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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글쓰는 '동네 형'으로 돌아온 허지웅

방송인 겸 작가 허지웅이 2년 만의 신간 ‘최소한의 이웃’으로 돌아왔다.(사진제공=김영사)“작가로서 끝까지 읽게 만들고 싶다.”23일 오전 허지웅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 출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년 만에 신간을 낸 허지웅 작가는 “‘이웃’이라는 말 자체가 어느 순간 상실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이 글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서로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하는 생각에 쓰기 시작했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글쓰는 동네형’ 허지웅의 신간 ‘최소한의 이웃’의 표지컷.(사진제공=김영사)‘최소한의 이웃’은 코로나19의 살풍경이 시작될 때부터 거리두기가 중단된 현재까지 보고 듣고 읽고 만난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애정: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 ‘상식: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공존: 이웃의 자격’ 등 총 6부 154편을 통해 더불어 살기 위한 가치를 담아냈다.  그는 “최대한 읽을 수 있는 가독성 보다는 제가 담을 수 있는 문장을 써놓고 줄일 수 있는 단어를 최대한 뺐다. 기승전결로 끝까지 궁금하게 해서 마지막까지 읽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전작과의 차이점을 짚었다.  지난 2018년 12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던 허지웅은 최근 완쾌 소식을 전 한 바 있다. 그는 “솔직히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뭘 남겨야 할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런 생각들이 이 책에 많이 담겼다”면서 “삶이 이런 것 같다. 사람들은 답이 없고 원인이 없는 것에 대해 잘못된 답을 내리고 매달린다. 이 책을 통해 세상에는 이유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허지웅은 필름2.0, 프리미어, GQ를 거쳐 방송으로 진출해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와 담대한 시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 ‘살고 싶다는 농담’,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망령의 기억’ 등을 썼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8-23 13:26 이희승 기자

[신간] ‘제임스 뷰캐넌: 공공선택학의 개척자, 정부만능주의를 경계하다’

김성준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가 ‘공공선택학’의 개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M. 뷰캐넌(1919~2013)에 관한 신간 제임스 뷰캐넌: 공공선택학의 개척자, 정부만능주의를 경계하다를 펴냈다.저자인 김성준 교수는 공공선택론의 국내 권위자이자 정책학과 규제정책 전문가로,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정책학-공공정책의 이해를 위한 입문 등 다수 서적의 저자이기도 하다.‘시민의 합의가 없다면 그 어떤 정치구조도 합법적이지 않다’는 뷰캐넌의 공공선택학은 경제학 방법론을 시장을 넘어 정부의 영역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써 그의 이론은 널리 공인받았다.저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익’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자유보다 정부가 더 우선시 되는 모습이 세계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뷰캐넌의 이론이 재 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시장 원리를 존중하고 시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그는 “뷰캐넌이 역설한 ‘정부는 시민 개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메시지가 더욱 절실할 때”라고 강조했다.이 책은 총 2부에 걸쳐 제임스 뷰캐넌 교수의 삶과 학문 세계를 조명한다. 지식발전소, 152쪽, 10,000원오수정 기자 crystal@viva100.com

2022-08-21 09:10 오수정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디지털 실크로드> 조너선 E. 힐먼

세계를 연결하고 미래의 글로벌 패권을 손에 쥐기 위한 중국의 디지털 광폭 행보를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디지털 독재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 공산당이 국내 통제를 강화하고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통신기술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구의 시각에서 썼지만, 중국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등 서방 세계의 한계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늦었지만 치밀했던 디지털 패권 전략 - 중국은 1994년 처음으로 국제 인터넷에 연결되었다. 하지만 불과 30년도 안된 짧은 기간에 세계 디지털 시장을 위협하는 ‘디지털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고객에서 공급업자로, 모방자에서 혁신자로, 네트워크의 한 분파에서 운영자로 도약했다. 그 이면에는 중국 정부, 즉 중국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인터넷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1년 전인 1994년부타 온라인 활동에 대한 정부의 절대적 권한을 주장하며, 국가가 중심이 된 ‘사이버 스페이스’ 비전을 착실히 준비해 왔다. 해외기업으로부터 중국 국내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주는 대가로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속속 넘겨 받았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시장을 미끼로 서양 기술을 모방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넉넉한 정보 보조금까지 받았다.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들을 교묘하게 속여 자기들끼리 경쟁하게 만들었다. 중국 시장에서 이기려면 중국 정부에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다.* 중국의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 - 하이크비전(Hikvision)과 다후아(Dahua)라는 두 중국회사가 전 세게 감시 카메라의 거의 40%를 생산한다. 전 세계 광섬유의 15%를 공급하는 헝퉁그룹은 국제 데이터의 95%를 전송하는 세계 4대 해저케이블 공급사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글로벌 위성 항법 시스템인 베이더우(北斗, beidou)는 전 세계 165개국 수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GPS보다 서비스 범위가 더 넓다. 우주 공간부터 해저까지 이어지는 이런 연결은 모두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즉 DSR의 극히 일부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첨단 기술 분야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시진핑 주석의 또 다른 대표적 사업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진전시키는 발판 역할을 한다.* 중국의 기술자립과 이중순환 경제 모델 - 중국 공산당은 2021년 3월에 국가발전계획인 제14차 5개년 계획을 승인하면서 사상 최초로 ‘기술 자립’을 전략의 축으로 선언했다. 시진핑은 특히 “중국은 이중순환(dualcirculation)이라는 경제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창했다. 중국의 해외수출은 유지하면서 외국 기술에 대한 국내 의존도는 낮추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2025년까지 5G 시스템과 스마트 시티, 클라우드 컴퓨팅, 기타 디지털 프로젝트가 포함된 새로운 인프라에 1조 4000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했다. 중국은 지금 ‘모방자’에서 ‘혁신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미국과 미래의 네트워크 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때늦은 대응 - 중국 최대 국영 통신회사인 차이나 텔레콤과 차이나 유니콤은 미국 내에서 국제전화 사업을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얻었다. 중국산 하이크비전 카메라는 뉴욕의 건물과 아파트부터 LA의 호텔 등을 모두 감시한다. 주요 경쟁국 기술을 미국 네트워크에서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은 워싱턴은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정부 때 국무부는 ‘클린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통신사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사지 못하게 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조치였다.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팔지 못하게 막았고, 뉴욕증권거래소는 차이나텔레콤와 차이나유니콤, 차이나모바일의 상장을 폐지했다. 미국은 자신이 지배적 중심을 차지하지 못하는 세계가 도래할 가능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디지털 실크로드’로 글로벌 정보망의 중심으로 - 21세기 자본자산은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정보다. 2017년 중국 기술자들은 세계 최초로 양자 암호화된 화상회의를 열어 1억 달러를 들여 특수 제작한 인공위성과 지상 광섬유 네트워크, 첨단 알고리즘 등을 선보였다. 극도로 안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증가의 절반은 아프리카에서 이뤄질 전망인데, 이 대륙 4G 네트워크의 70%를 화웨이가 구축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지부티를 잇는 해저 케이블도 구축 중이다. 중국은 특히 국제 표준에 혈안이다. 3류 국가는 제품을 만들고, 2류 국가는 제품을 설계하고, 1류국가는 표준을 정한다고 했다. 중국은 기존의 표준화 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요직을 선점했다.* 중국의 정보 탈취, 그리고 한계와 균열 - 중국이 자금을 댄 아프리카연합본부(AU)는 중국 디지털 리스크의 상징이다. 2020년에 이 건물 감시영상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이 적발됐다. 중국은 2300만 명의 미국 공무원 인사파일과 8000만 명의 건강 기록, 수억 명의 신용카드와 여권 정보를 훔쳤다. 이 정보들로 중국은 자국 기업들이 우위에 서게 하고 미국의 해외 첩보활동을 망쳐놨다. 저자는 그러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이런 야심에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공산당의 편집증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위층들이 외부와의 자유로운 인터넷 연결에 질색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난제는 전 세계와의 연결성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들의 통제권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기업’ 화웨이 -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1987년 화웨이 설립 후 군 출신답게 군 인맥을 널리 이용했다. 그는 1994년 6월 장저민(江澤民) 주석을 만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얻게 된다. 1996년 6월 주룽지 중국 부총리는 화웨이 방문 때 중국 4대 은행 총재를 모두 데리고 가서는 “해외에서도 화웨이가 외국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도우라”며 금융지원까지 약속했다. 지방과 시 단위의 정부기관들에겐 화웨이 제품을 구매토록 강요했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국영은행들은 157억 달러의 대출과 수출 융자 를 지원했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개발하는 모든 핵심기술을 지원했다. 화웨이는 노텔 등 외국 경쟁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 보다 ‘카피니즘’의 실천했다. 당연히 불법복제 의혹이 뒤따랐다. 1997년에는 IBM의 자문까지 받아 경쟁력을 키웠다. 런정페이는 “IBM이 주는 산발이 발에 맞지 않으면 당신 발을 자르라”고 했다. 이때부터 2019년까지 화웨이는 서구 모범 경영 사례를 배우는데 최소 16억 달러를 지출했다.* 중국의 ‘황금방패’에 놀아난 노텔 - 2000년 봄에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청문회에서는 미국 정부와 노텔, 모토로라 등은 모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했다. “그런 역사적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서구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할 권리를 얻으려 경쟁하는 동안, 자신들을 위험에 빠트렸다. 나중에 레이건 정부 국방장관까지 역임했던 당시 노텔 회장 프랭크 칼루치는 가장 강력하게 가입을 주장했었다. 중국 정부는 ‘황금방패’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공안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중국 경찰을 위한 중앙집중식 데이터 베이스, 기관간 정보 공유, 네트워크 보안 강화 및 성능 향상, 실시간 트래픽 모니터링과 달갑지 않은 콘텐츠 차단을 현실화해 갔다. 여기에 외국기술끼리 경쟁을 붙이면서 한껏 그들의 기술을 빨아들였다. 노텔은 중국 최고 광인프라 공급업체로 입지를 굳히는 듯 했으나 화웨이는 어느 새 노텔을 상대할 만큼 컸다. 2007년에 노텔은 화웨이보다 못한 매출을 올렸고, 2008년 금융위기로 회복 불능에 빠져 2009년 캐나다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도산 사례로 남게 된다. 화웨이는 노텔의 우수한 직원들을 데려다 경쟁력을 키웠다. 2020년 노텔 본사를 2억 달러 헐값에 사들인 캐나다 국방부는 빌딩 곳곳에서 도청기를 발견하게 된다.* 최악의 타이밍에 승부수 던지는 화웨이 - 1990년대 중반부터 런정페이는 본격적으로 해외 경쟁을 시작한다. 더 위험하고 남들이 간과하는 시장이 목표였다. 1997년 러시아에 합작회사를 세운 직후 러시아 정부의 국가채무 불이행과 외국 채권자에 대한 지급 중단 조치가 취해졌음에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러시아는 화웨이의 최대 시장 중 하나가 되었다. 1999년 케냐의 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 기준 아프리카 4G 네트워크의 70%를 구축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의 도움으로 현지 무선 네트워크 구축 등 인프라 재건을 도왔고, 201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4G LTE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미군은 해외 군사작전 수행 때 화웨이 장비에 의존했다. 화웨이는 저가 무선접속망(RAN)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유럽국가들은 뒤늦게 화웨이의 자국 5G 네트워크 접근을 제한했으나 역부족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오히려 화웨이 배제로 인해 중국이 다른 부문에서 보복할 것을 경계할 정도다.* ‘세이프 시티’ 가장한 5000억 개의 감시 카메라 - 하이크비전과 다후아, 두 중국 회사가 전 세계 감시 카메라의 40%를 공급한다. 국가 소유인 중국전자기술그룹(CETC)가 최대주주인 하이크비전은 2019년 글로벌 점유율이 25%에 달했다. 이 회사의 안면 인식 정확도는 99%에 달한다. 호주와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80개 이상 나라가 중국의 보안 감시기술을 사용 중이다.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이프 시티’라는 기치를 내걸고 제품을 팔지만, 미국 정부는 두 회사의 카메라가 중국으로 은밀하게 정보를 보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감사 카메라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기에 “중국이 독재를 수출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카메라 제조부터 인공지능 훈련, 분석기능 구축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중국 밖에 없다. 중국은 2005년 도시 감시 프로그램인 ‘스카이넷’을 발표한 뒤 10년 후 ‘매의 눈’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전역을 감시하기에 이른다. 감시 대상에는 시위 의심자와 반체제 인사가 당연히 포함된다. 중국은 성별과 나이 민족은 물론 질병 징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지도에 생긴 ‘중국 주름’ - 미국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데이터 흐름을 다른 쪽으로 우회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외국 통신 사업자들은 차이나 텔레콤 등 중국 국영 통신사 3곳 중 하나를 사용해야 한다. 독보적인 트래픽 감시와 검열, 차단 능력을 보유한 배경이다. 3사는 중국 국제 대역폭의 98.5%를 통제한다. 2009년 신장 지역 탄압 때 중국 정부는 반 년 동안 대부분의 모바일 문자 메시지와 국제전화 서비스,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으며 지금도 더욱 교묘한 통제 방법을 개발 중이다. 외국 통신사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줄이려 국제 데이터 전송용 해저 케이블을 더 많이 구축하고 있다. ‘화웨이 마린’을 통해 중국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잇는 항로를 확보했다. 일본이 아시아와 칠레를 잇는 케이블을 설치하면 곧 뒤를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해저 대결에서 10% 정도 점유율에 그치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세계 4위 케이블 회사로 성장한 것은 분명 위협적이다. 2019년에 화웨이 마린을 인수한 ‘헝통’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엄청난 속도로 세를 키워가고 있다.* 미국 빅3를 위협하는 중국산 클라우드 - 아마존은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각각 17%와 6%로 2,3위다. 세 미국 기업이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 중이다. 중국이 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리바바의 알리클라우드는 현재 4% 점유율로 세계 4위다. 텐센트까지 가세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에 5년간 7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화웨이는 정부를 위한 3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비롯해 140개 이상 나라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재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의 클라우드 야망은 보안 우려 때문에 제한을 받고 있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도 마땅치 않다. 중국의 광범위한 사이버 보안법은 여전히 외국 데이터를 위험에 빠뜨린다. 자국 내 규제 장벽 때문에 중요한 수익원이자 역량 강화 기회인 금융 부문 서비스 제공이 불허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자국에서 가장 가까운 동남아 시장에서 치열한 글로벌 클라우드 경젱을 펼치고 있다.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다. 남아메리카 대륙 남단 국가들도 주요 타깃이다.* 중국의 첨단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 - 중국은 2000년에 첫 번째 베이더우 위성을 발사했다. 이어 2007년에 미국의 GPS 시스템을 대신할 중국의 3세대 글로벌 항법 위성 시스템 ‘베이더우’ 1단계를 완성했다. 글로벌 항법 위성 시스템은 미국과 유럽연합 러시아에 이어 네 번 째 국가다. 베이더우 시스템은 어떤 측면에선 GPS를 능가한다. 정확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더 정확하다. 무기를 팔 때 은밀한 우대조건으로 베이더우 사용을 제안할 수도 있다. 중국 전자제품에 함께 딸려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중국산 휴대폰 브랜드에는 베이더우 서비스가 기본 탑재되어 있다. 전 세계 상업용 드론의 70~80%를 만드는 DJI의 제품에도 장착돼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165개국 수도에서 GPS보다 넓은 커버리지를 제공한다. 지상 인프라는 북극 등 모든 대륙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일대일로 경로와 겹쳐, 적의 신호를 교란시키는 악의적 활동에 사용될 수도 있다. 베이더우는 결국 전 세계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차량, 첨단 통신 네트워크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개도국 통신위성시장 선점하다 - 중국은 자체적인 통신위성을 원하는 개발도상국에 공급자 역할을 하며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억 5000만 달러 정도만 있으면 어떤 나라든 자체 통신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과 중국개발은행은 자금의 85%까지 융자해 준다. 계약과 함께 곧바로 지급되며 여기에 지상국, 시험, 훈련과 발사, 운영 지원까지 제공한다. 중국의 모든 해외 위성 판매는 중국만리장성산업공사를 통해 이뤄진다. 나이지리아가 2004년 첫 외국 위성 고객이다. 3억 1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으나 2억 달러를 신용대출 받은 덕분에 전체의 3분의 1만 부담했다. 이후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각종 사고로 얼룩졌지만 중국 인공위성 제안은 여전히 강력하다. 우주개발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은 지구 저궤도를 진입하는 다른 경로를 노린다. 그러면서도 CASC와 CASIC 두 회사를 경쟁시켜 차세대 LEO 위성그룹 진입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이 LEO 위성 기술의 격차를 좁히면, 중국은 개도국 시장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국은 우주 분야의 후발주자지만, 지속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며 서방 세계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 모방자에서 선구자로 - 2018년에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RD 지출의 28%와 26%를 차지하며 각축전을 벌였다. 2019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했을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안면 인식, 디지털 결제, 양자 통신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기술 선구자로 거듭났다. 미국은 클라우드 컴퓨팅, 위성 기술, 첨단 반도체 등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불법 기술취득을 막는 동시에 더 많은 혁신을 촉진하는 전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 통제와 장비 금지, 면호 취소, 외국인 투자 제한, 지적재산권 도용 기소 등은 미국시장을 방어하고 중국 공급망을 붕괴시킬 순 있겠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공세적이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저자는 중국 같은 시장 규모를 갖추지 못한 미국이기에,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방어와 공격이 결합된 승리 전략을 실행하려면 ‘연합’ 외에는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선 완벽한 보안은 불가능하며, 복원력 강화가 차선이라고 말한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영국 등 7개 미국 동맹국은 RD에서 중국을 앞지르고 있으며 2030년에도 여전히 세계 GDP의 5분의 1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유럽과의 유대를 보다 강화하고, 인도가 연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조치는? - 저자는 미국에 3가지 주요 전략의 전환을 촉구한다. 첫째는 안보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생각과 비용 지불방식이다. 일단, 정부 예산에서 디지털 이슈를 늘리고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정부의 인력배치 방식 업데이트도 요구한다. 중국은 201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외교관이 가장 많은 나라다. 둘째는 이런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다. 미국 정부는 외국 시장과 신기술에 접근하는 방식이 좀더 기업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보다 편하게 받아들이고, 파트너나 동맹국들과 위험과 보상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는 미국이 전 세계에 이를 홍보하는 방법이다. 개도국에서 재정적 지원 뿐만아니라 국가들이 비용을 평가하고 결정에 도달하는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많은 나라에게 중국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그는 “중국의 디지털 발자국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중국이 개도국 중심의 탄탄한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통신과 무역 금융을 휘어잡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긴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네트워크 전쟁은 승자 독식 대결로 결판나지 않고, 긴 싸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8-20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이제는 '노화'를 늦추는 게 관건… 그 방법은 '식사'에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한때 부의 상징으로 ‘사장님 몸매’가 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고기를 주로 섭취한 탓에 배에 지방층이 쌓인 불룩한 배를 자랑하는(?) 몸매가 그것. 하지만 최근 의학계는 비만의 원흉이 탄수화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에는 저소득층일수록 탄수화물 중독에 빠져 건강이 훼손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따라서 탄수화물의 섭취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건강관리와 올바른 식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베스트셀러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를 쓴 마키타 젠지의 신간 ‘식사만 바꿔도 젊어집니다’는 범람하는 ‘당질제한식’에서 엑기스만 모아놓은 책이다. 단순한 다이어트를 넘어 노화 예방에도 효과적인 인체의 메커니즘을 소개하고 노화를 과속화하는 AGE(최종 당화산물)의 생성 과정과 효과적인 차단법을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가독성을 높인다.식사만 바꿔도 젊어집니다 |마키타 젠지 지음 | 황성혁 번역 및 감수 |1만6500원 (사진제공=북드림)저자 마키타 젠지는 당질 제한 및 AGE 제한의 일인자로 불린다. 20만명 이상을 진료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금까지의 다이어트 상식이었던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파헤침으로써 올바른 식단을 기반으로 하는 새롭고 구체적인 건강법을 제시한다.이 책의 핵심은 “나이듦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몸에서 단백질이나 지방이 당과 결합해 생기는 당화물질 ‘AGE’를 최소화하는 식사를 통해 늙어가는 속도를 늦을 수 있다”고 소개한다. 무엇보다 쌀이 주식인 동양인에게 탄수화물이 대부분인 밥을 제한하라는 건강법은 오래 지속하기 힘든 약점이 있다. 고기와 야채 위주의 식단을 지키다가도 속칭 ‘ 입터진 날’이라도 만나면 어느새 면이나 빵을 흡입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기 일쑤다. 결국 ‘다이어트는 내일 부터’ 혹은 ‘맛있으면 0㎉’ 같은 말로 자기합리화에 빠지기 쉽다. 이 책의 가독성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는 독자들에게 ‘절대’라는 말을 하지 않는 저자의 필력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는 인크레틴을 설명하며 아예 제한하는 것보다는 급격한 혈당 상승을 줄이도록 차라리 약간의 기름을 둘러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라고 조언하는 것.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하게 즐기라’는 일상권고형 문장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4장이 노화예방을 위한 올바른 식단을 다룬다면 5장에서는 추천 식재료까지 세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의 번역 및 감수를 맡은 의사이자 ‘닥터 쓰리’라는 채널을 운영 중인 황성혁씨는 최근 서비스를 재개한 싸이월드를 예로 들며 “10년, 15년 전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들을 보며 즐거웠던 추억에 빠지기도 잠깐, 지금의 모습과 다른 나를 느끼면서 씁쓸한 기분도 들었을 것이다. 그 시절 모습으로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은가?”라고 되묻는다. 오늘이야 말로  독자들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사실을 각인 시키는 ‘식사만 바꿔도 젊어집니다’는 음식이 주는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8-18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리드 호프먼 외

기업의 규모를 크게 키워 엄청난 가치를 일궈내고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는 경영 행위를 ‘스케일 업’이라고 한다. 이 책은 파괴적 혁신으로 스케일 업을 이뤄내 성공적인 기업을 일군 글로벌 기업인들의 이야기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자가 리드 호프먼이라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그는 스타트업 CEO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기업가이자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다. 공동 저자인 준 코언과 테론 트리프는 미디어 스타트업 ‘웨잇왓(WaitWhat)’의 공동 창업자다. 이들은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점으로 ‘충만한 기업가 정신’을 든다. 말도 안되는 최악의 아이디어로 기업을 크게 성장시키고,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통념으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원천이 기업가 정신이었다고 말한다.* 148번의 거절 끝에 성공한 ‘더뮤즈’ - 온라인 취업 플랫폼 더뮤즈(The Muse)의 창업자 캐스린 민슈는 초기 자금조달 과정에서 무려 148번이나 거절 당했다. 투자자들이 타깃 사용자층이 아닌데다 대부분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 숱한 거절 속에서 비전과 실행계획을 더 단단하고 완전하게 만들었다. 피해야 할 모든 잠재적 위험, 경쟁자들보다 앞서 탐사해야 할 미개척지가 표시된 로드 맵을 손에 쥐었고 전략과 목표 수정에도 큰 도움을 얻었다. 2800만 달러가 넘는 투자금도 유치했다. 저자는 “어떤 거절은 경쟁자에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생각하도록 도움을 준다”며 “거절을 잘 받아들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아니오’라 말 할 때가 스케일 업을 향한 좋은 첫 신호이며, 오히려 만장일치 찬성이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말한다.* 모두 ‘NO’ 한다고 좌절하지 말라 - 워커앤드컴퍼니의 창업자 트리스탄 워커는 흑인이었다. 그는 미지의 영역, ‘화이트 스페이스’를 보는 능력이 남달랐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오’라는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100년이 넘는 면도기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특정 사용자층, 굵은 곱슬 수염을 가진 남자들이었다. 그는 유색인종 전문 제품 분야에서 PG 같은 글로벌 기업을 꿈꿨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런 시장의 필요성에 전혀 공감 못하는 백인 남성이었다. 트리스탄은 벤처투자자의 비판이나 거절이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과 무관함을 확신했다. 대신 대담한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선경지명을 가진 투자자를 찾았다. 바로 벤 호로위츠였다. 세계 인구 대다수가 유색인종임을 둘은 알았던 것이다. 2018년에 이 회사는 PG에 매각되었고 그는 계속 CEO로 남았다.* 스케일 업 전에 핵심 사용자부터 찾아라 - 브라이언 체스키가 에어비앤비 창업 전에 유명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 창업자를 만났다. 체스키는 각종 화려한 수치와 도표로 마케팅 계획을 소개했다. 하지만 폴은 “기업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핵심 사용자들이 좋아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 일을 할 최적기가 사업 초창기”라고 조언했다. 또 “당신의 서비스를 사랑 하는 사용자 100명이 당신의 서비스를 좋아하는 100만 명의 사용자보다 낫다”고 말했다. 저자는 초기 핵심 사용자 그룹에서 충성심을 구축하면 이들이 ‘쐐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스케일 업을 위한 견고한 기반이 된다고 조언한다.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아니라 “당신을 흥분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브라이언은 사용자 한 명을 위한 휴가 계획을 짜는 것부터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피드백을 챙기기 시작했다.* ‘핸드메이드 사고방식’이 통한다 - 뉴욕 브롱크스 공립학교 교사였던 찰스 베스트는 교사들이 특정 수업이나 활동에 필요한 희망 목록을 올리면 기부자들이 후원하고 싶은 수업과 활동을 고를 수 있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도너스추즈’다. 사실상 최초의 클라우드 펀딩인 셈이다. 해당 프로젝트 후원금은 교사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도너스추즈가 대신 물품을 사 교사에게 전달해 준다. 기부자들에게는 철저한 재정보고서를 보내 그들의 돈이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기부자들에게 직접 감사 편지를 쓴다. 손이 많이 가는 수공예적 방식이다. 몇 몇 학생은 진짜 기부자를 찾기 위해 자원해서 방과 후에 매일 2000명의 잠재적 기부자에게 손 편지를 썼다. 아이들이 보낸 손 편지가 매우 현실적인 유대감을 주었다.* 파산했을 때가 가장 사업하기 좋은 때 - 마이크로솔루션스 창업가로 자수성가한 기업인 마크 큐번은 “때로는 파산했을 때가 사업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역시 기업에 데스크 톱 보급이 확대되는 것을 보고는 새 결심을 했다. 앞으로 회사 내 모든 컴퓨터를 연결해 파일과 메시지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외부 시스템과 연결해 구매 등을 대행하게 될 날을 예측했다. ‘컴퓨터 네트워크’라는 미지의 분야에 뛰어든 강한 원동력이었다. 그는 최초로 근거리통신망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초로 다중사용자 네트워크와 광역통신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저자는 “영웅의 서사는 언제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면서 그 아이디어를 세상에 선보일 기업가 정신은 왕성한 호기심과 행동력, 협력, 그리고 끝까지 해내는 힘인 ‘그릿(grit)’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단순하고 불완전한 아이디어의 힘 -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스탠퍼드대 3학년 때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가 사진공부를 하게 된다. 완벽한 카메라를 갖추고 열정이 넘치던 그에게 의외로 교수는 ‘홀가’라는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 카메라를 주면서 “불완전함을 사랑 하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했다. 그 때 그는 예술가에게 주어진 어떤 ‘제약’이 오히려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비밀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케빈은 완벽한 파트너 마이크 크리거를 찾았고, 둘은 여러 다양한 기능 가운데 사진 공유 기능에 집중키로 하면서 ‘인스타그램’ 신화를 만들게 된다. 쉽고 편하게 사진에 컬러를 입히거나 개성과 분위기를 더할 수 있는 필터 기능은 인스타그램의 본질적인 특성과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대표 기능이면서, 가장 독특하고 인기 높은 핵심 기능이 되었다.* 좋은 아이디어는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 리드 호프먼은 “모든 훌륭한 아이디어는 개인이 아닌 네트워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예비 기업가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아이디어를 너무 오랫동안 쥐고만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두운 방에서 혼자 앉아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다리기 보다는 주변의 네트워크에서 제대로 된 피드백을 줄 사람을 찾아 얘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역시 피드백을 구할 때 “실패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 기업가들에게는 “내 아이디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지 말고 “뭐가 잘못되었어?”라고 물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또 “아이디어는 개인의 고유한 능력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주변의 시장들이 보여주는 트랜드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며 주변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소중히 여기라 말한다.* 빈틈 없는 문화는 곧 바보들의 문화 -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평범한 DVD 대여업체를 세계 1위 비디어 스트리밍 업체로 탈바꿈시키고 헐리우드까지 굴복시킨 기업인이다. 하지만 회사가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회사 문화를 만들 겨를이 없었다.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지 않고 늘 자신이 직접 앞에 나선 것도 문제였다. 이런 경영방식은 지나치게 많은 안전장치를 만듦으로써 직원들의 사고 능력과 위기 면역력을 떨어트렸다. 리드는 이른바 ‘제1원칙 사고’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만의 문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습관대로 일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을까”라고 질문하는 사고를 직원을 구하려 약 100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구성된 ‘컬처덱’을 만들어 배포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며 살아 움직이는 기록물인 컬처덱을 통해 그는 회사의 투명성과 정직성을 강조하고, 직원을 가족이 아닌 스포츠팀에 비유하며, 노력하는 만큼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채용해야 할 사람, 채용하면 안될 사람 -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오늘날 지식경제 중심의 기업에서 성공하려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끈기와 호기심”이라고 말했다. 허프포스트 창업자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공감하는 단순명쾌함’을 가장 중요한 문화적 가치로 삼았다. 쉐이트쉑의 대니 메이어는 ‘친절’을 가장 중시한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잘 아는 기술 분야가 아닌 다른 경영 분야에서 심층적인 지식을 가졌는지를 본다.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모든 기업가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 앞서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절대 채용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컨설턴트인 마거릿 헤퍼넌은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의 이름을 하나도 대지 못하는 사람은 채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그 사람 부하직원으로 일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채용하지 말라”고 권한다. 저자는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법을 전혀 배우지 못한 독주자를 조심하라”고 거든다.* 경쟁에서 이기려 말고 빨리 경쟁에서 벗어나라 -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은 출발 지점에서 충분히 빨리 시작한다면 경쟁자들을 완전히 뒤쳐지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피터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는 대신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전략을 택하라고 권한다. 스스로도 경쟁자 없는 새로운 분야로 진입하거나 경쟁자가 따라잡을 가능성이 아예 없을 만큼 빠르고 단호하게 행동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속도여야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피터는 이에 “페이팔은 사용자 기반이 매일 최대 6%씩 확대되었고, 사용자와 매출이 지속적으로 2배가 될 때 나올 수 있는 성장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팔은 처음 24명으로 시작해 금방 1000명에 도달한 후 론칭 3개월 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그는 “사업 초창기에 경쟁에서 벗어날 만큼 속도를 높임으로써 많은 스타트업이 기하급수적인 성장에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위한 공식 ‘70/20/10’ - 기업은 스케일 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확장 상태에 놓인다. 확장하고자 하는 영역을 파악해야 하며, 기존 주력사업과 새로운 확장 사업에 각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이 때 70/20/10의 공식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원의 70%는 주력사업에 할당하고, 20%는 주력사업과 인접한 확장에, 나머지 10%는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는 새로운 모험에 할당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략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확장할 영역을 고를 때는 먼저 ‘내가 실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혹은 ‘경쟁자가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져야 생산적인 방식으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때론 자신의 성공방정식까지 과감히 버려야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는 가벼운 수제 운동화를 만들어 유명 육상대회 우승 선수들에게 신김으로써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광고 판매보다 제품 자체의 기능성에 집착했다. 그가 추구한 ‘고기능성’ 운동화는 그러나 1980년대 ‘리복’이라는 ‘하이패션’ 운동화 열풍에 추월 당하게 된다. 리복의 하이탑 라인은 원래 에어로빅용 운동화였으나 어느 날부턴가 정장의 스타일리한 커리어 우먼들이 신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게임 규칙이 바뀌자 필은 자신이 알던 성공 공식을 모두 잊어야 했다. 결국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광고를 결심했고, 위든+케네디 광고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비로소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된다. 그는 나이키를 신발 회사에서 매력적인 브랜드로 전환하기 위해 20년 이상 쌓아왔던 자신의 전문지식을 기꺼이 내다 버렸다. 저자는 “혁신을 원하는 기업가라면 반드시 ‘이미 배운 지식을 버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낯선 세계로의 모험을 멈추지 말라 - 폭스텔레비전네트워크 CEO 출신의 배리 딜러 인터랙티브코프 회장은 ‘무한 학습자’다. 리드 호프먼은 그를 ‘영원한 베타버전’이라고 부른다. 그는 ‘TV를 위한 소설’이라고 불렸던, ‘미니 시리즈’라는 새로운 방송 장르를 개척했다. 특히 노예제도를 다룬 ABC방송의 8부작 미니시리즈 ‘뿌리’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배리는 이후에도 낯선 세계로의 모험을 지속해 폭스TV라는 신생 방송사에선 ‘심슨 가족’이라는 TV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가 늘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도약했던 것은 ‘학습하는 능력’과 ‘기존에 배운 것을 버리는 능력’을 동시에 지녔던 덕분이다. 새 비즈니스에 진출할 때마다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전제로 외부인의 신선한 관점을 적극 받아들일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닌, 모든 것을 배우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말’이 아닌 ‘행동’을 주목하라 - 구글의 전 부서장 마리사 메이어는 사용자들의 말만 경청하다가 길을 잃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에는 종종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만 곧이곧대로 따라가다간 충성도 높은 사용자 모두를 놓쳐버리게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사용자의 말과 행동이라는 두 가지 다른 형태의 피드백 사이의 균형감을 강조하면서 “의심이 들 때는 사용자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사용자들이 말하는 미래를 믿지 말라고 조언한다. 검색 결과와 달리, 사람은 항상 말하는 대로만 행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벤트브라이트 공동창업자 줄리아 하츠는 사용자 행동을 관찰할 때 핵심은 확인 또는 입증하고 싶은 가설에 얽매이거나 기울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고객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힌트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을 ‘정찰병’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이 가져오는 정보를 잘 해석하고 피드백을 가능한 빨리 행동에 옮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권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시도하라 -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암스는 사용자들이 손쉽게 블로그를 만들도록 돕는 ‘블로그’를 만들어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만족 않고 블로그를 구글에 팔아 멋지게 ‘피벗(극적인 전환)’에 성공했다. 그는 기술을 통해 사람들, 더 정확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곤 잭 도시 등과 함께 ‘해커톤’을 거쳐, 그룹 문자 서비스라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한 트위터를 만들어 냈다. 저자는 피벗과 관련해 두 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한다. 첫째는 조직 내에서 피벗이 공동의 결정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라는 것, 둘째는 피벗을 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과정에서 “내가 직원들, 커뮤니티, 지역시회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라고 조언한다.* 리드하고 또다시 리드하라 - 애플 전 수석부사장 엔절라 애런츠는 “스케일업을 하는 기업의 리더는 끊임없이 적응하고 발전하고 앞에 서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링크드인의 새 CEO로 괄목할 성장을 이끈 제프 와이너는 “관리자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만, 리더는 사람들의 의욕을 북돋우고 동기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구성원들에게 핵심 메시지를 거듭 전달해 제대로 흡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글 전 부사장 마리사 메이어는 ‘서번트 리더십’을 각별히 강조한다. 리더란 다른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따분하고 지루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조직내 관료주의를 없애려 그는 새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도록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고 커다란 보상도 마련했다. 저자는 그가 내부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성장시키는 능력 면에서 탁월한 자질을 과시했다고 평가한다.* 세상에 어떤 이름으로 남을 것인가 -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CEO는 “이익과 양심의 균형을 맞추려는 회사를 만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 20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포괄적인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했다. 파트타임 직원까지 포함해 모두에게 스톡옵션을 주었다. 애리조나주립대와 제휴해 주 20시간 이상 직원들은 무료로 대학 교육까지 제공했다. 그는 기업의 성공이 직원들의 성공과 밀접하게 엮인 미래를 그렸다. ‘사람이 최우선’이라는 경영철학이 뿌리 깊었다. 창업자와 기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인데버’의 창업자 린다 로텐버그는 ‘선행의 순환’ 사례를 만들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성공한 기업이 흔쾌히 도움을 주고, 도움 받은 사람은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에게 또다시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을 주는 것을 실천했다. 2019년에 흑인 대학인 모어하우스대학 졸업식에서 모든 졸업생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주겠다고 밝힌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의 창업자 로버트 스미스는 이런 ‘선행의 순환’을 가장 크고 확실하게 실천한 사람이었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8-13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유명인들의 목소리로 듣는 오디오 콘텐츠, 故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과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네이버 바이브에서 8월 중오디오 콘텐츠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선보일 故 이어령 작가(왼쪽)와 윌라에서 오디오북으로 ‘유럽 도시 기행’를 공개한 유시민 작가(사진제공=네이버 바이브, 윌라)고도화된 기술은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여행할 수 있게 하고 이제는 세상에 없는 그리운 이를 소환하기도 한다. 8월 특별한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 콘텐츠 두개가 공개된다. 오디오 무비, 슬립가이드(수면 유도 콘텐츠), ASMR 등 새로운 오디오 콘텐츠를 선보이는 네이버 바이브(VEBE)는 지난 2월 작고한 이어령 작가이자 초대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생전 목소리가 담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공개한다. 네이버 바이브에서 8월 중 선보일 오디오 콘텐츠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사진제공=네이버 바이브)2015년부터 국내외 저명인사와의 심층 인터뷰 ‘인터스텔라’를 연재 중인 김지수 작가가 1년여 동안 매주 화요일, 16회에 걸쳐 이어령 작가를 인터뷰해 지난해 10월 출간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변주한 오디오 콘텐츠다.2017년부터 암 투병을 했던 이어령 작가가 “내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이라던 동명 인터뷰 집을 바탕으로 한 오디오 콘텐츠지만 단순 읽기가 아니다. 오디오 콘텐츠에 맞게 새로 각색하고 재편집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는 김지수 작가가 수차례 인터뷰하던 당시 녹음한 이어령 작가의 생전 육성이 삽입된다. 김지수 작가 그리고 ‘시대의 지성’ 이어령 작가가 육성으로 전하는 사랑, 용서, 종교, 과학 그리고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라던, 이제는 직접 만날 수 없어 더 그리운 이 시대 어른의 위로, 꾸짖음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는 2019년 그리고 2022년 7월에 출간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1, 2권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각각 8월 8일, 18일에 공개한다. 현대 문명의 기틀을 마련한 서구 문화권 중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사람과 이야기를 품은 도시들을 직접 거닐며 건져 올린 감성들을 전하는 여행 에세이로 1권에서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그리고 2권에는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소개한다. 윌라에서 오디오북으로 공개한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사진제공=윌라)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래도록 여행도, 교류도 어려웠던 이들에게 간접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은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각 도시의 매력이 담겼다. 과거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길, 광장, 건축물, 박물관, 궁, 예술 등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지금 사람들과 그들이 새로 써내려 가고 있는 이야기 등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다. 이번 오디오 북은 유시민 작가가 직접 서문과 도입 부분 2개 챕터를 직접 낭독해 특별함을 더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1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대학시절 접한 소년의 비극, 19세기 미·유럽 스타일로 ‘파친코’가 되다! 이민진 작가 “위 아 파워풀 패밀리”

‘파친코’ 재출간으로 내한해 기자들을 만난 이민진 작가(사진제공=인플루엔셜)“대학생이던 19세에 학교 수업을 빼먹고 특강을 들은 적이 있어요. 일본에서 활동하는 백인 선교사가 들려주는 한국계 일본인 이야기였죠.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한국계 일본인 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야기였는데 너무 충격이고 화가 났어요. 죽은 소년의 이야기가 오래 뇌리에 남아 있었고 그 이야기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죠.”그렇게 오래도록 작가의 뇌리에 남아 있던 이야기는 2017년 소설로, 올초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로 전세계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파친코’의 시작점이었다. ‘파친코’ 재출간 기념으로 내한해 기자들을 만난 이민진 작가는 역사와 정체성을 강조하며 “대학교수로서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들도 고통받고 있고 우리 사회는 아직 그들에게 충분한 존중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런 젊은 사람들의 정체성에도 관심이 많아요. 역사를 모르면 빈깡통과도 같죠. 그들의 깡통이 비지 않도록 채워주고 싶어요. 제 작품들이 뿌리를 다루는 이유기도 하죠. 남자든 여자든, 여자도 남자도 아닌 존재든, 트랜서젠더든, 게이든, 스트레이트든, 불교신자이든, 기독교인이든 정체성에서 역사가 빠지면 의미가 없어요.”7월 27일 재출간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1권(사진제공=인플루엔셜)역사와 정체성을 중시하는 이민진 작가가 19세에 처음 접해 떨쳐버릴 수 없었던 일본계 한국인 소년의 이야기는 2017년에야 소설로 출간됐다. 늦은 출간에 대해 이민진 작가는 변호사였다가 작가로 전향한 과정을 털어놓기도 했다.“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글을 쓰고 있었지만 사실 작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1990대는 한국계 미국인, 하물며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상하고 엉뚱한 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일을 했어요. 그러다 심각한 간질환에 걸렸죠. 의사가 2, 30대에는 간암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누군가 쫓아오는 것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는 30대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작가의 길로 들어섰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8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 작가는 “2017년 처음 책을 출간하고 북투어 중 피츠버그 카네기홀에서 2000명의 독자를 만났는데 99%가 아시아와는 무관한 백인과 흑인, 유럽인이었다. 실제 책 구매자들도 그랬다” 전하며 ‘파친코’가 한국이 아닌 북미, 유럽 등에서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19세기 미국, 유럽 등 문학 스타일”을 꼽았다.“저는 19세기 미국, 유럽 책들을 좋아해서 그것들로 작가 훈련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소설은 19세기 스타일의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내레이션이 진행되죠. 19세기 유럽, 미국 스타일과 가까워서 호응을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이어 이 작가는 “19세기에는 당시 사회 및 현실를 반영한 소설이 많았고 기자들이 많이 썼다. 소설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 부조리를 지적했다”며 “제 첫 소설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도 자본주의와 월가를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갔을 때 얼마나 안좋은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죠. 온건한 자본주의는 좋지만 극단적으로 치달을 때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처럼 19세기 유럽, 북미 문학들은 인종 및 계급 차별, 인종주의, 문화적 제국주의, 식민지 등을 다루고 있어요. 저 역시 정치적, 사회적 소설을 주로 쓰죠. 19세기 영문학에서 많이 다루던 주제들이어서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작가의도 살려 재출간된 ‘파친코’‘파친코’ 재출간으로 내한해 기자들을 만난 이민진 작가(사진제공=인플루엔셜)“작가의 의도를 가장 많이 반영했다고 생각해요. 지난번 번역본과 비교하면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게 달라요. 1, 2, 3부 구성을 그대로 살려주셨죠. 더불어 한국판에만 있던 챕터 제목이 없어졌고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의 인용구도 그대로 해주시는 등 제 의도를 많이 살린 번역본이에요.”출판사를 인플루엔셜로 바꿔 재출간한 ‘파친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이민진 작가는 “‘파친코’는 거의 평생을 걸쳐 집필한 작품이다. 한국을 비롯해 한국계 일본인이 겪은 스토리를 더 많은 언어로 전세계에 잘, 정확하게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저는 사실 글을 느리게 쓰는 작가예요. 저널리스트처럼 취재와 연구를 많이 하죠.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수백명을 인터뷰하고 사전 연구를 많이 하는 작가입니다. 평생 단 두권의 책을 썼어요. 저에겐 고심해서 쓰는 단어 하나하나도 너무 중요해요. 그 단어를 어떻게 번역하는지가 중요한데 (새로운 출판사) 인플루엔셜은 번역에 대해 제가 많이 콘트롤할 수 있게 해줬어요.”이는 제목 ‘파친코’를 고수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파친코는 일본 말이지만 출판할 때도 반드시 영어로도 ‘파친코’여야 한다고 고집했다”며 “중요한 단어여서 전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또 다른 부분은 제 생각을 이해하고 옹호해줬기 때문이죠. 작가로서 일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판 아메리카 디렉터이기도 하고 미국작가협회에서 작가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작가로 일한다는 건 저항과 혁명의 행동이고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파친코’도 위험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쓴 책이죠. 그걸 이해하고 옹호해준 출판사였어요. 저는 ‘파친코’를 읽은 사람들이 한국인을 만났을 때 그 얼굴 뒤에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8월 25일 재출간 예정인 ‘파친코’ 2권(사진제공=인플루엔셜)더불어 ‘파친코’의 인기 요인에 대한 질문에 “인간적 면모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전세계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의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인종 및 계급 차별, 혐오 등은 인간 본성 중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인간을 억압하려 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그런 면들을 다루고 싶어요.”◇‘마더랜드’로 시작해 ‘파친코’까지“처음 책을 썼을 때의 제목은 ‘마더랜드’였어요. 책 한권을 다 썼는데 남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재미없다고 했어요. 저 역시 못썼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책 중 한 챕터만 ‘파친코’에 반영했어요. 첫 버전의 주인공은 솔로몬이었고 선자도 없었죠.”이렇게 전한 이민진 작가는 재일교포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북송사건과 탈북민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북송사건 관련해서는 극 중 캐릭터인 김장호를 언급했다.그는 “한수를 위해 일하는 깡패인데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해 북송하는 캐릭터”라며 “(북송사업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테사 모리스-스즈키 호주국립대 일본역사학 교수 글에 일본에 있던 한국 사람들이 속아서 북송한 경우가 많다는 역사적 사실이 정확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쌀밥을 주겠다, 아파트, 세탁기를 주겠다는 말에 적십자의 보호를 받으며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죽거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어요. (‘파친코’ 중에서는) 김장호라는 캐릭터가 그 롤을 맡고 있죠.”‘파친코’ 재출간으로 내한해 기자들을 만난 이민진 작가(사진제공=인플루엔셜)이어 탈북민에 대해서는 “가슴 아픈 일이고 어려운 문제”라고 표현했다. 그는 “저는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 뿐 아니라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등 여러 나라 퍼진 모든 한국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며 “같은 한국인이 한국 사람을 괴롭히는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같은 민족, 인종, 나라 사람이지만 남북한은 아직도 전쟁 중이죠. 남한에서도 북한을 아직도 적으로 보고 있어요. 남자들은 군대를 가고 전쟁을 대비해 훈련을 받죠. 일련의 상황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문제죠.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파친코’ 재출간으로 내한해 기자들을 만난 이민진 작가(사진제공=인플루엔셜)◇차기작 ‘아메리칸 학원’“(K컬처 열풍과의) 시너지와 글 쓰는 분들의 증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이민진 작가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등장이 많아진 이유로 “한류 열풍과의 시너지와 글 쓰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증가”를 꼽았다.“소프트 컬처 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출에 힘쓴 대한민국 정부의 노력 그리고 수많은 작가, 감독, 배우, 가수, 예술가 등의 노력과 희생으로 지금의 한류가 생겼죠. 미국에서도 저 같은 사람이 한류의 영향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어 “한국계 미국인들은 오래도록 창작활동을 해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숫자가 늘고 관심을 받는 저변이 형성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계 미국인 작가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는 부족하다. 더 많은 한국인 작가와 아티스트가 더 잘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차기작 ‘아메리칸 학원’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교육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에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퍼진 한국 사람들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죠. 교육은 사람을 억압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 사회적 지위, 부와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어요.”이어 이 작가는 “일각에서는 영어로 번역해 ‘아메리칸 아카데미’(American Academy)라고 하지만 이 작품 또한 ‘파친코’라는 일본어를 고수한 것처럼 ‘학원’이라는 우리말을 고수하고 싶다”고 말을 보탰다.“버버리라는 옷의 형태를 영국 브랜드를 차용해 쓰는 것처럼 ‘학원’이라는 한국어를 차용어로 가져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원’을 이해하지 않으면 한국을 이해할 수 없거든요. ‘학원’은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한국 단어라고 생각합니다.”◇위 아 파워풀 패밀리 “모든 독자를 한국인으로 만들기 위해!”‘파친코’ 재출간으로 내한해 기자들을 만난 이민진 작가(사진제공=인플루엔셜)“가족이라는 개념 말고는 서로가 연결돼 있음을 설명할 수가 없어요. 혈연은 아니지만 연결돼 있고 한데 속해 있는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이민진 작가는 사인을 할 때마다 ‘위 아 패밀리’(We Art Family)라고 적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며 “가족은 연결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밝혔다.“이번에는 ‘위 아 파워풀 패밀리’라고 써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들이 파워풀한 사람이라고 느끼길 바라요. 전세계적으로 더 많은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고 ‘나는 정말 파워풀한 삶을 살고 있다’고, ‘내가 아니라 우리가 중요하다’고, ‘가족으로 연결돼 있다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그리곤 “해결해야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만 가족이라는 생각이면 모두 해쳐나갈 수 있다” 재차 강조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모든 독자들을 한국 사람들로 만들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털어놓았다.“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을 때는 러시아 사람,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읽을 때는 영국 사람, 헤밍웨이 작품을 읽을 때는 미친 미국 남자가 되는 느낌을 받거든요. 주인공에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하면 그 사람이 돼요. 제 책을 읽는 모두가 한국인이 되고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08 18:25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딥 차이나> 박승찬

2021년 GDP가 미국의 75%를 넘어 G2 국가로 우뚝 선 나라, 세계 GDP 비중 18%에 세계경제 기여도 25%인 나라, 중국. 하지만 우리는 중국에 대해 속속들히 알지는 못한다. 시중에 중국에 관한 책은 많지만 대부분 겉핥기 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다년 간 중국을 경험했던 저자의 현지 경험을 기초로 이론적 토대가 뒷받침된 50개의 실질적인 사례가 돋보인다. 최근 나온 중국 소개서 가운데 단연 최고다. * 중화사상과 ‘레드라인’ 이해해야 - 저자는 중화민족 우월주의에 기초한 ‘중화사상’의 속내에는 불안감과 자부심이 공존하다고 말한다. 그들의 이른바 ‘문화공정’은 중화민족의 우월성 고취와 외부세력으로부터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강한 불안감을 함께 대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인과 비즈니스할 때는 이런 중화사상에 입각한 문화적 우월감을 명심할 것을 조언한다. 타이완과 홍콩, 소수민족 문제 같은 체제 분열과 독립 등 정치적 이슈에 감춰진 그들의 속내와 알레르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맹목적 애국주의 ‘샤오펀홍’과 ‘우마오당’ -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기업과 단체에 맹목적으로 온라인 공격을 펼침으로써, 중국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단체가 바로 ‘샤오펀홍(小紛紅)’이다. 18~24세 여성으로 구성된 단체인데, 회원수가 무려 20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공산당의 댓글 부대로 중국 민족주의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우마오당(五毛黨)도 있다. 댓글 하나에 0.5위안, 즉 5마오를 지급한다고 해 이렇게 불린다. 이들 역시 인터넷상에서 중국 정책을 적극 옹호하고 중국에 비판적인 의견에 무차별적 공격을 퍼붓는다.* 광고에 실패한 도요타와 나이키 - 일본 도요타는 2003년 중국에 신차를 선보이면서 사자상이 신차에 거수경례하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패도(覇道),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슬로건까지 달았다. 일본의 과거 패권주의를 떠올리게 한 것도 문제지만, 사자상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광고 포스터를 모두 회수하고 차종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나이키는 전체 매출의 25%를 올리던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다 중국 10대를 겨냥해 준비했던 TV 광고 ‘쿵푸더우스’로 곤욕을 치렀다. 이소룡의 유작 ‘사망탑’ 스토리를 차용하고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섭외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층마다 주인공에 맞서는 상대가 대부분 중국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문화 콘텐츠였다. 중국 비하라는 비판에 방영은 금지되었고 나이키는 공식 사과 성명을 내야만 했다.* 신분을 상징하는 선물 - 중국에서 선물은 관심과 관시(關係)의 중요한 표현수단이자, 선물하는 이의 신분적 상징성까지 내포한다. 하지만 과도한 선물은 그에 상응하는 청탁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역효과가 나니 주의해야 한다.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 선물은 금물이다. 괘종시계나 탁상시계는 ‘(삶이) 끝난다’는 종(鐘)자가 있어 터부시 된다. 한중 교류를 기념한다며 에밀레종을 선물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과일 중 배는 연인이나 부부에게 금기다. 한자 리(梨)가 이별을 뜻하는  리(離)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귤(쥐쯔, 橘子)는 좋은 선물이다. 길(吉)하다는 뜻의 지리(吉利)의 첫 글자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해음(諧音) 문화’ 이해해야 -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은 것을 해음(諧音) 현상이라고 한다. 폭죽의 중국어 발음은 ‘바오주’인데 복(福)을 알린다는 뜻의 바오주가 연상되어 인기다. 결혼 연회식에선 파가 들어간 음식을 피한다. 파를 총(蔥)이라고 하는데, 충돌하다는 뜻의 총(沖)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도마뱀을 형상화한 장식이나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많은데, 비후(壁虎)라는 발음이 ‘비호하고 보호하다’는 단어로 같은 발음이다. 박쥐도 중국에선 길한 존재다. 발음 ‘비옌푸’의 ‘푸’가 복(福)을 의미하는 ‘푸’와 같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마쯔다 자동차는 일본식 한자 회사명인 ‘마츠다(松田)’을 그대로 썼다가 낭패를 보았다. 쏭티엔이라는 발음이 ‘저 세상으로 보낸다’는 쏭티엔(送天)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마쯔다’로 바꿔야 했다. 두산(斗山)의 ‘두’도 싸운다는 투(鬪)의 간자체자로, 두 가지 성조로 발음될 경우 다툰다는 뜻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발음에 유의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2,6,8,9 - ‘8(바)’은 ‘돈을 번다’는 광동식 발음 ‘파차이’의 ‘파’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숫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8월 8일 저녁 8시 8분 8초에 시작했을 정도다. 2010년 쓰촨성 전화국 경매에서 전화번호 888-8888은 한화 약 4억 원에 항공회사에 낙찰됐다. 중국인들은 2,6,9도 좋아한다. 2(얼)은 짝을 이뤄 화합한다는 뜻이 담겼다. 6(리우)은 순조롭게 잘 풀린다는 뜻의 ‘이루순펑’의 ‘루(路)’와 빌음이 비슷해 사랑받는다. 9(지우)는 완벽함을 상징하는데다 장수한다는 뜻의 ‘지우’와 발음이 같다. 반면 중국인들이 피하는 숫자는 3,4,7이다. 3(싼)은 흩어진다는 ‘싼(散)’과 발음이 같다. ‘쓰’로 발음되는 4는 죽을 사(死)와 성조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다. 14(야오쓰)와 714(치야오쓰)는 ‘죽겠다’,‘나가 죽어라’는 뜻의 말과 발음이 유사해 상대방 공격에 활용되곤 한다. 행운의 숫자 7도 중국에선 금기다. 장례나 제사와 연관이 많은 숫자라는 이유에서다.* 붉은 색과 황금색으로 마케팅하라 -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색은 행운과 복, 경사를 상징한다. 붉은 색이나 자주색 옷은 옛부터 고위직을 상징해 출세를 뜻하기도 한다. 붉은색은 또 피와 색깔이 같아 악귀를 쫒는다는 의미도 있다. 베이징의 자금성이 온통 붉은색인 이유다. 중국 1000대 기업 중 30% 가량이 CI에 붉은색을 사용한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도 처음에는 파란색 포장이던 것을 붉은색으로 바꿔 진출했다. 황금색은 고귀함과 부를 상징한다. 청나라 때 황제만 황금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선물할 때 황금색 포장지를 쓰면 환영받는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후’도 왕후를 상징하는 네이밍과 용기와 뚜껑까지 모두 황금색 디자인한 것이 적중한 사례다. * 중국의 암묵적 규칙 ‘치엔구이저’ - 저자는 “성공적인 중국 사업과 중국인과의 소통의 출발은 ‘치엔구이저’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재화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치엔구이저는 암묵적 규칙(invisible rules)으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중국만의 비공식적 규제를 말한다. 중국은 업종별 지역별로 치엔구이저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직함에 부(副)자가 없다는 것이다. 명함에는 인쇄되어 있지만 부를 때는 사장, 회장이라 부른다. 중국 사람들은 미옌쯔(面子), 즉 체면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중국 욕 가운데 ‘거북이와 자라의 알’이라는 뜻의 ‘왕바단( 王八蛋)’이 있는데, ‘여덟 가지 덕목을 잊어버린, 인성이 없는 자식’이라는 의미다. 체면을 지켜주는 암묵적 규칙을 반드시 따르라는 의미다. * 너무 다른 중국 남방과 북방 - 저자는 중국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접근하면 중국이 보이지 않는다며, 보다 세분화해 줄 것을 권한다. 남방이냐 북방이냐에 따라 비즈니스 방법과 형태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중국을 남방과 북방으로 구분하는 공식적인 경계는 1908년 중국지리학회가 정한 친링산맥과 화이허강이다. 남방과 북방은 기후부터 다르다. 남방은 여름이 비교적 길고 습하며, 겨울은 따뜻하고 아열대기후다. 북방은 4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건조한 남온대 특징을 가진다. 음식문화도 다르다. 물이 많은 남방은 논농사, 추운 북방은 밭농사가 발달했다. 자연스럽게 쌀과 밀이 각자 주식이 되었다. 국내 전기밥솥 회사인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은 남방과 북방의 이런 특성을 고려한 기능 차별화로 성공 스토리를 일궈냈다. 남방에는 밥하는 기능을 더 보강하고, 북방에는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무술도 다르다. 남방 무술은 주로 주먹을 쓰는 동작이 많은 반면 북방무술은 발과 다리를 많이 쓴다. 기골이 장대하고 손과 발이 긴 북방, 체격이 왜소했던 남방 민족의 신체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 하나지만 실제는 5개인 중국 타임존 - 중국은 러시아와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면적을 가진 나라다. 공식적으로 세계 협정시(UTC)에 8시간을 더한 타임존을 표준시로 쓴다. 하지만 실제 중국의 타임존은 ‘동오구’부터 ‘동구구’까지 5개에 이른다. 서쪽으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서남부 및 티베트 서북부의 ‘동오구’부터 동쪽으로는 헤이룽장성 동부 및 지린성 동부의 ‘동구구’까지다. 북한과 인접한 동구구는 우리 시간대인 UTC+9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서쪽 티베트에 소재한 라싸의 실제 시간대는 UTC+6, 동경 75도인 카슈가르의 실제 시간대는 UTC+5에 가깝다.* 지역 시장의 기후 특징부터 알아야 - 중국은 방대한 영토 탓에 적도대, 열대, 아열대, 난온대, 온대, 한대 등 6개 온도대가 존재한다. 남방과 북방의 기온 차가 매우 크다. 이런 기후 차이를 몰라 초기에 실패한 기업들이 많다. 오리온도 예외가 아니다. 1995년 평택항을 출발해 중국 남부 푸젠성으로 수출했던 초코파이가 더위에 변질되는 바람에 10만 개가 넘는 제품을 모두 소각처리해야 했다. 이후 오리온은 오랜 연구개발 끝에 포장 재질을 내열성이 강화된 필름 타입으로 바꾸었다. 최적 수분 함량 13%도 찾아냈다. 덕분에  방부제와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고도 영하 35도의 흑룡강에서부터 영상 35도가 넘는 원난성에 이르기까지 6개월 넘게 품질과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과 동남아 경제 쥐락 펴락 ‘3대 상방’ - 16세기 명나라 때부터 ‘상방’이라는 지역상인들이 발흥했다. 전통적인 중국 10대 상방으로 ‘3대 북방상방과 7대 남방상방’으로 구분됐다가 최근 차오상 저상 민상의 3대 상방이 자리잡았다. 광둥성 일대를 근거로 하는 ‘차오상’은 동방의 유태인들로 불린다. 텐센트 CEO 마화텅, 홍콩 최고 갑부 리자청을 비롯해 태국 기업인 절반 이상이 이곳 소속이다. ‘저상’은 중국에서 ‘제일 상방’으로 불린다. 저장성 연해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 완상그룹 루관치우 회장 등을 배출했다. 현금 보유력 면에서 최고라 중국 산업계 영향력이 가장 크다. 푸젠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상’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세력을 확장해 왔다. 동남아 비중은 세 상방 중 가장 높다. 함께 성장하는 ‘바오퇀 경영’ 모델로 유명하다. 샹그리라 호텔 체인 등을 운영 중인 곽씨그룹 로버트 곽 회장, 자동차유리 대왕으로 알려진 유리공업그룹 차오더왕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8대 권역별 시장 공략 필수 - 저자는 중국을 시장 특징에 따라 8대 권역으로 나눠 공략할 것을 권한다. 동북지역은 동북 3성이다.  최근에는 다렌지역이 내수 생산기지로 부각되면서 주변의 잉커우나 단둥지역 진출기업이 늘고 있다. 북부연해지역은 베이징과 산둥성 칭다오의 2개 핵심지역을 품는다. 한중일 무역투자협력 선행지역으로 지정된 옌타이가 주목을 끈다. 동부연해지역은 창강삼각주 경제권으로 불리는 중국 소비시장의 핵심 거점이다.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의 31개 도시 중 10곳이 집중해 있다. 남부 연해시장은 광동성 광저우와 홍콩을 잇는 첨단제조가공과 소비유통의 핵심지역이다. 황하중류 시장에서는 최근 인구 1억 명 허난성의 정저우가 대표적 내륙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후난성 후베이성 인후이성 장시성 등 2억 5000만 인구의 창장중류 지역에서는 철강과 자동차, 광(光)산업의 메카로 부상한 우한이 핵심지역이다. 서남지역도 쓰촨성 충칭 원난성 등 5개 지역 인구 2억 5000만의 주요 내륙시장이다. 빅데이터센터 유치 등에 적극적인 구이저우성, 유럽 IT 수출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충칭이 대표 경제권이다. 서북지역은 간쑤성과 분리독립을 외치는 티베트·신장웨이우얼 등으로 구성된 소수민족 지역이다. 중국 전체면적의 40%지만 인구는 6300만으로 2.3% 정도다.* 아줌마부대 ‘라마’와 ‘다마’를 잡아라 - 중국 소비시장에서 ‘아줌마 부대’의 위력은 대단하다. 크게 젊은 ‘라마족’과 중년의 ‘다마족’으로 대표된다. 라마족은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일정 경제력을 갖춘 신세대 엄마들을 통칭한다. ‘미시족’과 가깝다. ‘라마’는 맵다는 뜻의 라(辣)와 ‘엄마’라는 뜻의 마(女+馬)가 합쳐진 신조어다. ‘매운 엄마’라는 뜻이다. 한 때 홍콩과 캐나다에서 아이 분유를 집단 싹쓸이했던 강력한 소비층이다. 다마족은 1940~1950년대 생으로 라마 족의 엄마 뻘이다. 크다는 뜻의 다마(大)에서 알 수 있듯이 ‘큰 손’ 들이다. ‘다마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치품과 주택 등을 대거 사들인 이들이다. 특히 중국 금 보유량의 대부분이 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금 사재기는 유명하다.* 급부상하는 ‘남성경제’ - 여성의 파워가 센 중국에서도 최근에 남성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외모 중심의 소비활동에 따른 경제효과를 의미하는 ‘얀즈(顔値)경제’가 급성장하면서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주링허우’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남성 뷰티 시장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남성 화장품시장은 2023년에 3조 5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2019~2020년 남성 성형수술 환자 수도 매년 50% 이상씩 증가 추세다. 행동이나 성격이 여성을 닮은 ‘낭파오’들이 늘면서 이른바 ‘예쁜 남자’에 대한 혐오감이 일부에서 일고 있지만, 이들이 중국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 란런경제, 중차오경제, 야간경제 - 란런(懶人)은 ‘게으른 사람’을 말한다. ‘란런경제’란 2010년부터 등장한 소비 트렌드로, 게으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상품이나 서비스 산업을 의미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급성장하면서 ‘란런방’이라는 대행서비스 제공 모바일앱이나 청소대행업체 등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에 2000년에는 시장 규모가 200억 위안(3조 4000억원)을 넘어섰다. ‘중차오경제’는 왕홍 등 영향력 큰 소비자들이 상품을 추천해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경제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고 있는 ‘야간경제’도 침체된 중국 내수시장의 구세주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여행 쇼핑 헬스 문화 요식업 중심의 현대화된 소비 서비스가 확산 일로에 있다. 최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는 24시간 오픈 경제 개념이 생기면 내수 소비시장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온·오프라인이 통합되면서 야간경제 소비주체인 2030 세대가 중국 내수시장의 최대 주력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4억 명의 싱글족들 - 최근 중국에서는 독신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022년에 1억 명을 넘어선 1인 가구가 향후 10년 내 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싱글족 대변혁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50%대의 급격한 이혼율 증가, 남겨진 여자라는 뜻의 ‘성뉘’라는 신조어로 대표되는 고학력 골드미스의 ‘비혼’ 확산세, 그리고 막중한 혼수 부담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남성이 늘면서 생겨난 새로운 트랜드다. ‘1자녀 산아 제한’ 기준을 어기고 불법 출생한 호적없는 아이들 ‘헤이하이쯔’의 천국이던 중국이 이제는 인구 감소를 우려할 상황이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직면하자 중국 정부는 2021년 5월에 ‘1가정 자녀 허용’ 정책을 발표했다. 남성의 정관수술도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면 3자녀 허용 정책도 곧 폐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MZ세대와 ‘궈차오 열풍’ -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애국 소비’를 뜻하는 ‘궈차오(國潮) 열풍’이 거세다. 저자는 이를 중국의 2030 세대들이 시진핑 정부를 적극 지지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매년 임금이 10% 전후로 향상되고 있다. 코로나에도 국유·민영 기업 모두 7%대 임금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과로사회, 번 아웃을 의미하는 네이쥐안, 쉬운 성과에 만족하고 적당히 살자는 ‘탕핑’ 같은 신조어가 말해주는 고학력 젊은 세대는 자신의 고달픈 삶을 정부가 살펴주고 있다고 믿는다. 2016년에 1990년대 생 3명의 여성이 창업한 ‘라몐숴’가 이런 MZ 세대를 공략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그냥 먹는 라면이 아닌, 힘든 젊은 세대를 위로하는 휴식처라는 이미지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한 덕분에 중국 라면시장의 신흥강자로 우뚝 섰다. 콘크리트와 바닥만 있는 주택 ‘마오피팡’은 젊은 세대의 기호를 제대로 공략했다. 기존 주택보다 훨씬 싼데다 자기 기호대로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어 큰 인기다.* ‘중국어 함정’에 빠지지 말라 - 중국 사업은 계약에서 시작해 계약으로 끝난다. 가능한 모든 것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옌지우옌지우(硏究硏究)란 “연구 검토해보겠다”는 긍정적 의미지만,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상대 앞에서 불가능하다는 표현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표현이다. ‘하이커이’라는 말도 사전적 의미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뜻인데 중국에선 부정에 좀 더 가까운 표현이다. ‘짜이쉬(再說)’도 ‘다시 논의하자’는 원래 뜻과 달리 ‘협상을 더 이상 계속할 뜻이 없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중국어 문장 부호도 잘못 이해할 경우 낭패보기 쉽다. 우리말이나 영어에 없는 ‘、’로 표기되는 ‘둔하오’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말의 쉼표 ‘,’와 다르다. 계약서에 찍힌 둔하오를 and냐 or냐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거액을 배상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중문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 - 중국인들은 중국어로 된 브랜드명을 선호한다. 하지만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고, 제품과 연관성이 있으며,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 네이밍이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기억하기 좋은 전파력 강한 브랜드의 중문 별명을 하위 개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 한다. 공유자전거 선두주자인 오포의 별명은 ‘작은 노란 자동차’라는 뜻의 ‘샤오황처(小黃車)’이다. 아우디 자동차도 중국에서는 조명 공장을 뜻하는 ‘덩창’으로 더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의 라만도 모델도 중국에선 ‘매운 만두’를 뜻하는 ‘라만터우’란 애칭으로 불린다. BMW의 중문 네이밍은 ‘바오마’다. 하지만 중국인에게는 ‘나를 만지지 마세요’라는 뜻의 ‘비에모위’가 더 인기다. 럭셔리한 이미지에 친근함을 주기 때문이다. * 전문 기업사냥꾼을 조심하라 - 중국 광고법에 따르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 세계급, 국가급, 최고의, 유일한 같은 표현은 제한받는다. 규정을 위반하며 광고요금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받는다. 하위법인 ‘인터넷광고 잠정관리방법’에서는 허위 혹은 과장된 온라인광고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2020년 기준으로 인터넷광고 위반 사례가 1만 건을 넘어 매년 증가 추세다. 법을 악용해 외국계 소비재 유통기업에게 소비자 투서를 전문적으로 하는 파파라치 기업들이 성행한다. 인터넷광고 위반 사례의 절반 이상이 이들에 의한 것이다. 최근 들어선 더욱 조직화, 기업화하고 있다. 세부 업종별로 특화된 파파라치 기업들이 생겨날 정도다. 외국산 화장품 기업을 노리는 화파라치, 외국 신선가공식품만 노려 10배 이상을 보상받는 식파라치 등이 있다. * 제2, 제3의 왕하이 신드롬 -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까지 ‘왕하이(王海) 신드롬’이 중국 사회를 강타했다. 왕하이는 중국에서 제1의 짝퉁 사냥꾼 혹은 모조품 퇴치의 선봉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은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을 입고 모조품 판매 상점이나 쇼핑센터를 찾아 문제 있는 제품을 일부러 구매한 후, 관련 법규의 ‘가짜 불량제품을 팔 경우 환불 및 배상한다’는 규정을 이용해 높은 배상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왕하이는 이런 가짜단속 활동으로 매년 100만 위안(약 1억 8000만원) 이상씩, 지금까지 수천만 위안을 벌어 들였다. 이후 중국에선 제2, 제3의 왕하이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류’ 악용한 짝퉁을 막아라 - 최근 한류를 활용한 짝퉁 마케팅이 심각하다. 상하이 소재 중국기업이 만든 짝퉁 생활용품 브랜드 ‘무무소(MUMUSO)’ 매장에서 판매되는 2500여 개 제품의 90% 이상은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일라후이, 미니굿 등 짝퉁 한류를 활용해 제2국 시장에서 돈을 버는 중국계 브랜드가 속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해관을 이용해 글로벌 짝퉁을 막는 방법을 조언한다. 중국 해관 시스템에 등록하면 수출입 관리가 이뤄져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오바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 또는 기업 명의로 모두 입점이 가능하며 최근 엄격한 짝퉁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중국 시장은 한국기업의 무덤? - 저자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드 사태 때를 떠올리며 정책의 불확실성과 비즈니스 환경의 불투명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저자는 하지만 한국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롯데마트의 중국사업 철수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기아자동차나 삼성 스마트폰의 점유율 하락까지 모두 사드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차의 경우 시장 포지셔닝이 모호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중국이 전폭적인 기업 지원을 통해 ‘산업굴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에서 번 이익금을 한국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년 회계연도 결손이 없고, 미지급된 법정납부금이나 위약금 체납금 등이 없으며, 기업소득세 등 해당 세금을 납부하고 3대 유보기금(회사적립기금, 노동자 장려 및 복지기금, 기업발전기금)을 적립하고 남은 이익금은 이사회 동의를 거쳐 과실송금할 수 있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번 돈은 합법적인 규정에 따라 자국 송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8-06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한국에서는 영화가 좋으면 각본집을 안 삽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사진제공=CJ ENM)처음 영화를 본 느낌이 좋아서 다시 안 보게 되는 작품이 있다. 그럴 때 (운이 좋다면) 각본집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본이 선사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촬영과 편집을 마친 최종 결과물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 중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N차’ 관람과 더불어 온라인에서 밈(Meme)까지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CGV가 집계한 7월 첫째 주 재관람률 통계를 보면 ‘헤어질 결심’은 개봉 1주 차 50만 관객을 넘은 한국 영화 중 재관람 비율이 가장 높은 영화였다. 롯데시네마 멤버십 가입 관객 기준으로도 4.1%를 기록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재관람률을 보였다.헤어질 결심 각본|정서경·박찬욱 지음|1만5000원.(사진제공=을유문화사)올해 칸국제영화제가 박찬욱에게 감독상을 안긴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은 출판 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함께 쓴 각본집(을유문화사)은 지난 18일 예약 판매와 동시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저 뻔한 예약 판매라고 하면 곤란하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댓글에 영화 속 대사를 패러디하며 ‘헤어질 결심’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영화 속 해석과 더불어  숨겨진 상징 찾기가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핫이슈로 떠오르며 각본과 영화 속 차이를 비교하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헤어질 결심’ 각본집 인기에 힘입어 박찬욱 감독의 전작 영화 각본집들도 ‘역주행’을 하고 있다. ‘박쥐(2009)’의 각본집은 전주 대비 판매량이 520% 증가했고, ‘아가씨(2016)’ 각본집 역시 423% 판매량 상승을 보였다. 영화는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헤어질 결심 각본’에는 영화 속 명대사들과 영화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부분들이 담겼다. 서래가 직접 지어낸 ‘산해경’ 이야기는 서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열쇠를 하나 더 제공하며,  어두운 밤에 세차를 한답시고 밖으로 나간 해준을 바라보는 정안의 실루엣도 각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각본의 표지를 장식한 산해경 그림이 지닌 무게감은 각본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체감할 수 있다. 이 산해경은 단순한 필사본이 아니라 서래의 외할아버지인 계봉석으로부터 주어진 유산인데 영화 속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복기하게 만드는 수정구 같은 역할을 한다.올해 칸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 직후 마주보는 탕웨이와 정서경 작가(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주인공을 맡은 탕웨이는 이 영화를 위해 한국어를 제대로 배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저 대사를 암기해 연기로 흉내내기 싫어 남편인 김태용 감독과 주로 영어로 소통했던 과거를 딛고 ‘헤어질 결심’에 다가간 것이다. 영화 속 설정상 드라마로 한국어를 배운 탓에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래의 한국어 대사와 번역기 스타일로 작성된 한국어 문장들은 활자로 읽었을 때도 특별한 매력을 풍긴다.정서경 작가가 이 발칙하고 품격있는 러브 스토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부분 공들였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중국어 대사에는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그 의미를 더 깊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예약판매에 빼곡하게 달린 ‘헤어질 결심’각본집에 대한 패러디 댓글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파안대소와 함께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사진=Yes24화면 캡쳐)“여자 성우: 농담 안 할 테니까 해준 씨도 솔직히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긴장하는 해준)날 떠난 다음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아마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해준을 보는 간절한 서래의 눈빛)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다시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헤어질 결심’ 대본집 165~166쪽)무엇보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그동안 무수히 외친 “내 영화는 모두 멜로였다”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진심으로 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동시에 완벽한 러브스토리를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영화를 한 번 더 보기보다 이 각본집을 행여 닳을세라 읽을 것 같다.  ‘헤어질 결심’을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이 책’을 안 살 수 없고 읽어보면 ‘마침내’ 완벽한 만족을 얻을 것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8-04 18: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윤닥 “느슨하고 단단한 완벽주의를 위하여”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를 출간한 윤닥 윤동욱(사진=이철준 기자)“수영을 처음 배울 때 몸에 힘을 빼면 뜬다고 하는데 쉽지 않잖아요. 자꾸만 몸에 힘이 들어가니 번번이 가라앉고 말죠. 연날리기도 그래요. 무조건 빨리 달린다고 연이 뜨진 않아요. 빠르게 달리다 힘을 빼고 줄을 풀었다가 당겼다가 해야 날릴 수 있죠. 완벽주의도 그래요. 무조건 열심히만 하다보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겨나죠.”잘하고 싶어 망설이는 완벽주의자들 위한 책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를 출간한 윤닥(본명 윤동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YD 퍼포먼스 인지행동지료연구소장은 ‘내려놓기’와 ‘힘 빼기’를 강조했다.“제가 ‘내려놓으세요’ 혹은 ‘힘을 좀 빼세요’라고 하면 ‘포기하라는 건가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흑백논리라고 하죠.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면 그냥 안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어중간하게 시작해서 평가를 받을 바에는 제대로 준비됐을 때 하겠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지각’ 보다 더한 ‘결석’이 잦아지면 평가는 나빠질 수밖에 없잖아요.”이를 “역기능적인 완벽주의”라고 표현한 윤 소장은 “막 내달리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갈 생각을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며 “현실적으로 계속 부딪히면서 겪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윤닥(윤동욱) 지음(사진제공=한빛비즈)“늦더라도 가서 경험을 하고 개선할 건 개선하고 배울 건 배우면 돼요. 너무 깔끔한 잣대로 한방에 성공하려다 보니 오히려 좋은 결과와는 멀어지는 경우들도 있죠. 목표로 하는 방향성을 보기 보다는 세부적인 데 집중해서 그래요. 시험을 보다가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다음 걸 먼저 풀어도 되는데 그 난제를 꼭 풀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식이죠. 그런 식이면 좋은 점수가 나올 수가 없어요. 악순환이랄까요. 이 책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힘을 어떻게 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었어요.”◇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무조건적으로 대충하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힘을 줄 때는 주고 뺄 때는 빼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제시하는 건 딱 세 가지만 신경쓰자예요. 남의 눈이나 평가가 아닌 자신 안에서의 기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기준 세우기가 그 첫 번째예요. 더불어 흑백논리 같은 왜곡된 생각을 내려놓고 ‘실수는 실패가 아닌 발전을 위한 경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죠.”그리곤 “특히 기준은 크게 4가지 ‘자신의 인생·업무·학업’ ‘대인관계’ ‘외모나 건강’ ‘행복과 성공’에 대해 적어보도록 한다”며 “완벽주의자들의 기준은 대부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그 기준부터 현실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그냥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가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 어떤 배려를 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로 표현하는 식”이라고 부연했다.그의 전문분야는 성과 인지행동 치료로 IT기업 토스(TOSS)의 팀 퍼포먼스 코치,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 퍼포먼스 코칭 교육을 비롯해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 교육을 진행해왔다. 더불어 서울과 부산에서 퍼포먼스 심리학과 인지행동 치료를 바탕으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YD 퍼포먼스 인지행동지료연구소를 운영 중이기도 하다.“진료실 뿐 아니라 병원 밖 사람들에 어떤 도움을 줄까 고민하다가 발표 불안, 무대공포증, 번아웃 등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과 극복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대부분은 개선이 되는데 열심히 해도 벽에 막혀 좌절하는 분들이 계셨죠. 그분들의 공통점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셨어요. 그 극복 프로그램마저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 분들이셨죠.”‘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를 출간한 윤닥 윤동욱(사진=이철준 기자)이어 윤 소장은 “제 진료실에 완벽주의 때문에 오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 “무대 공포증을 겪는 뮤지컬 배우나 유명 연예인들, 번아웃에 시달리는 직장인, 과학고 혹은 특수고 재학생, 음악·운동영재, 공황장애 및 사회불안을 겪는 분들, 혈압 및 체온 조절의 문제가 걱정인 분들 등이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 등을 호소하며 찾아오는데 그 공통점이 완벽주의”라고 털어놓았다.“저를 찾아오신 분 중에 공무원시험 준비만 5년째 하고 있는 고시생이 있었어요. 주변 고시생들 대부분이 그의 필기를 참고할 정도로 우수했죠. 하지만 ‘준비가 덜 됐다’며 첫해 시험을 미루면서부터 5년째 시험을 치르지 못했어요. 이 분처럼 완벽주의자들은 매우 뛰어난 경우가 많아요. 섬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성과를 훌륭하게 내고 있거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기도 하죠.”그리곤 “절대 떨지 않아야 한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부정적 평가가 나오면 끝이다 등의 생각을 좀 과도하게 하시는 분들”이라며 “스스로를 완벽해야 한다고 다그치면서 이뤄낸 성과를 수차례 경험하다 보니 더 심해진다”고 말을 보탰다.‘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를 출간한 윤닥 윤동욱(사진=이철준 기자)“완벽주의에는 ‘회피형’ ‘감독형’ ‘자책형’ ‘안정형’ 4가지 유형이 있어요. 누구나 4가지 유형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죠. 결국 비율의 문제예요. 자신이 가진 걸 싹 다 바꿀 필요는 없어요. 안좋은 완벽주의 비율을 줄이고 건강한 완벽주의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죠. ” ◇느슨하고 단단한 완벽주의, 나를 들여다 보는 과정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목표는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기록단축 혹은 1등이에요. 넘어지면 1등을 못할 확률이 높기는 해요. 하지만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면 1등은 절대 못합니다. 천천히 타게 되니까요. 넘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넘어졌을 때 어떻게 빨리 일어나 경기를 이어갈 것인가 등 내가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죠. 모든 일이 그래요.”이렇게 그는 ‘느슨하고 단단한 완벽주의’를 강조했다. 느슨하고 단단한 완벽주의에 대해 윤 소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치고 나가고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은 인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완벽주의자들은 스트레스에 약해요. 감정적 완벽주의라고 이름 붙였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되는 걸 못 견뎌요. 불안하거나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상실감이 들면 없애야 된다고 생각하죠.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없애야 한다고 강박을 가지거나 통제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 보니 회복하지 못하고 더 심해지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아요.”그는 느슨하고 단단한 완벽주의 첫 단계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현실적인 자원 내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느슨하고 단단한 완벽주의로 가는 길은 진짜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를 출간한 윤닥 윤동욱(사진=이철준 기자)“자신을 중요하게 여겨야 해요.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위험 사인을 잘 인지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번아웃에도 5단계가 있어요. 건강을 잃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4, 5단계까지 가기 전 3단계가 그래요. 평소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발생하는 단계인데 예전이라면 그냥 넘겼을 상황에 화가 나거나 자책하게 되죠.”이렇게 전한 윤 소장은 “내가 세운 계획이 무조건 최고도, 정답도 아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포기하기 보다는 방향성만 맞다면 조금씩 수정·보완하면 된다. 장애물이 나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돌아가면 된다”고 덧붙였다.“완성보다는 시작이 중요해요. 허접해도, 별로여도 괜찮아요. 일단 시작하고 다듬어 나가는 과정을 거치면 되는데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니 시작을 못하고 준비만 계속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완벽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안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끝이 아니에요. 그 실수를 바탕으로 다시 시작하면 돼요.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진짜 마지막일 수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죠. 지금 가지고 있는 틀만 조금만 벗어나도, 비현실적인 어쩌면 허상에 가까운 완벽에 대한 강박만 내려놔도 삶은 더 단단해지고 행복해 질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8-01 18:00 허미선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자크 페레티

저자는 영국 BBC방송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겸 탐사보도 전문기자다. 20여 년간 기업 CEO부터 정치인 경제학자 과학자 등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꾼 숨은 인물을 취재한 결과물을 책으로 펴냈다. 조세회피제도를 만든 결정, 다이어트산업을 잉태하게 만든 체질량지수 법 채택 등 우리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친 10가지 역사적 비즈니스 결정의 배경과 뒷 얘기를 소상하게 담았다.* 잦은 제품 업 그레이드 의무화한 전구업체들 - 샌프란시스코 외곽 리버모어 마을의 소방서에는 117년 동안 노란 불빛을 내는 전구가 있다. 1901년 셀비라는 전기회사가 만든 제품이다. 보통의 전구가 6개월만 지나면 수명을 다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명이다. 그만큼 현대 소비자들은 구형이라면 진저리를 내고 새 제품을 원한다. 1932년 스위스 레만호수에서 열린 제네바 회의에서 그 원초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유수의 전구 제조업체들이 모여 ‘피버스’라는 은밀한 카르텔을 만들었다. 설립 목적은 단 하나였다. 이 세상 누구도 6개월 이상 가는 전구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자는 것이었다. 오스람과 필립스전자, GE, AE, 콤파니 드 람, 에디슨 제너럴, 도쿄전자 등이 사인을 했다. 이때부터 기업들은 제품을 대량생산할 때, 망가져야 할 시점에서부터 거꾸로 설계하는 역설계를 하게 된다. 출시 단계부터 일정 기간 후에 제품이 노후되도록 설계해 소비자들이 업그레이드를 택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이 카르텔 덕분에 전구 판매량은 획기적으로 늘었고 전구업체는 물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구했다. 사람들이 계속 새 전구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 강제 규정 탓에 사람들은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GM 경영자 슬론은 이를 ‘설계된 불만족’이라고 했다.* 다이어트 산업을 만든 ‘매트라이프의 BMI 지수’ - 1945년 매트라이프생명 뉴욕 본사에 근무하던 통계학자 루이스 더블린은 고객들의 체중이 보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피보험자를 ‘과체중’과 ‘비만’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낮추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했던 그는 벨기에 과학자 아돌프 케틀레가 19세기에 개발한 ‘체질량지수(MBI)’를 찾아냈다. 신장과 체중의 비율을 활용한 이 단순한 측정법을 활용해 보니 미국인 절반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분류되었다. 25세 청년에게 적당할 몸무게를 임의로 정한 다음 모든 이에게 그 수치를 적용한 것이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할 가능성은 줄고 지불해야 할 보험료는 늘게 되었다. 그러자 대중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BMI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까지 듣게 된다. 얼떨결에 다이어트산업이 처음으로 생겨나게 된다. 의사와 약사들이 BMI 지수를 받아들임으로써 과학적인 비만 측정법이 만들어 졌다. 건강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다이어트 산업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건강에 대한 공포를 이용한 의도적인 비즈니스 결정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다이어트 산업인 셈이다.* BMI 기준점을 낮춰 비만 인구를 늘려놓다 - 1997년 6월 3일, 세계보건기구는 제네바에서 전문가 협의회를 가졌다. 이날 협의회는 비만을 전염병으로 정의한 보고서의 토대가 되었다. 전염병이라는 단어로 인해 비만은 치료약이 필요한 의학적 재앙으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식품업계와 제약업계는 나날이 심각해 지는 비만 위기를 잘 만 활용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지방식품 뿐만아니라 다이어트 약, 홈 트레이닝, 속성 다이어트, 식단과 레시피를 알려주는 앱 등 다양한 캐시카우가 등장했다. 저명한 비만 전문가였던 필립 제임스 교수는 제약사의 자금 지원을 받아 ‘국제비만테스크포스(IOTF)’를 구성해 비만의 범주를 더욱 늘렸다. BMI 기준치를 낮춤으로써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체중이 정상에서 과체중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1940년대에 더블린이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비만 전염병을 서류상으로 만들어 냈고,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후 제임스는 비만이 진정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비만의 범주를 넓혀 다이어트 산업이 클 수 있도록 도운 셈이다.* 환자를 ‘약물 노예’로 만든 머크 CEO의 인터뷰 - 2000년에 5개 이상 처방 약을 복용하는 성인 인구는 8%에 불과했다. 불과 20년도 안돼 그 숫자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염병학자들은 이를 ‘히스패닉 패러독스’라고 불렀다. 1980년 머크 제약 CEO 헨리 게즈든의 포천과 인터뷰가 결정적이었다. 당시엔 수십 년 동안 큰 수익을 안겨주던 블록버스터 약품들의 독점 특허기간이 끝나고 복제약 등장이 임박했던 때였다. 이 때 그는 기발한 논리를 찾아냈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병을 고치기 위해 껌을 씹듯 약을 복용케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약업계는 온갖 새로운 질병과 증후군을 찾아내고 진단하기에 나섰다. 속 쓰림을 ‘위식도 역류염’이란 좀 더 심각한 질병으로 바꾸어 고객들을 유인했다. 제약업계에선 ‘Big 3D’라 불리는 우울증(Depression) 당뇨(Diabetes), 그리고 치매(Dementia)가 업계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약물은 콜레스테롤 억제를 위한 ‘스타틴’이란 예방약이다. 1980년 바이-돌법 통과로 대학들이 직접 개발한 신약의 특허를 신청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단을 갖게 되면서 제약업계는 날개를 달게 된다. 대학의 특허를 라이선스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과 제약업계 간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대학은 제약사에서 자금지원을 받고, 제약사는 그 대가로 연구내용을 제공받았다. 덕분에 업계는 FDA 승인을 기다리는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한층 주장할 수 있게 됐고, 새 의약품을 검토해 주는 대가로 FDA에 큰 액수를 제공하면서 승인 속도도 높이게 되었다.* ‘실물화폐 죽이기’를 실현한 페이팔 - 1990년대부터 인터넷이 일반에 상용화하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졌다. 실리콘밸리는 온라인 쇼핑에 활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암호화 지불 시스템을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피터 틸과 레브친이 텅 빈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레브친은 암호의 천재였고, 틸은 금융지식에 해박했다. 둘은 디지털 화폐 거래가 전통적인 은행을 대신하게 만들겠다는 담대한 꿈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온라인 지불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기회를 포착했다. 틸은 이메일 주소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면 세상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훗날 테슬라 CEO가 된 일런 머스크까지 합세해 단 한번의 클릭 만으로 순식간에 결제를 가능케 하는 ‘페이팔’이란 회사를 만든다. 페이팔은 엄청난 속도와 탁월한 안전성으로 인정받게 되어 2002년 15억 달러에 매각된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10억 달러 규모의 플랫폼이 만들어 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07년에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다. 이제 빅테크 기업들이 은행의 자리를 차지할 채비를 하게 된 것이다.* ‘위험의 증권화’를 부추긴 ‘블랙-숄즈 방정식’ -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라는 두 경제학자가 ‘블랙-숄즈 방정식’이란 것을 만들었다. 이것이 지금의 옵션과 파생상품의 기반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누구도 정확한 가격을 매길 수 없었던 대상, 즉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옵션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정식을 월스트리트에서 처음 도입한 곳은 미국 투자은행 뱅커스 트러스트였다. 위험을 이용해 오히려 생산성과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위험에 대한 수익률을 최적화하는 방안에 구체적인 값을 부여하는 이 방식이 실제 적용된 대표적 사례가 1973년 석유파동이었다. 그 해 10월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가 주도하는 아랍연합이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의 날)’에 이스라엘을 침공하자 미국 닉슨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을 지원한다. 이에 OPEC 회원국들은 유가를 대폭 인상한다. 처음에는 70%, 이어 12월에는 130% 인상을 단행하고 선진공업국들에 대한 수출도 전면 금지한다. 이 조치는 시나이 반도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키로 한 이듬해 3월이 되어서야 철회된다. OPEC는 블랙-숄즈에서 교훈을 얻어 이판사판의 도박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 방정식은 월스트리트 곳곳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서브 프라임 사태와 아랍의 봄 - 로버트 달은 1980년대에 “위험을 받아들이라”며 ‘공매도’ 방법을 고안해 냈다. 미래 가치를 기준으로 트레이딩하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보험같이 현존하는 무언가를 이용해 위험에 대비하는 방안을 만든 것이다. 그는 모기지 같은 안전자산을 확보한 다음 일련의 복잡함 금융상품을 이용해 위험성 있는 유동자산으로 바꿔 해당 주택을 증권화할 수 있게 했다. 급성장하는 모기지 시장은 일종의 보험처럼 여겨져 거대한 자금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사람들도 손쉽게 대출을 갚을 수 있었다. 증권화는 폭탄처럼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주택을 증권화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증권화가 가능해질 터였다. 급기야 월스트리트는 위험을 더 끌어올렸다. 주택 말기환금 계약을 모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2007년 주택시장 거품이 터지고 서브프라임 피라미드가 무너지면서 전 세계는 유례 없는 파행을 겪게 된다. ‘트위터 혁명’이라 불리는 2010년 12월의 ‘아랍의 봄’ 사태도 파생 금융기법의 결과다.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벙기, 카길, 루이스 드레퓌스 등 전 세계 밀의 90%를 통제하는 4개 곡물기업의 앞 자를 따 ‘ABCD’라고 불리는 미국 기업들이 식량가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펼치면서 식량가격이 폭등했고 이로 인해 빚더미에 오른 스물 여섯의 ‘무함마드 부아지지’란 청년이 정부와 기관에 항의하며 분신한 것이 촉발제였다.* 조세회피처의 효시 ‘케이맨 제도’ - 1960년대 말 영국은 과거 식민지였던 섬 가운데 하나를 조세 피난처로 만들 계획에 착수한다. 케이맨 제도였다. 이곳은 영국 통치를 받으며 정치적 안전성을 누리는 대신 독립적으로 세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 첫 고객은 기대했던 대기업들이 아니라 마이애미 쿠바 콜롬비아 엘살바도르의 마약상들이었다. 때 마침 역외금융 비즈니스가 발달한 인근 바하마 제도가 독립을 앞두고 정치적 혼란에 빠지는 바람에 회계인력 등이 대거 넘어왔고,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로 27년 동안 엄격하게 통제되던 환율과 자본의 이동도 자유로와졌다. 케이맨 제도의 크룩 총독은 범죄 재산이 아닌, 평판 좋은 기업들을 위한 곳으로 이미지를 바꾸려 1975년 11월 바하마에서 통화관리국 장관 바벨 존슨 주도 아래 ‘FINCOCO’라는 금융공동체위원회를 설립해 케이맨 제도가 합법적이고 조세 효율적인 비즈니스 장소임을 알렸다. 전 세계로 확산된 저 세율주의는 케이맨이 빠르게 비즈니스 중심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낮은 세율로 인해 굳이 역외로 소득을 옮길 필요가 없어진 다국적기업들을 위해 조세회피와 무관한 여러 혜택을 발굴해 제공한 덕이다. 현재 케이맨 제도는 전 세계 해지펀드 매니저의 60%가 활동할 정도로 해지펀드 업계가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전 세계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최대 유통지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 곳곳에는 70곳이 넘는 조세 피난처가 숨겨져 있다. 이들은 엄청난 부자 고객들만 상대하며, 법의 허점을 찾아내 그들에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도록 해 준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만든 비즈니스 - 경제학자들이 불평등에 미치는 요인으로 한결같이 지적하는 게 ‘지대 추구’다. 생산성 증대 노력 없이 오직 부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최초로 불평등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도한 사람은 이탈리아 사회학자 겸 통계학자 코라도 지니였다. 독재자 무솔리니를 도와 ‘우생학’으로 인류를 개량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 그는 1912년에 만 든 것이 ‘지니 계수’다. 씨티은행 글로벌 사업부의 토비아스 레브코비치는 역사상 전례 없는 불평등을 이용해 금융사업을 확대할 생각을 한다. 빈곤층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커지면 도박과 술, 전당포와 할인판매점이 다시 돈을 벌게 될 것이란 놀라운 예지력이었다. 그는 2006년 씨티그룹 본사에서 불평등을 이용해 돈을 벌 방법을 계열사들에 프리젠테이션한다. 이에 씨티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까지 2년 동안 부유층을 위한 고급 사치품과 빈곤층을 위한 빈곤 완화 제품 등 양 극단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그의 예측은 곧바로 현실화되었고 2008년 다른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엄청난 양적 완화 조치를 취했고 그 최대 수혜자는 은행들과 자산관리사, 해지펀드였다. 양적 완화는 상위 1%가 극 빈곤층을 공략하는 빈곤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도왔고 이로 인해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 졌다. ‘금융’이란 말은 이제 ‘다른 사람의 빚’과 동의어가 되었다. 불평등과 함께 임금이 정체됐고, 젊은이들은 더 이상 ‘부의 사다리’에 접근할 수 없었다. 2017년 옥스퍼드 대학 교수들이 지니 계수를 활용해 21세기 불평등 정도를 측정해 보니, 지구 전역에서 빈곤층이 덜 빈곤해 지고 있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불평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대일로’로 시작된 중국의 세계화 - 2017년 5월 1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을 포함한 68개국이 일대일로 협정을 체결했다. 도로와 항만, 철도, 발전소 건설 등에 약 1조 달러를 투자하는 대단위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였다. 중국 인근의 나라뿐 아니라 뉴질랜드 영국 심지어 북극까지 투자 대상이었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는 “서구가 필연적으로 중국으로 인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당시 언론들도 “일대일로가 세계 지배를 위해 중국이 설치해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중국은 2015년에 일대일로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겠다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설립하고 국유은행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일대일로의 본질은 기업지배구조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중국 주도 관리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당한 200만 명에 달하는 철강 노동자들을 기업가로 재교육시키고 재투자에 힘쓰는 등 정부 주도 성장정책을 펼치면서 곧장 미국을 위협하는 ‘빅 2’로 급성장하게 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7-30 09:00 조진래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아무나 볼 수 없는 책> 장유승

제목대로 ‘아무나 볼 수 없는’ 책을 소개한 책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 중인 귀중본 책자들을 소상히 소개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귀중자료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조선조 효종 이전(1659)이나 중국 명조(1644년) 이전, 일본 경장(1614년) 이전의 고사본(古寫本)이나 고간본(古刊本), 국내 유일본 또는 왕이나 유명학자의 자필서명이나 장서인이 있는 자료 등등. 가끔 무심코 서점에서 집어 들었는데 뜻하지 않게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곤 한다. 이 책이 그랬다.* 한국 목판인쇄술의 진수 ‘팔만대장경’ - 고려는 두 차례 대장경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거란의 침략이 한창이던 1011년부터 18년 동안 만들었다. 처음 새긴 대장경이라 ‘초조대장경’이라 부른다. 아쉽게도 1232년 몽고 침입 때 불타버렸다. 이후 부처님의 힘으로 몽고 침입을 막아내겠다며 1236년 다시 제작에 착수해 15년 만에 완성한 것이 팔만대장경이다. 8만 장이 넘는 경판으로 구성되어 이렇게 이름지었다. 크기는 가로 70cm, 새로 24cm, 두께 4cm 정도다. 위로 쌓으면 높이가 3259m에 이른다. 팔만대장경은 목판으로 인쇄했기에 어마아마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활자 인쇄와 달리 목판인쇄는 단일 품종 대량 생산에 적합했다. 실제 볼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목판으로 팔만대장경을 인쇄한 것은 그 만큼 책 인쇄 자체보다 판목의 가치를 중시했고 특히 판목의 영험함을 믿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스테디셀러 ‘포은집’ - 정몽주는 비록 조선 건국에 반대하다 살해당했지만 조선 왕조 500년 동안 극진한 존숭을 받았던 인물이다. 왕들도 각별히 챙겼다. 문무를 겸비했던 그는 특히 조선 성리학자들에게 ‘동방 이학(理學)의 비조(鼻祖)’, 즉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로 숭상받았다. 죽고 한 세기가 지나선 공자를 모신 사당 ‘문묘’에 조선왕조에선 첫 번째로 배향되었을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포은집은 정몽주의 문집이다. 1409년 아들 정종성이 처음 간행한 이후 1903년까지 총 14회, 평균 35년에 한 번 꼴로 간행되었다. 조선시대 최다 간행 문집이다. 무엇보다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후손들이 국가의 배려 속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다보니 간행 여건도 상대적으로 좋았던 덕분이다. 판목의 수명이 양호했던 점도 꾸준히 책이 발간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제작은 활자, 보급은 목판 - 조선은 다양한 활자를 주조했다. 보급이 필요한 책이 있다면, 일단 활자로 소량 만들고 지방 관청으로 내려보내 목판으로 다시 판각케 했다. 문집 간행을 맡은 간역소에서 문집 만들 때 얼마나 많은 인력과 물자,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었는지를 자세히 소개한 ‘간역소일기’를 기록했는데, 의외로 간행 부수를 밝힌 기록이 거의 없다. 목판본 문집의 간행부수가 40~50부에 불과했다. 당시 문집은 비매품이라 거의 대부부 친지와 문인,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판목은 장판각을 지어 고이 모셔두었다. 판목 새기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기에 너무 많이 찍어 판목이 손상되면 낭패였기 때문이었다. 서적 편찬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조도 153종, 3991권의 편찬 책 가운데 많은 부수를 찍은 것은 자신의 즉위를 정당화한 ‘명의록’ 정도였다. 유일한 예외가 ‘삼강행실도’였다. 널리 보급할 목적으로 중종 때 2409질이나 찍었다고 한다.* 조선조 관보 ‘조보(朝報)’와 ‘난여(爛餘)’ - 조선시대 관보를 ‘조보’라 했다. 국왕의 명령과 신하의 보고, 조정회의 결정 사항 등이 실어 승정원에서 매일 만들었다. 수요가 많았지만 국가기밀 누설 우려 등의 우려에 인쇄가 불허되었다. 저자는 조보가 활자로 인쇄되었다면 조선의 출판문화가 한 단계 도약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난여’는 청풍김씨 병문가 출신으로 영의정을 지낸 김재로가 만든 책으로 26권으로 되어 있다. 노론의 세도가로 평생을 당쟁의 와중에 보낸 그의 인생역정 산물이다. 어전에서 벌어진 신하들의 논쟁이 실록보다 매우 자세하다. 신임사화 같은 사화의 책임이 자신들이 아닌 소론에 있음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는 한계는 있으나 국가기록물에 버금가는 귀중한 자료다. 일제 강점기 때 반출되었다가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에 따라 이듬해 5월 28일 국내로 반환되었다.* 사랑의 역사 ‘정사유락초(情史類略抄)’ - 중국 소주 출심의 명나라 사람 풍몽룡이 지은 ‘정사유략’은 이른바 사랑 백과사전이다. 당시 소주는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검열도 없어 소설과 희곡 등이 인기였다. 스타 작가였던 풍몽룡은 각종 문헌의 사랑 이야기를 한 데 모아 24개 항목에 882개 사랑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정사유략초’는 이를 10분의 1 분량으로 요약한 책이다. 공자에게도 첩이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을 담은 ‘정아류’, 통념을 벗어난 동성애 사랑을 다룬 ‘정외류’, 일편단심 사랑 이야기를 모은 ‘정정류’, 한 눈에 빠진 사랑 이야기를 담은 ‘정사류’,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한 여인들 이야기 ‘정협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 ‘정령류’, 그리고 죽음이 갈라놓은 사랑 ‘정감류’와 불륜을 다룬 ‘정예류’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이 가운데 올바른 사랑 ‘정정류’를 가장 이상적인 사랑으로 여겼다.* 과거시험 합격자 동기록 ‘사마방목(司馬榜目)’ - 조선시대 과거 시험은 행정직을 뽑는 문과, 장교를 뽑는 무과, 기술직을 뽑는 잡과 등 세 종류였다. 가장 인기였던 문과에 응시하려면 생원 또는 진사 자격을 취득하는 생원시와 지사시를 먼저 치러야 했다. 생원은 사서오경을 줄줄 외우고, 진사는 글짓기를 잘 해야 했다. 둘을 합쳐 소과(小科) 또는 사마시(司馬試)라고 했다. 조선조 동안 230회의 사마시가 치러졌는데 1차 시험 초시(初試)는 각 지방에서, 2차 복시(覆試)는 서울에서 시행됐다. 1차 합격자는 도별로 지역할당이 이뤄졌다. 최종적으로 과거에 합격해야 관직에 오를 수 있었으나 생원과 진사만 되어도 지역사회에서 특별대우를 받았다. 이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 명단을 ‘사마방목’이라고 했다. 일종의 동기수첩이다. 당시 사마시 동기들은 장원을 중심으로 결속을 다졌다. 장원을 지극적성으로 공경해 나란히 걷지도 않았다. 사마시 동기들은 나중에 문과에 급제하고 관직에 진출해서도 여전히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장원은 관직에 혹 등용되지 못하더라도 계속 동기회장 노릇을 했을 정도로 존중받았다. 기수로 서열을 따지는 개념도 당시엔 없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공신(功臣) 책봉 - ‘공신녹권(功臣錄券)’은 공신과 그 후손들의 특권을 입증하는 증명서였다. 고려시대부터 공신을 책봉하고 공신녹권을 지급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공신녹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455년 단종 폐위 후 세조를 추대한 공신들에게 지급한 ’좌익원종공신녹권‘이다. 조선의 공신은 배향(配享)공신과 훈봉(勳封)공신으로 나뉘었다. 왕이 죽으면 재위 기간 중 가장 공이 컸던 신하에게 배향공신을 주었다. 국왕 1인당 서너 명에 불과했다. 특정 사안에 공이 큰 신하가 훈봉공신이다. 건국에 도움을 준 개국공신이 대표적이다. ‘공신도감’이라는 심의기구에서 대상자와 등급을 정했다. 훈봉공신은 공의 정도에 따라 큰 공을 세운 ‘정(正)공신’과 이하 ‘원종(原從)공신’으로 나뉘었다. 정공신에게는 ’교서(敎書)라는 두루마리 문서를, 원종공신에게는 녹권(錄券)이라는 활자 인쇄책자를 발급했다. 조선의 공신 책봉은 총 28차례 있었다. 처음에는 마르고 닳도록 우대해 주겠다 약속했지만 전체 공신의 4분의 1이 자격을 상실당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공신록 ‘선무원종공신녹권(宣武原從功臣錄券) - 1604년 선조가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신하들을 공신에 책봉한 기록이 ’선무원종공신녹권‘이다. 당시 공신은 선조를 의주까지 피난시킨 호성(扈聖)공신, 왜군과 전투에서 공을 세운 선무(宣武)공신, 임란 때 일어난 이몽학의 난을 진압한 청난(淸難)공신 등 세 가지였다. 총 109명이 정공신이 되었는데 선무공신이 8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에게는 토지와 노비가 지급되고 자손들에겐 관직이 주어졌다. 죄를 지으면 형량을 감면받는 보장도 받았다. 모두 정공신에만 해당되는 특혜였다. 임진왜란으로 책훈된 원종공신은 1만 2530명에 달했는데 호봉을 올려주는 정도에 그쳤다. 사대부들에게는 별 특혜가 아니었지만, 중인 이하 신분의 원종공신들에게는 신분 상승의 기회였기에 목숨을 바쳐 나라에 충성한 것이었다.* 궁중의 주방 ‘사옹원(司饔院)’ - 사옹원은 궁중의 음식을 담당하는 관청이다. 주방을 맡았기에 주원(廚院)이라고 불렀다. 관리직 30명을 포함해 무려 500명이 소속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드라마 속 대장금 같은 여성 셰프는 없었다. 워낙 음식 만드는 게 고된 일이라 전부 남자였다. 사옹원에선 음식 그릇도 만들었다. 사기장만 380명에 달했다. 경기도 광주의 사옹원 분원에서 제작했다. 사옹원 총책임자인 도제조는 정승이 겸업했다. 제조 4명 중 3명과 부제조 5명 중 4명은 국왕의 종친들 맡았다. 왕자들이 도제조를 맡곤 했으나 명예직이라 실무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왕위에 오르기 전 1709년 도제조로 일했던 영조는 이 곳에 무척 애착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갑을 훌쩍 넘긴 1770년 7월에 느닷없이 사옹원을 방문해 관원들에게 말을 하사했다. 이날의 일을 기록한 그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영조사마도(英祖司馬圖)’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선집 ‘협주명현십초시(夾注名賢十抄詩)’ - ‘협주명현십초시’는 당나라 시인 30명의 시 각 10편 등 총 300편을 싣고 주석을 달아 해설한 책이다. ‘협주’는 주석, ‘십초’는 10편씩 뽑았다는 뜻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그 중 두 권이 있다. 백거이 유우석 온정균 두목 등 당나라 말기 시인들과 함께 4명의 신라 시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최치원 박인범 최승우 최관우처럼 당나라에 유학하고 현지에서 과거(빈공과)에 급제한 이들이다. 이 책에는 당나라 시를 전부 모은 ‘전당시(全唐詩)’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가 100여수에 가깝다. 이 시들은 한 편 한 편이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는 사료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주목한다. 10세기 무렵 어떤 이가 ‘십초시’라는 책을 만들었는데, 14세기에 승려 자산(子山)이 주석을 달아 완성했다고 한다. 당시 승려는 최고 수준의 지식인이었다. 과거 시험을 위해 간행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1478년판 한국문학전집 ‘동문선(東文選)’ - 우리나라 문학전집의 전통은 1487년 ‘동문선’의 편찬에 이르러 규모와 수준에서 정점을 찍었다.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 소명태자가 편찬한 ‘문선(文選)‘에서 이름을 따왔다. 조선에서 이만큼 방대한 책은 없었다. 우리나라 모든 시문을 모으겠다며 1460년 세조의 명으로 시작되었다. 최종적으로 550여 명의 작품 4300여 편이 수록되었다. 총 130권으로 목록만 3권에 이른다. 1518년에 추가로 속편 23권이 더 편찬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문인과 작품을 총망라했다. 고구려 을지문덕부터 신라 최치원, 고려 김부식 정몽두 이색, 조선의 정도전 변량 신숙주 등의 글이 실렸다. 왕자의 난에 죽임을 당한 정도전과 계유정난 희생자 성상문 박팽년의 글로 차별없이 실렸을 정도로 문학적 가치를 중시했다. 지금은 사라진 고려시대 문헌이 대량으로 인용되어 사료적 가치도 높다. 1478년 처음 간행된 이후 1713년까지 9차례나 간행되었다. 유교와 불교. 도교 세 종교가 공존했던 과거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이다.* 조선 성리학 선구자 이황의 ‘퇴계잡영(退溪雜詠)’ - 1576년에 간행된 이 책은 최계 이황이 은퇴를 결심한 1546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인 1565년까지 약 20년간 지은 시를 엮은 책이다. 퇴계가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가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특히 퇴계의 친필을 그대로 본떠 목판에 새기고 찍어낸 책이라 더욱 주목된다. 퇴계의 친필 원본은 계명대 동산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 목판본이 꽤 비슷하다고 한다. 퇴계는 다른 유학자보다 월등한 학자이거나 인격자는 아니었고, 수십 종의 저술도 주자학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었지 독창적인 사상이 담기진 않았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하지만 그의 위대한 점은 조선을 성리학의 나라로 만든 선구자였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퇴계의 주자학 이해는 당시 조선에서 독보적이었다고 한다. 퇴계 이후 비로소 조선 유학자들의 성리학 이해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수석합격자 모법답안 모음집 ‘동국장원책(東國壯元策)’ -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도 논술이 중요했다. 문과는 초시(初試) 회시(會試) 전시(殿試) 3차에 걸쳐 치러졌는데, 마지막 관문인 전시에서 출제된 책문(策文)이 오늘날의 논술이다. 주로 정치 현안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현재 국가의 제도 중 개혁이 시급한 것을 논하시오’, ‘인재를 발굴하고 활용할 방법을 논하시오’, ‘성군이 다스린지 얼마 안되어 반란이 일어나고 나라가 혼란해 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이런 책문에 답하려면 경전과 역사에 해박해야 했다. ‘동국장원책’은 1396년부터 1447년까지 25명 과거 시험 장원급제자와 차석(4편)의 답안지를 모은 책이다. 장원급제자 가운데는 최초의 집현전 대제학 변계량과 사육신의 한 사람인 하위지,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은 정인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인지는 중시에서도 장원급제해 유일하게 두 편의 답안지가 실려 있다.* 한중 문화외교의 기록 ‘황화집(皇華集)’ - 조선과 명나라는 사신(使臣) 왕래가 잦았다. ‘황화집’은 명나라 사신과 그를 맞은 조선 관원들이 주고 받은 시를 모은 책이다. ‘황화’란 활짝 핀 꽃이란 뜻으로, 사신을 의미한다. 시를 주고받는 것을 수창(酬唱)이라고 한다. 중국 사신과의 수창을 특별히 ‘황화수창’이라고 했다. 의주에서 명나라 사신을 맞은 관원은 한양으로 오는 도중에 명승지에 들러 잔치를 열고 수창을 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였다. 은근히 자존심 싸움을 펼쳤다. ‘황화집’은 1450년(세종 32)부터 1633년 명나라의 마지막 사신 ‘정룡’이 다녀갈 때 까지 20여 차례 만들어졌다. 이후 청나라가 중국을 지배하면서 수창은 막을 내렸다. 젊고 능력있는 문신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글짓기에 전념케 하는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 관원들에게 매달 작문 숙제를 부여하는 월과제(月課制) 모두 황화수창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제학(大提學)’이 가장 영예로운 관직으로 꼽혔던 것도 중국 사신과의 수창을 주관했기 때문이다.* 매사냥의 바이블 ‘응골방’ -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매사냥을 즐겼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매사냥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백제의 아신왕과 신라 진평왕은 마니아였다. 고려시대에는 응방(鷹坊)을 설치해 매를 관리했다. 조선의 태조와 태종, 세종도 즐길 정도로 매사냥은 왕과 귀족들을 위한 스포츠였다. 매사냥을 즐기던 연산군이 왕위에서 물러나면서 스포츠로서의 매사냥이 사라졌다. 왕실은 매사냥꾼 응사(鷹師)에게 꿩고기의 납품을 맡겼다. 숙종 때 등록된 응사만도 1800명에 달했다. ‘응골방’은 고려인 이조년이 지은 책이다. 좋은 매를 고르는 법부터 먹이 주는 방법, 길들이고 훈련하는 법이 담겼다. 매사냥할 때 주의점, 매의 건강을 관찰하는 법과 응급처치 방법 등이 모두 망라되었다. 꿩 사냥용 매는 짧으면 1~2년, 길어야 3~4년 안에 죽거나 달아난다고 한다.* 기근 대책서 ‘중간구황활민보유서(重刊救荒活民補遺書)’ - 중국 송나라 동위가 편찬한 ‘구황활민서’란 책이 있다. 기근에 관련된 278조목을 뽑아 조정에 바친 책이다. 이를 338조목으로 보충한 것이 ‘구황활민보유서’이고, 1445년에 거듭 간행된 책에 ‘중간’이라는 말이 또 붙었다. 명나라 때 중국책이라 귀중본으로 분류된다. 기근 대책의 역사, 구체적 기근 대책, 역대 황제들이 반포한 조칙(詔勅)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백성에게 곡식을 빌려주는 진대법(賑貸法), 곡식 수매로 물가를 조절하는 상평법(常平法), 기근에 대비해 곡식을 저장하는 의창(義倉)과 사창(社倉) 운영방법 등이 자세하다. 부자에게 기부를 권장하는 권분(勸分)도 포함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당시 기근 대책이 시장원리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곡식 가격이 오른다고 억지로 낮추면 역효과가 나니 국가 개입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그때 이미 불평등이 굶주림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효도 지침서 ‘수친양로신서(壽親養老新書)’ - 연로한 부모를 돌보아 오래 살게 하는 취지의 효도 실천서다. 중국 송나라 진직(陳直)이 편찬한 ‘양오봉친서’라는 책을 원나라 사람 추현(鄒鉉)이 보충해 편찬했다. 1권은 양로봉친서를 보충해 수록했고, 2권은 효도 관련 명언 및 고사를 담았다. 3권과 4권은 부모의 건강을 위한 음식 조리법과 약 제조법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은 3권과 4권이 없는 낙질이다. 1권에 중요한 내용이 거의 수록되어 있다. ‘음식으로 치료하는 법’에는 아침에 진하게 내린 술 한 잔과 속을 다스리는 약을 드리고, 아침 전 간식으로 돼지와 양의 콩팥을 넣은 좁쌀죽을 드리라고 했다. ‘기분을 좋게 하는 법’에선 노인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우니 혼자 있게 하거나 혼자 자게 해선 안된다고 적었다. 이밖에 진맥 건강 진단법, 의약 건강 유지법, 바람직한 주거 환경과 가정 형편 등도 담았다. ‘노인에게 가장 좋은 음식’으로 놀랍게도 우유를 꼽았다. 혈맥을 고르게 보충하고 살을 찌워 준다며, 고기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지옥을 피하는 법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 - 불교 의식 가운데 ‘예수재(預修齋)’가 있다. 죽어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살아서 미리 공덕을 닦는 제사다.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는 영산재(靈山齋), 떠도는 귀신들을 천도하는 수륙재(水陸齋)와 함께 우리나라 불교의 3대 의례다. 불교에 도교가 혼합된 ‘시왕 사상(十王思想)’이 있다. 저승의 열 명의 왕의 재판을 거쳐 망자(亡者)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저승관이다. 저승에는 진광왕 초강왕 송제왕 오관왕 염라왕 변성왕 태산왕 평등왕 도시왕 전륜왕 등 10명의 왕, 즉 명부시왕(冥府十王)이라고 존재한다고 믿었다. 죽은 이는 49일 동안 7일 간격으로 7회, 100일째, 1년째, 3년째 되는 날까지 모두 10번의 재판을 받는다고 한다. 생전의 업에 따라 결정되는 재판 결과로 천상과 인간, 축생, 수라, 아귀, 지옥의 ‘육도(六道)’ 가운데 어디로 갈 지가 결정된다. 생전에 아무 죄를 짓지 않았어도 저승 시왕에게 공양을 올리지 않으면 지옥행을 피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 책은 1576년 안동 광흥사에서 간행되었다. 31편에 걸쳐 예수재의 절차를 설명했다. 예수재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염라대왕의 등장이었다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7-23 08:30 조진래 기자

[비바100] 개미들 곡소리 나니, 찾는 책은?

13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연합)개미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데 이어 한국도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로금리에 가까웠던 금리정책이 긴축으로 변화했고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은 연일 조정을 보이고 있다.피부로 와 닿는 긴축의 시대는 전세계적으로 하락하는 부동산 시장이 방증한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정책,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부동산 경기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리하자면 “세계 부동산 붐이 꺼지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 상승해 IMF 경제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대출만기 연장, 대출구조 전환, 고금리 대출의 중저금리 대출 전환 지원 등의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고단한 삶을 바꾸려는 몸부림은 최근 출판계의 화두기도 하다. 자기계발서와 자기경영에서 나오는 실전 투자법을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재테크 습관이나 요령을 터득해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다른 현상은 신간 보다는 이미 입소문을 탔던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주요서점 5곳(YES24·인터넷 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도서·영풍문고) 중 세 군데서 상반기 최고 자기계발서라는 평가를 받은 자청 작가의 ‘역행자’가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돈 :경제가 어려울수록 꼭 필요한 자기경영|보도 섀퍼 지음.1만 4000원.(사진제공=에포케)올 초까지 순위권에 있던 ‘데일 카네기 인간론’을 비롯해 올 4월 출간된 성공심리학 전문가 박세나 대표의 ‘멘탈을 바꿔야 인생이 바뀐다’, 네모토 히로유키의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등 계속되고 있는 자기관리, 자기계발서의 인기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역행자’는 흙수저에서 월 1억원 자동 수익을 실현한 저자가 가난한 인생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얻은 경험담을 담은 책으로 스스로 터득한 ‘역행자의 7단계 모델’을 소개한다.그 중 보도 섀퍼의 ‘돈’은 투자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나 이미 부자인 사람들까지 ‘인생의 책’으로 꼽는다. 1998년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로 처음 출간된 이후 독일어 번역서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서 내려 온 적이 없다. 사실 읽어보면 다른 투자기법과 별반 다를 게 없어보인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돈에 대한 결정권을 먼저 물어본다는 점이다. 돈 버는 기계로 살 것인지, 돈 버는 기계를 소유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한 뒤 읽는 차이는 실로 거대하다. 그는 책에서 바빌로니아의 성벽 노예 중 2/3는 전쟁이 아닌 빚 때문에 자유를 잃고 노예로 비참한 생을 마감했던 사실을 인지시킨다. 그러면서 각자가 돈 문제에 대한 미래를 잘 인식하고 자유롭게 살라고 권유한다.그는 “거대한 부를 쌓은 사람들이라고 모두 철통 같은 원칙에 따라 모범적인 생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그저 가난하게 살거나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을 참지 못한다는 사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것은 사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비밀이기도 하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는 단지 ‘실행력’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돈’은 투자와 재테크 관련 유튜버들이 “제발 읽고 실천하라”고 빌기까지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을 담은 책이다. 빚에서 벗어나는 법, 저축하는 법, 자신의 수입을 개선하는 법 등 다소 평범해 보이는 각 파트들은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이 책의 인기는 꾸준하다. 재테크의 주류였던 30~50대가 아닌 20대가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7-21 18:00 이희승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사라진 것들> 이상화

우리 곁에 있다가 사라진 것 들에 대한 기록이다. 5차례의 대 멸종 시기를 거쳐 진화한 인류 역사 가운데 이유없이 사라진 유물과 의문 투성이 사건들을 모아 정리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똑똑한 호모 사피엔스에 밀려 절멸한 사연, 아직 누구도 몽골제국의 제왕 칭기스칸의 무덤을 찾지 못하는 이유,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인양하지 못하는 에스파냐 보물선, 그리고 도난당한 왕실 보석 때문에 절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태국의 사연 등이 흥미롭다.* 5차례 대멸종 끝에 탄생한 인류 - 23억 년 혹은 35억 년 전에 광합성에 의해 최초로 단세포 생명체가 출현한 이후 인류는 5차례의 큰 멸종위기를 겪었다. 첫 번째는 5000만년 전이었다. 지각변동 등으로 해양 생물종의 50% 이상이 사라졌다. 2차 대멸종은 3억 7000만 년 전에 일어났다. 대형 운석과의 충돌로 기후가 급격히 변하고 화산폭발까지 일어나 생태계와 먹이사슬이 붕괴되었다. 2억 5000만년 전의 3차 대멸종은 대륙의 ‘판게아(pangea)’ 과정 속에 대규모 화산폭발로 이산화탄소가 급증하면서 지구 온도가 6도나 올라 생명체의 80~90%가 멸종했다. 4차 대멸종은 약 2억 1500만년 전이다. 3차 때와 비슷한 이유로 생명체의 70% 이상이 사라졌다. 6500만 년 전의 5차 대멸종은 거대한 혜성과의 충돌 때문이었다. 100만년 이상 암흑기가 이어지며 생명체의 75% 가량이 멸종했지만, 다행히 포유류와 조류가 살아남아 인류를 탄생시켰다.* 사라진 네안데르탈인 -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약 6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5만여 년에 걸쳐 남아메리카 끝까지 지구 전역으로 진출했다. 그런데 유럽에는 이미 그들과 비슷한 모습의 네안데르탈인이 살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들은 2만 5000~2만 8000년 전에 절멸했다. 가장 오래된 학설은 학살설이다. 지능이 더 뛰어나고 세련된 신무기에 식인 습성까지 있던 호모사피엔스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기후 적응 실패설도 있다. 호모사피엔스에 수적으로 열세라 북쪽으로 밀려 혹독한 추위에 절멸했다는 것이다. 자연적 소멸설은 네안데르탈인 남자 유전자 Y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아들 낳기 어려운 생물학적 구조 탓에 자연 소멸되었다는 주장이다. 가장 최근 가설은 숙명설이다. 10~30명의 무리가 모두 한 가족이었기에 근친교배가 불가피해 열성유전자가 이어지며 저절로 멸망했다는 것이다.* 인류 진화의 키를 쥔 베이징원인(原人) - 약 70만 년 전에 살았던 원시인류 베이징원인의 유골화석이 발견된 곳은 중국 베이징 교외의 저우커우덴 룽구산 동굴이었다. 유인원 원숭이에 불과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생 인류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 연결고리를 밝혀 줄 중요한 발견이었다. 1921년 국제탐사대가 중국 베이징 일대를 탐사하다 저우커우덴에사 원시 인류의 것으로 판단되는 뼛조각 몇 점을 발굴했고, 1926년 오스트리아 고생물학자 오토 즈단스키가 그 가운데 예사롭지 않은 치아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됐다. 이어 탐사대 일원이던 페이원중이라는 중국 청년이 1927년 이곳에서 140m 길이의 동굴을 발견하면서 베이징원인의 실체가 드러난다. 이들은 육류를 섭취하고 불을 사용했으며 뇌 용량이 약 1200cc로 호모에렉투스보다 지능이 더 높았고 언어까지 갖고 있었다.* 행방이 묘연한 베이징원인 유골 - 1940년 경 갑자기 베이징원인의 유골이 사라져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1937년 터진 중일 전쟁이 발단이었다. 페이원중은 일본이 이 유골들을 탐내고 있음을 알고, 미국 록펠러재단이 베이징에 설립한 의과대학(협화의학원)의 신생대연구실로 옮겨 금고에 보관했다.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그는 당시 국민당 정부의 승인과 미국의 허락을 받아 이송을 준비한다. 그런데 1941년 12월 7일 수송작전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태평양전쟁이 터졌다. 유골을 실은 프레지던트 해리슨호는 양쯔강 부근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침몰하게 된다. 이후 누구도 유골을 보지 못했다. 그나마 베이징원인 분실 전에 독일의 해부학자가 상세한 기록과 함께 사진과 석고 모형까지 남겨 준 덕분에 소중한 연구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과 사라진 주민들 - 이스타섬은 칠레 서쪽으로 약 3600km 떨어진 남태평양 망망대해의 외딴 화산섬이다. 제주도 10분의 1 면적의 이 섬이 유명해진 것은 섬 전체에 800개가 훨씬 넘게 세워진 거대 석상 ‘모아이(Moai)’ 덕분이다. 4세기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상들은 한결같이 일정한 한 쪽 방향을 바로보고 있다. 처음에는 큰 것이 높이 20m에 가까운 이 석상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해변가로 운반되었는지 의문거리였다. 학자들은 석상의 재질이 화산석이라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조각도 어렵지 않았음을 알아냈다. 이 섬에서 갑자기 주민들이 사라진 원인도 의문거리였다. 총 균 쇠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연파괴설을 주장한다. 섬에는 야자수가 울창했는데 그 많은 석상을 운반하느라 마구 잘려나가면서 나중에는 배조차 만들 수 없게 되자 식량을 얻기 위한 부족간 싸움이 커져 결국 1만 명이 넘던 원주민이 갑자기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 천하무적 바이킹. 어디로? - 스칸디나비아반도에 거주하던 바이킹족은 뛰어난 체력과 지능을 지닌 우수한 혼혈 종족이었다. 바다를 생업의 주무대로 삼았기에 배 만드는 기술과 항해술이 탁월했다. 해상 전쟁에선 천하무적이었다. 콜롬버스에 수백 년 앞서 아메리카대륙에 진출할 정도로 도전정신도 남달랐다. 그런 바이킹이 11세기가 지나면서 빠르게 쇠퇴하기 시작해 약 500년 뒤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우선, 자신이 점령한 나라에 정착해 현지인과 동화되어 탈 바이킹화 한 것이 한 이유다. 북유럽 복지의 기틀을 만든 것이 바이킹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이론이다. 다음은 자연소멸론이다. 북쪽 그린란드에 대규모로 정착하려던 바이킹이 기후에 적응 못하고 농사와 목축을 고집하다 결국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대부분 죽고, 마지막 바이킹은 생존을 위해 자기들끼리 혹은 선주민인 이누이트족과 처절하게 싸우다 전멸했다는 것이다.* 사라진 여성의 ‘성적 신호’와 줄어드는 남성의 ‘정자’ -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이 모든 암컷을 독점하는 고릴라와 달리 침팬지는 무리의 수컷과 발정기의 암컷이 짝짓기하는 난교(亂交)다. 원시인류도 여성의 일정한 발정기에만 짝짓기가 이뤄졌다. 문제는 인간의 임신 기간이 10개월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원시여성은 남성을 곁에 두게 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냈다. 임신과 양육 기간에 지속적으로 음식을 가져다 주고 온갖 위험을 막아줄 존재를 만든 것이었다. 그 대가로 지속적인 섹스를 제공했으며 나중에는 자신의 발정기가 언제인지를 숨겨 배란기를 감추는 진화를 겪게 된다. 현대에 들어 남성에게선 점점 정자가 줄고 있다. 생활습관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아지며 고환이 따뜻해져 정자 생산이 줄었다는 것이다. 흡연, 화학물질 섭취, 공해도 정자 감소의 치명적 이유로 꼽힌다. 특히 흡연은 정자 감소에 직격탄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나라 인도에서 사라진 불교 - 석가모니가 태어난 인도에는 불교 성지(聖地)가 없다. 신자 수는 인구의 0.1%에 불과하다. 인도에서 불교는 아리안족이 쳐들어와 카스트 제도를 만들어 평민을 착취할 때 등장했다. 석가모니 붓다는 철저하게 평민 편에 섰다. 절대적인 신을 내세우지 않고,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설파하자 불교는 빠르게 대중화되었다. 그 위세에 늘려있던 기존의 브라만교가 불교 교리까지 상당 부분 포함시켜 힌두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재 탄생시켰다. 신에게 제사 지낼 때 수많은 소를 제물로 바쳐 원성을 샀던 브라만교가 거꾸로 소를 신성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석가모니도 인도인이 가장 숭상하는 ‘비슈누 신’이 환생한 것이라며 그들의 신 가운데 하나로 편입시켜 버렸다. 그래서 힌두교는 창시자도 없고 특별한 교리도 없다. 대신 힌두교만 믿으면 더 없이 편하고 만사형통이 되었다. 인도에서 불교가 치명타를 입은 것은 10세기 이슬람 침략 때문이었다. 현재 인도 총인구의 81%가 힌두교, 13%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반달리즘’과 바미얀 유적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북서쪽으로 130km 떨어진 힌두쿠시산맥 기슭의 바미얀은 1~13세기에 동서양 교역로이자 문화예술 중심지였다. 징기스칸의 후예를 자처하던 하자라족 마을에 8세기 경 이슬람교가 들어오면서 박해아 함께 불교 유적 파괴가 시작됐다. 바이얀에는 암벽을 깎아 안쪽으로 세운 두 개의 석불이 유명했다. 각각 높이 38m, 53m의 부처상이었다. 그런데 2001년 탈레반이 이 세계적 문화유산을 무차별 파괴해 버렸다. 파괴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까지 했다. 유네스코는 2003년 이곳을 ‘위기에 놓인 문화유산’으로 분류 등재했다. 이곳을 관광지로 꾸미려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석불 복원을 주장했다. 복구 기간 5년에 2000만 달러 비용이 들 것이란 계획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만행에 맞서자며 복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종교 또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적대감으로 다른 종교와 문화 유적을 파괴하는 ‘반달리즘(Vandalism)’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무도 모르는 칭기스칸의 무덤 - 12~13세기에 대 몽골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스칸이지만 그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몽골의 전통적인 장례 풍습 탓이다. 유목민이던 몽골족은 시신을 땅에 깊숙이 묻고 봉분을 만들지 않는 ‘밀장(密葬)’이라는 매장 방식을 택했다. 묻힌 곳을 숨기고 장지에선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원나라 역대 황제의 무덤을 아직 하나도 못 찾는 이유다. 칭기스칸의 장례도 같았다. 비밀리에 대규모 묘지를 조성한 후 말 수천 필을 동원해 그 위를 마구 달리게 해 평지로 만들고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으로 만들었다. 병사 800명으로 하여금 묘지 조성과 매장에 참여한 1000여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죽이고, 이들 병사 역시 비밀리에 모두 처형해 무덤에 관한 비밀을 유지했다. 원나라 역사를 기록한 ‘원사(元史)’에 그의 시신이 ‘가련곡’에 안장돼 있다는 기록이 있지만 특정한 지명은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칭기스칸이 병사한 중국 간쑤성 류판산의 어느 골짜기일 것이란 주장도 있다. 당시엔 여름이었기에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서둘러 장례를 치러야 했으며, 특히 몽골족은 시신이 썩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여겨 사흘 이내에 묻어야 했다는 점이 근거다.* 사라져버린 거대한 파로스 등대 - 기원전 3세기 이집트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인류 역사상 최초의 등대가 세워졌다. 높이가 135m에 이르는 거대한 등대로, 맑은 날에는 40km 밖에서도 등댓불이 보일 정도였다. 마케도니아 장군 출신으로 이곳에 알렉사드리아를 건설한 프롤레마이오스 이집트 왕가의 지배를 받던 크니도스라는 도시국가가 환심을 사려 기원전 280년경에 파로스섬에 등대를 세워 바쳤다. 맨 꼭대기에는 높이가 5m쯤 되는 커다란 헬리오스 상을 세웠다. 안타깝게도 이 등대는 네 차례에 걸친 지진 끝에 1303년에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20세기 들어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되어 프랑스 수중탐사대가 등대의 잔해 일부를 인양했고, 1994년에는 헬리오스 상을 끌어 올렸다. 무게가 12톤에 달한 이 물체를 어떻게 끌어올렸는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신비의 숨겨진 암벽도시 ‘페트라’ - 요르단의 수도 암만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페트라는 지중해와 홍해와 가까운 교역의 중심지였다. 이곳의 고대 유적이 바위산 암벽 속에서 발견되어 큰 화제를 뿌렸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힌다. 해발 950m의 높은 곳에 바위산들로 둘러싸여, 입구조차 찾기 어려웠다. 4세기경 대지진으로 그 길마저 끊겨 고립되었는데, 1812년 스위스의 젊은 작가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규모가 방대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모래 때문에 발굴 작업은 1958년에 와서야 시작되었다. 입구에 높이 200m가 넘을듯한 거대한 바위산 두 개가 가로막고 있고, 그 틈으로 겨우 2~3m의 좁은 길을 통과해야 마침내 페트라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암벽들은 그 자체로 위대한 조각품이었다. 궁전과 신전, 수도원. 극장, 공중목욕탕이 갖춰져 있었다. 가장 유명한 유물은 도시 입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카즈네피라움’이라는 신전이다. 높이 40m에 너비 28m나 되는 웅장하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난 신전이자 왕들이 무덤이었다. 암석이 사암으로 되어 있어 조각하기 쉬었다고 한다.* 히틀러는 자살했나 잠적했나 - 연합군 측 공식기록에 따르면 히틀러는 1945년 4월 30일 패배가 확실해지자 부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자살했다. 죽으면서 자기 유해가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곧 이어 방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친위대원들은 시신을 구덩이에 넣고 휘발유를 뿌려 소각했다. 5월 9일 소련군 조사관들이 불 탄 시신에서 추출한 틀니와 치아 조각들로 히틀러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하지만 조사에 허점이 많았고, 두 번째 연합군 측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히틀러가 죽었다는 그날 오후 늦게 히틀러를 베를린 템펠호프공항에서 목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독일군의 정예 잠수함이었던 U보트의 함장이 쓴 책을 근거로 히틀러가 아르헨티나로 U보트를 타고 탈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부근에는 U보트 비밀기지가 있었다. 아이히만을 포함해 많은 독일 군 간부들이 아르헨티나로 도주한 기록도 있다. 생존설이 일파만파 퍼지자 소련이 히틀러의 시체 사진이라며 공개했는데, 자살해 소각했다던 공식 기록과 맞지 않는데다 나중에 다른 이의 시체임이 밝혀져 의혹만 더욱 키웠다. 1946년에 스탈린이 히틀러 제거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혼란을 더욱 키웠다.* 알고도 찾지 못하는 에스파냐의 보물선 - 에스파냐는 17~18세기 식민지 전쟁의 선주주자였다. 펠리페 5세는 영국 등 경쟁국과의 전쟁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 페루 등 남미 식민지에서 약탈한 엄청난 금은보화를 ‘산호세’호에 실어 비밀리에 본국으로 옮기려 했다. 현재 시가로 144억 달러가 넘는 가치였다. 1706년 6월 8일 남미를 출발한 산호세호는 그러나 곧 영국 함대와 맞닥뜨렸고 결국 침몰한다. 1981년 미국 인양업체 SSA가 수중 탐사 중 침몰한 산호세호를 찾아냈다. 이 때부터 보물선의 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진다. SSA는 영해권을 가진 콜롬비아 정부와 협상 끝에 50대 50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합의한다. 그러자 에스파냐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고, 페루도 자기 보물이라고 나섰다. 콜롬비아 정부가 SSA와의 합의까지 파기하고 소유권이 온전히 자국에 있다고 발표해 버린다. SSA가 황급히 미국 법원에 호소했지만 패소하고 만다. 국제분쟁 조짐이 보이자 유네스코는 “보물 인양 목적으로 침몰 선박을 파헤치다 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훼손해선 안된다”며 콜롬비아를 압박했고, 국제적 다툼에 부담을 느낀 콜롬비아이 결국 인양 계획을 중단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보석 때문에 절교한 사우디와 태국 - 사우디아라비아 파흐드 왕의 장남 파이살 왕자의 보석이 사라진 것은 1989년이었다. 당시 궁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태국인 끄리앙끄라이 떼차몽이 왕자의 휴가 기간에 몰래 훔쳐 태국으로 반출한 것이다. 그가 훔친 보석은 무게 약 30kg에 시가로 2000만 달러가 넘었다. 특히 달걀 크기의 50캐럿 짜리 ‘블루다이아몬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파이살이 뒤늦게 떼차몽의 소행을 알고 태국 측에 보석을 찾아 반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미 상당 양이 처분된 뒤였다. 떼차몽은 태국 법정에서 3년형을 받았고 태국 경찰은 그의 진술에 따라 장물아비들에게서 다수의 보석을 회수해 파이살 왕자에게 돌려주었다. 블루다이아몬드는 없었고 도난당한 보석의 20% 정도만이 돌아왔는데 그 80%가 가짜였다. 태국 경찰이 중간에서 빼돌리고 가짜를 만들어 보내도록 한 것이었다. 사우디 정부가 진상 파악을 위해 세 명의 대사관 직원들을 참여시켰으나 모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사우디는 태국 국민에 대한 취업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자국민의 방콕 방문을 축소시키며 강강 대응에 나섰다. 2010년에는 자국 내 태국 노동자의 10% 정도만 남기고 모두 추방했다. 두 나라는 아직도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는 진품인가 - 1910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빈첸초 페루자라는 이탈리아 목공이 임시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는 1911년 8월 20일 휴관일에 박물관 대청소의 틈을 노려 모나리자 액자를 분리해 그림만 빼내 코트에 숨겨 박물관을 빠져 나갔다. 박물관이 다음날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후 2년 동안 모나리자의 행방은 묘연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페루자가 이탈리아 암시장에 모나리자를 내다 팔려다 경찰에 붙잡히는 바람에 1913년 이 작품은 다시 박물관에 반환되었다. 페루자는 겨우 7개월 형을 받았는데 그는 조국 이탈리아를 침략했던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약탈한 것을 조국에 보내려 한 것 뿐이라고 주장해 한 때 이탈리아에서 영웅 대접까지 받았다. 나중에는 페루자가 세기적 사기꾼인 발피에르노의 사주를 받아 모나리자를 훔쳤고 그가 돌려준 모나리자는 발피에르노가 제작한 위작 6점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때문에 지금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가 진품인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62년에 영국에서 발견된 ‘아이즐워스 모나리자’가 다빈치가 그린 진품임이 확인되면서 진위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스트라디바리우스’ - 이탈리아의 악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생전에 960개 바이올린을 포함해 1100여 개 현악기를 만들었다. 그 중 지금까지 450~512개 바이올린 등 600여 개가 남아있다. 세계적 첼리스트 정명화가 1713년산 첼로를 갖고 있고, 여타 많은 연주자들은 엄청난 가격 탓에 대부분 장기 대여해 사용 중이다. 2014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719년 산이 무려 4500만 달러에 낙찰되었을 정도다. 귀하고 비싼 악기이기에 도난 사건도 잦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김민진 바이올리니스트도 2010년에 런던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21억원이 넘는 바이올린을 집시에게 도난당했다가 어렵게 되찾은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다시는 재생할 수 없는 놀라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먼저, 제작 당시 기후가 달랐다고 한다. 1645년부터 약 100년 동안 소빙하기라 나무들이 촘촘하고 일정한 나이테를 가져 소리 파장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몸체 앞 면은 가문비 나무, 내부는 버드 나무, 뒷면과 옆면은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성분과 조합도 좋은 음색을 내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니치아에서 밀라노로 뗏목으로 옮겨 오면서 미네랄과 염분 등이 적절히 스며들어 나무들이 탁월한 소리를 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독특한 약품 처리도 음색의 선명도를 크게 높였을 것이라고 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7-16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오롯이 나로 살기 위해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김옥림 지음(사진제공=팬덤북스)100세 시대의 정 가운데 ‘오십’. 이를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위정편에서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반100살에도 세상은 어렵고 힘들며 세상의 이치는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다. 흑백, 여야, 노소, 남녀, 보수와 진보 등 극명한 ’갈라치기‘가 난무하는, 전쟁과도 같은 지금은 더욱 그렇다. 이에 손자(孫子, 본명 손무 孫武)의 병법서를 바탕으로 한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은 꽤 흥미롭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 김옥림 작가가 ‘손자병법’에서 추려내 설명하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천적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우리의 삶은 전쟁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마음으로부터 이기고 시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당부하는 작가는 ‘손자병법’의 ‘시계’(始計)편부터 마지막 ‘용간’(用間)편까지 13개 부에 핵심이 되는 부분의 원문과 해설, 풍부한 사례, 성공 스토리 비교분석 등을 곁들여 담았다. ‘삶을 유쾌하게 하는 지혜의 전략’ ‘상대의 지혜와 능력을 내 것으로 만들기’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이길 수 있다’ ‘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변칙으로 이기기’ ‘상대를 불러들이되 끌려가지 않기’ ‘돌아감으로써 지혜롭게 이기다’ ‘덕을 갖추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 ‘삶을 방해하는 삶의 지형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전략’ ‘임전무퇴의 지략’ ‘불같이 뜨겁고 치열하게 나를 살기’ ‘사람이 곧 정보의 보고(寶庫)이다’…. 각 편의 제목만으로도 메시지는 충분히 와닿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중 ‘죽느냐 사느냐’라는 대사에서 시작해 ‘손자병법’ 중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차야’(兵者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전쟁은 나라의 중요한 일이다. 생사의 문제이며 국가 존립과 폐망을 가르는 일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로 이어지는 식이다. 책은 그렇게 ‘손자병법’과 ‘햄릿’ 뿐 아니라 ‘논어’, 찰스 핸디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장자의 격언, ‘탈무드’, 노자의 ‘도덕경’ 등 서적 뿐 아니라 미국의 유명 백화점, 나폴레옹, 제갈공명, 미국 노만 빈센트 필 박사 등의 에피소드까지 버무려 50대에게 필요한 실천적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가 ‘손자병법’에서 핵심 메시지로 꼽은 것 중 하나는 ‘백전백승’이 아닌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법’이다. 더불어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송해 놓고 전쟁을 시작한다’라는 문구를 통해 철저한 전략 세우기와 마음으로부터 이기는 싸움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나’를 살피는 일이다. “남을 이기려는 자는 반드시 자신을 이겨야 한다.”제자백가 중 ‘여씨춘추’(呂氏春秋)의 이 문구는 작가가 50대에 꼭 갖추라 전하는 삶의 태도다. 작가는 “자신을 잉여인으로 생각하기는 일”도, “비감하고 스스로를 방치하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자신을 곧추세우고 보살피는 일은 어쩌면 50대 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삶은 50대 뿐 아니라 모두에게 전쟁이기 때문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7-14 18:00 허미선 기자

[신간]‘좋은 이름 바로짓기’-정통 성명학에 기반한 실전적인 이론서

‘좋은 이름 바로짓기(백산성명학)’ 백산 선생 감수, 서승재교수 편저, 안암문화사 펴냄.요즘 성명학은 수리성명학, 파동성명학, 주역괘상론, 한글성명학 등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그 중 원조격이라고 볼 수 있는 수리성명학을 중심으로 하는 정통성명학 책이 나왔다.채수암 선생, 김봉수 선생, 이창재 선생들과 함께 1세대 작명가 그룹 중의 마지막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백산 선생이 감수를 하고 아들 서승재 교수가 엮은 책으로 정통성명학 이론과 백산 선생의 반세기에 걸친 임상 경험을 접목한 실전적인 이론서이다.저자는 “침대가 과학이라면 이름이야 말로 진정한 과학”이라고 말하고 있다.미국의 한 과학 저널에서 어떤 사람의 얼굴 사진을 주고 4개의 이름을 보기로 준 뒤 사진과 어울리는 이름을 고르라고 했더니 40%까지 정확하게 그 이름을 맞추었다는 ‘얼글-이름 어울림 효과’를 소개하면서 이름은 그 이름처럼 되려는 영동력이 있기 때문에 이름이 얼굴 뿐 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과 능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이 책은 상편과 하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권은 음양오행과 사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이름을 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고 하권에서는 이름을 짓는 방법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천경자 화백’과 ‘윤석열 대통령’이름 등 약 40건 이상의 ‘사례 연구’를 통해 ‘원형이정4격’을 중심으로 하는 정통성명학 이론의 적중 여부를 검증해 볼 수 있도록 했다.또한 팔 천자가 넘는 인명 한자 중 실제로 작명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천팔백 자 정도를 선별해서 이를 오행별로 정리해 놓아 성명학 옥편을 따로 사지 않고도 작명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각 성씨별로 어떤 획수의 구성이 좋은지 잘 밝혀놓아서 누구라도 좋은 이름을 지을 수 있도록 50년간의 작명 노하우를 좋은 획수의 구성표를 제공해서 누구나 쉽게 이름을 지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작명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상편만 가볍게 읽어도 좋고 퇴임 후 삼 단계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분에게도 좋은 읽을거리가 될 수 있겠다.신화숙 기자 hsshin087@viva100.com

2022-07-13 16:23 신화숙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주저앉는 일본, 부활하는 일본> 전창수 외

역사수정주의에 입각해 일본의 우경화를 이끌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명을 달리 했다. 그의 죽음이 향후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일본을 연구하는 소장학자들이다. 고정되고 단면적인 일본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다양성과 다이내믹스가 존재하는 일본을 설명하려 책을 썼다고 한다. 그 의도를 100% 달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을 조금은 다른 종합적 시각에서 보고자 했던 노력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역전된 한일간 경제지표 - 휘청이던 일본 경제에 코로나19는 치명타를 안겼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격차도 조금씩 줄어 들었다.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1990년에 일본의 25.5% 수준이었으나 2020년에는 78.6% 수준까지 좁혀졌다. 역전된 지표들도 있다.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2018년에 한국이 4만 3001달러로 일본(4만 2725 달러)를 이미 추월했다. SP 등 세계 신용평가기관들은 일본보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에 일본의 대표 석학 노구치 유키오 히터스바시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한국에 G7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며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한일 역전의 배경에는 한국이 잘 한 것도 있겠지만 일본이 너무 못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유치한 ‘국뽕주의’ 경계를 - 일본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이제 한국이 선진국이고 일본은 후진국”이라며 여론을 호도하는 유치한 ‘국뽕주의자’들이 있다. 우리의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 때문에 일본이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며 지나치게 비약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일본 무역수지가 이미 2011년부터 10년 이상 적자이거나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의 흑자만 기록해 왔다며, 우리 불매운동과 관계없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의 무역적자는 고착화되어 있었다고 비판한다.* 성숙한 채권국 일본, 다음은? - 일본은행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해외 보유 자산은 1145조 엔에 이른다. 부채 789조 엔을 빼면 순자산이 360조 엔에 가깝다. 무려 2조 1500억 달러 규모다. 영국 GDP보다 더 큰 규모의 금융자산을 해외에 보유한 셈이다. 덕분에 일본은 30년 넘게 대외순자산 1위 국이다. 한국도 4775억 달러에 이르지만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은 2011년 이후 ‘성숙한 채권국’이다. 생산비용 상승으로 자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하락해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되는 반면 해외투자 증가로 소득수지 흑자폭이 커져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인다. 이 단계를 넘으면 ‘채권 붕괴국’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 적자가 확대되어 소득수지 흑자규모를 넘게 되고 그 결과 경상수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까지 과잉저축 대열에 - 현재 일본은 ‘과잉 저축’ 상태다. 1991년부터 2005년에 걸친 불황기에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빚을 줄여나간 덕분에 자금부족 상태에서 자금잉여 상태로 전환되었다. 1999년부터는 가계와 기업이 모두 저축하는 주체로 바뀌었다. 2002년부터는 가계를 누르고 기업이 최대 저축 주체가 되었다. 1900년~2000년대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것은 이렇게 기업의 목표가 ‘이익의 최대화’에서 ‘채무의 최소화’로 바뀌면서 투자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실제로 일본 기업 34만 곳 가운데 24.4%인 8만 4000곳이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결국 아베노믹스 경기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저온 호황’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가 되어버린 일본 - 2020년 기준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1인당 명목 GNI는 4만 1513달러로 세계 28위다. 1995년 4만 3495달러, 세계 6위에서 상당히 뒷걸음질친 것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신규투자를 해야 소비도 살고 물가도 오르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정부는 열심히 빚을 내 정부지출을 늘렸고 결국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2021년 6월 국채와 차입금 등을 합친 일본 정부의 빚은 1220조 엔을 넘어섰다. 1인당 1억 원의 빚을 진 셈이다.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은 256%로, OECD 평균인 80%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빚 갚는 데만 매년 예산의 22.3%를 쓴다. 저자는 “최소 2050년까지는 일본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60대 이상이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70%를 보유한 점도 문제다. 주식 채권 같은 직접금융을 통해 성장자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은행을 경유해 정부 부문으로 전부 흡수된다. 성장 없이 고령층이 보유한 저축만으로 연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군사대국’ 꾀하는 일본 - 일본 사람들은 일본을 ‘대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라고 생각한다. 특히 군사대국이라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의 2022년 국방예산은 5조 4005억엔(약 57조 원)으로 한국의 55조 2277억 원과 별 차이가 없다. 저자는 그러나 일본이 분명히 군사대국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평화헌법 개정 추진과 방위비 예산 증가, 미일동맹의 역할 변화, 일본 국내 여론의 변화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일본은 평화헌법 9조의 ‘전쟁 포기와 비무장’ 조항을 개정해 자위대를 군대로 격상시킨 후 자율적인 군사활동을 통해 군사대국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베 총리 재집권 동안 10년 연속 방위예산을 늘리며 ‘GDP의 1% 이내’라는 구조를 허물려 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2% 까지 상향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 군사대국화의 명백한 한계 - 저자는 그러나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진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첫째, 일본의 전체적인 국가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은 악화되고, 대학 연구기반은 위기 상황이며, 중국과의 경제력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는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고령화와 소자화(저출산)다. 이는 경제성장 뿐 아니라 안보에도 커다란 제한 요소로 다가온다. 자위대 운용 인력의 절대 부족과 함께 군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 평화국가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보수 세력의 핵무기 보유 혹은 ‘비핵 3원칙’ 재검토 논의를 많은 일본인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핵 알레르기’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국력은 쇠퇴하고 잠재 성장력은 둔화되고, 재정 파탄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군사대국을 통해 권력국가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원자력 회귀, 왜? - 최근 원전 재 가동을 추진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으로 일본의 원자력 정책이 회귀하고 있다. 전력생산의 탈 탄소화가 중차대한 과제가 된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원자력 에너지를 ‘그린 에너지’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2021년 초 기준으로 일본은 46미터톤이 넘는 플루토늄과 0.6미터톤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수 천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한국사람들은 일본의 원자력 회귀에 대한 미심쩍음이 남아 있지만, 저자는 5조 달러가 넘는 세계 3위 규모의 부자나라가 이제껏 누려온 것 들을 내려놓고 핵무장의 길을 선택할 것이란 생각은 근거가 매우 빈약한 ‘억측’이라고 일축한다. 특히 ‘세 개의 E(3E)’, 즉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경제성(Economic efficency), 환경(Environment)의 기반 아래 일본이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음을 강조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안전 문제가 잠시 흔들렸지만 일본은 최근 안전(Safety)을 추가해 ‘3E+S’라는 개념을 내놓고, 이제는 에너지 자급률을 후쿠시마 이전(약 20%)보다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2030년 전원(電源) 구상은 석유 3% 미만, 석탄과 석탄가스 각 26%, 27% 안팎, 원자력 20~22%, 그리고 재생에너지 22~24% 선이다.* 역사수정주의와 아시아 화해 사관 -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는 제국주의 일본의 전쟁은 침략이 아니라 아시아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냉전이 끝나면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종식되자 일본 대표 우파단체인 ‘일본회의’는 일본의 전통과 역사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가치를 찾아냈다. 황실 존경, 헌법 개정, 명예 회복, 자부심 등이 새 가치가 되었다. 이런 역사 수정주의 관점에서는 과거 일본이 저지른 피해의 역사를 밝히고 교육하는 것은 일본의 전통과 자긍심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우파 세력의 뒤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있다. 그 반대의 역사 인식이 ‘아시아 화해 사관’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관장장관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토대로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의 일본은 과거의 일본과 다름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도덕적인 책임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불법’ 정도까진 아니었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아베의 역사 인식 - ‘국제질서사관’이 있다. 과거를 반성은 하지만 그 시기와 대상이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의 일본 외교에 국한된다.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의식이 더 희박하다. 무엇보다 1910년 한국을 강제 병합하고 식민지배한 것을 외교의 성공사례로 인식한다. 아시아 화해사관 사이의 공통점은 만주사변 이전의 일본 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2013년 아베 총리는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역사수정주의자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런데 2015년 전후 70주년 행사 때는 정부 담화를 통해 “일본은 세계의 대세를 보지 못해 유교적경제적 경색을 힘의 행사에 의해 타개하고 또는 그 세력을 확대하려 했다”며 국제질서사관을 선택했다.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반발이 따랐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행위였다. 전쟁을 정당화하는 역사수정주의가 미국 중심의 대외 전략 노선과 충돌할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외정책적 필요에 따라 역사 문제에서 친미적 성향의 사관을 채용한 것일 뿐이었다.* 일본의 새 의제 ‘국경낙도(國境落島)’ - 일본인들은 국경에 대한 인식이 거의 희박하다. 그런 일본에서 2013년 해양기본계획이 발표되었는데, 국경에 근접한 섬을 의미하는 ‘국경낙도’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섬의 전략적 안보적 경제적 가치에 주목해 관련 법제도 정비가 강화되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예산 지원을 통해 변방의 무인도 섬들이 속속 국가 전략 요충지로 변모하고 있다. 도서지역의 인구 수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재정적 지원도 뒤따랐다. 동아시아 해양 영토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이 배경이었다. 독도 남쿠릴열도 센카쿠제도 갈등을 경험하면서 섬들이 주요한 영토로 인식되어 특별 관리되었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관련 주요 기관을 통합정비해 종합적인 해양관리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민들 관심이 높지 않아 일본 정부는 섬을 직접 관리하는 지자체와 지역 주민 협의체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멈춰 있는 북·일 시계 - 2002년 9월 김정일-고이즈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때 북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진전이 있었다. 2014년 5월에는 ‘스톡홀름 합의’로 북한이 일본인 납치피해자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본은 대북 독자 제재의 일부 해제와 인적 왕래 규제 해제 등의 조치를 취하며 해빙 무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 12월 일본이 유엔에 북한 인권 결의안을 제출하자, 북한은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북한은 일본을 제국주의·군국주의 국가이자 철천지 원수로 규정한다. 보천보 전투 등 항일무장투쟁을 국가 정통성과 정체성의 중심으로 인식한다. 식민지배 과거사와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비난하면서 특히 자위대 실전화, 군사력 강화 등을 통해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책동한다며 반발한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관계개선을 더욱 어렵게 한다.* 풀리지 않는 간극 ‘일본인 납치’ -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한 북한의 일관되고 공식적인 입장은 “이미 해결했다”이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 방문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 사실을 처음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2014년 스톡홀름 합의로 완전해결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북한으로선 수령의 ‘무오류성’을 훼손하는 일이기에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귀환조치된 5명 외에 12명이 아직 미해결 상태라는 입장이다. 2004년에 북한이 보낸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임이 밝혀지면서 북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관계개선은 요원해 졌다. 저자는 북한이 식량 문제 등 경제정책과 코로나 방역사업을 정책 우선순위에 놓고 내치에 집중하다 보니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관계개선을 이루려면 북미 관계개선을 전제로 식민지 지배의 사죄와 배상, 역사 문제와 인권 문제, 일본의 대북 독자 제제 등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다룰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북한이 166차례에 걸쳐 490만 엔을 재일동포 자녀들에게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으로 지원했다는 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7-09 09:00 조진래 기자

[비바100] 꿈꾸던 배우의 방에 몰래 들어가 일기를 읽은 느낌!

‘배우의 방’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 |저자 정시우(사진제공= 출판사 휴머니스트)속칭 ‘분칠 한 것들’로 불리는 연예인 비하 발언이 있다. “분칠한 것들은 다 똑같다” “분칠한 것들은 믿으면 안된다” 등은 뜨고 나니 변한 행동에 대한 서운함과 조롱이 대부분이다.그렇다면 그 ‘분칠’을 지우면 어떻게 될까. 정시우 영화칼럼니스트의 신간 ‘배우의 방’은 분칠을 하기 전부터 이미 오롯이 하나의 존재로 빛났던 인간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연기가 끝나면 배우는 어디로 갈까?’를 고민했고 ‘극장’ ‘만화방’ ‘제주도’ 심지어 ‘물리치료실’로까지 이어지는 배우의 공간을 통해 그동안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었던 배우의 생각, 삶에 대한 태도를 들여다 본다.인터뷰어로서 그는 “공간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새겨진다고 믿는다. 시간을 보낸 공간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캐릭터에 빠져 사는 배우가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를. 그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했다”고 밝히고 있다.‘배우의 방’에 기꺼이 자신들의 아지트를 공개한 사람들은 모두 10명이다.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이 ‘자기만의 방’에서 나눈 심층 인터뷰는 여러 매체에서 만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연기할 때는 세상 진지하지만 평소의 잔망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남길은 “개인적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라는 뜻인데 실력이든 인성이든,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언제고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을 거라고 본다”는 숨겨진 속내를 드러낸다.대한민국 배우 중 유일하게 KBS, MBC, SBS 의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을 모두 거머쥔 고두심의 혜안은 감동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국민 며느리’ ‘국민 엄마’를 넘어 한때 ‘사랑의 굴레’의 악녀로 군림했던 삶의 무게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연기는 살아내는 거더라. 나는 나에게 떨어진 이걸 숙제라고 생각해요. 내 머리는 그 숙제 풀이로 꽉 차 있어. 고통을 스스로 껴안는 것도 같은데 어쩔 수 없어요. 나에게 이만큼 짐을 줬는데 그 짐을 안 지겠다? 말도 안 돼. 내가 이 길을 택했으니까.”(p.406 ‘고두심의 방’ 중에서)책에는 배우의 인터뷰뿐 아니라 배우들이 건네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가의 에세이’도 수록돼 있다. 20대 초반에 자신의 소설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을 만큼 그의 작가 DNA를 엿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 책은 뻔한 인터뷰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담집이라고 하기에는 페이지 곳곳에 새겨진 인터뷰이들의 진심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인다. ‘배우의 방’은 몰래 보고픈 그들의 일기장에 가깝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7-07 18:00 이희승 기자

재정 역할 증대 속 ‘좋은 예산’ 다룬 ‘대한민국 공공재정론’ 출간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정부의 역할, 특히 예산으로 대표되는 국가 재정의 중요성과 역할을 새삼 확인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취약계층 지원부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규모 등을 놓고 정치권과 학계·시민사회는 논쟁을 거쳤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재정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논쟁이었다.여러모로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정의 중요성과 역할을 다시 확인했고 국민적 관심도 크게 올라갔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내 계좌에 입금되는 순간, 국가와 정부의 효용성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이 같이 재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0년 동안 국회에서 재정을 연구한 전문가가 쓴 ‘재정론’이 최근 나왔다. 바로 국회예산정책처 임명현 기획관리관이 쓴 ‘대한민국 공공재정론’(나녹)이다. 이 책 표지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좋은 예산 프로젝트’란 문장이 적혀있는데 집필 취지와 핵심 내용이 담겨있다. 재정을 통해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그래서 대한민국 공공재정론의 열쇠말은 ‘좋은 예산(Better Budgets)’이다. 좋은 예산은 공적 자원을 잘 모으고 사용해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예산이다. 또 돈의 흐름을 개선해 사회의 공정성과 통합력을 높이고 시장에서 경쟁과 혁신이 더 잘 작동하도록 하는 예산이다. 지은이는 대한민국 공공재정론을 통해 복잡다단한 재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좋은 예산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출판사에 따르면 이 책은 재정을 자원배분수단, 문제해결수단, 정책수단 중 하나라는 시각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그리고 건전하게 관리하는 방안들을 다뤘다.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았고 형식적·절차적 법제도의 소개에도 그치지 않았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해석·평가에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며 처방이라고 출판사는 설명했다.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현대국가의 공공재정과 2장 재정정책론에서는 현대 재정국가에서 재정을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려면 왜 재정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지, 왜 재정을 넓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3장 재정운용론에서는 재정의 작동 원리를 알기 위해 재정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법과 제도, 재정의 범위와 구조, 운용 절차 등을 소개했다. 4장 재정관리론에서는 재정관리의 3대 원칙으로 민주성(재정민주주의)·효율성(재정성과주의)·건전성(재정건전주의)을 제시하며 그 의미를 살폈다.5장 지출심사론에서는 재정지출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심사방법론을 다뤘고 마지막장인 6장에서는 재정관리에 있어 필요한 민주성과 효율성, 건전성을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5대 개혁과제에 대해 서술했다. 저자는 5대 개혁과제로 국회의 재정권 강화와 재정 역량 제고 방안, 재정총량의 효과적 규율 방안, 재정성과주의 확립을 위한 과제, 재정수반법률안의 입법 방식 개선 방안, 지방정부 재정권한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지은이는 이 같은 개혁과제가 실현되면 한국은 재정관리에 있어 세계적인 모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국회에서 재정 실무가로 일하며 겪고 느낀 고민의 결과물이 담긴 이 책은 그래서 재정당국과 이를 감시하는 언론과 시민의 대표자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재정담당자들, 재정 연구기관 전문가와 학생들, 재정전문가를 꿈꾸는 인재들에게 유용하다.연세대 하연섭 교수(행정학)는 이 책에 대해 “재정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독서”라고 평가했다. 인천대 옥동석 교수(무역학과, 한국재정정책학회장)는 “저자는 국회에서 입법과 재정정책을 20년 동안 다뤄본 경험을 토대로 재정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호평했다.이 책의 저자 임명현 기획관리관은 1970년 출생으로 한국외대 동양어대학(아랍어학)을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영국 쉐필드대에서 도시계획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건국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제18회 입법고시에 합격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예산정책처 추계세제총괄과장, 정책총괄담당관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기획관리관으로 재직 중이다.한국 최초로 법안비용추계의 이론과 방법론을 연구해 ‘법률안비용추계 이론과 실제’를 발간했고 중기재정전망을 실시했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법률과 예산의 연계성 실태 및 강화방안 연구’와 ‘법안비용추계제도 활성화 방안’, ‘국민기초생활급여 재정지출 전망’, ‘입법의 재정영향평가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논문)’, ‘Evaluation of Legislation-입법평가론(공동번역)’ 등이 있다.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2022-07-06 09:11 이원배 기자

[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김경인 이윤형 김태훈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발간하는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연감에서 1991년에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이다. 기발하고 남다른 생각, 통렬한 풍자나 기상천외한 해석이 담긴 논문 등 황당하고 유쾌한 ‘이색 노벨상’이다. 더할 나위 없이 바보 같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은 무언가를 해낸 사람에게 주어진다. 저자들은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인간의 꿈이 처음에는 망상으로 취급되었으나 지금은 비행기로 현실화된 것을 상기시키며 ‘이그노벨상’의 남다른 가치를 평가한다.* 상금 한 푼 없는 시상식 - 이그노벨상 위원회는 기발한 연구연감의 편집진과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많은 과학자, 기자 등으로 구성된다. 자기추천도 가능하다. 거리 시민들 투표로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시상식에는 상금이 없다. 시상식까지 자비로 가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가 꼭 참석하고 시상자로 나서기도 한다. 이 상 수상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2000년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수상했던 러시아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은 2010년 셀로판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반복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추출해 노벨 화학상까지 받았다.* 황당하고 기이한 수상작들 - 이 상의 기준은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업적’이다. 2015년에는 미국에서 벌에 쏘이면 어느 부위가 가장 아픈지를 200회 실험 끝에 알아낸 실험이 있었다. 2016년 독일에서는 몸의 왼쪽이 가려울 때 거울을 보면서 오른쪽을 긁으면 가려움이 사라진다는 연구도 있었다. 2017년에는 한국 민족사관고 재학생 한지원 씨가 ‘커피 잔을 들고 뒷걸음칠 때 커피가 어떻게 출렁이는지’라는 주제로 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미국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면 신장 결석을 없앨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2000년에는 통일교의 합동결혼식이 인구 증가와 소비 촉진에 기여했다는 공으로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999년 물리학상 수상작은 ‘비스킷을 차에 적시는 최고의 방법’이었는데, 결론은 레모네이드에 찍어 먹으면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욕’은 고통을 줄여준다? - 2010년 이그노벨상 평화상을 받은 영국 킬 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스티븐스 박사는 욕 전문 연구가다. 그는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욕’이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은 극도의 고통을 느낄 때 욕을 하고, 욕이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67명을 찬 물에 손을 담그게 한 후 반응을 살핀 결과, 욕을 한 사람들이 훨씬 더 오래 참고, 덜 힘들어 했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오래 참았다. 남성이 평소에 욕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었다. 비관적인 사람보다는 낙관적인 사람이 욕을 할 때 심리적 효과가 더 컸다고 한다. 욕이 고통을 덜 느끼게 해 주는 이유를 그는 ‘주의 분산 효과’로 설명했다. 욕을 함으로써 당장의 고통스런 문제에서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박사는 욕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며 “고통스러울 땐 차라리 욕을 하라”고 권했다.* 손가락 욕보다는 말로 하는 욕으로 - 욕에는 대부분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대상이나 낙인을 찍는 표현 등이 들어간다. 부모와 관계된 부적절한 행위, 동물, 신체부위, 배설물, 장애 등등. 진화론에서는 이를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번식의 본능이 있으므로 남을 공격할 때도 생명이나 자손의 번창과 관련해 욕을 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습관적으로 욕을 잘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어휘력이 상당히 떨어지며,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욕을 잘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욕을 많이 ‘아는’ 사람들은 어휘력이 좋다고 말한다. 진짜 우월감을 지닌 사람들은 욕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센 척’ 하기 위해 욕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통을 줄이려 욕을 할거라면 ‘말로’ 하는 것이 손가락 같은 ‘몸짓’으로 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사소한 분풀이’ 저주인형의 효과 - 2018년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은 ‘잘못을 바로잡기: 괴롭히는 상사의 인형에게 보복하면 정의를 회복할 수 있다’에게 돌아갔다. 스트레스를 주는 상사가 있다면 그를 닮은 저주인형에 대신 보복함으로써 스트레스도 풀고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사소한 복수’의 힘인 셈이다. 195명 참가자들 중 일부에게 상사로부터 모욕을 당한 경험을 떠올리며 저주인형을 핀으로 찌르게 했더니, 상대적으로 업무효율이 높게 나타났다. 아주 작은 실재감을 경험해봄으로써 스트레스를 낮추는 놀라운 효과도 얻었다. 이렇게 사소한 복수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라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이 공포영화를 보여준 후 실험을 했는데, 감정을 억제하며 영화를 본 집단의 교감신경계 반응이 굉장히 활발하게 관찰되었다. 무언가를 계속 억누르면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다가 출구가 하나 열리는 순간 터져버린다는 것이다. 사소한 행동으로라도 자신 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노력하라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법 - 건강심리학자 캘리 맥고니걸의 추적실험에 따르면 오래 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더라도 그 스트레스가 나쁜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더 크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할 대상’만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사소하지만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한다. 우선, 뒷담화다. 다만 그 대상을 전혀 모르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과 가볍게 나누는 게 좋다. 다음은 블랙리스트 작성이다. 지속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데이터 베이스화해 스트레스를 사전에 피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자주 웃는 것이다. 졸업 사진을 웃는 얼굴로 찍은 사람들이 훨씬 높은 비율로 행복하게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자는 가능하면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라고 권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도, 남성은 100점짜리 행복을 한 번에 크게 얻으려 하지만 여성은 10점짜리 행복을 10번에 나눠 행복의 빈도를 높이는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변을 참으면 돈을 잘 번다? - 2011년 이그노벨상 의학상 수상작은 두 편이었다. 모두 ‘소변’과 ‘결정’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결과가 정반대였다. 하나는 소변을 참으면 정확한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변을 참으면 돈 버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연구에선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마다 물을 마시면서 중간중간 기본적인 인지능력 측정에 임했다. 눈 앞에 제시되는 카드를 보고 기본적인 반응속도와 자제력, 기억력 등을 측정했다. 예상대로 마시는 양이 늘어날수록 점점 조급해져 기본적인 인지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두 번째 연구의 결론은 소변을 참으면 더 나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700ml 정도의 물을 마시게 하고 실험을 진행했는데, 소변을 참는 것이 다른 욕구를 참는 데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어떤 욕구를 참으면 전혀 다른 욕구를 참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어 올바른 결정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였다.* 거짓말 잘 하는 특정 시기가 있다 - 2016년 심리학상 논문의 제목은 ‘어린 피노키오에서 어른 피노키오까지: 거짓말의 횡단면적 수명 연구’였다. 네덜란드에서 6~77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어떤 연령대가 거짓말을 가장 잘하는지 조사했다. 억제 능력, 거짓말의 유창성, 빈도 등 3가지를 중점 측정했다. 억제 능력은 예상대로 어릴수록 가장 떨어졌고 청년기에 최고치에 달했다가 노년기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제능력의 변화 양상과 거짓말하는 능력의 차이가 정확히 일치했다고 한다. 반면 거짓말의 빈도는 어릴수록 상당히 높게 나타났고 나이 들수록 점점 줄었다. 결국 거짓말하는 능력은 청년기, 특히 13~17세 청소년기에 가장 높다는 결론이었다. 청소년기에는 사실대로 말했다가 혼날 수 있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 게 한 이유로 분석됐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한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거짓말의 순기능과 건강성 - 진화심리학자들은 거짓말이라는 것 자체가 사회에 이로운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남들과 잘 지내려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사회생활을 더 윤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지 능력이 한 단계 발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짓말은 또 판타지를 생산해내는 능력과 결부된다. 저자는 “거짓말은 뇌가 아주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특히 고도의 인지능력이 필요한 거짓말은 사실상 중노동이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애리조나 대학의 애니타 켈리 교수는 거짓말과 건강의 관련성을 연구해 주목을 끌었다. 거짓말을 하게 한 뒤 두통과 신경 긴장도 등 다양한 건강 지표를 측정해 보니, 거짓말을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나쁘게 나왔다. 거짓말을 할 때 다른 신체 기능까지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왜 사람들은 ‘설명서’를 잘 읽지 않나 - 2018년 문학상 연구 제목이 ‘인생은 설명서를 읽기에 너무 짧다’였다. 사람들이 설명서를 읽지 않는 이유를 무려 7년 동안 추적한 연구 결과였다. 결론은 젊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남성보다 여성이 설명서를 안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문제가 생기면 그때 설명서를 찾았다. 젊은이들이 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 것은, 안그래도 대충 다 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성이 덜 읽은 것은 본래의 기능에 집중하느라 굳이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기계의 기능을 알고 있다거나 핵심기능만 쓰면 된다고 생각한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는 제품에 숨어 있는 유용한 다른 기능들을 대부분 잘 안 쓰게 된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저자는 실제 설명서는 거의 3분의 1 까지 제품을 만든 이들이 정한 순서에 따라 만들어졌다면서, 기능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다시 설명서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사랑과 강박장애는 종이 한 장 차이? - 2000년 화학상을 받은 논문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정신적 강박 상태가 결국 뇌의 화학적 변화 측면에서는 동일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제목이 ‘낭만적 사랑과 심각한 수준의 강박장애는 구분하기 어렵다’이다. 최근 6개월 내 사랑에 빠진 사람 20명과 강박장애를 보이는 20명을 비교 연구했다. 평상심을 유지하고 행복감을 지속시켜 주는 호르몬 ‘세로토닌’의 수치 변화를 살폈더니, 결과적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강박장애자처럼 때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또 우리 신체적 반응과 심리적 반응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증상을 보일 때, 괜찮다는 격려나 위로의 말보다 오히려 견과류나 바나나처럼 세로토닌 분비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권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강박증과 완벽주의는 다르다 - 저자는 강박증을 완벽주의로 포장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특정한 대상이 없는 완벽주의가, 대상이 존재하는 강박증보다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을 설정해 놓고 열심히 노력하는 ‘적응적 완벽주의’와 달리, 타인에 과도한 요구와 집착을 하는 ‘부정적 완벽주의’는 강박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박성 성격장애’도 주의해야 한다. 사람이 대상인 경우가 많은데, 본인 의견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반대한다. 강박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2.5% 정도다. 남성보다 여성이 조금 더 높다고 한다. 저자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바꿀 수 없는 생각을 물리적으로 다른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어떤 물건에 집착한다면, 그것을 다른 곳으로 옮겨 생각과 행동을 분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늦게 자면 사이코패스가 된다? - 2014년 심리학상 논문은 ‘늦게 자는 저녁형 인간일수록 어두운 3가지 특징이 더 많이 나타난다’이다. 늦게 자면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마키아벨리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끔찍한 주장이었다. 논문에서는 공존 능력이 부족한, 즉 타인과 잘 지내고자 하는 동기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대개 잠을 늦게 잔다고 단순화한다. 이 논문은 사실 잠 부족이 가져오는 무시무시한 결과보다는, 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주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잠이 부족하면 어떤 문제든 생긴다는 것이다. 잠은 뇌에 쌓인 찌꺼기를 배설하고 다시 에너지를 흡수하는 활동이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매일 1시간 씩 덜 자는 것은 매일 혈중 알콜 농도 0.1%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한다. 저자는 “수면은 양보다 질”이라며 양질의 수면을 위해선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짧게 하고, 내 몸이 잠잘 준비를 하게 해 주라고 권한다.* 눈썹에서 보이는 나르시시즘 성향 - 2020년 9월 심리학상은 ‘눈썹은 나르시시즘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라는 연구 논문에 돌아갔다. 논문은 자기애적 성향을 판단하는데 눈보다 눈썹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눈썹과 눈썹 사이가 좁을수록, 눈썹이 진하고 두껍고 숱이 많을수록 자기애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나르시시스트는 “내가 뛰어나다”가 아니라 “나만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윗사람에게만 잘하려 한다. 성장 과정에서 과도하거나 그릇된 방법으로 칭찬을 받아온 아이들, 완벽주의를 강요받으며 자란 아이는 나르시시스트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공존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릴 때 무조건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가 기다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릴 적부터 시간을 제어하고 참아내는 훈련을 해야 21세기형 인간에 필요한 이타성과 협동 능력, 공존성 같은 역량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직접 일상에서 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 둘 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한 유형이다. 기본적으로 공감능력과 양심, 죄책감, 가책 같은 감정이 없거나 부족하다. 사이코패스가 선천적이라면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이다. 사이코패스는 겉으로 티가 많이 나지만 소시오패스는 반대다. 소시오패스는 대체적으로 정상적인 지능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 많다. 사이코패스는 충동적 성향이 강하고 즉흥적이다. 두려움 자체를 아예 못 느끼는 경향이 많다. 사이코패스는 독특한 어휘를 사용하며 무엇보다 먹을 것, 성적인 것, 은신처 등 기본적인 욕구에 강하게 집착한다. 공감능력과 죄책감이 결여되고 행동 통제력이 낮으며,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을 갖고 있다. 소시오패스가 사이코패스와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어느 정도 애착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소시오패스는 ‘가스라이팅’에도 탁월하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거나 상대방을 지배하려 한다. 호감을 얻은 후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과도 맞닿는다. 저자는 소시오패스의 경우 원인은 유년시절 학대보다 방임이라고 말한다.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한다.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2022-07-02 09:00 조진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