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연합…M&A 역사 실패 사례로 남을까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24-10-16 17:19 수정일 2024-10-16 17:19
인쇄아이콘
Second alt text
사진 왼쪽부터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 (사진=천원기 기자)

‘MBK-영풍’ 연합이 시도한 고려아연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은 M&A 역사에 대표적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란 우려가 조심 스럽게 나온다.

16일 재계 안팎에선 MBK파트너스의 이번 M&A 시도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일반적인 사모펀드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적인 사모펀드 역할을 외면하고 우량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와 기업 내 소유구조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약탈적 행태는 주요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을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MBK와 영풍은 공개매수 결과 지분율을 끌어 올리긴 했지만 목표 매수량인 7%에 크게 못 미치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실패의 멍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의 지지는 고사하고 산업계와 정치권, 정부까지 국가기간산업과 우량기업 공격에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상황이다.

세계 1위 기술력을 가진 기업 경영을 비전이나 준비없이 회사가 쌓아놓은 돈만 노리고 달려들면서 투기자본과 실패기업의 연합 공격에 고려아연이 파국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비철금속 제련 산업 경쟁력 악화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차전지를 비롯해 고려아연의 미래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마저 좌초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는 게 사실이다.

실제 고려아연 주요 계약 추진 건이 MBK-영풍의 적대적 M&A 시도 과정에서 불발된 데 이어 전세계 바이어와 협력업체 등에서 공급 차질과 품질 저하 등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가 20%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목표로 하는 등 단기 수익 확대가 최우선 목표라는 것과 공개매수 과정에서 빌려온 차입금의 이자와 원금상환, 고려아연 배당금에 의존해 연명해 온 적자기업 영풍을 위한 고배당까지 고려하면 연간 수천억씩 고려아연에서 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투자금융(IB)업계의 평가다.

MBK와 영풍은 자신들이 약속한 것처럼 주당 2만5000원의 고액 배당에 더해 자산 매각, 핵심 기술 유출 등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유동화가 용이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뒤 이를 배당으로 빼내고 이익배당을 실시해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할 거라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더해 중국 등 해외로 핵심 기술과 자산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MBK와 영풍이 직접 제시한 계산법대로 고려아연을 경영하고 약속대로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면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수백%대로 치솟게 된다”고 우려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