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게이커플의 밥상… 만화에서 드라마, 영화까지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2-10-06 18:00 수정일 2022-10-06 20:42 발행일 2022-10-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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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국내에서 19권 출시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몰이
드라마 인기 힘입어 오는 13일 극장판 게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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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어제 뭐 먹었어?’의 극장판. (사진제공=㈜이놀미디어)
나이보다 동안이고 심지어 잘 생겼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 연상의 어른스러움과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닌 남성에게 끌린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건 중학교 때부터. 결코 게이임을 드러내지 않으며 평생 살기로 결심한다. 그렇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이 필수였고 비상한 머리를 살려 변호사가 된다. 
만화 ‘어제 뭐 먹었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한끼 밥을 소중히 여기는 중년 게이커플 이야기다. 주인공 시로는 변호사지만 힘든 사건은 되도록 맡지 않는다.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일만 골라(?) 한다. 최고의 로펌에서 외제차와 아파트를 제공 받으며 성공하는 것 보다 퇴근 후의 시간을 보장받으며 약간의 저금을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벌며 살아가는 것. 
보통의 이성 커플이 그러하듯 시로 역시 ‘나쁜 남자’에게 끌려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외모가 자기 취향이면 성격이 나빴다. 성격이 맞는다 싶으면 능력이 없었다. 지금 같이 사는 켄지는 자기 스타일은 아니어도 무난한 성격에 미용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가장 오래 동거 중이다. 
켄지는 일찌감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남자친구와 대놓고 커플링을 끼고 여행을 가는 게 꿈인 소박한 남자다. 수다스럽고 잘 삐치기는 하지만 정이 넘치는 타입이라 다소 냉정한 시로에게는 천생연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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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만화 ‘어제 뭐 먹었어?’의 19권.(이미지 출처=구글)

‘어제 뭐 먹었어?’는 국내에서 유아인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만화 ‘서양골동 양과자점’의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이다. 

도쿄에서 태어나 게이오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슬램덩크’ ‘은하영웅전설’을 패러디한 동인지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패러디한 동인지를 출간할 정도로 BL(보이즈 러브의 줄임말로 남성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계의 스티븐 스필버그라 불린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 잡학다식한 여러 소재를 특유의 그림체로 완성시킨다. 대놓고 순정만화도 아니지만 무협지 특유의 강렬함도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어제 뭐 먹었어?’는 원작만화의 인기를 드라마로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2019년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트위터 세계 트렌드 1위, 다시 보기 100만회 돌파, 종합 시청률 역대 2위라는 기록을 남기며 화제성까지 사로잡았다.
오는 13일에는 아예 극장판이 국내 개봉한다. 지난해 ‘드라이브 마이 카’를 통해 국내 팬에게 익숙한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애정 표현에 서툴고 무뚝뚝하지만 요리로 마음을 전하는 시로 역할을 맡아 반가움을 더한다. 날카롭고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우치노 세이요는 질투심 많고 사랑스러운 켄지 역할로 그 해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상에서는 단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만화에 나오는 음식들은 대부분이 일본 가정식이지만 한국 음식도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김치를 넣은 낫또나 불고기 양념을 넣은 전골, 뽀얀 삼계탕 국물을 베이스로 한 이국적인 음식은 도전의식을 불사른다. 하지만 대부분 거창한 요리보다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식재료를 이용해 한 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다. 가끔 크리스마스 이브나 생일 파티에 연인들끼리의 기분 내기용 메뉴도 꽤 쓸 만하다. 
최근에는 두 사람의 가족과 지인들의 분량이 꽤 되는 만큼 소개되는 에피소드에 걸맞는 다양한 요리가 가독성을 높인다. 침을 부르는 음식보다는 ‘한 번 해볼까?’ 싶은 레시피들이 등장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지난 2007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어제 뭐 먹었어?’는 현재 국내에서 19권까지 출간됐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