 컨벤션 센터가 입점 했다. 이 곳은 바다 매립지다. 57만㎡의 부지를 조성해 국제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스라엘 출신 캐나다 스타 건축가 모세 샤프디가 설계자로 낙점되었다. 27세 나이에 20세기 대표적 건축물 ‘해비타트67’을 설계했던 그는 당시 70대 노장이었다. 그 조차 자신의 설계대로 이 건축물이 지어질 수 있을 지 상상도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시공기술이 필요했던 난공사였다. 200m 높이의 거대한 3개의 타워가 커다란 배를 받치고 있는 독특한 형상은 카드 게임 때 카드를 겹쳐 세워 섞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최대 난제는 52도로 기울어진 타워였다.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게 당시 중론이었다. 3개의 타워는 대형 수영장이 있는 축구장 3개 크기에 길이가 343m에 이르는 최상층 스카이파크로 연결된다. 돛단배 모양의 앞 부분 70m는 하부에 아무런 지지대 없이 돌출되어 놀라움을 준다. 공사를 맡은 우리 쌍용건설은 “현존하는 건축물 중 최고 난도의 공사를 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의 기업인 한미글로벌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팀으로 참여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10-15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지금 이 순간~" 뮤지컬의 감동, '글'로 다시 한번! '방구석 뮤지컬'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장면(사진=브릿지경제DB, 에스엔코 제공)가스통 르루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캣츠’ 오리지널 등 2년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한국에서는 내한 공연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장 문이 열려 있었고 쉼 없이 공연을 올려온 한국의 뮤지컬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뮤지컬 공연이 있는 극장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어쩌면 동화는 어른들을 위한 것’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등의 저자이자 ‘노트르담 드 파리’를 비롯한 뮤지컬 회전문 관객이기도 한 이서희의 ‘방구석 뮤지컬’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책이다.방구석 뮤지컬|이서희 지음(사진제공=리텍콘텐츠)책은 ‘운명의 앞에서 개척하는 인생’ ‘때로는 유쾌하게, 인생은 우리만의 것’ ‘격동의 시대, 영원한 사랑’ ‘어둠 속, 빛나는 인간의 마음’ ‘흘러가는 시간, 나아갈 역사’ 5개 파트에 ‘노트르담 드 파리’ ‘맘마미아!’ ‘디어 에반 핸슨’ ‘빌리 엘리어트’ ‘맨 오브 라만차’ ‘킹키부츠’ ‘아이다’ ‘지킬앤하이드’ 등 30개 작품이 나눠 담겼다.각 파트를 대표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 ‘캣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삽화로 시작해 각 작품의 상세한 내용과 넘버 및 가사가 실렸다. 각 작품의 마지막에는 전체 넘버 리스트와 대표넘버를 감상할 수 있는 큐알코드가 함께 수록돼 있다.이미 수록된 작품을 알고 있는 N차 관람 관객들 보다는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북 성격이 강하다. 한번쯤 뮤지컬을 보러 가볼까 생각한 사람이라면 작품 선택 혹은 선택한 작품 정보를 얻기에 유용한 책이다.책에 실린 30편의 작품 중 한국 창작뮤지컬은 ‘프랑켄슈타인’ ‘마타하리’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땡큐베리스트로베리’ ‘팬레터’ 4편에 불과하다. CJ ENM이 글로벌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한 ‘드림걸즈’ ‘킹키부츠’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채 10편이 되지 않는다.일년에 1만편 안팎이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 중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북에 실을 작품을 선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음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초심자를 위한다면 지금 혹은 곧 공연될 작품들로 꾸리는 게 정보 전달에 훨씬 유효하지 않을까 라는 아쉬움을 남긴다.수록된 작품들 중 근시일 내에 볼 수 있는 뮤지컬은 현재 공연 중인 ‘킹키부츠’(10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와 이후 개막 예정인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11월 10일~2023년 1월 15일 광림아트센터 BBHC홀), ‘여신님이 보고 계셔’(11월 8~2023년 2월 26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캣츠’ 오리지널(2023년 1월 20~3월 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레베카’(2023년 8월 19~11월 19일 블루스퀘어) 등 많지 않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10-13 18:00 허미선 기자

[신간] ‘축구 근육’ 키워 경기력 향상에 도움 줄 <축구 아나토미>

부상 없이 근력·유연성·순발력·스피드 높일 95가지 운동법 소개브라질의 FIFA 월드컵 3회 우승을 이끌었던 20세기 대표적 스포츠 스타였던 펠레는 축구를 ‘아름다운 게임(the beautiful game)’이라고 말했다. 축구가 아름다운 게임이 되려면 선수들의 개인기와 팀워크, 그리고 전술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 기본 요소는 바로 ‘체력’이다.하지만 많은 축구 코치들은 볼 중심의 스킬 연마에만 집중하고 보완 근력훈련에는 소홀했다. 축구선수들은 볼이 포함되지 않은 훈련을 기피하고 실내 체력단련실에서 기본 운동기술과 체력을 보강하는 것을 갑갑해한다.근육의 가용성을 높여 신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을 ‘보완 근력훈련(supplemental strength training)’이라 한다. 하지만 축구계는 전신 움직임과 순간 회전이 변화무쌍해 이를 소화해야 경기력이 올라가고 부상도 입지 않는 축구의 본질을 경시해왔다.스포츠의학 전문가로 2004~2015년에 FIFA 의학평가연구센터(F-MARC) 위원을 지낸 도널드 커켄달 (Donald Kirkendall) 박사와 이스트테네시주립대(ETSU)의 운동학 교수로 2011~2019에 ETSU 여자축구부의 수석코치를 역임한 애덤 세이어즈(Adam Sayers)가 해부학, 운동생리학에 기반을 두고 보완 근력훈련의 핵심을 설명한 ‘축구 아나토미’ 개정판이 출간됐다. 2014년의 초판보다 축구에 대한 관점, 스포츠의학 지식, 운동법과 화보 등이 증량, 개선됐다.커켄달 박사는 F-MARC가 개발한 ‘The 11+’ 워밍업 프로그램을 통해 보완 근력훈련이 선수에서 가장 흔한 무릎, 엉덩이, 사타구니, 종아리, 넓적다리 근육 등의 부상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세이어즈 교수는 2018년에 80승을 올려 ETSU 역사상 최다승 코치가 되었다. 보완 근력훈련과 운동생리학이 실전에서 어떻게 유용한지를 보여줬으며 끊임 없이 학술지에 축구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이 책은 스포츠의학자와 코치 경험을 가진 체육과 교수가 합심해 축구의 킥, 드리블, 헤딩, 태클, 점핑, 몸싸움 등에서 사용되는 각기 다른 근육의 효과적인 훈련법을 설명하고 있다. 깊은 통찰력으로 축구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95가지 운동 방법을 근육 중심으로 해설했다.축구 아나토미는 해당 근육이 컬러 해부 그림으로 그려져 책을 보면서 훈련의 핵심을 상상할 수 있어 유익하다. 예를 들어 근력을 기르는 운동법이 중심부(Core), 등과 엉덩이, 어깨와 목, 가슴, 팔, 다리 등의 근육 순으로 묘사되고 있다.따라서 이 책에 소개된 대로 체계적, 규칙적으로 훈련한다면 선수들이 볼 중심의 전통적인 훈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견해다. 즉 경기력의 바탕이 되는 다양한 근육의 근력과 유연성, 스피드, 민첩성, 순발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이 책은 전문가의 권위 있는 조언, 전문적인 설명과 선명한 컬러 해부 그림이 어우러져 축구 지도자, 선수, 트레이너, 축구 애호가라면 갖춰놓고 참고할 만한 책이라는 게 앤손 도런스(Anson Dorrance) 노스캐롤라이나대 여자축구부(미국 선수권 22차례 우승) 수석코치, 피터 크루스트럽(Peter Krustrup) 서던 덴마크대 스포츠건강과학부 교수 겸 덴마크 여자 국가대표팀 피트니스 코치 등의 추천사다.푸른솔 간, 이용수·오재근·천성용·정태석·한유창 공역, 296쪽, 2만7000원.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2-10-09 08:51 오수정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광화문 괴담> 박종인

21세기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미확인 괴담(怪談) 또는 가짜뉴스에 대한 이야기다. 오류와 의혹이 가득한 이야기라도 극적인 스토리가 담기면 사람들은 집단취면에 빠진 듯 홀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감동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진실을 호도하는 괴담과 가짜뉴스가 의외로 많다. 특히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려 권력자들이 자의적으로 부풀린 신화적 스토리가 적지 않다. 이 책은 역사 고증에 천착해 온 저자가 그런 괴담과 가짜뉴스의 허구를 파헤치고 역사적 진실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청와대가 예로부터 천하의 명당? - 2022년 5월 청와대가 일반에 개방되면서 뒷산 절벽에 새겨진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글자가 주목을 끌었다. 고려 시대 것으로 추정되던 이 표석은 청와대 터가 예로부터 명당이었음을 입증하는 징표로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이 글자가 구한말 19세기에 새겨진 것이라고 반론을 편다. 1592년 임진왜란때 불탄 궁궐을 흥선대원군이 중건할 때 누군가 새긴 글이라는 것이다. 1990년 노태우 정부의 청와대 신축 과정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 금석학 대가 임창순이 이미 결론 냈던 사안이라고 말한다. 필체는 남송시대 명필 ‘연릉오거(延陵嗚据)’ 것이 맞지만 탁본을 떠와 새겼다는 것이다. 각자(刻字) 추정연대는 1850년대였다. 저자는 1865년 5월에 13살 고종이 창의문 근처에서 발굴했다는 구리 그릇을 어전회의에 내놓았던 사례도 소개한다. 뚜껑에 ‘동방 국태공이 을축년 4월에 국가의 큰 일을 하게 되리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동방국태공이 바로 대원군이었다. 저자는 이 두 사건이 모두 정치적 기반이 없던 권력자들이 풍수와 도참과 조작을 동원한 것이었다고 비판한다.* 풍수지리로 조선 수도 한성을 만들었다? - 조선의 수도 한성은 정도전의 ‘백악주산설(白岳主山說)’에 의해 풍수지리적으로 조성된 도시라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저자는 태종 이방원의 1417년 어전회의 발언을 근거로 이를 ‘소설’이라고 단언한다. 태종은 “도읍을 천도할 때 하륜이 ‘참서(讖書)’를 믿고 도읍을 무악으로 하자 했지만 나는 믿지 않고 한성으로 도읍을 정했다”며 참서를 모두 불살라 버리라고 재차 지시했다. 한성 천도는 무학대사와 정도전, 하륜 사이에 풍수지리 논쟁을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성이 오로지 실용적 기준에 따라 건설된 도시라고 강조한다. 사통팔달 도로의 거리가 고르고, 배와 수레가 통할 수 있고, 큰 토목공사 없이도 천도할 수 있었기에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좌청룡 우백호’ 같은 풍수지리적 해석은 후대에 만들어진 신화일 뿐, 도시 기능과 경비절감이라는 합리적 기준이 철저하게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성으로 재천도한 태종은 풍수를 포함한 도참 일체를 일망타진할 것을 지시했다.* 일제가 국가 축을 훼손했다? - 정부는 총독관저-총독부-경성부청-조선신궁에 이르는 ‘일제의 축’을 원래대로 바로잡겠다며 ‘세종광장 조성방안’을 추진했다. 600년 전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할 때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도읍지와 궁궐을 북한산-북악산-관악산 축을 기준으로 설계해, 삼각산과 관악산을 잇는 직선상에 경복궁을 축으로 놓고 그 뒤로 육조거리와 남대문을 설계했는데 일본이 이 축을 틀어버렸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도 그에 동조했다. 저자는 ‘어이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한다. 그런 축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한다. 정도전의 한양 도시계획도 괴담이라고 단언한다. 승효상도 나중에 “경복궁-육조거리로 이어지는 축은 관념상의 정축이 아닌가. 여기에 기반을 두고 광화문 광장 위치를 바로잡자고 말했을 뿐”이라며 발을 뺐다고 전한다. 저자는 기록상으로도 정도전-무학대사 신화는 임진왜란 이후 탄생한 전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일본군 ‘말 위령비’가 ‘조선왕실 제단’ 둔갑 -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홈페이지 내 ‘용산공원 10경’ 코너를 보면 조선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남단 풍운뇌우단’이 나온다. 미군기지 북쪽 캠프 코이너 지대의 얕은 구릉 끝 쪽에 화강암을 깎은 두 기둥이 누워 있고 그 사이에 자연석이 앉아 있다. 2005년에 발견된 이 터를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로 가 지정했다. 저자는 이것을 일본군 군용마 비석이라고 단언한다. 1941년 이곳에 주둔하던 일본군 제26포병연대가 세운 비석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곳 사진이 찍힌 엽서가 근거다. 당초 서 있던 비석에는 ‘애마지비(愛馬之碑)’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포 운반에 동원됐다가 죽은 군용 말을 추모한 비석이란 것이다. 옆에 길게 누워있는 화강암이 그 비석과 생김새가 유사한데도 2005년 이후 문화재청은 미군기지 내 이 구조물을 추가조사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일본군 말 비석이 조선 왕실 천제단 유구로 확정됐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고종이 ‘고종의 길’을 따라 아관파천(俄館播遷)? - 2012년에 문화재청은 고종이 1896년 아관(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할 때 지나갔던 ‘아관파천길’을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25억원을 들여 2018년에 ‘고종의 길’을 공개했다. 덕수궁 뒷길~정동공원 뒷문 120m 좁은 거리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안내판에는 ‘1896년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 머물 당시 덕수궁을 오갈 때 사용한 길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다. 일제 위협을 피해 피신한 길이라던 복원 명분은 사라지고, 아관파천과는 상관도 없는 길을 거액을 들여 조성했다는 얘기다. 문화재청이 대한제국 시절 미국공사관이 작성했다는 출처 불명의 지도에 이 길이 ‘왕의 길(king’s Road)’로 표시된 것을 근거로 법석을 떤 것이다. 게다가 1897년 미국 공사 호러스 알렌이 본국에 보낸 지도에는 이 길이 꽉 막혀 있다. 저자는 “흑역사를 나랏돈 들여 ‘선양’하고 ‘기념’하는 나라”라며 일갈했다. 그는 고종이 이곳에서 경운궁(덕수궁)을 오가며 일본공사를 만나고 1년 동안 아시아 최대 매장량의 운산금광을 비롯해 각종 지하자원 채굴권을 서구와 일본에 팔았다고 비판한다.* 남대문, 임진왜란 때 개선문이라 ‘국보 1호’? - 1592년 5월 가토 기요마사의 왜군 2번대가 남대문을 통해 경성에 입성했다. 총독부가 이에 남대문을 전승문 삼아 ‘조선보물 1호’로 지정했고, 이를 우리 정부가 답습해 ‘국보 1호’로 삼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 국보체계는 일본 잔재”라며 국보 번호체계가 사라졌다. 하지만 총독부의 지정번호는 주요 문화재를 고적과 보물로 분류한 뒤 지역 순으로 붙힌 관리번호였을 뿐이다. 조선 문화재 연구의 선구자였던 세키노 다다시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조선 보물 분류체계를 세웠는데 이 때도 남대문은 ‘한국적 목조건물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는 근거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남대문 국보 1호 지정을 둘러싼 황당 괴담이 유포된 데는 일본거류민단 단장이었던 나카이 긴조가 쓴 조선회고록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일본거류민회가 40만~50만을 수용할 대도시 건설을 계획했는데, 교통에 장애가 되는 남대문이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이에 당시 조선군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낡아빠진 남대문을 파괴해 버리라”고 했지만, 나카이 긴조가 “남대문은 임진왜란 때 전승문”이라고 설득해 파괴를 막았고 이후 남대문이 국보 1호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실 검증과 야사(野史)와 추론에 온 나라가 놀아났다고 비판한다.* 총독부가 ‘경희궁’을 허물었다? - 한 동안 경희궁의 정문 격인 홍화문은 호텔신라 영빈관 정문으로, 정전인 승정전은 동국대 구내 법당으로 사용됐었다. 조선총독부가 그리 만들었다고 알려졌었다. 저자는 1899년 즈음 국어학교 프랑스어교사 샤를 알레베크가 찍은 사진, 그 전에 프랑스 언론인 비예타르 드 라게리가 동판화로 실은 사진을 근거로 “일본에 죄를 덮어 씌운 국뽕사관”이라고 맹 비난한다. 그때 이미 허허벌판의 ‘뽕나무 궁전’으로 적었을 만큼 궁궐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1901년 영국공사관 지도에도 ‘조선왕궁’ 표기 끝에 ‘아무도 살지 않는’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1907~1910년에 일제가 강제 철거해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1865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39개월 공사 과정을 빠짐 없이 적은 ‘경복궁연건일기’에도 경희궁 전각 중 승전전과 회상전 정심합 사현합 홍정당 외 나머지는 모두 철거해 왔다고 적혀 있다. 궁을 뜯어 경복궁 공사에 썼다는 것이다. 이후 궁터를 왕실 소유 4개 궁에 나눠주고, 백성에게 개간해 농사를 짓도록 하면서 궁궐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고종 정부는 선해청 곡식 저장공간이 모자라자 승정전 일부를 창고로 전용케 했고, 1882년 임오군란 후에는 이 터에 양잠을 위한 뽕나무를 심게 했다.* 원나라가 고려왕을 강제로 사위 삼았다? - 우리는 고려가 몽골에 의해 ‘결혼동맹’을 강요받고 살아 남았다고 안다. 저자는 싫다는 몽골 황실을 설득해 부마국 지위를 얻은 것이 고려라고 반박한다. 당시 몽골은 고려 고종에게 공물과 인질에 입조(入朝), 즉 왕이 공식 항복하고 속국이 되라고 압박했다. 21년째 강화도로 피신해 있던 고종은 둘째 왕자 ‘왕창’을 보내혀 했지만 무신정권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무신 ‘최의’가 죽자 고종은 1259년 태자 ‘왕전’에게 화친 문서를 들려 몽골로 보냈지만 곧 자신은 죽고 만다. 이때 몽골 황제 현종까지 죽고 왕자들 간 내분이 일어나는 황당 사태가 발생한다. 태자 일행은 무슨 연유에선지 당시 남송을 정벌 중이던 현종의 넷째 동생 쿠빌라이를 찾아가 항복 한다. 세를 얻은 쿠빌라이가 5대 황제에 오르면서, 태자(고려 원종)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나중에 원종은 직접 몽골로 가 무신 잔당 소탕을 빌미로 군사를 요청하면서 자신의 아들 태자를 사위로 맞아 달라고 요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려왕은 황실 부마 자격을 얻게 되고, 황실회의에 서열 7위로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호찌민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애독했다? -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호찌민에 보낸 한 개막식 축하 영상메시지에서 “베트남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의 애독서가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약용의 기일에 그가 제사까지 지냈다는 얘기도 나왔다. 소설가 황인경이 1992년 소설 목민심서 머리말에 ‘호찌민이 일생 동안 머리맡에 목민심서를 두고 교훈으로 삼았다’고 쓴 이후 유흥준이 이듬해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호찌민이 부정과 비리의 척결을 위해서는 목민심서가 필독서라고 했다’고 베꼈다. 박석무 이사장이 이끄는 다산연구소의 홈페이지에도 이런 내용으로 소개돼 있다. 심지어는 2009년 박헌영 평전에는 1929년 박헌영이 모스크바 국제레닌학교에서 호찌민을 만나 ‘친한 벗’이라는 뜻의 붕우(朋友)라는 서명을 해 목민심서를 선물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 책자가 호찌민박물관에 있다고도 전해졌다. 저자는 모두가 괴담이라고 일축한다. 박헌영과 호찌민은 만나지도 않았고, 박물관에 목민심서도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산이 태어난 남양주시는 호찌민의 고향인 베트남의 빈시와 2005년 자매결연을 맺고, 2017년 빈시에 10억원을 들여 ‘남양주다산로’까지 개통해 주었다.* 류성룡도 말리지 못한 선조의 명나라 망명 행각 - “명나라로 내부(內附,망명)하는 것이 본래 나의 뜻이다.” 임진왜란 한 달도 안돼 함락위기에 빠진 한성을 탈출한 선조 임금의 말이다. 이 때 좌의정 류성룡이 “왕이 우리 땅 밖으로 한 걸음만 떠나면 조선은 우리 땅이 아니다”라고 말려 선조가 마음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하지만 선조의 요동 망명을 말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망명을 어전회의 안건으로 처음 올린 이도 선조였다. 선조는 북경이나 남경까지 피신할 것까지 고려했다. “천자의 나라에서 죽는 것은 괜찮지만 왜놈 손에 죽을 순 없다”고 했다. 세자를 놔두고 혼자 망명할 생각까지 했다. 급기야 류성룡은 선조를 요동으로 보내고 광해군에게 왕위를 돌릴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사실은 명나라 황실이 선조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았다. 망명 거부 통보를 받고서야 비로소 선조가 망명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선조의 간절한 망명 요청에 명나라는 ‘압록강 건너 100리 북쪽의 여진족 땅 폐기된 건물에서 지내라’며 답을 보내 왔다. 수용인원도 100명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동방의 대국이 어찌하여 왜가 한번 쳐들어오자 멀리서 보기만 하고는 달아났는가”라고 조롱했다.* 정조가 조선 학문 부흥을 이끌었다? - 정조는 조선의 대표적인 개혁군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정조가 정작 서양 서적 수입을 금하고 중국과의 학문 교류도 금지했던 군주라고 반박한다. 그가 청나라에서 들여온 신문물 중 가장 먼저 취한 것은 창덕궁 인정전 앞뜰에 품계석을 세워 관직 질서를 잡은 일이었다고 꼬집는다.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즉 만 갈래 강을 비추는 달의 주인이라 자부한 정조는 북학파 박제가의 통상 확대와 상공업 진흥 제안을 거부했다. ‘백학파’를 이끌던 박지원은 ‘청나라 패관잡기를 퍼트린 인물’로 매도됐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문물은 법으로 금지했다. 저자는 “정조가 통달한 학문은 성리학 일변도였으며, 그가 진흥한 학문 역시 오로지 성리학이었다”고 말한다. 정조는 개혁사상을 대표했던 북학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첩 자식들을 차별 없이 뽑았음을 남들에게 보여주려 등용한 것이란 말까지 남겼다. 왕권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학문의 자유를 희생시킨 것이 정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시대가 ‘조선 문예 부흥기’였다는 것은 가짜 뉴스라고 단언한다. 그나마 정조 아들 효명세자가 박제가의 연암집을 빌려 읽는 등 개혁군주의 탄생을 기대했으나 그가 요절하는 바람에 무산된다.* 실학은 조선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 이제까지 우리는 현실 모순 해결을 추구한 개혁적 학문이 실학(實學)이며, 영정조 시대에 꽃을 피웠다고 배웠다. 하지만 저자는 당시 성리학을 제외한 모든 학문은 비이성적으로 탄압을 받았고, 목숨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정치적 불이익을 받았다고 전한다. 실학이나 실학자라는 개념도 훗날 1930년대 식민시대 학자들이 만든 용어라고 주장한다. 18~19세기 국가 정책에 전혀 쓰인 적이 없으며 특히 관련 서적은 전혀 출간되지도 못했다고 전한다. 목민심서등을 쓴 정약용과 농업서 임원경제지를 쓴 서유구가 정조의 총애를 받기는 했지만, 이들도 나중에 긴 유배 생활을 경험한다. 1930년대 연희전문 교수 정인보와 전 조선일보 사장 안재홍이 ‘조선학운동’을 개창하면서 문화건설론과 다산학을 내세우면서 비로소 ‘실학’이 태동했고 1938년 정약용의 책과 글을 모아 여유당전서 76권이 출간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임원경제지는 그나마 해방 후인 1966년에야 빛을 보았다. 정조의 학문 탄압으로 지하로 숨어 들었던 백탑파(북학파)도 명맥을 잇지 못했다. 연암집이 세상에 나온 것도 그가 죽고 95년이 지난 1900년이었다. 실학과 실학자가 조선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의병장 최익현이 대마도에서 아사순국(餓死殉國)? - 최익현은 고종 즉위 10년이던 1873년 호조참판 때 “대원군의 권력을 회수하고 고종이 친정체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린다. 다음날 21세의 고종은 ‘친정(親政)’을 선언한다. 최익현이 킹 메이커 역할을 한 것이다. 이후로도 그는 각종 위정척사 상소를 올려, 나라 문을 잠그고 일본의 침략 야욕을 경계하라고 외쳤다. 1905년 을사조약 때는 “명나라가 망할 때 ‘의종’이 사직을 위해 죽은 의리를 듣지 못하셨는가”라며 사실상 고종의 자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나이 80에 제자들과 의병을 일으켰다가 일본군에 체포되어 대마도로 끌려간 그는 그곳에서 4개월이 넘게 단식투쟁을 벌이다 죽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의 단식이 사흘 만에 끝났으며, 그의 사인은 ‘풍토병’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대한매일신보가 최익현을 ‘백이숙제처럼 절개를 지키다 죽은 충신’이라고 치켜 세우는 과정에서, 사실과 달리 신화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의 남다른 우국충정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어 괴담을 만들어선 안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헤이그에서 이준 열사가 할복자살? - 우리는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파견됐던 ‘이준’이 회의장에서 할복자살해 민족의 자긍심을 높였다고 배웠다. 그래서 ‘열사(烈士)’라는 칭호가 붙었다. 이 괴담은 대한매일신보의 오보 탓이었다. 이준은 호텔방에서 급사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도 참석 못할 정도로 그는 종양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그런데 항일독립단체 결집에 열중하던 대한매일신보가 ‘이씨가 충분(忠憤)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해 만국 사신 앞에 피를 뿌려 만국을 경동케 했다’는 호외를 날렸다. 급히 황성신문도 확인 않고 ‘자기 복부를 칼로 잘라 자살했다는 전보가 도착했다는 설이 있더라’라고 보도했다. ‘카더라 식’ 보도가 경쟁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우국충정 자살로 받아들여졌다. 일본 외무부는 단독(丹毒), 즉 상처 감염이 사인이라고 이미 보고뒨 상태였다. 대한매일신보는 이듬해 ‘분사(憤死)’라는 표현으로 슬쩍 바꿔 버린다. 1956년 사학자 이병도가 국사대관에서 병사설을 공개하기 전까지 국민들은 자살을 믿었다. 그 해 조사위원회가 꾸려지자 이준 열사 추모단체인 ‘일성회’는 “국민 사기 앙양을 참작해, 분사라 해도 자살로 해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1962년 국사편찬위원회는 결국 자살이 아니라 분사, 즉 울분에 못 이겨 죽은 것이라고 공식 결론을 내리고 순국(殉國)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결의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10-08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게이커플의 밥상… 만화에서 드라마, 영화까지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어제 뭐 먹었어?’의 극장판. (사진제공=㈜이놀미디어)나이보다 동안이고 심지어 잘 생겼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 연상의 어른스러움과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닌 남성에게 끌린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건 중학교 때부터. 결코 게이임을 드러내지 않으며 평생 살기로 결심한다. 그렇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이 필수였고 비상한 머리를 살려 변호사가 된다. 만화 ‘어제 뭐 먹었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한끼 밥을 소중히 여기는 중년 게이커플 이야기다. 주인공 시로는 변호사지만 힘든 사건은 되도록 맡지 않는다.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일만 골라(?) 한다. 최고의 로펌에서 외제차와 아파트를 제공 받으며 성공하는 것 보다 퇴근 후의 시간을 보장받으며 약간의 저금을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벌며 살아가는 것. 보통의 이성 커플이 그러하듯 시로 역시 ‘나쁜 남자’에게 끌려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외모가 자기 취향이면 성격이 나빴다. 성격이 맞는다 싶으면 능력이 없었다. 지금 같이 사는 켄지는 자기 스타일은 아니어도 무난한 성격에 미용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가장 오래 동거 중이다. 켄지는 일찌감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남자친구와 대놓고 커플링을 끼고 여행을 가는 게 꿈인 소박한 남자다. 수다스럽고 잘 삐치기는 하지만 정이 넘치는 타입이라 다소 냉정한 시로에게는 천생연분에 가깝다.최근 발간된 만화 ‘어제 뭐 먹었어?’의 19권.(이미지 출처=구글)‘어제 뭐 먹었어?’는 국내에서 유아인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만화 ‘서양골동 양과자점’의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게이오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슬램덩크’ ‘은하영웅전설’을 패러디한 동인지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패러디한 동인지를 출간할 정도로 BL(보이즈 러브의 줄임말로 남성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계의 스티븐 스필버그라 불린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 잡학다식한 여러 소재를 특유의 그림체로 완성시킨다. 대놓고 순정만화도 아니지만 무협지 특유의 강렬함도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어제 뭐 먹었어?’는 원작만화의 인기를 드라마로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2019년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트위터 세계 트렌드 1위, 다시 보기 100만회 돌파, 종합 시청률 역대 2위라는 기록을 남기며 화제성까지 사로잡았다.오는 13일에는 아예 극장판이 국내 개봉한다. 지난해 ‘드라이브 마이 카’를 통해 국내 팬에게 익숙한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애정 표현에 서툴고 무뚝뚝하지만 요리로 마음을 전하는 시로 역할을 맡아 반가움을 더한다. 날카롭고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우치노 세이요는 질투심 많고 사랑스러운 켄지 역할로 그 해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상에서는 단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만화에 나오는 음식들은 대부분이 일본 가정식이지만 한국 음식도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김치를 넣은 낫또나 불고기 양념을 넣은 전골, 뽀얀 삼계탕 국물을 베이스로 한 이국적인 음식은 도전의식을 불사른다. 하지만 대부분 거창한 요리보다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식재료를 이용해 한 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다. 가끔 크리스마스 이브나 생일 파티에 연인들끼리의 기분 내기용 메뉴도 꽤 쓸 만하다. 최근에는 두 사람의 가족과 지인들의 분량이 꽤 되는 만큼 소개되는 에피소드에 걸맞는 다양한 요리가 가독성을 높인다. 침을 부르는 음식보다는 ‘한 번 해볼까?’ 싶은 레시피들이 등장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지난 2007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어제 뭐 먹었어?’는 현재 국내에서 19권까지 출간됐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10-06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호모 아딕투스> 김병규

저자는 세상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탑재한 온갖 스마트 기기에 ‘중독’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더욱 정교해진 기술로 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중독 기제를 활용해 사람들을 매일 중독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중독은 우리에게 정신적 만족감을 주고 때로는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 주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중독자임을 알지 못하며, 중독은 빅테크 기업에만 유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독경제 시대의 비즈니스적 대안으로 그는 틈새 중독경제 사업 혹은 아예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업을 권한다.* 중독을 만드는 ‘보상회로’ - 저자는 중독을 ‘지속적인 욕구가 발생하는 상태’라고 폭 넓게 정의한다. 우리 뇌에는 ‘보상회로’가 있는데, 한번 생각했던 쾌감을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모든 생각과 행동이 지배되며 중독이 생기게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보상 회로 자체에는 판단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건강을 해치더라도 뇌에 큰 즐거움을 준다면 보상회로는 강하고 반복적인 욕구를 만들어 낸다. 보상회로를 스스로 쉽게 자극할 수 있게 되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마약중독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것으로 가득찬 것이 생겨났으니 바로 ‘스마트폰’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신종 마약’이라고 했다. 돈도 들지 않고, 질리지도 않고, 부작용도 없다. 이제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보상회로를 언제든 자극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독이 보편화된 ‘호모 아딕투스’의 시대 - 저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더 강력한 중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활용할 방법을 발명해 내는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 즉 ‘중독되는 인간’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중독이 일상화된 시대, 중독이 쉬어진 시대, 중독에 빠진 사람이 많아진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 전체가 디지털 중독을 연료 삼아 돌아가는 중독경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구조 역시 가파른 속도로 중독경제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빅 테크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데이터를 독점하고,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전에 없이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때문에 지금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개탄한다.* 중독이 돈이 되는 세상 -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는 36억 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 절반에 가깝다. 한국은 성인 95%가 소지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동시간이 줄며 일하지 않는 시간이 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더욱 확대되어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중독된다. 과기정통부가 2020년에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을 조사해보니 10대 청소년 중 35.8%, 만 3~9세 유·아동에서는 27.3%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중독 시대에 떼 돈을 버는 분야는 게임 산업이다.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 게임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기업들이 중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서면서 산업 전체가 중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테크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3개였는데 2020년에는 상위 5개 브랜드가 모두 테크 기업이었다. 중독 비즈니스가 시장을 이끄는 중독경제의 시대인 것이다.* 24시간 욕구를 자극하는 ‘소비중독의 시대’ - 중독경제 시대에 광고는 이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목적이 된다. 이에 필요한 것이 스마트폰 중독이다. 중독시대에는 소비가 연속성을 갖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앱에 머무는 전략을 세운다. ‘중독’이 목표가 된 것이다.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구매 시점 이후가 중요해 진다. 기존 사용자가 신규 사용자를 끌어오는 ‘네트워크 효과’가 확산되면서, 기업 가치 평가 때 더 이상 현재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을 중요시 않는다. 앱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면 사용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이런 기업에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테크 기업을 평가할 때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이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기업은 보다 많은 사람을 앱에 중독시킬 방법을 찾아야 산다. 기업의 목적이 판매에서 중독으로 바뀌고 있다.* ‘좋아요’ 버튼으로 성장한 소셜미디어 비즈니스 - 중독경제 시대에 기업이 중독을 만들어 이를 이익으로 전환하는 일은 소셜미디어, 콘텐츠, 쇼핑, 뉴스. 게임 등 크게 5개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소셜미디어 비즈니스에서는 페이스북의 중독성 강한 ‘좋아요’ 버튼이 대표적이다. 칭찬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 버튼이 대신했기에 이 버튼을 ‘디지털 마약’이라고 부른다. 이를 만든 저스틴 로젠스타인 조차 “너무 중독적이라 내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 앱을 삭제했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앱의 중독성이 강할수록 광고수입은 증가하기 때문에 많은 테크 기업들이 좋아요 버튼을 따라 만들었다. ‘캐시카우’가 된 것이다.디지털 광고도 중독에 큰 몫을 한다. 사람들의 현재 위치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광고가 가능한데다 적은 비용에 광고 효과는 전례 없이 높아, 이를 해 시장 지배력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알고리즘의 덫’과 콘텐츠 비즈니스 -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플랫 어서’가 의외로 많다. 관련 동영상을 계속 추천해 주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큰 역할을 했다. 알고리즘은 많은 사람들을 중독시키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오직 더 많은 사람들을 중독되게 하는 것만이 관심이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튜브 중독의 책임은 바로 구글이 만든 고도화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있다고 단언한다. 자신의 관심사를 파악해 좋아하고 만족할 만한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리즘의 목표는 오직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좋아하지 않더라도 계속 볼 동영상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이 알고리즘에 기여했던 기욤 샤스롯도 “당신이 찾는 걸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중독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토로한 바 있다.* 쇼핑 비즈니스와 ‘할인중독의 늪’ - 쇼핑 중독 시대를 넘어 ‘쇼핑 앱’ 중독의 시대다. 기존의 ‘아이쇼핑’과 달리 쇼핑 앱은 예상치 못한 달콤한 보상이 따른다. 가격할인 제품 혹은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할인 이벤트 ‘타임 딜’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불규칙적인 서프라이즈 보상에 더 강한 욕구를 드러낸다. 쇼핑앱 중독은 제품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욕망을 만들어낸다. 쇼핑 앱의 ‘장바구니’는 계속 따라다니며 욕망을 부추겨 물건을 담고 키워내는 ‘욕망의 바구니’다. 신용카드나 게임 속 가상화폐는 지출의 고통을 잊게 만든다. 더 이상 지출이 고통스럽지 않은 시대, 이것이 중독경제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중독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로, 제품 구입에 필요한 노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 지적한다. 쉽게 돈을 쓰고, 쉽게 제품을 구입하고, 쉽게 제품을 버리는 시대라는 것이다.* ‘새로 고침 중독’ 뉴스 비즈니스 - 한 연구에 따르면 요줌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76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2617번 클릭 한다. 상위 10% 사용자는 하루 132회 사용에 5427만 회 클릭을 한다. 다른 조사에서도 스마트폰 사용횟수가 하루 평균 96회로 나타났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10분 마다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뉴스 중독’이 많다. 뉴스를 볼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점차 중독되는 것이다. 그 정보가 유용하든 않든 새로운 소식을 듣는 것 자체가 사람의 뇌에 보상으로 인식된다. 이 때 부정성 편향이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는 부정적 뉴스에 본능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나쁜’,‘최악’ 같은 부정적 단어가 포함되면 기사 틀릭이 63%나 증가한다고 한다. 때문에 미디어들 사이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사의 자극성은 더 심회될 것이고, 뉴스에 중독되는 사람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중독경제가 뉴스 기사의 부정성과 자극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중독을 더 키우는 게임 비즈니스 - 디지털 시대의 게임들은 세련되고 발전된 기술로 무장해 중독성이 너무 강하다.특히 모바일 게임 시대가 시작되면서 게임에 대한 노출과 중독을 막을 제동장치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게임에 중독된다. 디지털 게임은 게임 세계 안에 끝이 존재하지 않기에 중독성이 더 강하다. 게임 판매 수익은 물론 다양한 아이템이나 접근 권한 등을 팔아 추가 수익을 챙기게 되자,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 버렸다. 게임 속 다른 사람의 존재는 우리 내면의 ‘지위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들을 보며 만족감을 느낀다. ‘롤(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은 단순히 사람들의 존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팀을 이룬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의사소통까지 한다. 직접 칭찬을 받기에 중독이 더 강하다. 중독경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중독성과 사회성은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빅 테크 기업의 ‘중독 디자인 4가지 법칙’ - 저자는 중독경제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소셜미디어와 콘텐츠, 쇼핑, 뉴스, 게임 산업의 빅테크 기업들이 중독을 디자인하는 법칙을 4단계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음료를 조금 맛보듯,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작은 즐거움을 먼저 맛보게 해 주는 ‘시핑(sipping)’이다. 이 때 중요한 목표는 시도율 제고다. 무료 서비스 등 기대 이상의 경제적 혜택이 필요하다. 사업적 의도를 숨기고, 사용자가 언제든 쉽게 서비스 이용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다음은 뇌가 가진 생존 본능을 일깨워 강한 욕구를 갖게 해 주는 ‘후킹(hooking)’, 즉 낚아채기다. 중독을 만드는 사전 준비단계로, 사람들 마음 속에 지속적 욕구를 심어주는 과정이다. 예상치 못한 보상이 특효다. 세 번째는 소킹(soaking), ‘담그기’다. 외부와 단절하고 스마트폰 속 무한의 디지털 공간으로 빠지게 한다. 유튜브의 자동 재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지출의 고통도 줄여 주고, 언제까지나 그 여행이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한다. 마지막은 가로채기, 인터셉팅(intercepting)이다. 현실로 빠져나온 사람들을 다시 디지털 세계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보상이나 깜짝 선물이 특효다. 이 4가지 법칙이 효율적으로 작동해 디지털 중독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이익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 ‘사용자 데이터’다.* 빅 테크 기업의 성공비밀 ‘데이터 전략’ - 저자는 빅테크 기업의 본질이 ‘시장 정복’에 있다고 단언한다. 구글은 크롬과 유튜브, 지메일 등을 스마트폰 회사들에게 선 탑재하도록 강요한다. 여기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 이를 기반으로 광고 시스템과 플레이 스토어를 운영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저자는 “구글이 중독경제 시대에 가장 완벽한 사업자”라고 말한다. 애플이 아이폰 OS인 iOS 14.4를 2021년 1월에 배포하면서 APT(앱 트랙 투명성)를 업 데이트해 다른 회사의 앱이나 웹사이트에 걸친 사용자 활동을 추적하지 못하게 하자 페이스북이 전쟁을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아이폰의 이런 가능이 디지털 광고에 의존하는 작은 비즈니스를 죽이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글과 디지털광고 시장의 50%를 독점 중인 페이스북 입장에선 자사 광고 매출이 격감할 것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사용자 데이터를 둘러싼 테크 기업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중독경제 시대에 이제 데이터도 ‘양’보다 ‘깊이’가 중요해 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중독경제 시대 ‘마이크로 어딕션’ 전략 - 저자는 신규 혹은 중소 사업자들은 빅테크와 맞서는 방안으로 ‘마이크로 어딕션(micro-addiction)’ 전략을 우선 제안한다. 작은 규모라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자기만의 중독경제를 만들어 기존 중독경제에 침투하는 전략이다. 먼저 새로운 중독의 규칙과 메커니즘을 찾아내는 ‘뉴메커닉 전략’이 있다. 페이스북이 강한 중독성을 인정해 10억 달러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이 대표 사례다. 15초짜리 숏폼 동영상의 ‘틱톡’,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타인들과 정보 교환이 가능케 해주는 ‘레딧’도 중독성 높은 새로운 메커닉을 신규창출한 경우다. 다음은, 새로운 세대를 공략하는 ‘뉴에그 전략’이다. 오직 10대만을 위한 미국의 대표 SNS ‘스냅챗’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휘발성으로 아이들의 니즈를 붙잡았다. 게임 ‘로블록스’는 자신이 만든 하나의 아바타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해 어린 유저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하는 위치 공유 앱 ‘젠리’도 소속감을 키워주며 큰 인기다. 저자는 “사용자 중심, 개인화된 서비스가 크게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마지막으로, 빅테크 기업의 빈틈을 노리는 ‘큐리에테인먼트 전략’이 있다. ‘취향저격’인 큐레이팅 서비스의 한계인 고객 흡입력을 보완해 엔터 요소를 가미하는 전략이다. 적당한 29cm의 간격을 상징하며 매거진처럼 느껴지게 하는 큐리이팅숍 ‘29CM’, 그리고 이 회사를 인수한 ‘스타일쉐어’가 대표적이다. 또래 친구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스타일쉐어’도 제한된 숫자의 상품만으로도 사용자를 만족시키면서 ‘고객 스파이크’를 일으키게 한다.* ‘어딕션 프리(addiction free) 전략’ - 디지털 중독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새로운 비즈니스다. 먼저, 휴머니스틱 브랜드 전략이 있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해주고 교류 기회를 증진시켜 현재의 행복감을 크게 높여주는 전략이다. 25~35세 젊은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함께 운동하는 즐거움을 선사한 스타트업 ‘버핏서울’이 좋은 사례다. 고가의 회비에도 재등록율이 60%가 넘는다. 쇼핑 플랫폼 ‘큐레이티드 닷컴’은 전문가가 일대일 방식으로 아웃도어 장비를 추천해 주어 만족도가 높다. 중고품 거래장터인 ‘당근마켓’도 거주하는 동네로 지역을 좁힘으로써 신뢰와 친밀감을 높여 성공했다. 다음은 ‘디지털 셀프 컨트롤’ 전략이다. 강한 자기 조절력을 높여주어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게끔 도와준다. 단체로 공부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열품타’, 자신이 선택한 목표에 돈을 걸게 한 후 목표의 85% 이상을 성공해야 참가비를 전액 돌려주어 ‘작심삼일’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챌린저스’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디톡싱’ 전략이다. 전자기기에서 일정 기간 벗어나게 해 디지털과 삶의 균형, 이른바 ‘디라벨(Digital-life Balance)’을 돕는다. 명상에 빠져 들게 해 주는 ’헤드스페이스‘는 기업가치 10조원의 유니콘이 되었다. 저자는 “중독경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자기조절력을 높여주고, 계획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에 큰 니즈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젠 ‘중독관리’가 ‘자기계발’ - 중독경제 시대를 사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중독경제가 주는 혜택과 편리는 모두 누리되, 지나치게 중독에 빠지지는 않는 것이다. 자신이 중독인지부터 확실히 알아야 한다. 앱을 사용하지 않을 때 긴장되고, 앱을 켜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긴다면 중독된 상태다. 자신의 중독 상태를 확인했으면 디지털 중독을 관리할 간단한 외부장치 마련이 다음 순서다. 온전한 자유의지로 앱 사용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홀드’라는 앱이 인기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 사이에 20분 연속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10포인트의 보상을 주어 무료 간식 등의 혜택을 준다. 중독을 유도하는 트리거(방아쇠)를 제거하기 위해 태블릿을 침대에서만 사용하도록 스스로 기기별 용도를 규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마트폰 앱의 모든 알람 기능을 꺼놓는 방법도 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중독을 보다 건강한 중독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달리기나 테니스 중독 같은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대상에 스스로 중독되는 것이 중독경제 시대에 자신을 지켜낼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중독경제에서 ‘부’를 지키는 방법 - 중독경제 시대에는 소비를 조절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유혹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를 제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욕구를 참는 것이 아니라 욕구 자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광고에서 멀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앱의 데이터 추적 기능(트래킹)을 비활성화해 앱이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하지 못하게 설정하면 된다. 웹브라우저의 ‘프라이빗’ 검색 가능을 사용하거나 ‘덕덕고’처럼 아예 추적기능이 없는 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회 비교에서 벗어나는 노력도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 사용 자체를 그만두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기간 거리를 둔다면 한결 행복도가 높아진다. 미루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고 싶은 제품에 관해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 특정 제품에 소비 욕구가 생기면 무조건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노트를 열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독경제 시대를 이끄는 5가지 뉴 타입 - 저자는 중독경제 시대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그런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 즉 설득력 있게 중독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최고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빅테크 기업들이 심리학자나 의사결정학자, 행동경제학자를 다수 고용해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런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상으로 ‘마인드 테크니션(mind technician)’을 제시한다. 프로그래밍과 수학, 심리학과 행동경제학과 인문학의 균형된 지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집중’이 어려운 중독경제 시대에는 정신의 지배자, 즉 ‘마인드 마스터(mind master)’가 되어 초집중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한다. 쉽게 조종되지 않고 자신의 생각 자체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 즉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도 대단히 중요하다. 기업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선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즉 독창성을 가진 사람이 요구된다. 불안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길잡이로 ‘디지털 그루(digital Guru)’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술과 과학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미래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분별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저자는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10-01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인간 SNS로 충만해진 ‘어서오세요, 밀라노기사식당입니다’

밀라노기사식당의 박정우 오너셰프작은 레스토랑 창업. 그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스무살 무렵이었다. 드디어 그 꿈을 이룬 찰나 ‘힘들다’는 말로도 충분치 않은 고난이 밀려들기 시작됐다. 낙후지역으로 낙인찍힌 은평구, 재개발 이슈로 침체된 증산동 상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어느 것 하나 그의 편이 아니었다. 박정우 오너셰프의 휴먼 에세이 ‘어서오세요, 밀라노기사식당입니다’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극심하던 2020년 8월 문을 연 ‘밀라노기사식당’ 이야기다. 손님이 많아도, 적어도 정신이 없던 창업초기 덮친 데 또 덮치는 수난들로 혹독했던 시기에 그를 다독이고 위로한 건 손님들이 돌아간 자리에 놓인 ‘빈 그릇’이었다. 그 손님을 기억할 수 있게 빈 그릇을 찍고 한두줄의 문구를 달아 SNS에 공유했던 게시물들이 ‘어서오세요, 밀라노기사식당입니다’의 출간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의 말처럼 “몸도 마음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저에게만 예뻤던 사진, 빈그릇”을 SNS에 게시하면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시작됐다. 어서오세요, 밀라노기사식당입니다|박정우 지음(사진제공=예문당)한번 왔던 손님이 두번, 세번 발걸음을 했고 다른 이에게 추천하면서 마치 동화처럼 밀라노기사식당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최근에는 유재석이 이끄는 ‘식스센스’ 시즌3에 출연하면서 손님들이 몰려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박정우 셰프는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전환하고 줄서는 식당이 아닌 ‘완전예약제’를 실시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지독히도 춥고 혹독했던” 2020년 12월부터 밀라노기사식당을 지킨 건 단골손님들, 그들의 입소문으로 방문했지만 또 다른 단골이 된 손님들 등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책은 ‘혹독했던 겨울’을 시작으로 ‘희망을 봄’ ‘지치는 여름’ ‘다시 뛰는 가을’로 4계절로 구성됐다. 각 장마다 22개의 이야기가 당시의 코로나19 및 사회 상황, 손님이 시킨 메뉴, 그들이 돌아간 자리의 빈 그릇 사진과 그가 손님들에게 남기는 글 등이 담겼다.코로나 상황이 엄중했던 시기에 찾아온 귀여운 커플, 폐점시간 30분 전에야 악기를 메고 찾은 뮤지션, 캠퍼스커플이었던 부부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 전주비빔 파스타를 먹기 위해 군자부터 둘레길을 따라 돌아온 어머니와 자매, 그들의 추천으로 찾은 두 남자, 1988년 가정집이던 밀라노기사식당에 살았던 부부, 군대 복귀 전 아들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싶었던 엄마…. 특별하지는 않지만 누구나의 모습인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밀라노기사식당 박정우 셰프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커서 데이트를 하러 여기에 오겠다”던 꼬마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그의 동화는 계속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29 18: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좋은 불평등> 최병천

저자는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전문위원과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 정책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진보 계열 학자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이 땅의 진보학자들이 주장해 온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외환위기가 우리 시대 불평등을 초래한 가장 주된 배경이라는 기존 주장도 배격한다. 저자는 진보 진영이 범하고 있는 집단적 오류를 지적하며, 우리 사회 불평등의 변곡점이 되었던 시기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경제 불평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좋은 불평등과 나쁜 불평등 - 저자는 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4분면으로 분석했다. 소득 상승+불평등 증가를 ‘좋은 불평등’이라고 했다. “먼저 부자가 되자”며 중국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소득 상승+불평등 감소는 ‘좋은 평등’이라고 했다. 경쟁사보다 4배나 임금을 더 주었던 포드주의식 자본주의와 유럽 복지국가 전성기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소득 감소+불평등 감소는 ‘나쁜 평등’이다. 전쟁이나 공산주의 혁명처럼 개인 소유가 부정되는 것이 대표 사례다. 마지막으로 감소+불평등 증가를 ‘나쁜 불평등’이라고 정의했다. 1991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무정부 상태의 러시아 시기다.* 보수의 불평등 이론 ‘낙수효과론’ - 한국 보수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성장이다. 보수는 성장이 일정 단계까지 성숙하면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주장한다. 저자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7년 기간은 성장률도 매우 높고, 불평등 축소도 진행되던 ‘낙수효과 전성기’였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상층 10%의 임금 비중이 정점을 찍었던 1995년 이후로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2007년 상층 임금 비중이 35.3%에 이를 정도로 불평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의 낙수효과론이 최소한 1995년부터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제 보수도 불평등 문제에 대한 독자적 해법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진보의 ‘불평등에 관한 5가지 통념’ - 저자는 진보 진영이 가진 5가지의 통념을 제시하면서 그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첫째, 진보 측은 우리 불평등 확대의 시발점을 1997년 외환위기로 보지만 저자는 1994년을 얘기한다. 둘째, 불평등 발생 원인으로 재벌 편향, 신자유주의 편향, 비정규직 남용 정책 등 ‘3대 적폐론’을 얘기하지만 사실은 1987년 노동의 민주화, 1992년 한중 수교와 중국경제 부상, 1997년 외환위기와 급격한 부채비율 축소, 2001년 중국의 WTO 가입과 한국 대기업의 수출 대박 탓이 더 크다고 반박한다. 셋째,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를 수용한 김대중 정부와 한미 FTA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를 불평등 확대의 주범으로 보는 ‘정치권 책임론’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소득주도성장론 탓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넷째, 진보는 상층과 중층, 하층의 변동이 각기 다른 이유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말한다. 다섯째, 국내적 요인들에 의해 불평등이 결정됐다는 시각이 많지만 사실은 가장 큰 두 가지 변인(變因)이 상층 소득은 수출, 하층 소득은 고령화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진보세력의 주장은 애초에 ‘사회과학’의 논리가 아니라 ‘사회운동’의 논리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 불평등의 3대 변곡점 ‘1994-2008-2015년’ - 저자는 대한민국 불평등의 1997년 외환위기 기원설을 거부한다. 훨씬 이전인 1994년을 시작점으로 파악한다. 1980년 지니계수가 0.375였는데 그 해는 오히려 0.277까지 낮아졌다. 꾸준히 불평등이 줄다가 이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까지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2008년 이후 다시 불평등이 줄다가 2011년에 재 상승해 2015년에 최고점을 찍고 2019년까지 하향세였다고 전한다. 1994년이 한국경제 불평등의 최저점이었고, 2008년 금융위기 발행 이후 줄다가 2015년에 불평등 최고점을 찍었으며 최근까지 불평등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4년 불평등 시작점의 미스터리 - 저자는 1994년 불평등 시작론의 배경으로 3가지 사건을 언급한다. 첫째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다. 6월 항쟁 이후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지며 노동계 파워가 세졌다. 1989년 명목임금 상승률은 25%에 달했다. 당시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4% 수준이었다.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저임금에 기반한 저기술 노동집약적 수출제조업은 심각한 경쟁력 위기를 맞는다. 둘째, 1992년 1~2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다. 동독이 무너지고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는 혼란기에 덩샤오핑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 개혁개방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 해 제14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이 공식 채택된다.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14% 안팎으로 치솟는다. 마지막은 1992년 8월 24일의 한중 수교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승인절차가 대폭 완화되고 12월 22일 베트남 수교까지 뒤따랐다. 저숙련·저임금 기반의 한국 자본가들의 중국 러시가 이어졌고, 한국 제조업의 국내 고용비중은 2000년대를 거치며 17% 안팎까지 떨어진다. 특히 중간 소득 일자리가 급격히 줄며 불평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대구 섬유산업과 부산 신발산업이 쇠락한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자본주의의 5가지 변화 - 대한민국 불평등은 국내적 요인을 뛰어넘는 글로벌 환경변화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1990년대 자본주의 변화 중 첫 번째로 그는 ‘거대한 2배’를 지목한다. 전 세계 노동력이 1990년 14.6억 명에서 2000년 29.2억 명으로 2배 늘었다. 공산체제 인력이 합류하면서 임금노동자가 15억 명에서 30억 명으로 급증하면서 글로벌 경쟁은 격화됐다. 두 번째는 하이퍼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까지 교역량이 급증했다. GATT체제가 1995년 WTO로 발전하면서 1990년대 중반 30% 수준이던 세계경제 GDP 내 상품무역 비중이 2000년대 후반 50%까지 상승했다. 세 번째는 ‘제2의 황금기’다. 교역량 증가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4%까지 올랐다. 네 번째는 중숙련·중임금 노동자의 몰락이다. 가성비에서 압도했던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후발 신흥공업국 탓이었다. 고숙련·고임금 일자리가 더 늘어났다. 다섯 번째는 국가 간 불평등이 줄고 국가 내 불평등이 커졌다. 세계화로 오히려 선진 자본주의 국가 중산층과 하위충이 가장 큰 손해를 보면서 불평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히려 불평등 줄여 - 불평등이 커진 1994~2008년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민주화운동 출신 대통령들 집권기였다. 이명박 집권기인 2008~2010년은 불평등이 줄었다. 민주화 세력은 불평등을 늘리고 보수 세력은 축소시킨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외환위기 경험 탓에 ‘경제위기=불평등 확대’를 당연시하지만, 사실 2008년 불평등 축소는 상층 소득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계무역이 급감하면서 한국에서 수출과 제조업 대기업에 종사하던 고임금 노동자들 소득이 하락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인 2020~2021년에도 불평등이 줄었는데 이 역시 저소득층 재정 지원 보다는 세계 무역 위축이 결정적이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실제로 한국 수출액과 임금 지니계수의 상관관계는 0.861로 매우 높다. 즉, 한국에서는 국제무역이 줄고 수출이 줄면 불평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경제 불평등이 줄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한다. 대기업 제조업의 고임금 근로자들 임금 체계가, 수출 총량이 줄면 임금과 소득도 대폭 줄어드는 ‘수출연동형’이었던 탓이다.* 2015년 불평등 축소는 중국 개혁개방 때문 - 저자는 2015년 변곡점의 경우 중국의 지속적인 정책변화 때문이라며 ‘한국경제 불평등은 중국발 불평등’이라고 단언한다. 우리의 대 중국 수출액과 임금지니계수 상관계수는 무려 0.832라며,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경제 불평등은 총 3번에 걸쳐 중국경제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첫째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이다. 이후 중국은 지역 균형발전과 시장개방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FTA도 적극 추진했다. 대기업의 중국 러시도 이 때부터다. 다만, 이를 계기로 한국 중소기업 수출비중은 속락해 2013년에 17%에 이른다. 중국과 경쟁에서 밀린데다 중국이 환경문제를 들어 가공무역 비중을 대폭 줄인 탓이다. 중국이 대형 수입국가로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최대 혜택을 보았다. ‘중국 특수’였다. 이는 곧 대기업 수출 급증을 의미했으며, 한국 대기업 종사자는 국내 소득 상층 10%였다. 대기업의 수출 대박과 그에 따른 소득 상승 덕분에 노무현 정부 때 불평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지, 민주정부 10년이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중국 ‘신창타이(新常態) 경제’ 여파 - 2008~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중국은 새 경제정책 방향 모색에 나섰고, 그 선택이 시진핑의 ‘신창타이’, 즉 뉴 노멀(new normal)이다. 이후 중국 경제성장의 축은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로 이동한다. 동부 연안 중심에서 중서부 발전 중심으로 바뀌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본격 추진되며 산업구조가 고도화된다. 첨단 제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늘고 고기술 수출 비중이 증가한다. 중간재 국산화도 본격 추진된다. 이는 곧 한국의 중간재 수출 쇠퇴를 의미했다. 중국 무역의존도가 줄곳 하락하며 한국경제도 큰 변화를 맞는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경제 불평등은 완화된다. 임금 지니계수 기준으로 경제불평등이 2015년을 정점으로 2019년까지 계속 준다. 저자는 “그동안 불평등을 연구한 분들이 노동 혹은 사회복지 쪽 연구자가 많다 보니 불평등의 해법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 신자유주의 정책, 복지 강화, 재벌 개혁 등의 정책을 제시했으나 이들은 진짜 불평등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1만 원의 ‘허상’ - 저자는 2016년 4월 8일 페이스북에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유감인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당의 총선 공약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었다. 그는 자영업자 비율 30%라는 한국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상황’ 소상공인들의 대량 몰락과 대량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진보 측 의견을 수용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했다. 저자는 이에 “최저임금 1만 원 평가는 문 정부 평가에 그치지 않고, 한국 진보세력에 대한 재평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13년 ‘알바연대’ 권문석 활동가가 처음 1만 원을 주장했을 때, 민주노총조차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고 전한다. 결국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되어 2년치 인상 합계가 29.1%에 달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합계의 4.5배였다. 이후 취업자 증가 규모는 4분의 1로 줄어들며 불평등만 키웠다. 여기에 문 정부 첫 예산인 2018년에 SOC 예산이 전년 대비 3.1조 원이나 대폭 삭감되면서 일자리 쇼크를 부추겼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결과는 불평등 확대 - 저자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팀의 3가지 실수를 비판한다. 첫째, 임금 불평등과 소득불평등의 상충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2018년 저임금노동자들이 퇴출되면서 임금불평등은 줄었지만 1·2분위 가구소득은 줄고 5·4분위 가구 소득은 증가하면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다음, 진짜 하층이 누구인지 파악 못했다고 비판한다. 저임금 노동자는 우리 사회 진짜 하층이 아니라 중위층이며, 정작 최하위층은 미 취업 상태의 ‘노인들’이라고 단언한다. 노인 소득을 끌어올려야 불평등이 줄 것이라며, 진보진영도 노인을 하나의 계급으로 재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저임금노동자 실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하는 빈곤층’을 위한다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했지만, 실제 한국에서 일하는 빈곤층은 8.1~8.5%로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빈곤의 핵심은 취업”이라며 취업자 없는 가구의 빈곤율이 65.6%, 저임금노동자로 5분위 가구에 속하는 사람도 10.8%에 이른다고 말한다. ‘저임금노동자=저소득가구’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임금 일자리’를 ‘중임금 일자리’로 - 한국의 모든 산업을 11개로 분류했을 때, 부가가치의 상대적 생산성이 절반(50) 미만인 산업이 3개 존재한다. 취업자 비중 7.7%의 기타 개인 서비스업(39)과 6.6%인 농림어업(42), 23.0%인 도소매음식숙박업(43)이다. 이들 ‘저부가가치 3대 산업’의 취업자 비중이 37.3%다. 100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사실상 저임금노동자로, 생산성이 낮아 돈을 적게 번다. 저자는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5.9년으로 OECD 국가의 9.5년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지적한다. 한국에 유독 소규모 기업이 많기 때문이란다. 2018년 현재 1~4인 기업체 일자리가 603만 명으로 25.7%, 10인 미만 종사자는 819만 명으로 34.9%다. 20만 미만은 111만 명으로 47.4%인데, 최저임금 대상자가 대부분 이들 소규모 기업체에 몰려 있다. 저자는 한국이 유독 저임금근로자가 많고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는 ‘신자유주의정책’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정치권이 민주화 이후 소상공인 보호 미명 아래 ‘규모의 비경제’를 장려한 때문이라고 공박한다. 그는 소기업을 중기업으로, 저부가가치를 중부가가치로, 저임금 일자리를 중임금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임금노동자를 늘려 ‘규모의 영세성’을 장려하는 정책은 당장 축소 및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다.* 4개의 불평등, 4개의 계급, 4개의 관점 - 저자는 한국에 4개의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첫째, 자본-노동 불평등이다. 한국 진보의 주류적 입장이다. 소득 불평등 축소에 도움이 되더라도 상층 노동에게 불이익이 가는 정책 이슈는 최대한 회피하고, 소득 중심으로 접근 않고 계급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둘째, 노동-노동 불평등이다. 노동 내부의 불평등에 주목해 저임금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처지와 처우 개선을 강조한다. 셋째, 자본-자본 불평등이다. 자본의 이중구조와 자본 내부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주목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의 격차 확대를 주목한다. 넷째는 노동-비노동 불평등으로, 진보진영이 주목하지 않았던 관점이다. 저자는 노인이야 말로 최대 빈곤집단이며, 불평등의 최하단인 동시에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집단이라고 말한다. 노인 소득을 끌어올리면 노인과 전체의 빈곤율이 줄고, 소득불평등이 줄며, 수요확대형 경제성장효과를 부분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자본-노동 계급론’에 기반했기에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저임금노동자가 저임금인 이유는 저부가가치 사업장이었기 때문이지, 사업주가 악덕 자본가였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질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 일자리 - 저자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려면 대기업 일자리가 많아지면 된다고 말한다. 대기업을 적폐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이 결과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와 배치된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재벌과 대기업을 개념적으로 구분해, 재벌의 지배구조는 점진적으로 개혁하되 대기업은 장려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진보세력이 ‘최저임금이 낮아’ 저임금근로자가 많다고 하는 주장도 비판한다. 과다한 소기업 종사자-규모의 영세성-과다한 저부가가치 사업장-낮은 생산성-저임금노동자의 낮은 생산성-과도한 저임금노동자-저임금노동자 비중 증가의 순이 맞다고 강조한다. 2018년 저임금노동자의 대거 퇴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충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2018년과 2020~2021년의 저임금노동자 비율 축소는 모두 ‘고용 축소형’ 저임금노동자비율 축소”라며 2018년은 정책적 실수 때문이고 2020~2021년은 코로나 경제위기 때문이었다고 결론 짓는다.* 불평등 확대를 지속시킨 ‘4번의 충격’ - 저자는 우리 불평등이 1994년부터 2008년까지 14년이나 지속된 이유를 1987년과 1992년, 1997년, 2001년 ‘4번의 충격’으로 설명한다. 1987년은 노동의 민주화 충격으로, 권위주의적 연대임금제의 붕괴시기다. 기업별 노조가 정착되어 대기업이 더 많은 임금 인상을 쟁취하면서 임금 격차와 임금불평등이 커졌다. 1992년은 한중 수교 충격이다. 국제 분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중임금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고 임금 불평등이 증가했다. 1997년은 부채비율의 급진적 축소에 따른 충격이다. 1997년에 396.3%였던 한국 기업 부채비율이 2007년에 97.8%까지 낮아졌다. IMF가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부채비율 축소를 강제한 탓이다. BIS(국제결제은행)가 은행 자기자본비율 8%를 강제하니 기업대출이 대폭 줄었다. 대기업들은 부채비율 200%와 함께 내부거래 시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해야 했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노동의 외주화가 급속 확산되었다. 2001년은 대기업 수출 대박의 충격이었다. 상층 10% 노동자 소득이 급증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더 커졌다.* ‘빈곤 축소 정책’ 과연 있었나 - 저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록 탄핵으로 물러났지만, 불평등의 하층인 노인에 가장 일관되게 관심을 가졌던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한다. 노무현 정부 때 진보진영도 낯설어했던 ‘기초노령연금’ 이슈를 제기해 2007년 제도 도입을 관철시켰고, 2012년 대선에선 기초연금 20만 원을 공약해 2015년부터 현실화한 덕에 노인 빈곤율이 축소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빈곤 축소에 큰 영향을 미친 5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김대중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도입, 노무현 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과 기초노령연금 도입,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기초연금 10만 원 추가 지급이다. 저자는 이들 정책이 모두 ‘노인’을 주 타깃이라고 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저임금노동자가 주요 타깃인 정책은 고용 효과에 따라 불평등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지만, 노인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소득보장 정책은 불평등을 줄였다”고 강조한다.* 불평등 축소의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 - 첫째는, 불평등 증가와 소득 증가가 결합하는 ‘불평등 확대가 좋은 경우’다. 대기업 수출 확대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불평등 축소가 좋은 경우’로, 불평등 감소+소득 증가일 때다. 하층 소득이 올라가는 경우로, 빈곤층 소득 보장 정책이 해당된다. 셋째는 ‘불평등 확대가 나쁜 경우’다. 불평등 확대+소득 감소인 때다. 노인 빈곤 확대나 최저임금의 급진적 인상이 대표적이다. 넷째는 ‘불평등 축소가 나쁜 경우’다. 불평등 축소+소득 감소로, 2015년 중국발 수출 충격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대 국회에 입안한 ‘최고임금법안’, 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불평등 축소가 나쁜 예로 든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국회의원은 5배, 공공부문 임원은 10배, 민간기업 임원은 30배 이내로 임금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부자 것을 빼앗아 서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라며 “재분배와 상층 소득자의 세금 부담 강화도 필요하지만 이런 마르크스적 계급사관이 담긴 법안은 안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한국 진보의 집단지성이 집단오류를 일으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3가지 정책 방향 - 저자는 불평등과 경제성장, 고용, 수출, 투자를 모두 중시하는 통합적 관점을 견지할 경우 크게 세 가지 경제정책 방향이 있다고 제언한다. 첫째는 경쟁력 강화다. 이를 위해선 전통 안보와 경제 안보 강화, 국제 공급망 재편에 대한 효율적 대응, 그리고 기술력 향상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할 대학 교육 변화도 시급하다며, 기업이 대학의 투자와 운영 주체가 되는 ‘기업대학’을 제안한다. 둘째는, 계층 사다리를 통한 역동성 회복이다. 중층과 하층의 상향 이동과 계층의 역동적 이동을 정책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을 국가가 적극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셋째, 사회경제적 약자의 처우개선을 통한 불평등 축소다. 역대 대통령 중 문재인 대통령이 불평등 축소에 가장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원인 분석이 잘못 되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노동운동 중심 담론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노동자조차도 되지 못하는’ 진짜 하층, 진짜 민중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적 특수성 고려한 초고령화 정책을 - 저자는 선진국 제도를 모방하기 보다는 우리의 역사적·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초고령화 정책 설계 시 유의해야 할 우리의 3가지 특수성을 언급한다. 첫째는, 초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점이다. 한국의 급진적 초고령화는 급진적 증세를 의미하므로, 유럽 수준의 세금과 연금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둘째는, 소득 보장과 생존을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노후 소득보장과 노후 의료, 노후 돌봄, 노후 커뮤니티 정책이 패키지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한 연령별 차등화를 ‘일몰제’로라도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70세 이상 어르신에 한해 최저임금을 20~40% 줄여 민간 일자리를 더 만들자는 주장이다. 셋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균형 문제다. 저자는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제의 기본 축이긴 하지만, 광범위한 사각지대 탓에 우리 노인 빈곤율이 50%를 넘게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사각지대를 메울 제도가 기초연금인데, 세금과 재정으로 한 번 지급되면 중단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저자는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하층 70%가 아니라 정액제로 동결하고 이후 물가상승분만큼 반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리 되면 기초연금 대상자도 축소되고 재정 절감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9-24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AM도 아니고 FM도 아닌, 프로덕트 매니저(PM)가 하는 일은?

윌7가지 코드|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빅테크PM은 이렇게 일한다|지은이 닐 메타,아디티야 아가쉐,파스 디트로자|3만3000원.(사진제공=윌북)세계적인 기업들의 PM(프로덕트 매니저)은 뭔가 달라도 다른 것일까. 시작은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기준과 그들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데 필요한 기술에 대한 궁금점이었다. 신간 ‘7가지 코드’는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메타의 PM 3명이 전세계 최상위 52개 테크기업 67인 리더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방대한 사례를 취합한 뒤 발견한 공통점을 총망라한 책이다.사실 PM이라고 부르는 직군의 정의조차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사전적 정의로는 신제품의 개발이나 상품화를 담당하는 제품별 전문가로 각 부문 간의 연락과 조정하는 직업이다. 마케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발자도 아닌데 PR까지 책임져야 한다. 다소 ‘애매모호한 직업’을 가진 3명의 경험자들이 쓴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e비즈니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테크 비즈니스의 바이블’로 불렸다.국내에 번역본으로 공개된 ‘7가지 코드’의 장점은 신문이나 뉴스면에서 자주 듣던 기업들의 고군분투기가 지루하지 않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그들 제품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의 노하우는 물론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들의 탄생비화가 가득하다.수조원의 매출을 올린 틱톡,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넷플릭스의 제품과 서비스를 담당했던 리더와 PM들이 어떤 생각과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저자들은 세계적인 기업부터 단숨에 1조원 기업가치를 달성한 아시아의 유니콘 기업까지 14개국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하는 PM들을 인터뷰한 뒤 7가지의 공식이 있음을 발견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7가지 코드’는 성공적인 커리어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고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제품 설계, 경제학, 심리학, 사용자 경험, 데이터과학, 법률과 정책, 마케팅과 성장으로 구분된다. 영원한 영웅도, 굳건한 왕좌도 없다고 알려진 IT격전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여러 산업에 대입해 봐도 무방하다. 아마존 리뷰에서는 “회사 대표가 전 직원에게 돌린 책” “화수분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최신 사례들” “‘해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현장의 언어가 가득 담겨있다” 등 다양한 평가가 올라와있을 정도.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곳곳에 QR로 확인할 수 있는 영상들이 이해도를 높인다. 저자들이 책의 말미에 적은 “성공적인 사업을 구축하면서 훌륭한 제품을 설계, 제작, 출시, 판매하는 데 도움을 줄 지식을 축적한 책”이라는 자화자찬은 빈말이 아니다. 굳이 IT업계라고 구분 짓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일처리 하나만큼은 알짝딱깔센(알아서 딱,깔끔하고 센스있게)하다”는 말은 들을 수 있는 비법들이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 어떤 회사 선배로 대놓고 가르쳐주지 않았던 정보들이 담겼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9-22 18:00 이희승 기자

대전 맛집 쉽게 찾아 가세요

대전 맛집 쉽게 찾아 가세요- ‘대전 맛집 100選’ 책자, ‘맛 지도’ 동시 출간대전의 맛집 100곳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맛 책자’와 ‘맛 지도’가 출간되었다. 사진=대전시 제공.대전의 맛집 100곳을 소개한 ‘맛 책자’와 ‘맛 지도’가 출간됐다.대전시와 (사)한국음식문화진흥연구원(이하 음진연)은 대전의 맛집 책자 ‘다시 쓰는 대전 맛집 100選’과 맛 지도 ‘다시 그린 대전 맛 지도’를 동시 출간했다고 밝혔다.이번 맛 책자 출간은 대전시의 ‘2022 주민참여예산’ 사업 공모에서 음진연이 선정, 민간참여로 맛집 책자와 지도가 5년만에 제작된 것이다.음진연은 지난 4월부터 대전의 식당과 커피전문점, 디저트 카페 등 2만3000곳을 대상으로 시민추천을 받아 이 중 1000여 곳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종 200곳을 선정했다. 이어 대학교수, 맛칼럼니스트, 유튜버, 블로거, 요리사, 언론인 등 각계 전문가와 시민 편집위원 등 15명으로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 동안 현장 검증을 벌여 100곳을 최종 선정했다.책에는 맛과 서비스· 위생, 시설· 분위기, 가격대비 만족도 등 4개 항목에 걸쳐 각각 별(☆) 숫자(5개 만점)로 평가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왔다. 또 업소의 탄생 배경과 주인의 음식에 대한 생각과 음식 재료, 이용 팁, 영업시간, 주차장 등 다양한 정보와 함께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상호별 등의 목차도 수록했다.맛 지도에는 대전지도를 배경으로 100개 업소를 위치에 맞게 사진과 상호, 대표 메뉴, 전화번호 등으로 표기해 한눈에 원하는 지역의 맛집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음진연 관계자는 “이번 맛 책자와 지도에 수록된 업소는 대전 전체 음식점 중 0.5%(100곳)에 해당하는 새롭게 발굴된 업소들이 많다”며 “매년 검증과 평가를 거쳐 ‘진입제’과 ‘탈락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대전시 지용환 보건복지국장은 “대전은 교통과 행정의 중심이자 과학도시로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도 ‘먹을 게 없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번 책과 지도 발간을 계기로 ‘맛 잼 도시 대전’이라는 점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맛 책자는 2000부, 맛 지도는 1만 부가 제작돼 공공기관과 도서관, 대전지역 관광안내소, 호텔 등 숙박업소, 금융기관 등 다중집합장소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장인평 기자 jip309@viva100.com

2022-09-22 10:43 장인평 기자

[신간]인간집착경영-30년 다국적기업 HR 전문가가 말하는 ‘인사 철학과 시스템’

‘톱클래스 다국적기업들의 6가지 사람과 조직 관리 노하우-인재집착경영’ (도서출판 쏭북스 쏭북스)글로벌 톱티어 기업에서 30년간 HR 전문가로 활약한 한준기 박사가 톱클래스 다국적기업들의 인사 철학과 시스템의 비결을 담은 책 ‘인재집착경영’을 펴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그리고 ‘페이팔 마피아’까지, 그들이 절대 타협하지 않는 인재 선발의 기준과 인사조직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리더의 관점에서 한 구성원이 조직에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직장 내 ‘고용 생애 사이클’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책에 담았다.톱티어 기업들이 사람을 알아보고 잘 뽑는 원칙,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성과 관리 시스템의 비밀,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기는 리더들의 의사결정 법칙, 마지막으로 일류를 지향하는 조직이 꼭 알아야 할 이별의 정석까지 경영과 인사에 대한 노하우를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사례로 풀어내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커리어 대부분의 시간을 글로벌 다국적기업 현장에서 인사총괄 임원이자 비즈니스 리더로 살아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본인이 직접 경험한 외국계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이나 중견 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지금 우리 기업의 조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과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이 책을 먼저 읽은 여러 경영인들은 “바로 지금 고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인 지혜와 인사이트를 배부르게 얻을 수 있었다”라면서 “인사와 경영 문제에 대해 원 포인트 레슨을 받는 느낌이었다”라고 격찬했다.‘모든 비즈니스의 성공은 인재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에는 인재(사람)가 있어야 하고, 리더는 인재들과 함께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들과 함께 멋진 팀워크를 발휘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인재집착경영’의 근저를 이루는 철학이다. 쉽게 말하면 인재를 경영과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고, 기업의 경쟁 우위 확보 및 유지의 큰 동력으로 삼자는 소리다.조직에는 인재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육성하는 미래 지향적인 건강한 집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 ‘인재집착경영’은 “지금은 인재에 집착할 시간”이라고 소리 높여 말한다.‘인재집착경영’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는 인사부의 철학과 역할, 2장은 인재 선발, 3장은 평가와 보상, 4장은 문제와 갈등 해결에 대한 제언을 담았다. 5장에서는 다시 인재라는 주제로 돌아와 어떻게 더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해 풀었고,마지막 6장에서는 인재 확보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가장 소홀히 여겨지는 구성원과의 이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부록에서는 현장 리더들이 실제 궁금해하는 실전 사례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잘못된 집착은 비극으로 끝나겠지만 제대로 된 ‘인재집착경영’은 리더는 물론 구성원 개인과 조직모두가 윈윈할 수 있게 만든다.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룬 기업의 비밀은 바로 사람. 좋은 인재들이 모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만드는 인사 시스템과 비전에 있으니 말이다. ‘인재집착경영’과 함께 우리 기업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인사의 정석을 세워보자.저자 한준기는 30년간 글로벌 다국적기업 현장에서 인사총괄 임원(CHRO)이자 비즈니스 리더로 치열하게 살아온 실무형 인사조직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이다.고려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사조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현대그룹 공채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20여 년 이상을 다양한 산업군의 글로벌 다국적기업에서 인사 실무 책임자로 일했다. 독일기업 바이어스도르프(BDF)에서 한국법인 인사총괄 임원으로 일하며 아시아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독일 함부르크 본사에서 전 세계 핵심인재들을 평가하고 육성하는 요직을 책임지기도 했다. 뒤를 이어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금융회사 시그나그룹(라이나생명) 등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임원(CHRO)으로 일했다.IGM세계경영연구원 전임 교수 및 컨설턴트로 일하며 다양한 고객들의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경희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MBA스쿨에서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숙명여대, 한국장학재단, 큐리아서티 프로젝트팀(CP Team) 등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전국 대학생들을 위해 진로지도 재능기부 활동을 해오며 차세대 리더 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지금도 꾸준히 기업의 경영 자문, 인력조직개발 프로젝트, 리더십 코칭 등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비즈니스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현재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우송교육재단) 교수 겸 취창업 총괄실장을 맡고 있다.저서로서는 ‘평생 커리어 성공전략’, ‘아버지의 커리어 다이어리’, ‘HRM, 사람이 답이다-공저’, ‘나는 회사를 해고한다’, ‘연봉 재테크-번역 감수’ 등이 있다.신화숙 기자 hsshin087@viva100.com

2022-09-20 13:28 신화숙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믹스> 안성은

믹스(Mix), 즉 섞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차별화 방법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저자는 “섞으면 쉽게 1위가 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후발 주자들이 1등 브랜드를 흉내 내려다 실패한다며, 이제는 ‘거대 브랜드’보다 ‘작아도 생각 있는 브랜드’가 선호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효율적인 ‘믹스’만이 브랜드 경쟁력을 살리고 고객 흡입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손정의의 ‘낱말 카드’ -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버클리대학에 유학중일 때 였다. 사업가를 꿈꾸던 그는 성공하는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하루 한 가지씩 발명하자’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는 낱말카드를 만들었다. 카드마다 다른 낱말이 쓰인 300여 개 카드에서 매일 세 개를 무작위로 뽑아 섞었다. 그런 방식으로 1년에 무려 250건의 사업 아이디어를 뽑아냈다. 대표적인 것이 음성 전자 번역기였다. ‘음성 신시사이저’와 ‘사전’, 그리고 ‘액정화면’이라는 세 장의 카드가 믹스된 결과물이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손정의는 이 발명품을 일본 샤프에 1억 엔을 받고 팔면서 자금과 인맥, 그리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섞기의 장인’ 버질 아블로 - 2021년에 고인이 된 그는 패션을 한번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격 임명되어 큰 화제를 뿌렸다. 164년 역사의 루이비통이 최초의 흑인 디렉터를 낙점한 것이다. 그의 남다른 ‘섞기’ 능력 때문이었다. 나이키와 협업한 ‘더 텐(The Ten)’ 컬렉션은 2018년 최고 히트작이었다. 그는 ‘21세기의 앤디 워홀’로 불린다. 워홀처럼 평범한 물건을 가져다 사치품으로 둔갑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럭셔리를 ‘누군가가 가지고 싶다고 갈망하는 것’이라고 재정의 했다. 기술이나 품질이 럭셔리의 본질이 아님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3% 접근법’으로 마법을 완성했다. 모두에게 친숙한 아이템을 딱 3%만 바꿔 훨씬 비싼 가격에 내놓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100% 럭셔리’로 대접했다.* ‘고품질’과 ‘대중성’ 섞기, 모노클 - 2007년 영국에서 탄생한 잡지 모노클은 아프리카 종군기자 출신의 타일러 브륄레가 이코노미스트의 전문성과 GQ의 패셔너블한 감성을 섞어 만들었다. 잡지 암흑기였음에도 브륄레는 세계 각국의 유능한 파트너들을 확보해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다. 타깃 독자는 ‘연봉 3억 이상, 연 10회 이상 해외출장자, MBA 졸업자, 도시에 사는 금융·정부기관 혹은 디자인 및 관광산업 CEO’로 잡았다. 세계 1% 부유층인 이들에게 당당하게 비싼 구독료를 요구했다. 정기 구독자에겐 더 받았다. 대신 다른 나라로 직장을 옮겨도 원래 가격으로 보내주었다. 도쿄 런던 뉴욕 등지에 ‘모노클숍’을 차려 독자층을 넓히고 24시간 라디오 방송과 함께 정기구독자에게만 온라인으로 잡지를 보게 했다. 광고주도 선별해 평판 안 좋은 브랜드는 원천 배제했다.* A급과 B급 섞기 ‘짝퉁 같은 진품’ - 요즘은 명품 브랜드가 앞장 서 짝퉁을 만든다. 이 흐름을 주도한 이가 ‘발렌시아가’의 뎀나 그바살리아다. 그는 99센트짜리 이케아 장바구니를 카피해 발렌시아가 캐리 쇼퍼백을 선보였다. 소재만 폴리프로필렌에서 양 또는 소가죽으로 바꾸고는 2000배 비싼 2150달러에 팔았다. 청바지로 유명한 디젤(DIESEL)은 한술 더 떠 한정판 ‘다이젤(DEISEL)’을 공개했다. 뉴욕 번화가에 짝퉁 스토어까지 열어 절반 가격에 팔았다. 콧대 높은 오리지널 고급 브랜드들이 이처럼 가품 같은 진품을 내놓는 것은 패션 시장의 주 소비층이 MZ 세대로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명품은 사용하다 질리면 바로 중고시장에 내놓는, 일상이자 재미있는 놀이 임을 간파했다. 고루해진 A급 브랜드에 B급 정서를 주입함으로써 반전 매력을 선보인 것이다.* ‘명품과 거리 브랜드의 융합’ 루이비통 - 이제 하이패션이 스트리트 컬처를 받아들이는 게 대세다. 루이비통은 2000년 자사 로고를 함부로 마음대로 가져다 쓰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슈프림’을 고소해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케 했다. 10년 후 모든 유행이 거리에서 시작됨을 뒤늦게 알게 된 루이비통은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다. 슈프림과 세기의 콜라보를 성사시킨 것이다. 나아가 스트리트계의 신성 버질 아블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해 본격적으로 거리의 문화를 섞었다. 2021년에는 모회사 LVMH가 아예 버질 아블로가 설립한 오프화이트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그 며칠 후에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계의 대부 니고를 ‘겐조’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A급 브랜드의 노화를 B급 브랜드가 새롭게 재탄생 시켜준 것이다.* 상식과 비상식의 콜라보 ‘더 콘비니 편의점’ - 스트리트 패션의 제왕 후지와라 히로시는 ‘믹스의 제왕’이다. 1990년대 일본에 힙합 문화를 들여와 일본 최초 힙합 DJ로 활약하다 2000년대에는 오직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서만 제품을 만드는 콜라보 전문회사 ‘프라그먼트 디자인’을 설립한 괴짜다. 나이키 같은 유명 브랜드 제품 위에 자사의 ‘번개 로고’를 새겨 엄청난 가격을 받는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공간을 섞기 시작했다. 저층 아파트 실내 수영장을 개조해 일류 편집숍으로 변모시켰다. 편의점 같은 의류 매장 ‘더 콘비니’도 선보였다. 샌드위치 포장 안에는 반다니가, 시리얼 박스와 물병에는 티셔츠가, 삼각 김밥에는 손수건이 들어 있다. 카페가 카페인을 충전하러 오는 곳이라는 점에 착안해 스타벅스와 주유소를 섞은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과 인간의 믹스’ 애플 - 애플은 항상 기술보다 인간을 앞세웠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부터 준 인문학자였다. 사명 ‘애플’ 자체가 인문학적이다. 잡스는 사용자들이 제품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제품이 사용자를 위해 쉽게 작동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래서 모든 제품에 설명서조차 없다. 기술을 요리하는 법을 안 그의 탁월한 레시피 덕분에 애플은 세계 최고의 혁신 회사가 되었다. 애플 스토어에서는 애플식 아닐로그 경험을 할 수 있다. 인문학적 감성의 애플 광고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후배 경영인들이 따라한다. 광고에 제품 스펙 대신 인간을 담기 시작했고, 앞다퉈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를 만들려 한다. 기술과 인간 섞기, 그것이 스티브 잡스가 그토록 원했던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의 핵심이었다.* 스타벅스의 새 라이벌 ‘더치 브로스(Dutch Bros)’ - 미국의 드라이브 스루 커피 체인 ‘더치 브로스’는 환경까지 고려한 양질의 제품을 만드는 ‘NGO 같은 기업’이다. 의식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돈까지 잘 번다. 남편과 사별한 고객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해 준다. ‘인성’을 채용의 최우선 조건으로 볼 만큼 지구에서 가장 친절한 직원들이다. ‘사랑’하는 문화를 지키는 데 사활을 건다. 최소 3년 이상 일한 사람에게만 가맹점을 열도록 해 준다. 회사 기준에 못 미치는 매장은 본사에서 사들인다. 너무 빠른 성장도 경계한다. 공식 메뉴판에 없는 ‘더치 브로스 시크릿 메뉴’로 단골을 유혹한다. 호랑이 피 레모네이드, 뱀파이어 슬레이어 등이다. 코스모폴리탄 같은 유명 잡지가 새 메뉴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소개할 정도다. 땅값이 싼 곳에 위치해 스타벅스보다 10~20% 싸게 커피를 판다. 코로나 펜데믹도 피해 2020년 수익이 전년 대비 40%나 증가했다. 엄청난 팬덤에 ‘스타벅스의 라이벌’로 부상 중이다.* NBA에 다시 재미를 불어넣다 - 마이클 조던이라는 슈퍼스타 은퇴 후 미국 프로농구 인기는 급추락했다. 조던의 스타성을 넘을 선수가 없었고 경기 템포는 느려지고 수비 위주 경기가 대세를 이뤘다. 젊은이들이 TV를 보지 않으니 TV 중계료 수입도 형편없었다. 침체기를 겪던 NBA가 반등을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킹’ 르브론 제임스와 ‘3점 슛의 마술사’ 스테판 커리가 부활을 주도했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콘텐츠 회사,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회사를 모두 NBA의 경쟁자로 여겼다. 재미난 경기를 보여주려 작전타임 횟수를 줄였고 선수들의 경기 밖 부케 활동도 적극 독려했다. 듀란트는 힙합 앨범을, 커리는 북클럽을 운영하며 팬들을 불러 모았다. 경기 장면을 편집한 1~2분짜리 영상, 선수들의 실수만 모은 ‘Bloopers’ 영상으로 옛 인기를 되찾았다. 현재 NBA의 SNS 팔로워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2022년 TV 시청률은 전년대비 19% 증가하며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드와 뉴의 콜라보’ 구찌 - 미국 전통의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가 2021년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티파니를 상징하는 ‘티파니 블루’를 없애고 ‘이제 엄마의 티파니앤코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실렸다. 180년 주얼리 브랜드의 세대교체 선언이었다. ‘흘러간 고객’ 엄마 대신 새 명품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 캠페인은 어느 세대에도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조용히 끝났다. 광고 노출 빈도와 속도 조절에 실패한 탓이다. 반면 구찌는 고객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변화를 추진해 성공을 이뤄냈다. 34세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톰 포드는 73세 할머니 브랜드 구찌에 관능적인 포로느시크(porno-chic)를 주입했다. 변화된 대중의 취향을 따르되 껍질은 갈아 엎었다. 과거와 현재를 잘 섞어 역사에 남을 만한 부활을 이뤄냈다.* ‘섹시함의 재해석’ 빅토리아 시크릿 - ‘속옷은 패션이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빅토리아 시크릿은 속옷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옷으로 만들려 했다. 지젤 번천, 하이디 클룸 같은 톱 모델을 대거 등장시킨 1995년의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그 정점이었다.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자 언더웨어 시장의 기조가 바뀌기 시작한다.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보디 포지티브’ 트랜드가 급부상하면서 에어리, 어도어미처럼 편안함에 중점을 둔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강점인 섹시함이 독으로 작용했고, 시장 점유율은 2015년 32%에서 2020년에 20%까지 떨어졌다. 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섹시함을 재해석했다. 비현실적 몸매의 여성이 아닌 다양한 몸매의 여성을 위한 섹시함으로 확 바꾸었다. 인종차별과 상품화라는 비난을 받아온 패션쇼도 폐지했다.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엄마’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그렇게 부활에 성공했다.* ‘미래의 빈티지’ 비즈빔 - 빈티지에 미쳐 지내던 나카무라 히로키가 2000년에 시작한 브랜드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골동품 같은 옷을 발굴해 그 위에 현대성을 얹었다. ‘미래의 빈티지’를 표방한 것이다. 핀란드 원주민 신발을 변형한 슈즈, 기모노에서 영감을 얻은 코트, 멕시코 나바호의 텍스타일을 담은 카디건 등 기존에 없던 오리지널리티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겉모양만 흉내 내지 않고 장인 정신으로 옷에 담긴 의도와 정신까지 구현했다. 화산재가 함유된 진흙에서 몇 달 동안 염색을 해 재킷을 만들고, 거친 질감의 데님을 만들기 위해 천을 직접 방직했다. 그래서 비즈빔 청바지 가운데는 똑같은 컬러가 하나도 없다. 최신 기술에도 열린 자세다. 오래된 것과 새 것의 균형 있게 섞는 특급 노하우가 전 세계 퓨처 빈티지 마니아를 양산하는 비결이다.* ‘필수품에 사치를 섞어라’ 150만원 아이스박스 - 미국 회사 ‘예티’는 ‘아이스박스계의 다이슨’이다. 예티 아이스박스는 30만~150만원의 고가인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창업자 시더스 형제는 내용물이 금방 미지근해지는 아이스박스에 대한 불만에서 고 퀄리티의 아이스박스 개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소수의 아웃도어 마니아부터 공략해 인정을 받았다. 프로페셔널의 필수품이라는 평판을 얻은 후에는 제품 군을 추가해 가방 모자 티셔츠 같은 의류부터 반려견 밥그릇까지 만들었다. 음료 온도를 유지해주는 팀블러가 히트했다. 타깃층도 산악자전거 라이더와 스케이트 보더까지 넓혔다. 특별한 사연을 담은 한정판도 정기적으로 발매했다. 야생에서 아웃도어 라이프를 사는 ‘예티 엠버서더’ 130명을 영상에 담은 ‘예티 프레즌트’를 유튜브에 올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도시에 살지만 아웃도어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예티는 ‘제품’이 아닌 ‘로망’을 팔고 있다.* ‘편의점의 미래’ 폭스트롯 - 폭스트롯은 편의점 물건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매장마다 직원들이 엄선한 고품격의 800여 개 상품을 진열한다. 대부분 직원들이 발 품 팔아 찾은 로컬 브랜드다.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20% 정도가 지역 특산품으로 채워진다.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꽤 많다. 지역 내 유명 셰프들과 음식 메뉴를 개발한다. 매장 안에는 카페도 있다. 커다란 공용 테이블은 지역 주민들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폭스트롯이 꿈꾸는 것은 ‘제3의 공간’이다. 스타벅스가 만든 개념대로 폭스트롯도 누구나 부담없이 들러 생필품을 사고, 쉼을 누리며, 동네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구닥다리 편의점을 탈바꿈시키는 데는 대단한 혁신이 아닌, 약간의 즐거움이면 충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빌보드’에 오른 골드만삭스 CEO - 디제이 ‘디 솔(D Sol)’은 2018년 리믹스 곡 ‘Don’t Stop’으로 빌보드 댄스 챠트 39위에 오른 꽤나 알아주는 음악인이다. 놀랍게도 그의 본업은 굴지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CEO다. 본명은 데이비드 솔로몬. 그는 디 솔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 번 클럽이나 음악 페스티벌에서 공연 한다. 수익금은 전액 마약 중독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당연히 두 개다. 2018년 골드만삭스 수장에 오른 그는 괴짜답게 150년 동안 축적된 관료주의부터 타파했다. 신입 애널리스트 절반을 여성으로 뽑고, 양복이나 넥타이 구두 같은 의무복장 규정도 없앴다. 연봉 200억이 넘지만 지하철로 출퇴근 한다. 그의 파격은 회사 내 MZ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실적도 좋아 2년 동안 30% 이상 상승했다. 코로나가 터진 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저자는 ‘모범생과 날라리의 결합’이라고 평가했다.* ‘본캐’와 ‘부캐’의 결합 - 예전에는 한 우물만 깊이 파는 사람이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우물을 넓게 파는 ‘멀티 페르소나’가 대세다. 본업이 영화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는 ‘부캐의 사나이’다. 2018년 주류 브랜드 에비에이션 진을 인수해 2년 만에 디아지오에 6억 1000만 달러에 매각한 성공한 사업가다. 2019년에는 저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트 모바일’에서 오너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맡았다. 그가 세운 맥시멈 에포트 프로덕션은 ‘패스트버타이징’을 표방하며 며칠 만에 뚝딱 영상을 만들어 낸다. 초고속 제작이라 퀄리티는 조악하고 편집도 엉성하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상쇄할 만큼 빛의 속도로 제작해 엄청난 시의성을 자랑 한다. 솔직하고 웃기면서도 핵심 메시지를 놓지 않는다. 허접한 광고지만, 완벽하지만 재미없는 광고들보다 더 빛난다.* ‘모방으로 창조한다’ 피카소와 타란티노 - 피카소가 26세 때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은 회화의 전형을 깨부순 작품으로 ‘큐비즘’의 시대를 열었다. 그를 기점으로 ‘보는 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그리는 시대가 열렸다. 그는 모방의 천재였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 않고 섞었다. 폴 세잔과 앵그르, 마티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훔쳐 티 안나게 섞었다.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스타일의 감독이라는 쿠엔텐 타란티노 역시 훔치기의 달인이다.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면서 본 수 천 편의 영화에서 많은 것을 흡수했다. ‘킬빌’에선 일본 영화 ‘수라설희’의 기모노 싸움 장면을 훔쳤고,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은 히치코크 등 거장들의 아이디어를 베껴 노련하게 섞었다. 영화 중간의 효과음까지도 훔쳤다. 평론가들은 이를 ‘오마주’라며 고급스럽게 치장해 주었다.* 한국과 세계를 섞은 이날치 ‘범내려 온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처럼 촘촘히 연결된 시대에는 ‘국적’이 아닌 ‘수준’이 히트 여부를 판가름한다고 단언한다. 한국 콘텐츠라도 전 세계에 팔 때는 섞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악을 섞은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가 대표 케이스다. 현대적 팝 음악에 판소리를 섞은 곡 ‘범 내려온다’가 그렇게 조선 힙합 열풍을 일으키며 빅 히트를 쳤다. 이날치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 장영규는 ‘타짜’,‘도둑들’,‘곡성’ 등 90편 이상의 영화음악을 만든 작곡가다. 그는 장르 구분 없이 섞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내였다. 이날치 이전에 이미 민요 록밴드 ‘씽씽’을 결성해 한국산 아방가르드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이날치가 부르고 춤꾼 모임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춤을 추는 뮤직 비디오는 ‘김치 웨스턴 그루브’라고 불렸다. 한국적이면서 서구적인 것이 익숙함과 새로움을 주었다.* ‘패션계의 촌놈’ 자크뮈스 - 가장 도시적인 산업인 ‘패션’에서 도시와 시골을 섞어 ‘도시형 촌놈 전성시대’를 연 패션디자이너가 있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깡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크뮈스다. 그가 만든 옷은 지방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그는 기존의 럭셔리 하우스와는 차별화되는 태양의 에너지와 자연의 청량함을 가미해 새로운 패션을 창조해 냈다. 클럽에서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장과 들판, 잔디밭을 누비는 디자인이다. 대자연을 무대로 한 런웨이로 그의 디자인은 완성된다. 자크뮈스 런칭 10년 기념 패션쇼 장소가 시골의 라벤더 밭이었다. 타이틀도 ‘꾸 드 솔레이(Coup de soleil, 내리쬐는 태양)’이었다, 1년 후에도 파리 근교 밀 밭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600m 밀밭 길을 수십명의 모델이 줄이어 걷는 진풍경을 연출해 대박을 터트렸다. 한국에서도 뉴에이지 음악의 거장 유키 구라모토가 전북 김제의 작은 시골마을 거리에서 대표곡 ’로망스‘를 연주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익숙함과 낯섬의 충돌’ 나영석과 봉준호 - 나영석 PD는 ‘충돌’을 프로그램 아이디어의 모티브로 삼는다. 뻔한 것을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극과 극의 사물을 일부로 부딪히게 한다. 거기서 일어나는 스파크가 성공 비결이다. 2014년에 만든 ‘꽃보다 할배’는 예쁘고 섹시한 여성들의 배당 여행이 아닌, 70세 할아버지의 배낭여행이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이 컨셉은 케이블 TV 최초로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해 최고 히트작이 되었다. 이어 내놓은 ‘신서유기’는 야생 버라이어티 ‘1박 2일’과 중국 소설 ‘서유기’의 충돌이었고, ‘삼시세끼’는 차승원 이서진 에릭 같은 도회적 이미지 연예인들과 시골 라이프의 충돌이었다. 영화감독 봉준호도 어울리지 않는 것 끼리 섞는 데 일가견을 보였다. 2009년 ‘마더’에서 그는 사이코적 절대 모성을 발휘하는 엄마 역에 ‘국민엄마’ 김혜자를 캐스팅했다. 김혜자에게서 광기를 발견해 그녀를 선택했다고 한다. 국민엄마 김혜자와 사이코의 충돌이었다.* ‘진짜 짝퉁’ 만드는 크리에이터 톰 삭스 - 나이키가 톰 삭스와 콜라보한 스니커즈 ‘나이키 마스야드’는 리셀 가격이 1000만원에 달한다. 톰 삭스는 조각가이자 화자, 필름 메이커이자 신발 디자이너, 그리고 팔로워 30만 명의 유명 인스타그래머다. 그가 손댄 작품은 늘 품귀다. 모든 작품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그의 인간적인 터치에 사람들은 매료된다. 티파니 권총, 에르메스 수류탄, 샤넬 전기톱, 이런 식이다. 그의 재창조의 절정은 ‘스페이스 프로그램’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아폴로 우주선을 발사하는 모든 과정을 재현해 보고 싶었던 그는 최초로 여성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낸다는 목표 아래 우주복과 기지, 관제센터, 비행선 등 모든 것을 직접 제작했다. 대형 갤러리에서 펼쳐진 6시간 짜리 퍼포먼스였지만 참가자들은 정말로 우주를 다녀온 것으로 믿었다. 톰 삭스가 주창하는 ‘공감주술’ 때문이었다. 그는 “극단적으로 디테일을 추구하다 보면 그 안에서의 경험이 진짜가 된다”고 말했다.* ‘어른과 아이 섞기’ 무라카미 다카시 - ‘일본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무라카미 다카시는 아이와 어른의 특성을 섞은 그림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예술가가 되었다. 아이의 그림 같은 그의 작품은 타깃이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철저히 어른을 위해 아이처럼 그린다. 2003년부터 12년 동안 이어진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는 그를 전 세계에 알렸다. 100년 넘는 전통에 그는 유치찬란함을 입혔다. 슈프림과 반스, 유니클로, 위블로도 그의 작품을 제품에 새겼다. 그의 공식은 단순했다. 어른들의 세계에 아이 끌어들이기였다. 호주 멜버른철도공사가 지하철 안전의 경각심을 위해 2013년에 만든 3분짜리 광고 ‘바보같이 죽는 방법’도 아이를 채용해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전해 큰 효과를 거두었다. ‘~을 해라, 하지 마라’ 대신 어이없이 죽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이 작품은 칸 광고제에서 역사상 최초로 5개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무엇보다 멜버른시 철도 사고를 무려 21%나 줄여 주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9-17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가와카미 데쓰야 지음(사진제공=현익출판)“취미는 역시 독서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를 찾는 중이니 추천하고 싶은 작가가 있으면 알려 주세요.”그 인연의 시작은 두번의 거짓말이었다. 직원 3000명, 매출 6000억엔 이상인 일본의 거대 출판유통회사 중 하나인 ‘다이한’ 입사 후 한달 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떠나는 버스 안 자기소개에서였다. 그 시작부터 “독서가 취미”라고 공공연히 알려온 이들을 뜨끔하게 하는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광고 에이전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2008년 집필 활동을 시작한 가와카미 데쓰야가의 신작이다. 가와카미 데쓰야가가 효고현 아마가사키시 JR다치바나역 북쪽 상점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실존하는 고바야시 서점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에 픽션을 가미한 소설이다. 생전 처음 도쿄를 떠나 오사카 지부로 발령받은 주인공 오모리 리카의 첫 타지 생활은 첫 출근부터 난항이다. 상사들의 권위와 역정, ‘신입 아가씨’라 불리는 수모와 15초 안에 자기소개를 마치지 못한 당황도 잠시 ‘도쿄 출신’이라는 이유로 가는 곳마다 환영받지 못해 저도 모르게 “도쿄 출신이라 죄송합니다”를 외치게 만드는 상황까지. 설상가상 연수를 받는 서점을 돕겠다고 베스트셀러를 몰래 배본하려다 들킨 후 보내진 곳이 고바야시 서점이다. 처음이라 “무서웠던” 오사카에서의 사회생활에 채 적응을 하기도 전 “더 무서운 이미지”의 아마가사키 시의 옛 번화가에서 70년간 운영된 고바야시 서점에 보내진 리카는 그 곳을 40년간 지켜온 고바야시 유미코를 만나 전혀 다른 삶을 만들어간다.서점에서 우산을 팔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루고 싶은 꿈도, 자신감도 없이 “저 같은 게 할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달고 살던 리카는 유미코의 조언대로 “상대를 더 알기 위해” 일, 회사, 주위 사람들의 좋은 점 찾기를 시작한다. 고바야시를 찾을 때마다 내면으로부터 충전돼 흘러넘치는 기운, 주변의 좋은 점들을 찾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달라지는 풍경들, 그 신기함에 ‘나는 운이 좋다’고 여기게 되는 긍정적인 흔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사카는 익숙해지면서 무섭지 않아졌고 작게만 느껴지던 집은 비즈니스 호텔보다 넓고 쾌적하게 다가온다. 복잡했던 역 앞은 다양한 가게가 있어 편리하고 아이스크림도 비교해 가며 먹을 수 있어 좋아졌다. 책이 알고 싶어져 신문을 보고 유미코에게 책을 추천받아 읽으면서 진짜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마법같은 순간도 맞이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우산을 팔게 된 이유, 오래된 서점을 물려받게 된 과정 등 유미코의 이야기와 자존감이 낮았던 리카가 유미코로 인해 변화를 맞아 성장한 끝에 본사의 ‘신업태 서점 개발부’에 지명되는 대대적인 발탁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 속에 촘촘이 스며들어 있다. 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의 가치는 꽤 의미심장하다.서점 주인이고 출판유통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그들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리카가 범하는 실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 입을 통해 튀어나오는 말들 등은 ‘난국’ ‘불통’ ‘비대면’ 등으로 점철되는 지금 시대를 관통하며 성장통을 앓고 있는 젊은이들을 연상시킨다. 더불어 그 시절을 지나온 중장년, 이제 곧 그 지점에 들어서게 될 청소년들을 아우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긍정적 에너지, 힐링 등을 받기 위한 것이 굳이 고바야시 서점일 필요는 없다. 스스로가 안식할 수 있고 좋은 기운으로 충만해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장소가 아니어도,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존재여도 괜찮다. 책을 읽다 보면 사소한 거짓말로 시작해 변화를 거듭하며 파격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리카처럼 그 시작은 우스워도, 미미해도 괜찮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나에게도, 누구에게나 리카의 ‘고바야시 서점’ 같은 존재가 생겨나기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9-15 18: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최종훈

글로벌 기업인들 가운데 독서에 열중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서재에서 경영론과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셈이다. 이 책은 “기업의 혁신과 창조는 그 회사 CEO의 서재에 있다”고 말한다. 탁월한 경영자들은 그곳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남다른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이 강조된 ‘스템(STEM) 교육’에서 탈피해 인문학(arts)이 추가된 ‘스팀(STEAM) 교육’으로 대전환을 이뤄 왔다고 강조한다. 기술과 인문이 융합된 독서 경영 성공 기업인들과 그들의 추천 도서를 들여다 본다.* “독점이 최고 성공전략”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 그는 “진보에는 수평적 진보와 수직적 진보가 있다”고 했다. 전자가 기존의 것을 불려 가는 확장적 진보라면, 후자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전자가 ‘1에서 n’으로 가는 것이라면 후자는 ‘0에서 1’로 가는 것이라며, 수직적 진보가 성공할 때 인류는 전에 없는 도약을 이뤘다고 말한다. 틸은 모든 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았다. 독점은 뛰어난 기술력이나 새로운 시장의 선점, 남들이 넘볼 수 없는 혁신을 이룬 기업이 갖는 혜택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지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를 세우려면, 구글처럼 독점적 기업이 되라고 조언한다. 그는 “독점이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아틸란티스와 블랙 스완 ; 새로운 아틸란티스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미완성 유작 소설이다. 진화와 혁신을 모르는 영국과 유럽 문명에 대한 따가운 비판서다. 베이컨은 조국인 영국이 아틸란티스 같은 이상향이 되길 바랐다. 소설 속 ‘벤살렘’은 과학과 문명이 완벽한 과학적 유토피아다. 유전자 조작에 이종간 동물 교배까지 가능할 정도로 월등하다. 모든 대소사는 ‘터산’이라는 가장이 처리한다. 무엇보다 엄청난 규모의 학술원이 존재한다. 영국이 그의 사후 40년 뒤 ‘왕립학회’를 창립한 것도 이 책의 영향으로 보인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은 현실 조건과 미래의 향배에 관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인간의 자만과 허영이 얼마나 무서운 착각인지를 말해 준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의 속성으로 극단적인 희귀성과 예측 불가능성, 극심한 파괴력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극단 값을 예견하지 못하는 것은 곧 역사의 진행 방향을 예견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피터 틸이 평범의 왕국과 극단의 왕국을 오가며 ‘잃는 만큼 번다’는 블랙 스완의 생리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여행 묘미는 낯선 생소함”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 그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 여행 때 숙소를 못 잡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보고 사업 영감을 얻었다. 이듬해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선거를 테마로 한 ‘오바마 오’, ‘캡틴 맥케인’ 같은 시리얼 박스를 팔아 3만 달러를 버는 수완을 보였다, 이때만 해도 ‘침대’ 보다 ‘조식’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후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모델에 확신을 갖고 투자자 유치에 나선다. 2012년에는 상장도 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와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 디즈니를 동경했던 그가 디즈니 동화 같은 성공을 일군 것이다.- 월트 디즈니와 디즈니만이 하는 것 ; 닐 개블러의 월트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 전기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그린 솜씨를 보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을 일찍이 파악했다. 1921년 첫 작품은 초라했지만, 곧 ‘미키마우스’ 캐릭터로 유성영화 출현기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1937년에는 세계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로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꿈과 판타지의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겠다며 1955년에는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건설해 전 세계 레저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쓴 로버트 아이거는 픽사부터 마블 시리즈까지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디즈니를 세계 굴지 첨단 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영인이다. 루카스필름 합병과 21세기폭스사 인수도 그의 작품이다. 호기심과 자신감, 용기, 일관성이 성공의 4가지 법칙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월트 디즈니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가 어떻게 디즈니 수장이 되었는지, 그가 꿈꾸는 디즈니 왕국의 미래는 어떤 것이지를 잘 보여준다. 평생 남을 인정하지 않던 스티브 잡스도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었다.* ‘테슬라’를 닮고 싶었던 괴짜 CEO 일런 머스크 - 일런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을 ‘우주 남작들’이라고 부른다. 특히 머스크는 인류가 살 수 있는 화성으로의 탐사까지 추진 중이다. 우주로 가는 여행길을 개척하는 동시에 우주 희소 광물 채취에도 열심이다. 그는 1999년에 ‘엑스닷컴’이라는 생소한 뱅킹 플랫폼 회사를 차린 후 페이팔과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팔았다. 그 돈으로 평소 존경한 과학자 테슬라의 이름을 따 ‘테슬라 모터스’를 세웠고, 가장 먼저 전기차 생산에 올인해 독보적 선도기업으로 키웠다. 오늘날 테슬라는 에디슨이 만들었던 GE보다 시가총액이 수십 배 이상인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니콜라 테슬라 평전과 라이프 3.0 ; 버나드 칼슨의 니콜라 테슬라 평전은 테슬라와 에디슨 필생의 경쟁 이야기다. 수학 신동 소리를 듣던 테슬라는 에디슨회사에 다니다 그의 직류 모터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퇴사 후 교류모터 연구에 박차를 가한 그는 웨스팅하우스 재직 때 나이아가라 폭포에 교류발전기를 사용한 수력발전소를 만들면서 빛을 보게 된다. 테슬라의 고주파 장치는 이후 무선통신과 무선전화 휴대전화 등 모든 무선장치의 원형이 된다. 라이프 3.0의 저자 맥스 태그마크는 머스크가 1000만 달러의 연구자금을 쾌척했던 당사자다. 그는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인간이 호모사피엔스임을 포기하고 지능적 사고가 가능한 ‘센티언스(sentience)’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래 직업도 인공지능의 아성은 넘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머스크도 언젠가 인류가 인공지능의 역습을 막아낼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트위터에 ‘인공지능이 핵무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병법’을 사랑한 스냅챗 CEO 에반 슈피겔 - 스냅챗은 게시 몇 초만에 콘텐츠가 사라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큰 인기를 얻었다. 동료의 아이디어를 1억 5700만 달러를 주고 넘겨 받아 일군 성과였다. 출시 2년 만에 페이스북이 10억 달러 인수 제안을 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제안을 단 칼에 거절했고, 2017년 상장에 성공한다. 2015년에 AR렌즈 기술을 도입해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급기야 2021년에는 시총 1000억 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했다. 머신러닝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동원해 3D 지도로 재구성한 도시 공간을 유저가 아티스트처럼 페인팅할 수 있도록 개발한 ‘로컬 렌즈’ 등으로 엄청난 미래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손자병법과 블리츠스케일링 ; 손무(孫武)는 손자병법에서 오덕(五德)과 오위(五危)로 말했다. 장수의 다섯 가지 덕은 지혜(智)와 믿음(信), 어짐(仁), 용기(勇), 엄격함(嚴)이다. 장수를 위태롭게 하는 다섯 가지 실수는 객기와 두려움, 조급함, 자존심, 그리고 지나친 병사 사랑이라 했다. 손자병법 최고의 지략은 피할 수 있는 전쟁은 피하고, 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이기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훗날을 도모하고 36계 줄행랑이 “무조건 돌격 앞으로” 장수보다 낫다는 것이다. 리드 호프먼 등이 공저한 블리츠스케일링은 경쟁자를 속전속결로 제압함으로써 시장의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흡수하고 대중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각인해 시장을 독점하라고 이른다. ‘페이팔 마피아’ 호프먼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소셜넷’과 비즈니스 인맥 서비스 ‘링크드인’을 세워 크게 성공했다. 그는 성공 기업의 비결을 ‘속도’에서 찾는다. 효율성을 희생해서라도 빠르게 사업을 키우리고 다그친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략 구사, 그리고 절대 편법을 쓰지 않는 경영을 강조한다.* 10대에 인생계획 세운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쿠팡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손정의는 19세 때 원대한 인생 계획을 짰다. 20대에 사업체 출사표를 던지고 30대에 사업자금을 모아 40대에 큰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을 완성한 후 60대에 은퇴한다는 계획이었다. 미국 버클리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1년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를 설립했지만 이내 만성간염 판정을 받아 3년이나 병원 신세를 진다. 이 때 3000권의 책을 읽는다. 그는 “내 경영 원칙은 대부분 병실에서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OS(운영체계)의 일본 독점권을 얻고, 야후 지분 34%를 사들인 후 야후재팬의 안정적 수익을 재원으로 벤처기업 발굴에 본격 나서 괄목할 성과를 낸다.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사업 사업에도 성공 스토리를 이어갔다.- 료마가 간다와 사업을 한다는 것 ; 사카모토 료마는 손정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는 변방의 하급무사로 태어나 서른셋으로 단명할 때까지 료마가 보여준 개혁의 리더십과 실리주의 경제관을 극찬한다. 료마는 사무라이였지만 실리를 중시한 상인이었다. 낭인이 된 사무라이들에게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도록 하고, 이들을 모아 일본 최초의 주식회사 ‘가메야마 조합’을 만들어 막부의 부패와 타락에 맞섰다. 그의 실리주의는 부국강병이라는 메이지유신의 이념으로 승화되어 일본이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로 발전하는 초석이 된다. 사업을 한다는 것을 쓴 맥도날드 CEO 레이 크록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어 요식업과 유통업을 결합한 기업인이다. 맥도날드 형제의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동선을 줄인 간소한 조리 시스템을 보고 이를 매뉴얼화해 전국 규모 사업으로 확장시켰다. 프렌치파이에 불량 감자튀김이 사용된 것을 알고는 이를 속여 팔지 않고, 단돈 10센트에 팔아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리며 큰 성공을 일궈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재산을 사회환원하는 착한 부자이기도 하다.* ‘메타 시대’를 연 마크 저커버그 - 2021년 그는 “미래 세대는 AR과 VR이 연동된 새로운 플랫폼을 요구한다”며 페이스북 사명을 ‘메타’로 바꾸었다. 2억 6700만 명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알고리즘 조작 의혹이 끊이질 않던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바꾸는 순발력 있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 순발력은 독서에서 비롯되었다. 2주마다 최소 한 권 이상을 읽는다. 2015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년 동안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겠노라 공언한 뒤, 읽은 책 목록을 올려 약속을 지켰다. 그는 “우리는 돈을 벌려고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보다 나은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돈을 번다”고 말한다.- 과학혁명의 구조와 사피엔스 ;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책이다. 그는 과학의 발전을 ‘가설’과 ‘반증’이라는 틀로 설명하던 기존 학설을 뒤집고 “과학사는 패러다임의 생성과 파괴, 즉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발전해 왔다”는 주장했다. 더 이상 기존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위기’ 때마다 곧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해 ‘과학혁명’을 이뤘다며, 천동설과 지동설을 대표적 예로 든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탐구했다. 그는 ‘불만족’이야말로 인류 진화의 깊은 뿌리이자 현생인류가 생태계 정점에 올라설 수 있도록 추동한 핵심기제라고 파악했다. 인류가 최상위종이 된 첫 번째 요인으로 그는 ‘신화의 탄생’을 들었다. 이런 허구의 믿음이 타인과 협업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류 공영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생태계 붕괴와 핵전쟁 위기도 사피엔스 생존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군비 감축과 국가간 협력, 평화적 공존을 호소했다.* ‘애플의 독재자’ 스티브 잡스 - 생전에 잡스는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탐독했다. 자신의 왕국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때 어떻게 꼬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해군 보다 해적이 되라”고 했던 잡스는 그 괴팍한 경영 스타일 탓에 자신이 스카웃 한  펩시 출신 CEO 스컬스에 밀려 자신의 회사에서 강제퇴출되기도 했다. 잡스는 그 방황기에 선불교와 힌두교의 요가 전통에 빠졌다. 채식주의로 전환해 모든 육류를 끊고 당근이나 사과만 먹으며 몇 주를 버티기도 했다. 프란시스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은 그에게 바이블과 같은 책이었다고 한다. - 선심초심과 혁신기업의 딜레마 ;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선불교센터를 지어 “마약 대신 명상을 해보라”고 권한 일본의 선승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을 수십 번 정독했다. 수 백권을 결혼식 하객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순류는 ‘좌선’이 종교를 초월하는 자세이며 ‘나로서의 나’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는 생활하는 모든 것이 수행이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모든 행위가 명상이었다. 하지만 잡스는 일본 선승에 너무 빠졌다. 췌장암 진단 후 바로 수술 했다면 완치도 가능했을텐데 그는 수술을 거부하고 순류를 더 자주 만났다. 그리곤 뒤늦게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센의 혁신기업의 딜레마는 ‘파괴적 혁신’ 개념을 처음 소개한 책이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파괴적 기술이 출현함과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지각변동에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기존 기업의 성공 전략을 모방하는데 그쳐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기업 몸집이 클수록 파괴적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느리고 그에 걸 맞는 혁신도 더디다고 했다. 그는 파괴적 기술에 관한 책임을 별도 조직에 맡길 것을 조언했다.* ‘워렌 버핏의 평생 동반자’ 찰리 멍거 - 멍거의 남다른 성공투자 전략은 대학과 육군에서 배운 ‘포커’에서 나온다. “승산이 없을 때 일찍 죽고, 크게 우위이면 배팅으로 든든히 지원사격 하는 중요한 기술을 여기서 배웠다”고 고백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을 처음 만난 것은 1959년 한 디너 파티에서 였다. 버핏은 멍거라는 변호사가 자신과 똑같은 투자 전략을 얘기한다는 것을 듣고 있었고, 둘은 만나자마자 화학적 결합을 이뤘다. 버핏은 당장 “투자자가 변호사보다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며 함께 일하자고 했다. 멍거는 10년 동안 버핏과 함께 투자를 진행하다 1976년 정식으로 버크셔 헤서웨이에 들어가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와 총 균 쇠 ; 리처드 도킨스는 종교를 무력화시킬 사회활동을 하는 활동가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 등 선구적 진화론자들에게 바친 책이다. 그는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 기계이며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존재”라고 말한다. 다른 진화론자들과 달리 그는 “집단적인 이타적인 행동 등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사실은 지극히 이기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문명사회가 인간의 생물적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에 각 대륙마다 다르게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 혁신과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상업적 발달은 잉여 식량이 축적될 수 있는, 인구밀도가 높은 정주사회에서 일어난다고 파악했다. 그 매개물이 총과 세균, 그리고 쇠를 이용한 야금술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의 교훈은, 결국 강자만이 한 사회나 국가를 건실하게 만들고 경쟁에서 승리한 쪽으로 모든 것을 독차지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까지 파는 ‘21세기 만물상’ 제프 베조스 - 세계 최고의 갑부인 베조스는 생후 18개월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아마존 CEO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베조스도 조강지처를 버렸다. 함께 서점 아마존을 만들었던 맥킨지를 위자료 350억 달러를 주고 내쳤다. 그녀는 지금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여성이다. 베조스는 잡식주의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편집증적으로 한 분야만 파지 않고, 일정한 기준 없이 그때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골라 읽는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물건을 파는 21세기 만물상 아마존을 경영하는 그에게 딱 맞는 독서법일지 모른다.- 샘 월튼과 맨먼스 미신 ; 21세기 유통의 왕이 베조스라면 20세기 유통의 황제는 샘 월튼이다. 월마트로 시어스, 타깃 같은 공룡 경쟁사들과 싸우려면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수 밖에 없었다. 땅값이 싼 곳에 대형창고를 지어, 번들이나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할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나중에는 유통업계 거의 최초로 위성 재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유통과 물류의 혁신을 이루었다. 베조스가 그에게서 배웠던 가치도 ‘혁신’이었다. 이제 아마존을 경쟁자로 두게 된 월마트는 ‘제트닷컴’, ‘무스조’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맞대응 중이다. 프레더릭 브룩스의 맨먼스 미신은 유명한 ‘브룩스의 법칙’을 소개하는, 프로그래머들의 필독서다. 보통 노동력이 더해질수록 일의 속도가 빨라져야 하지만, 시스템 프로그래밍에선 그런 협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분업이 낫다는 게 브룩스의 법칙이다. 일정이 늦어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인력을 더 추가하는 것은 일정을 더 늦추는 결과만 낳을 뿐이란 것이다. 개발팀을 이끄는 관리자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불합리하고 위험한 미신이라는 얘기다. * 소프트웨어 왕국을 세운 빌 게이츠 - 1995년 인터넷 시대 초기에 빌 게이츠는 ‘인터넷 해일’이라는 메모를 회사 경영진에게 보냈다. ‘정보초고속화도로’가 자신이 창조한 컴퓨터 산업을 앞지르려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예측하고, 급변하는 산업 지향에 시급히 적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그의 통찰력은 그의 엄청난 독서에서 비롯됐다. 그는 한 해 두 차례 일주일간 ‘생각주간(Think Weeks)’를 갖는다. 요즘도 매 분기 워싱턴주 후드 운하 근처 작은 오두막으로 일주일 독서휴가를 떠나 하루 세 시간을 독서에 할애한다. 주제와 분야를 가리진 않는 편이며, 읽은 책의 대략 20%는 꼭 메모를 한다. 읽기 시작한 책은 반드시 완독한다. - 팩트풀니스 ; 하스 로슬링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보건 및 의료 문제를 진단해 온 인연으로 빌 게이츠를 돕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구촌 대부분의 인구는 중간 두 단계 수준의 삶을 산다. 60억 인구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꽤 그럴듯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 의식주에 위협을 느끼는 인구는 10억이 채 안된다며, 인류 대다수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것이다. 그는 고소득층, 저소득층처럼 매사에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것을 ‘간극 본능’이라고 칭하고, 이를 억제하려면 ‘사실충실성(factfulness)’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 인간의 내적 공포감을 부추기는 ‘공포 본능’,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크기 본능’, 한 두가지 사례로 전체를 도식화하는 ‘일반화 본능’, 타고난 특성이 국가와 문화 운명을 결정한다 믿는 ‘운명 본능’, 안 좋은 일의 이유를 특정 대상에서 찾으려는 ‘비난 본능’, 위기나 위험에서 느끼는 ‘다급함 본능’ 등이 사실충실성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역설한다. 이런 왜곡된 판단을 부르는 본능들을 교정하고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경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인 우버를 만든 캘러닉은 일찍이 미래사회의 핵심이 소유가 아닌 공유가 될 것이라 파악했다. 그는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협력적 공유사회가 기존 산업사회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을 실현시켰다. 캘러닉은 ‘우버 타는 비용을 자동차 소유 비용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내걸어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우버가 2019년 뉴욕증시에 상장했을 때 그는 CEO 자리에 없었다. 각종 스캔들과 경영악화로 자리에서 밀려난 상태였다. 이후 그는 자신의 주식을 모두 팔아 현재는 우버와 완전히 결별했다.- 아틀라스와 알렉산더 해밀턴 ; 미국에서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로 사랑받는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아틀라스는 미래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 시대의 미국이 배경이다. 의회 대신 입법부가 나라를 통치하고 대통령 대신 국가원수가 지배한다. 다른 나라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국가를 암시하는 ‘인민국가’로 불린다. 그는 아틀라스가 집산주의자들의 탐욕으로 무너지는 과정에서 유럽 전체주의 망령을 떠올린다.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유일한 근거는 ‘이성을 활용한 자유방임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자본주의’ 뿐이라고 주장한다. 론 처노의 알렉산더 해밀턴은 숙적이자 정치적 반대파였던 제퍼슨에 밀려 ‘만년 2인자’로 살았지만,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해밀턴의 전기다. 미국 지폐에 초상화가 새겨진 인물 중 대통령이 아니었던 사람은 해밀턴(10달러)와 벤저민 프랭클린(100달러) 두 명 뿐이다. 그는 초대 재무장관으로 중앙은행인 제1전미은행을 출범시켰고, 강력한 대통령제를 주창하며 오늘날 미국 정치제도의 근간을 만든 인물이다. 정적과 다툼 끝에 권총 결투 끝에 49세에 요절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9-10 09: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누가 역사를 왜곡하는가> 구로다 가쓰히로

반일(反日)과 혐한(嫌韓).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책은 40년 동안 한국을 취재해 자칭 ‘코리아 워처’라 자부하는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 주재 객원 논설위원이 쓴 평론집이다. 한일관계 정상화에 도움 주기 위해 썼다는 그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일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처럼 역사에 매달리지 말고, 정치 상황에 따라 역사를 이용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을 잘 안다고 하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와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 준다. 하지만 저자 역시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뿌리 깊은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 우익 성향 지한파 논객의 적나라한 표현을 가능한 그대로 옮겨본다.* ‘우경화된 일본’과 ‘좌경화된 한국’ - 저자는 이 책을 쓴 동기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아베 신조 정권 하에서 심화된 일본의 보수화 경향과 좌경화 문재인 정부 정권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경화된 일본과 좌경화된 한국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지식인과 대중의 상반된 시각 차 - 저자는 대체로 일본에서는 지식인은 친한(親韓), 대중은 반한(反韓)이었다고 말한다. 반면 한국에선 지식인이 반일(反日), 대중은 친일(親日)이라며, 대중과 지식인 사이의 이런 괴리가 한국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 사람들의 태도가 급변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 배경으로 한국 지식인과 언론을 지목한다. 미디어가 앞장 서 반일을 교육하고 선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식인과 미디어가 ‘안달’ 하며 ‘오기’만으로 반일을 지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반일(反日)’과 ‘혐한(嫌韓)’ - 한국인의 반일 감정을 저자는 ‘과거 일본에 점령당한 역사로 말미암은 피해의식이나 나쁜 감정 또는 비난 감정 등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최근 확산되는 반한(反韓) 내지 혐한(嫌韓)에 대해선 ‘한국의 지나친 반일 현상에 대한 반대급부’로 바라본다. 이제까지는 과거의 지배-피지배라는 역사적 채무 때문에 한국의 반일 감정을 일본인들도 나름대로 이해하고 감수하거나 인내하고 바라보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전해지는 ‘반한’에 대한 반작용으로 ‘혐한’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왜곡하는 대통령? - 저자는 2019년 한국 국사편찬위원회 연구를 인용해, 3.1 운동 당시 2개월 동안 국내외에서 1700건의 집회와 데모가 있었고 일본 관헌의 탄압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대 934명, 최소 725명이었다고 전한다. 독립운동가 박은식의 저서 조선독립운동지혈사에 근거해 사망자 숫자를 7509명으로 인식해 왔던 것을 정부 차원에서 크게 줄인 것이라고 했다. 당시 조선총독부 자료에도 사망자가 553명으로 나와있다며, 피해 규모가 엄청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 숫자를 7500명이라고 언급하고, 8.15 해방이 자력에 의한 해방이라 규정하는 등 역사 왜곡을 했다고 비판한다.* 한국의 ‘역사 매달리기’ vs 일본의 ‘역사 벗어나기’ - 저자는 “한국은 언제나 역사에 매달리고, 일본은 ‘이제 그만하라’는 식으로 역사에서 벗어나기 입장을 보여 왔다”고 말한다. 일본과의 관계를 변함없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도식으로 파악하는 한국인, 그리고 “두번 다시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를 보면서, 이것이 바로 한국식 역사 매달리기라고 정의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스캔들이 터졌을 때 느닷없이 일본을 적으로 돌려 ‘애국 카드’를 꺼내 들고 여론을 돌려 세워 정권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려 한 것도 나쁜 예로 지적한다. 이렇게 일본을 적으로 만들려고 만 할 뿐, 한국은 최근 일본인의 역사 벗어나기 현상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한다.* ‘반일=애국’ 그리고 ‘관제 민족주의’ - 저자는 반도체 소재 등 전략물자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한국의 징용공 보상문제 해결을 한국 측에 촉구하기 위한 일본의 압력수단이란 점을 인정했다. 다만, 1965년 양국 국교 정상화 때 맺은 조약으로 해결이 끝난 문제를 한국 정부가 번복한 것이 발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 정부와 민간이 ‘반일=애국’이라는 분위기를 함께 부추기며 즐겼다고 비판한다. 거기에는 정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여의치 못하게 돌아가는 정세 속에서 민심을 규합하고 정권에 대한 구심력을 높이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반발을 사 결국 폐기됐지만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까지 건드릴 정도로 한국의 대일 외교는 실리보다 자존심이라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불가사의한 한국인의 역사관 - 저자는 한국의 특유한, 불가사의한 역사관이 반일의 배경이라고 파악한다. 특히 ‘있었던 역사’ 보다 “있어야 했던 역사’를 중시하는 역사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독도와 위안부, 교과서 문제나 동해 표기 문제 등 역사적 문제에 대해 한국은 ‘사실’보다 ‘희망사항’이 과하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있었던 역사를 부정하고 지우는 것이 한국의 ‘역사 바로 세우기’냐“며 성토한다. 그것이야말로 ‘역사 왜곡’이 아니냐고 따진다. 모든 한일 관계의 시작인 한일합병 조약 역시 당시 국제적으로 합법적으로 체결되어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인데 한국인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이루지 못한 꿈의 한풀이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해방 후 남북한 격차의 열쇠는 일본에 - 해방 후 한국은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발전한 반면 북한은 경제 등 모든 지표에서 세계 최하위권이다. 저자는 이런 격차의 원인이 자유주의나 공산주의냐의 체제 선택 문제 외에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갔는지가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해방 후 일본과의 관계를 계속 긴밀히 유지해온 반면 일본이 남긴 월등한 공업기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 탓에 낙오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찍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성사시켜, 대일청구권 자금 5억 달러(무상 3억, 유상 2억)와 민간 상업차관 3억 달러를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국교정상화 덕분에 국제적으로 한국이 공식 인정받아 국가 리스크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한국의 경제 발전은 196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하에서 추진된 급속한 공업화에 의한 고도성장의 귀결이지만, 그 배경에는 과거 일본통치의 각종 유산이 숨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일성보다 더 혁명가였던 박정희 - 정치체제 선택의 차이, 일본과의 관계 여하 외에 현격한 남북한 격차를 초래한 중요 배경의 하나로 저자는 박정희와 김일성의 ‘경험 차이’를 지적한다. 일본을 배격했던 김일성과 일본을 수용했던 박정희가 근본 차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만주’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김일성은 중국공산당 계열의 항일 독립운동으로 철저히 반일의 삶을 산 반면 박정희는 만주 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사를 나오며 친일의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찍부터 ‘일본적인 것’을 철저히 추구한 박정희가 나중에 개발독재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변화와 발전에 관한 한 김일성보다 훨씬 더 과감했다고 평가한다. 두 사람 모두 혁명가였으나 박정희가 새마을 운동과 ‘하면 된다’는 삶의 모토를 앞세워 국민 이식구조를 개혁하는 데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새마을운동 역시 일본 농어촌진흥운동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정부의 ‘일본 숨기기’ - 저자는 한국이 ‘한일협력의 성과=한국의 발전’이란 도식을 유독 한국만이 인정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한다. 그러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고 무조건 일본이 싫다는 반일 민족감정 탓에 의도적인 일본 숨기기 또는 일본 감추기가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인프라는 한국인 스스로 구축한 것”이라며 일본 측 기여를 무시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보였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외교문서가 공개되어 일본의 ‘보상’이 실제 이뤄졌음이 확인되었는데도 개인보상 등 말도 안되는 요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한국정부가 국민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비판한다.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이 개인보상을 제안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정부 일괄수령을 요구한 것도 한국 정부였다고 몰아 세운다. 종군위안부 문제도 한국 정부가 당초 보상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했다가 이를 숨겼다고 주장한다. 포항제철이나 소양강댐이 일본 자금 지원으로 이뤄진 사실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라면과 야쿠르트 아줌마의 탄생에도 일본 민간의 지원이 결정적이었음을 한국인들은 잘 모른다고 일침 한다.* ‘욱일기’에 대한 한국민의 조건 반사 - 저자는 한국의 ‘반일’이 2012년 아베 신조 정권 등장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기억한다. 일본제국주의 부활인 듯 이 후 한국의 일본 때리기가 극대화되었다고 전한다. 심지어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봉인되어 있던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항일 독립운동 공로자처럼 영웅시하면서 국제적 반일 운동의 선두 자리에 세웠다고 비판한다. 이를 ‘막무가내식 반일’이라고 표현했다. 후천적인 교육의 영향으로 생겨난 ‘반일’로 인해 해방 후 반일 교육 세대들은 일본 비판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욱일기에 대한 반발을 대표적 사례로 든다. 욱일 이미지는 일본에서 힘차고 기세 좋은 ‘길조’라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데, 한국에서만 일본 군국주의 상징의 ‘전범 깃발’로 낙인찍고 있다며 비판한다. 모든 것을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있지도 않은 ‘일장기’ 단 일본 전투기 장난감이 광복절 기념상품으로 나왔다며, 조건반사적 반일을 선동하는 한국 언론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미일 공조 유통기한이 끝났다? - 저자는 “이제 한국의 유통기한은 끝났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은 이제 일본이 상대하기 버거운 나라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이 과도하게 발전하면서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돌변한데다 한국의 국내사정 변화와 국제정세 변화가 맞물린 때문으로 해석한다.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 그리고 중국으로의 기울어짐을 대표 사례로 든다. 1990년대 이후, 특히 박근혜 정권 이후 이런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독도의 경우 국교정상화 교섭 때 양국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되 경비원 증강이나 시설의 신증설 등은 안된다’고 원칙적인 의견일치를 보았는데 한국이 그 약속을 어기고 독도 경비대를 설치하고 민간인 왕래를 완전 자유화했다고 비판한다. 위안부 문제도 김영삼 대통령이 1993년 ‘고노 담화’ 직후 “보상은 한국정부가 알아서 시행하고 일본은 진상규명만 하면 된다”고 해 외교적으로 끝난 문제였는데, 한국이 시민단체 요구에 밀려 합의를 뒤집고 일본에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동상도 한국 정부가 불법을 용인한 결과라고 성토한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피해의식 - 저자는 최근의 반한이나 혐한 이면에는 일본이 한국에게 멸시당하고 있다는 피해감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관한 반일 정보가 국제 무대에서 집요하게 흘러나오며 일본인의 감정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교과서 개입,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간섭, 쓰시마 도난 불상 미반환, 도쿄올림픽 트집이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을 둘러싼 근거 없는 ‘카더라 선동’ 등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전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혐오가 아무 저지도 없이 묵인되고 오히려 환영받는다”며 “원래 한국의 반일 퍼포먼스나 반일 정보 대부분은 자기 만족을 위한 ‘애국 비즈니스’의 일환”이라고 비꼰다. 그는 일본이 백제 ‘백강 전투’때 지원에 나서 3만 여명이 피해를 입은 사실부터 메이지 정부의 수교 요청을 조선이 거부했던 일, 1945년 종전 후 한반도에 남아있던 100만 명의 일본인에 대한 위협과 보복 사례, 그리고 이승만 정부 시절 잦은 일본 어선 나포와 6.25로 인해 일본 본토가 제2의 전장이 되었었던 일 등을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느끼는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전한다.* ‘천황(天皇)’과 ‘일왕(日王)’ - 일본의 황실 외교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과제가 바로 ‘천황의 한국 방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정부도 상대국의 호칭을 존중해 국제관례에 의거해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이에 따르지 않고 ‘일왕’ 표기를 고집한다고 비판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하는 아키히토 천황에 보낸 서신에서 ‘향후에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진력해 달라’며 천황이라 표기했고, 한국 총리도 자신의 SNS에 ‘천황에게 감사한다’고 메시지를 올렸건만, 유독 한국 언론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때 ‘일황’이라고 표기하기도 했지만 1989년 히로히토 천황 사망을 계기로 한국 언론들이 갑자기 돌변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황’이 ‘왕’보다 상위 호칭이며 일본과 대등한 의미에서 일본 천황도 왕이라 불러야 한다는 사고 방식”이라고 해석한다. 일본 밑에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민족적 컴플렉스’라고 말하며 “이제 한국 언론도 국제상식을 따를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의 역사교육 유감” - 저자는 한국 내 집요한 반일에 대해 “일본에서는 한국의 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전한다. 일본을 ‘악한’으로 만들고, 과거 일본과 싸워 이겼다고 가르치고, 일본에 절대로 지면 안된다며 학생들을 북돋우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경제 제재’를 ‘경제 침략’이라는 낡은 좌익 용어로 아무렇지도 않게 남용하는 등 정치권까지 거들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고작 3개 품목으로 대소동이 일어날 정도로 일본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모르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묻는다. 이것 역시 한국 정부의 ‘일본 숨기기’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과거 일본이 식민지 지배에 사죄와 보상을 하고 반성도 수 차례 했음에도 아직도 많은 한국인은 일본이 전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과 언론, 정부와 민간단체가 모두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리 만무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이 얼마나 한국에 협력해 왔는지를 한국인들이 전혀 모르니까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세계에 유례 없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같은 것 말고, 양국이 과거처럼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9-03 09:09 조진래 기자

[갓구운책] '저비용항공사' 대신 K-LCC라고 부르자...세상을 바꾼 K-LCC

세상을 바꾼 K-LCC(양성진 지음, 학현사 펴냄)불과 17년 전 LCC가 없던 시절에 비행기를 타는 게 드문 일이었다. 기존항공사들만의 세상에서는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LCC가 대중화되면서 비행기를 타는 부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됐다.LCC는 ‘항공운임의 저가격’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저렴한 항공운임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낮은 비용구조를 만들어 낸 항공사’를 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 같은 LCC 나름의 사정과 논리는 애써 모른 체하고 그저 ‘저가항공사’가 친숙한 명칭이다.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LCC 가운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독립형 LCC들은 자신들을 ‘저가항공사’로 호칭하는 데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2000년대 중·후반 취항 초기에 ‘저비용항공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만 동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LCC를 ‘저비용항공사’라 부르는 이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가항공사’로 호칭하는 사례가 더 많다.저자는 서양에서는 ‘저가’라는 용어가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저가’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저가’라는 단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 LCC들 스스로가 거부하는 ‘저가항공사’라거나 어색한 우리말 표현인 ‘저비용항공사’ 등 갈등을 부추기는 이름으로 부르기보다는 그냥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대한민국 LCC’, 즉 ‘K-LCC’라는 명칭이 가장 알맞고 합리적이라고 제안한다.저자 양성진은 2004~2007년 우리나라에서 ‘저가항공사’로 불리던 LCC의 명칭을 Low Cost Carrier를 우리말 그대로 직역해서 ‘저비용항공사’로 바꾼 장본인이기도 하다.저자는 2006년 12월 1일자로 임원(이사)이 되면서 제주항공 홍보실장으로 시작해 2018년 12월 31일까지 제주항공 홍보본부장(전무)으로 제주항공과 K-LCC업계의 ‘입’ 역할을 했다. K-LCC업계에는 15년간, K-LCC 임원회의에는 12년 1개월간 참석하며 K-LCC 역사의 태동기와 고난의 시기 그리고 폭풍성장기까지 현장에 있었다. 또 2010년부터 9년간은 객실승무원 면접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이러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LCC와 K-LCC의 비교 개념과 이론적 배경,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K-LCC의 대중화로 인해 바뀐 세상 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더불어 K-LCC 입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K-LCC 입사비법도 소개한다.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

2022-09-02 07:00 양길모 기자

[비바100] 아기는 학이 물어다 준다굽쇼? '임신의 기술'

제목만 보고 ‘임신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고 되묻는다면 일단 축하한다. 당신은 꼰대력 만렙(최고 레벨) 수준이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임신의 기술’은 다양한 난임 원인과 이를 해결할 수많은 검사와 시술을 총망라한 책이다. 저자 이승주는 난임 시술 경험자이자 의학 전문 프리랜서로 난임 전문의를 인터뷰한 경험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는 책 서문에 “많은 난임 환자들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준비하며 열심히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만 정보를 얻는 곳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난임 카페인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 역시 카페에서 활동한 이력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서툰 지식, 심지어 잘못된 ‘카더라’ 정보가 임신과 더욱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임신의 기술’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신체 이상을 세세하게 풀어낸다. 주변에 보면 잔병 없이 건강하게 자라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난임 전문의 26인이 말하는임신의 기술|이승주 지음(사진제공=희망마루)책에는 자궁과 난소의 각종 질환, 조기폐경, 습관성 유산, 염색체 이상, 폐쇄성 무정자증과 비폐쇄성 무정자증 등 다양한 난임 원인에서부터 자연주기 요법과 저자극 요법, 장기 요법과 길항제 요법, 미세수정, 복강경과 자궁경, AMH 검사, 난자 동결, PGT, NK세포와 유산의 상관관계, 나팔관 조영술과 초음파 자궁난관조영술,ERA 검사, 알코올 경화술, 다배아 이식술과 단일 배아 이식술 등 난임 시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을 난임 전문가 26명의 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각자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노하우와 임신 성공을 위한 조언은 의외로 따듯하다. 임신의 세계에서는 ‘절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환자들의 임신이 확인되고 출산했을 때 그 어떤 분야보다 뿌듯함을 느낀 인간으로서의 동지애가 곳곳에서 드러난다.서로 다른 소견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의학적으로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마다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론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사실 단 하나다. 난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난임 부부와 난임 전문의는 임신을 목표로 뭉친 하나의 팀이란 걸 인정하면 확률은 배가된다고 조언한다.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한 해 2만8699명의 아기가 난임시술로 태어났다. 전체 신생아의 10.6%에 달하는 수치다. ‘임신의 기술’에서는 오랜 시간 여성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던 난임의 원인이 남성에게도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이 가독성을 높힌다.혹시 난임부부라면 4장에서 소개되는 남성 난임의 원인과 극복은 탈모치료제와 성 기능 약화, 고환 사이즈와 무정자증의 상관관계, 과도한 운동, 스테로이드·남성호르몬제가 정자에 끼치는 영향 등을 필독할만 하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9-01 18:16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신현암 전성률

이 책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세계적 브랜드들이 어떻게 계속 유지되고 발전하는지를 고찰한다. 저자들은 그 해답으로 ‘ACES 모델’을 제시한다. 목적 있는 성과를 추구하고 이윤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적합성(Adaptability), 일관성(Consistency)과 효율성(Efficiency), 그리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브랜드 에센스’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Substantiality)을 두루 갖춰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ESG경영 등 글로벌 파워 브랜드 기업들의 장수 비결과 사회적 책임 경영에 관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파타고니아가 왜 맥주를 만들까 - 등산용품 제조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직접 즐겨본 사람만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회사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파도가 치면 거리낌없이 서핑을 타러 나간다. 쉬나드는 환경보호에 관한 한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모든 면직 의류는 100%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으로 만든다. 2011년에는 자신이 만든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새 제품을 사기 보다는 가능한 기존 제품을 수선해 쓸 것을 권장한 것이다. 2012년에는 느닷없이 식품시장에 뛰어들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진짜 해야 할 일이 식품사업이라며 훈제연어를 선보였다. 파토고니아 프로비번즈를 설립해 100% 유기농 에너지바, 수프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갔다. 맥주 원료로 여러해살이 밀 품종인 컨자(kernza)를 쓴다. 뿌리가 3미터가 넘을 정도로 깊어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작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주 이름도 ‘롱 루트(긴 뿌리)’다.* ESG 경영의 출발점 ‘블랙록’ - ESG 경영이 거대한 흐름이 된 것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덕분이다. 그는 초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에서 일하다 창업자들과 리스크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1994년 독립해 블랙록을 설립했다. 2020년 1월 14일 보낸 연례서한에서 그는 “ESG를 자산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가 넘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ESG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150개 이상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2021년에는 투자대상 기업들에게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본주의의 힘(The Power of Capitalism)이란 개념을 앞세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그의 첫 연례서한이었던 2012년에도 그는 ‘가치집중형 인게이지’를 얘기하며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주주권 행사 등 적극적인 참여를 예고했었다. 2018년 서한의 제목은 ‘기업의 목적의식’이었다. 재무적 성과 외에 사회에 대한 긍정적 기여를 본격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2019년 8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의 기초가 되었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본주의 실현이 그의 목표다.* ‘유니버설 오너십’과 ESG - 블랙록이 ESG를 강조한 이유 중에는 ‘유니버설 오너십’의 관점이 존재한다. 한 나라 전체 업종의 주식을 보유한 거대한 기관투자가를 말하는 유니버설 오너십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성장 패턴에도 관심을 갖는다.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사태 직전인 2020년 4월에 블랙록은 ‘실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고 2060년~2080년 기후위기가 미국 각 주에 미칠 경제적 리스크를 측정해 위험을 알렸다. 같은 해 9월에 유럽중앙은행(ECB)는 ‘경제 전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보고서에서 탄소 중립 전환의 시나리오별 영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ECB는 당장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유럽 GDP(국내총생산)가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탄소중립경제로 전환하는 비용은 GDP의 2%를 넘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래리 핑크는 “우리가 관리하는 돈은 대부분 교사 소방관 의사 사업가 등 수많은 개인과 연금 수혜자들을 위한 퇴직금”이라며 ‘선량한 청지기’ 역할을 다할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또 “향후 주력 투자자로 부상할 밀레니얼 세대, 즉 MZ 세대들이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며 거듭 ESC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년을 생각하는 ‘세븐스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 천연세제로 유명한 세븐스제어레이션은 미국의 인디언 부족에서 유래한 ‘결정은 7번째 후대에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격언을 브랜드에 담았다. 창업자 제프리 홀렌더는 사업가 보다 사회운동가에 가깝다. 1977년 토론토에 ‘스킬스 익스체인지’라는 비영리 기관을 세워 어른들에게 코딩부터 사진 인화 및 집 구매법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25~50달러만 받고 가르쳤다. 1990년에는 북미 최초로 재생종이를 활용한 무독성 생필품 제품 라인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2001년에는 수질오염 방지를 위해 인산염을 뺀 식기세척기 세제를 선보였다. 제품 뿐 아니라 기업의 모든 생산 단계에서 친환경 행보를 펼쳐 동물실험반대(Creulty Free) 인증을 받았고, 모든 직원은 자신의 근무 시간 중 1% 또는 20시간을 들여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의무화토록 했다. 2016년 유니레버에 인수된 후에는 유니레버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업’을 새롭게 정의한 ‘유니레버(Unilever)’ - 1929년 영국의 비누 회사 레버 브러더스와 네덜란드 마가린 회사 마가린 유니가 합병해 탄생한 유니레버는 1998년 경영위기를 맞아 브랜드 대정리에 들어간 적이 있다. 이 때 총수익의 90%를 차지하는 고수익 브랜드 외에 모두 매각키로 결정했다. 2009년에는 대대적인 개혁을 위해 PG·네슬레 출신의 폴 폴먼을 CEO로 수혈했다. 그는 회사를 환경 및 사회가치 중시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며 분기별 실적 전망을 중단시켰다. “유니레버의 장기 가치 창출 모델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다른 곳에 투자하라”고 도발했다. 2010년에는 ‘지속가능한 삶 계획’이라는 구체적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제품에서 트랜드지방 사용을 줄이고 포장재 사용도 최소화했다. 그는 지구를 살리는 게 돈이 된다고 굳게 믿었다. 2018년 사퇴했지만 그의 통찰력 덕분에 유니레버는 ESG 시대에 가장 걸 맞는 브랜드가 되었다.* 사업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HM - 창업자의 손자인 칼 요한 페르손은 2009년 회장 취임 이후 수익 중심 경영에서 탈피했다. 돈 없는 사람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옷이면서 동시에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경영철학을 세웠다. 한 철만 입고 버리는 옷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려 2013년에는 ‘헌 옷 수거 프로그램’으로 의류 재활용에 적극 나섰다. 옷 상태에 따라 재착용, 재사용, 재활용의 ‘순환 경제’를 실천했다. 환경보호와 보전에 기여하면서 상업적 가능성까지 엿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엑센추어에서 1년간 컨설팅 받도록 했다. 환경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5가지 방법도 제시했다. ‘제품의 서비스화, 소유에서 공유로의 전환, 제품 수명의 연장, 회수와 리사이클, 재생형 공급망 구축’이 그것이다. ‘패션과 품질을 가장 좋은 가격에’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회사는 자체 공장이 한 곳도 없다. 비서 없는 임원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매장 만큼은 거대도시의 한복판 1급지를 고수한다.* 국영기업의 대변신 ‘오스테드(Orsted)’ - 1970년대 초반 오일 쇼크 때 덴마크는 북해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맡는 ‘동(DONG)’을 설립하고 이후 2006년 해상과 풍력발전 회사를 합병해 ‘동에너지’를 설립했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계기로 덴마크 정부는 이 회사 구조를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15%, 재생가능에너지 85%로 바꾸기로 한다. ‘레고’ 출신의 헨리크 폴센을 CEO로 영입해 ‘블랙에서 그린’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12개 사업부 중 블랙에 해당하는 8개를 걷어내고 사명도 오스테드로 바꿨다. 전자기를 발명해 발전 분야 초석을 다진 자국 과학자 ‘크리스티안 외로스테드’에서 이름을 따 발전 분야의 혁신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2025년부터는 거의 모든 전기를 녹색 에너지로 생산하겠다며 새 비즈니스 모델로 해상 풍력발전을 선택했다. 육상 풍력보다 2배나 비용이 들지만, 혁신적인 비용 절감 끝에 현재 이 회사는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인 세계 최대 해상 풍력발전 회사가 됐다.* 60세 이상만 채용하는 ‘가토제작소(加藤製作所)’ - 일본의 4대째 이어오는 가족기업으로 1888년 쟁기 등 농기구 생산부터 시작해 지금은 자동차와 항공기 가전제품용 금속부품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의욕 있는 사람을 구함. 남녀·경력 불문. 단, 나이 제한 있음. 60세 이상인 분만’이라는 광고를 냈다. 이때 채용된 15명의 고령 직원들은 주 28시간 이하를 근무했다.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 중 3분의 2 이상 일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없음을 감안한 배려였다. 주중에는 젊은 직원 위주로 일하게 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고령자를 젊은이와 함께 작업케 했다. 현재 가토제작소에서 60대는 젊은이로 통한다. 2022년 2월 현재 전체 92명 중 43명 직원이 시니어다. 2018년에는 1명이 근속 60년, 5명이 50년 상을 받았다. 고령층을 고용함으로써 이 회사는 시니어들에게 자립심과 건강을 돌 볼 기회를 주었고, 젊은 직원들에 대한 기술교육을 가능케 했고, 지역민 고용으로 지역사회에도 기여했다.* PG를 위해 추도묵념 한 ‘킴벌리’ - 킴벌리는 PG가 종이 소비재 시장에 뛰어들 무렵에 같은 시장에 진출했다. 1971년에 취임한 다윈 스미스 CEO는 20년 동안 재직하면서, 케케묵은 제지회사에 불과했던 킴벌리를 탁월한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경쟁기업인 PG와 스콧 페이퍼를 가볍게 눌렀고, 당대 최고 기업인 코카콜라나 HP 보다 탁월한 실적을 올렸다. 그는 전통적인 핵심사업인 코팅한 종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PG와의 일전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 한 내부 모임에서 그가 갑자기 묵념의 시간을 청했다. 경건한 침묵의 시간이 지난 후, 영문도 모르던 직원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은 PG를 위한 묵념의 시간이었습니다.” 참석자들 모두 짜릿한 흥분감을 느꼈고 이 기운은 전 직원에 전파되었다. 스미스는 제지공장을 모두 매각하는 결정을 발표하고 하기스, 크리넥스 같은 소비재 브랜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덕분에 지금은 8개 관련제품 카테고리 중 6개 부문에서 PG를 앞질렀다.* “옳다고 믿으면 행하라” 머크(Merck) - ‘회선사상충’이라는 기생충이 1970년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창궐해 ‘리버 블라인드니스’라는 ‘실명증’을 확산시켜 공포에 떨게 했다. 머크가 1987년에야 ‘멕티잔’이라는 기생충 박멸제 개발에 어렵게 성공했다.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연간 2000만 달러의 생산비용과 200만 달러의 유통비용이 필요했다. 세계보건기구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미 국제개발처와 국무부에도 간청했으나 대답은 같았다. CEO였던 로이 바젤로스는 결단을 내렸다. 멕티잔을 전 세계에 무상 제공키로 한 것이다. 그는 즉시 유니세프 등과 함께 ‘멕티잔 기부 프로그램(MDP)’을 시작했다. 오너인 조지 머크 2세도 “의약품은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익은 저절로 따라다닌다”며 거들었다. MDP는 1993년에는 중남미 지역으로 확장되며 큰 성공을 거두어 머크를 사회적 책임감이 큰 기업으로 올려 놓았다. 머크는 2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세계 치대 제약회사가 되었다.* “유통기한이 닥친 음식을 구출하라”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 네덜란드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하인은 유기농 판매와 플라스틱 절감, 식품 폐기물 최소화 등에 노력하는 기업이다. 유통기한이 다가올수록 값을 깎아주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라는 식품 폐기물 관련 사업이 압권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유통기한 날짜를 정확히 파악해 소비자에게 정상가격과 할인 가격을 함께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아예 ‘인스톡’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유통기간이 얼마 안남지 재료로만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까지 차렸다. 할인 가격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를 팔다가 남은 식재료를 인스톡에서 소화하는 식이다. 현재 인스톡은 독립해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21년 9월 말 기준으로 인스톡 레스토랑이 구조해낸 음식물은 1080톤에 달한다. 푸드 트럭도 운영한다. 식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훈제, 발효 등 저장방법을 소개하는 책까지 출간해 관련 요리 교실도 매달 연다.* 마약단속국 앞에 대마초 심은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 - 유기농 보디케어 제품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대마초의 합법적 허용을 주장한다. 대마초는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의 함량이 0.3% 이상이면 마리화나(Marijuina), 미만이면 헴프(Hemp)로 구분된다. 이들은 “헴프는 마약이 아니니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장례용 수의에 쓰는 ‘삼’도 헴프다. 빨리 자라고 밀집되어 토지 이용률이 높고, 내구성과 쓰임새가 다양해 밧줄이나 어망부터 종이나 페인트, 헴프 오일같은 식재료 원재료로도 쓰인다. 닥터 브로노스도 이를 활용한 보디 케어 제품을 생산 중이다. 오바마 정부가 2009년 대마초 규제안을 발표하자 마약단속국 앞 마당에 대마초를 심는 퍼포먼스까지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회사는 공정무역과 환경을 배려한 제품을 최우선 한다. 유기농 인증을 위한 ‘95%-3km-3년-4번’ 법칙을 자체 운영 중이다. 물과 미네랄을 제외한 모든 원료가 95% 이상 천연성분이어야 하고, 유기농 원료 재배지역의 반경 3km 내에 화학시설이 없어야 한다. 3년 이상 재배된 유기농 원료만 사용하며, 국제적으로 검증된 유기농 인증기관이 연 4회 제조시설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회사는 매년 이익의 3분의 1을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가격과 환경, 둘 다 잡아라” 리플푸드(Ripple foods)’ - 친환경 프리미엄 세정제 시장을 주도하는 ‘메소드(Method Products)의 창업자 애덤 로리가 재생가능연료 기업 아미리스(Amyris)의 창업자 닐 렌닝거와 2014년에 공동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완두콩을 주원료로 한 ‘대체 우유’를 만든다. 하지만 두유와 달리 콩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고 거의 우유 맛에 가까워 큰 인기다. 제품 패키지에 ‘단백질 함유 8g, 우유 대비 당분은 절반, 칼슘 함유는 1.5배’라고 명기할 만큼 영양도 잡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물론 물 사용량 등 각종 환경적 측면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자랑 한다. 아직 대체 우유 시장 규모는 고기나 우유시장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잔 물결(ripple)’이라는 이름과 달리, 시장의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뭉쳐 있다.* 월마트 지역전략에 무너진 골리앗 ‘K마트’ - 1962년은 미국 유통업 역사상 특이한 해다, 3대 할인업체인 K마트, 월마트, 타깃이 탄생한 해이다. 1976년 K마트는 미국 전역에 271개 매장을 보유하며 할인점의 초강자로 군림했다.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한 경영진은 음식점, 비디오 대여점 같은 비 연관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런 동안 일선 매장의 컴퓨터는 노후화되었고, 소비자 선호 상품의 재고 관리는 엉망이 되었고, 결국 가격 경젱력마져 잃게 되었다. 그 사이 경쟁자 월마트는 유통 시스템을 혁신하며 추격전을 펼쳤다. 특히 K마트가 인구가 많아 회전율이 높은 대도시를 공략하는 동안 월마트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효율성 극대화를 노리고 소규모 도시를 집중 공략했다. 150개 매장으로 구성된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100만 명이라는 인구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2년 K마트는 결국 파산을 선고했다. 제3의 경쟁자였던 타깃은 그나마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차별화에 성공해 살아 남았다.* ‘여성과 환경을 위한 콘돔’ 서스테인내추럴(Sustain natural) - 유기농 탐폰을 팔던 제프리 홀렌더는 2014년에 딸 미카와 함께 콘돔과 윤활제를 대표 상품으로 하는 친환경 성(性) 제품 제조회사를 차린다. 이들 부녀는 콘돔을 피임도구로만 여기지 않았다. 배고픔과 질병, 가난, 그리고 기후변화와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았다. 다른 브랜드의 꽤 많은 콘돔에선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이 검출되어 2010년에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할 정도였다. 부녀는 공정무역을 통해 천연고무만을 원료로 쓰고, 알로에 성분을 활용한 수용성 오일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덕분에 ‘비건 콘돔’이라고 불렸다. ‘콘돔은 남성 사용품’이라는 이미지도 바꾸었다. 누구나 부끄러움 없이 파우치 백에 넣고 다니게 했다. 품 포장부터 밝고 차분한 색상으로 바꾸었다. 2014년에는 홀푸드마켓에 입점해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여성 건강을 위해 세전 이익의 10%를 기부한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의 성 건강과 가족계획을 중점지원한다.* ‘헤어 디자이너 양성소’ 비달 사순(Vidal Sassoon) - 헤어 디자이너 비달 사순은 미용업계의 전설이다. 1954년 런던에 자신의 첫 살롱을 연 그는 1963년 평범한 단발머리의 고전적 보브컷에 기하학적인 ‘사순 컷’을 접목해 혁명 같은 변화를 일으킨다. ‘사순 스타일’로 커트하면 머리를 감고 드라이만 해도 그럴싸한 머리 모양이 완성됐다. 1967년에 그는 미용 아카데미를 열었다. 그전까지는 도제 시스템으로 비밀스럽게 기술 전수가 이어졌다. 미용업계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순 아카데미는 당대 최고의 미용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매년 최신 트랜드를 발표하고 교육함으로써 미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1973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헤어케어 브랜드를 만들어 PG에 매각한다. 하지만 2003년 P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라이센싱 계약 때 한 약속을 PG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에게 미용과 미용제품은 대단히 특별한 창조행위이자 지켜야 할 가치였다.* “할인보다는 로열티” 칙필레이(Chick-Fil-A) - 매년 7월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레스토랑 순위가 발표된다. 2021년 1~3위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타코벨이었다. 그런데 4위가 낯선 이름의 ‘칙필레이’였다. 닭(Chicken)과 필레(fillet. 저민 살코기), A 등급이란 뜻의 이 레스토랑은 맛도 맛이지만,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로열티 경영’이 성공 비결이다. 창업자 트루에트 캐시는 쿠폰 고객의 행동을 연구 관찰한 끝에 이들이 돈은 더 적게 쓰고, 반복 구매도 덜 하면서 가장 바쁜 시간에 쿠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즉각 거의 모든 쿠폰 사용을 없앴다. 대신 어린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판촉물을 차별화했다. 장난감 대신 동화, 어린이 도서, 유익한 내용의 CD로 부모의 마음을 얻었다. 매장 한 곳에서 1년에 10만 달러 이상 벌 수 있는 곳은 칙필레이가 유일할 정도로 가맹점 로열티 제고에 힘썼다. 직원 평균 이직률도 미국 평균의 10분의 1인 4~6%다. 다른 체인에 비해 소득은 평균 50%나 많기 때문이다.* “직원만족이 최우선” 오아시스 솔루션(OASYS solution) - 2016년에 창업 10년을 맞은 이 회사는 수도관 관리 및 유지보수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그 해 창업자인 세키야 유조는 천편일률적인 지저분한 작업복을 리뉴얼해 젊은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정장 차림의 작업복으로 바꾸는 결정을 했다. 출근할 때 부끄럽지 않고, 작업 막간에 그대로 식당을 가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도 될 복장이었다. 정장처럼 멋진 디자인이지만, 제품 속성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작업복이다. 튼튼하고 신축성이 뛰어나며 방수기능도 갖췄다. 내부 만족도는 물론 외부 반응도 좋았다. 1년 반도 안돼 300여개 회사가 오아시스 작업복을 채택했다. 저자는 “오아시스 혁신의 출발은 ‘아픔에 공감하는 것’ 이었다”고 말한다. 자신과 동료들이 겪은 작업복에 대한 아픈 추억을 멋진 신사업으로 승화시킨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8-27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돈보다 사람!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

사진=픽사베이“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재물을 탐하거나 돈에 대해 언급하는 걸 천박하다 여기며 금기시하던 때의 이 말은 어쩌면 옛날 정서이자 정의일지도 모른다. 신간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를 펴낸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이자 경영평론가는 이 말에 대해 “하지만 돈이 없으면 위대한 생각이 있어도 실천하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속담에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적 도리도 최소한의 경제적 바탕이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아일랜드 시인이자 소설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나는 젊은 시절에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오늘날 돈은 힘이요 권력이자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돈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사업의 추진동력으로 작용하거든요.“더불어 그는 “돈은 인격적 자유다. 돈은 힘들고 더러운 일,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기계적이고 재미없는 일을 하지 않을 자유,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자유 등 온갖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준다”고 부연했다.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정인호 지음(사진제공=센시오)그의 신간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에는 어쩌면 ‘속물적으로’ 혹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돈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수많은 부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부자가 되려면 재무관리나 투자법 같은 경제 관련 이론보다 먼저 인간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깊이 깨닫는다”고 고백한다.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26억 9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남긴 사이언캐피털의 창업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19세기 최고 부자인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5만여점의 작품을 발표하며 억만장자로 살다간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억만장자 헤지 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 등 부자들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해낸다. 직관적인 제목과 그 메시지를 요약해 각 챕터의 마지막 페이지에 배치한 ‘포인트’가 이해를 돕는다. 1장 첫 챕터는 ‘배고픈 소크라테스 vs 배부른 소크라테스’라는 제목을 달고 ‘모든 인간은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로, 두 번째 챕터는 ‘심리를 알아야 돈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제목으로 시작해 ‘부자는 다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로, ‘부자는 포도주 창고에 살아도 취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세 번째 챕터는 ‘부자는 쾌락본능을 통제할 줄 안다’라는 포인트로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식이다.정인호 대표는 “심리학은 사회와 문화와 같은 요소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자신의 삶에 미치는 많은 영향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며 “또한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 때 그들의 행동이 나타나는 동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 더욱 유용하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행동심리를 이해한 리더라면 조직관리 및 직원 간 상호작용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은 과학적 방법에 기반을 둔 사회과학이죠. 심리학을 이루는 각종 이론과 접근방법은 인간이 한층 성장할 수 있게끔 비판적인 사고를 발달시키도록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역량은 우리의 인격과 사회적 활동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필요충분조건이죠.”이어 정 대표는 “글로벌 리더인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등이 인문학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며 “기술은 현재를 발전시키지만 인문학은 미래를 조망한다”고 덧붙였다.“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는 콘셉트로 펴낸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에 대해서는 “빈자들이 읽기에 너무 불편한 책”이라며 “빈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유익한 것을 얻게 되겠지만 빈자들은 열등감에 빠질지 모른다”고 밝혔다.사진=픽사베이“예를 들어 빈자들은 생존을 위해 타인을 더욱 믿는 습성이 생기기 때문에 사기꾼의 덫에 쉽게 걸려들어요. 반면 부자들은 다른 사람과의 신뢰나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 없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근시안적 욕망을 드러내지 않죠. 이런 내용을 읽은 독자 중 사기를 한번이라도 당해본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빈자라서 당한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그리곤 “그럼에도 ‘좋은 약이 쓰다’는 말이 있듯 더 나은 미래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쓴소리와 충고를 듣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며 “뼈 때리는 팩트 폭격으로 자신의 현재 심리상태를 점검하고 아픔 뒤에 성장하듯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길을 찾아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경제는 결국 인간의 일이자 역사다. 그 경제의 흐름을 읽고 부를 취하기 위해서, ‘살아 있는 생명체’로 정의된 지 오래인 돈에 휘둘리기 보다 그 주인이 되기 위해 심리학은 반드시 연구되고 숙달돼야 할 기술일지도 모른다. 돈과 심리에 휘둘리기 보다 인간 심리의 충실한 리더가 되기 위해. 그리고 돈에 끌려 다니지 않는, 부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25 18:00 허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