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최종훈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2-09-10 09:00 수정일 2022-09-10 19:13 발행일 2022-09-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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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인들 가운데 독서에 열중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서재에서 경영론과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셈이다. 이 책은 “기업의 혁신과 창조는 그 회사 CEO의 서재에 있다”고 말한다. 탁월한 경영자들은 그곳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남다른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이 강조된 ‘스템(STEM) 교육’에서 탈피해 인문학(arts)이 추가된 ‘스팀(STEAM) 교육’으로 대전환을 이뤄 왔다고 강조한다. 기술과 인문이 융합된 독서 경영 성공 기업인들과 그들의 추천 도서를 들여다 본다.

* “독점이 최고 성공전략”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 그는 “진보에는 수평적 진보와 수직적 진보가 있다”고 했다. 전자가 기존의 것을 불려 가는 확장적 진보라면, 후자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전자가 ‘1에서 n’으로 가는 것이라면 후자는 ‘0에서 1’로 가는 것이라며, 수직적 진보가 성공할 때 인류는 전에 없는 도약을 이뤘다고 말한다. 틸은 모든 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았다. 독점은 뛰어난 기술력이나 새로운 시장의 선점, 남들이 넘볼 수 없는 혁신을 이룬 기업이 갖는 혜택이라고 했다. 진정으로 지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를 세우려면, 구글처럼 독점적 기업이 되라고 조언한다. 그는 “독점이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 <새로운 아틸란티스>와 <블랙 스완> ; <새로운 아틸란티스>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미완성 유작 소설이다. 진화와 혁신을 모르는 영국과 유럽 문명에 대한 따가운 비판서다. 베이컨은 조국인 영국이 아틸란티스 같은 이상향이 되길 바랐다. 소설 속 ‘벤살렘’은 과학과 문명이 완벽한 과학적 유토피아다. 유전자 조작에 이종간 동물 교배까지 가능할 정도로 월등하다. 모든 대소사는 ‘터산’이라는 가장이 처리한다. 무엇보다 엄청난 규모의 학술원이 존재한다. 영국이 그의 사후 40년 뒤 ‘왕립학회’를 창립한 것도 이 책의 영향으로 보인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은 현실 조건과 미래의 향배에 관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인간의 자만과 허영이 얼마나 무서운 착각인지를 말해 준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의 속성으로 극단적인 희귀성과 예측 불가능성, 극심한 파괴력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극단 값을 예견하지 못하는 것은 곧 역사의 진행 방향을 예견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피터 틸이 평범의 왕국과 극단의 왕국을 오가며 ‘잃는 만큼 번다’는 블랙 스완의 생리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 “여행 묘미는 낯선 생소함”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 그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 여행 때 숙소를 못 잡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보고 사업 영감을 얻었다. 이듬해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선거를 테마로 한 ‘오바마 오’, ‘캡틴 맥케인’ 같은 시리얼 박스를 팔아 3만 달러를 버는 수완을 보였다, 이때만 해도 ‘침대’ 보다 ‘조식’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후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모델에 확신을 갖고 투자자 유치에 나선다. 2012년에는 상장도 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와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 디즈니를 동경했던 그가 디즈니 동화 같은 성공을 일군 것이다.

- <월트 디즈니>와 <디즈니만이 하는 것> ; 닐 개블러의 <월트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 전기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그린 솜씨를 보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을 일찍이 파악했다. 1921년 첫 작품은 초라했지만, 곧 ‘미키마우스’ 캐릭터로 유성영화 출현기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1937년에는 세계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로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꿈과 판타지의 세계를 현실에 구현하겠다며 1955년에는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건설해 전 세계 레저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쓴 로버트 아이거는 픽사부터 마블 시리즈까지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디즈니를 세계 굴지 첨단 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영인이다. 루카스필름 합병과 21세기폭스사 인수도 그의 작품이다. 호기심과 자신감, 용기, 일관성이 성공의 4가지 법칙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월트 디즈니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그가 어떻게 디즈니 수장이 되었는지, 그가 꿈꾸는 디즈니 왕국의 미래는 어떤 것이지를 잘 보여준다. 평생 남을 인정하지 않던 스티브 잡스도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었다.

* ‘테슬라’를 닮고 싶었던 괴짜 CEO 일런 머스크 - 일런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을 ‘우주 남작들’이라고 부른다. 특히 머스크는 인류가 살 수 있는 화성으로의 탐사까지 추진 중이다. 우주로 가는 여행길을 개척하는 동시에 우주 희소 광물 채취에도 열심이다. 그는 1999년에 ‘엑스닷컴’이라는 생소한 뱅킹 플랫폼 회사를 차린 후 페이팔과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팔았다. 그 돈으로 평소 존경한 과학자 테슬라의 이름을 따 ‘테슬라 모터스’를 세웠고, 가장 먼저 전기차 생산에 올인해 독보적 선도기업으로 키웠다. 오늘날 테슬라는 에디슨이 만들었던 GE보다 시가총액이 수십 배 이상인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 <니콜라 테슬라 평전>과 <라이프 3.0> ; 버나드 칼슨의 <니콜라 테슬라 평전>은 테슬라와 에디슨 필생의 경쟁 이야기다. 수학 신동 소리를 듣던 테슬라는 에디슨회사에 다니다 그의 직류 모터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퇴사 후 교류모터 연구에 박차를 가한 그는 웨스팅하우스 재직 때 나이아가라 폭포에 교류발전기를 사용한 수력발전소를 만들면서 빛을 보게 된다. 테슬라의 고주파 장치는 이후 무선통신과 무선전화 휴대전화 등 모든 무선장치의 원형이 된다. <라이프 3.0>의 저자 맥스 태그마크는 머스크가 1000만 달러의 연구자금을 쾌척했던 당사자다. 그는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인간이 호모사피엔스임을 포기하고 지능적 사고가 가능한 ‘센티언스(sentience)’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래 직업도 인공지능의 아성은 넘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머스크도 언젠가 인류가 인공지능의 역습을 막아낼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트위터에 ‘인공지능이 핵무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 ‘병법’을 사랑한 스냅챗 CEO 에반 슈피겔 - 스냅챗은 게시 몇 초만에 콘텐츠가 사라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큰 인기를 얻었다. 동료의 아이디어를 1억 5700만 달러를 주고 넘겨 받아 일군 성과였다. 출시 2년 만에 페이스북이 10억 달러 인수 제안을 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제안을 단 칼에 거절했고, 2017년 상장에 성공한다. 2015년에 AR렌즈 기술을 도입해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급기야 2021년에는 시총 1000억 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했다. 머신러닝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동원해 3D 지도로 재구성한 도시 공간을 유저가 아티스트처럼 페인팅할 수 있도록 개발한 ‘로컬 렌즈’ 등으로 엄청난 미래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손자병법>과 <블리츠스케일링> ; 손무(孫武)는 <손자병법>에서 오덕(五德)과 오위(五危)로 말했다. 장수의 다섯 가지 덕은 지혜(智)와 믿음(信), 어짐(仁), 용기(勇), 엄격함(嚴)이다. 장수를 위태롭게 하는 다섯 가지 실수는 객기와 두려움, 조급함, 자존심, 그리고 지나친 병사 사랑이라 했다. 손자병법 최고의 지략은 피할 수 있는 전쟁은 피하고, 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이기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훗날을 도모하고 36계 줄행랑이 “무조건 돌격 앞으로” 장수보다 낫다는 것이다. 리드 호프먼 등이 공저한 <블리츠스케일링>은 경쟁자를 속전속결로 제압함으로써 시장의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흡수하고 대중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각인해 시장을 독점하라고 이른다. ‘페이팔 마피아’ 호프먼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소셜넷’과 비즈니스 인맥 서비스 ‘링크드인’을 세워 크게 성공했다. 그는 성공 기업의 비결을 ‘속도’에서 찾는다. 효율성을 희생해서라도 빠르게 사업을 키우리고 다그친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략 구사, 그리고 절대 편법을 쓰지 않는 경영을 강조한다.

* 10대에 인생계획 세운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쿠팡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손정의는 19세 때 원대한 인생 계획을 짰다. 20대에 사업체 출사표를 던지고 30대에 사업자금을 모아 40대에 큰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을 완성한 후 60대에 은퇴한다는 계획이었다. 미국 버클리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1년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를 설립했지만 이내 만성간염 판정을 받아 3년이나 병원 신세를 진다. 이 때 3000권의 책을 읽는다. 그는 “내 경영 원칙은 대부분 병실에서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OS(운영체계)의 일본 독점권을 얻고, 야후 지분 34%를 사들인 후 야후재팬의 안정적 수익을 재원으로 벤처기업 발굴에 본격 나서 괄목할 성과를 낸다.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사업 사업에도 성공 스토리를 이어갔다.

- <료마가 간다>와 <사업을 한다는 것> ; 사카모토 료마는 손정의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는 변방의 하급무사로 태어나 서른셋으로 단명할 때까지 료마가 보여준 개혁의 리더십과 실리주의 경제관을 극찬한다. 료마는 사무라이였지만 실리를 중시한 상인이었다. 낭인이 된 사무라이들에게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도록 하고, 이들을 모아 일본 최초의 주식회사 ‘가메야마 조합’을 만들어 막부의 부패와 타락에 맞섰다. 그의 실리주의는 부국강병이라는 메이지유신의 이념으로 승화되어 일본이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로 발전하는 초석이 된다. <사업을 한다는 것>을 쓴 맥도날드 CEO 레이 크록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만들어 요식업과 유통업을 결합한 기업인이다. 맥도날드 형제의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동선을 줄인 간소한 조리 시스템을 보고 이를 매뉴얼화해 전국 규모 사업으로 확장시켰다. 프렌치파이에 불량 감자튀김이 사용된 것을 알고는 이를 속여 팔지 않고, 단돈 10센트에 팔아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리며 큰 성공을 일궈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재산을 사회환원하는 착한 부자이기도 하다.

* ‘메타 시대’를 연 마크 저커버그 - 2021년 그는 “미래 세대는 AR과 VR이 연동된 새로운 플랫폼을 요구한다”며 페이스북 사명을 ‘메타’로 바꾸었다. 2억 6700만 명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알고리즘 조작 의혹이 끊이질 않던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바꾸는 순발력 있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 순발력은 독서에서 비롯되었다. 2주마다 최소 한 권 이상을 읽는다. 2015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년 동안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겠노라 공언한 뒤, 읽은 책 목록을 올려 약속을 지켰다. 그는 “우리는 돈을 벌려고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보다 나은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돈을 번다”고 말한다.

- <과학혁명의 구조>와 <사피엔스> ;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책이다. 그는 과학의 발전을 ‘가설’과 ‘반증’이라는 틀로 설명하던 기존 학설을 뒤집고 “과학사는 패러다임의 생성과 파괴, 즉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발전해 왔다”는 주장했다. 더 이상 기존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위기’ 때마다 곧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해 ‘과학혁명’을 이뤘다며, 천동설과 지동설을 대표적 예로 든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탐구했다. 그는 ‘불만족’이야말로 인류 진화의 깊은 뿌리이자 현생인류가 생태계 정점에 올라설 수 있도록 추동한 핵심기제라고 파악했다. 인류가 최상위종이 된 첫 번째 요인으로 그는 ‘신화의 탄생’을 들었다. 이런 허구의 믿음이 타인과 협업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류 공영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생태계 붕괴와 핵전쟁 위기도 사피엔스 생존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군비 감축과 국가간 협력, 평화적 공존을 호소했다.

* ‘애플의 독재자’ 스티브 잡스 - 생전에 잡스는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탐독했다. 자신의 왕국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때 어떻게 꼬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해군 보다 해적이 되라”고 했던 잡스는 그 괴팍한 경영 스타일 탓에 자신이 스카웃 한  펩시 출신 CEO 스컬스에 밀려 자신의 회사에서 강제퇴출되기도 했다. 잡스는 그 방황기에 선불교와 힌두교의 요가 전통에 빠졌다. 채식주의로 전환해 모든 육류를 끊고 당근이나 사과만 먹으며 몇 주를 버티기도 했다. 프란시스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은 그에게 바이블과 같은 책이었다고 한다. 

- <선심초심>과 <혁신기업의 딜레마> ;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선불교센터를 지어 “마약 대신 명상을 해보라”고 권한 일본의 선승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을 수십 번 정독했다. 수 백권을 결혼식 하객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순류는 ‘좌선’이 종교를 초월하는 자세이며 ‘나로서의 나’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는 생활하는 모든 것이 수행이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모든 행위가 명상이었다. 하지만 잡스는 일본 선승에 너무 빠졌다. 췌장암 진단 후 바로 수술 했다면 완치도 가능했을텐데 그는 수술을 거부하고 순류를 더 자주 만났다. 그리곤 뒤늦게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센의 <혁신기업의 딜레마>는 ‘파괴적 혁신’ 개념을 처음 소개한 책이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파괴적 기술이 출현함과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지각변동에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기존 기업의 성공 전략을 모방하는데 그쳐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기업 몸집이 클수록 파괴적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느리고 그에 걸 맞는 혁신도 더디다고 했다. 그는 파괴적 기술에 관한 책임을 별도 조직에 맡길 것을 조언했다.

* ‘워렌 버핏의 평생 동반자’ 찰리 멍거 - 멍거의 남다른 성공투자 전략은 대학과 육군에서 배운 ‘포커’에서 나온다. “승산이 없을 때 일찍 죽고, 크게 우위이면 배팅으로 든든히 지원사격 하는 중요한 기술을 여기서 배웠다”고 고백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을 처음 만난 것은 1959년 한 디너 파티에서 였다. 버핏은 멍거라는 변호사가 자신과 똑같은 투자 전략을 얘기한다는 것을 듣고 있었고, 둘은 만나자마자 화학적 결합을 이뤘다. 버핏은 당장 “투자자가 변호사보다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며 함께 일하자고 했다. 멍거는 10년 동안 버핏과 함께 투자를 진행하다 1976년 정식으로 버크셔 헤서웨이에 들어가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하고 있다.

- <이기적 유전자>와 <총 균 쇠> ; 리처드 도킨스는 종교를 무력화시킬 사회활동을 하는 활동가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 등 선구적 진화론자들에게 바친 책이다. 그는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 기계이며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존재”라고 말한다. 다른 진화론자들과 달리 그는 “집단적인 이타적인 행동 등 겉으로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사실은 지극히 이기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문명사회가 인간의 생물적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에 각 대륙마다 다르게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 혁신과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상업적 발달은 잉여 식량이 축적될 수 있는, 인구밀도가 높은 정주사회에서 일어난다고 파악했다. 그 매개물이 총과 세균, 그리고 쇠를 이용한 야금술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의 교훈은, 결국 강자만이 한 사회나 국가를 건실하게 만들고 경쟁에서 승리한 쪽으로 모든 것을 독차지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 우주까지 파는 ‘21세기 만물상’ 제프 베조스 - 세계 최고의 갑부인 베조스는 생후 18개월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아마존 CEO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베조스도 조강지처를 버렸다. 함께 서점 아마존을 만들었던 맥킨지를 위자료 350억 달러를 주고 내쳤다. 그녀는 지금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여성이다. 베조스는 잡식주의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편집증적으로 한 분야만 파지 않고, 일정한 기준 없이 그때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골라 읽는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물건을 파는 21세기 만물상 아마존을 경영하는 그에게 딱 맞는 독서법일지 모른다.

- <샘 월튼>과 <맨먼스 미신> ; 21세기 유통의 왕이 베조스라면 20세기 유통의 황제는 샘 월튼이다. 월마트로 시어스, 타깃 같은 공룡 경쟁사들과 싸우려면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수 밖에 없었다. 땅값이 싼 곳에 대형창고를 지어, 번들이나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할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나중에는 유통업계 거의 최초로 위성 재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유통과 물류의 혁신을 이루었다. 베조스가 그에게서 배웠던 가치도 ‘혁신’이었다. 이제 아마존을 경쟁자로 두게 된 월마트는 ‘제트닷컴’, ‘무스조’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맞대응 중이다. 프레더릭 브룩스의 <맨먼스 미신>은 유명한 ‘브룩스의 법칙’을 소개하는, 프로그래머들의 필독서다. 보통 노동력이 더해질수록 일의 속도가 빨라져야 하지만, 시스템 프로그래밍에선 그런 협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분업이 낫다는 게 브룩스의 법칙이다. 일정이 늦어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인력을 더 추가하는 것은 일정을 더 늦추는 결과만 낳을 뿐이란 것이다. 개발팀을 이끄는 관리자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불합리하고 위험한 미신이라는 얘기다. 

* 소프트웨어 왕국을 세운 빌 게이츠 - 1995년 인터넷 시대 초기에 빌 게이츠는 ‘인터넷 해일’이라는 메모를 회사 경영진에게 보냈다. ‘정보초고속화도로’가 자신이 창조한 컴퓨터 산업을 앞지르려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예측하고, 급변하는 산업 지향에 시급히 적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그의 통찰력은 그의 엄청난 독서에서 비롯됐다. 그는 한 해 두 차례 일주일간 ‘생각주간(Think Weeks)’를 갖는다. 요즘도 매 분기 워싱턴주 후드 운하 근처 작은 오두막으로 일주일 독서휴가를 떠나 하루 세 시간을 독서에 할애한다. 주제와 분야를 가리진 않는 편이며, 읽은 책의 대략 20%는 꼭 메모를 한다. 읽기 시작한 책은 반드시 완독한다. 

- <팩트풀니스> ; 하스 로슬링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보건 및 의료 문제를 진단해 온 인연으로 빌 게이츠를 돕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구촌 대부분의 인구는 중간 두 단계 수준의 삶을 산다. 60억 인구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꽤 그럴듯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 의식주에 위협을 느끼는 인구는 10억이 채 안된다며, 인류 대다수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고 평화롭다는 것이다. 그는 고소득층, 저소득층처럼 매사에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것을 ‘간극 본능’이라고 칭하고, 이를 억제하려면 ‘사실충실성(factfulness)’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 인간의 내적 공포감을 부추기는 ‘공포 본능’,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크기 본능’, 한 두가지 사례로 전체를 도식화하는 ‘일반화 본능’, 타고난 특성이 국가와 문화 운명을 결정한다 믿는 ‘운명 본능’, 안 좋은 일의 이유를 특정 대상에서 찾으려는 ‘비난 본능’, 위기나 위험에서 느끼는 ‘다급함 본능’ 등이 사실충실성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역설한다. 이런 왜곡된 판단을 부르는 본능들을 교정하고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 공유경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인 우버를 만든 캘러닉은 일찍이 미래사회의 핵심이 소유가 아닌 공유가 될 것이라 파악했다. 그는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협력적 공유사회가 기존 산업사회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을 실현시켰다. 캘러닉은 ‘우버 타는 비용을 자동차 소유 비용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내걸어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우버가 2019년 뉴욕증시에 상장했을 때 그는 CEO 자리에 없었다. 각종 스캔들과 경영악화로 자리에서 밀려난 상태였다. 이후 그는 자신의 주식을 모두 팔아 현재는 우버와 완전히 결별했다.

- <아틀라스>와 <알렉산더 해밀턴> ; 미국에서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로 사랑받는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아틀라스는 미래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 시대의 미국이 배경이다. 의회 대신 입법부가 나라를 통치하고 대통령 대신 국가원수가 지배한다. 다른 나라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국가를 암시하는 ‘인민국가’로 불린다. 그는 아틀라스가 집산주의자들의 탐욕으로 무너지는 과정에서 유럽 전체주의 망령을 떠올린다.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유일한 근거는 ‘이성을 활용한 자유방임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자본주의’ 뿐이라고 주장한다. 론 처노의 <알렉산더 해밀턴>은 숙적이자 정치적 반대파였던 제퍼슨에 밀려 ‘만년 2인자’로 살았지만,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해밀턴의 전기다. 미국 지폐에 초상화가 새겨진 인물 중 대통령이 아니었던 사람은 해밀턴(10달러)와 벤저민 프랭클린(100달러) 두 명 뿐이다. 그는 초대 재무장관으로 중앙은행인 제1전미은행을 출범시켰고, 강력한 대통령제를 주창하며 오늘날 미국 정치제도의 근간을 만든 인물이다. 정적과 다툼 끝에 권총 결투 끝에 49세에 요절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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