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24 노벨 경제학상이 한국에 주는 교훈

한성천 기자
입력일 2024-10-16 10:16 수정일 2024-10-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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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수

 

한국의 제도적, 경제적 발전을 위한 통찰력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의 번영을 형성하는 데 있어 제도의 역할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로 아세모을루(Daron Acemoglu), 존슨(Simon Johnson) 그리고 로빈슨(James A. Robinson) 3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이들 연구는 국가 제도의 질과 포용성(정치적, 경제적)이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한 경제 성장과 변화를 경험한 한국에 이러한 교훈은 성장을 지속하고, 불평등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서 시기적절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제도적 포용성과 경제적 성장

수상자들의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포용적 제도, 즉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재산권을 시행하고,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되는 제도가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소수에게 권력과 부를 집중시키는 착취적 제도는 혁신, 투자, 장기적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후 경제적 성공은 주로 강력한 제도의 수립과 대외 지향적 개발 전략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경제사회 불평등과 인구 구조적 변화가 진전을 늦출 위협이 되면서 추가적인 제도적 개혁이 필요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서유럽과 북미와 같은 포용적 제도를 가진 국가들은 수세기 동안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누려 왔다. 반면 베네수엘라(Venezuela)나 짐바브웨(Zimbabwe)와 같은 착취적 제도를 가진 국가들은 부패와 엘리트의 포획으로 경제적 잠재력이 낭비되는 것을 보았다. 갈림길에 선 한국은 제도가 포용적이고 적응적이며 민주주의적 기반과 경제적 잠재력을 침식할 수 있는 권력과 부의 집중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 및 사회 데이터

한국은 1960년대 이래로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었으며, 수십 년 만에 저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탈바꿈했다. 세계은행과 OEC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22년에 약 35,00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 인상적인 통계 아래에는 불평등과 사회적 이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 계수는 최근 몇 년 동안 0.31-0.35 정도로 맴돌았으며, 이는 부의 분배에 상당한 불균형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노르웨이(Norway)와 덴마크(Denmark)와 같이 포용성이 높은 제도를 갖춘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국가들은 지니 계수를 0.25에 가깝게 유지하여 불평등 수준이 낮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격차는 한국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수상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교육, 의료, 사회 서비스에 대한 동등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제도와 같이 포용성이 높은 제도는 불평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장기적 성장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게다가 한국은 상당한 인구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엔(UN)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여성 1인당 출산율은 0.84명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0년 OECD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적 위기는 국가의 미래 노동력과 경제적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스웨덴(Sweden)과 같은 국가는 사회 안전망이 더 강력하고 포괄적인 가족 정책을 통해 더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여성과 노령 근로자를 노동 시장에 더 잘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포괄적인 정책은 2024년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이 연구에서 옹호하는 제도적 개혁의 종류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기관과 민주주의 회복력

또한 수상자들의 연구는 정치 기관이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포용적 기관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는 투명성, 책임성, 법의 지배를 촉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경향이 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의 민주화 전환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필요한 정치 기관을 수립한 국가의 분수령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양극화와 강력한 대기업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한국 민주주의의 장기적 건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민주주의 제도를 수립하지 못한 국가는 종종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침체의 악순환을 겪는다. 예를 들어, 러시아(Russia)와 튀르키예(Turkey)와 같은 국가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겪었고, 경제적 성과가 감소하고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한국은 민주주의 제도의 성실성을 보존하고 경제적 안정에 필요한 견제와 균형을 계속 제공하도록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기술과 혁신의 역할

수상자들은 또한 기술 혁신을 형성하는 데 있어 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쟁을 장려하며, 교육과 기업가정신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포용적 기관은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국은 삼성과 현대와 같은 회사가 전자, 자동차, 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면서 기술 혁신의 글로벌 리더였다. 그러나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성공은 어려움 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023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디지털 격차에 직면해 있으며, 저소득층과 농촌 인구는 인터넷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격차는 인구의 일부가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제외됨에 따라 포용적 성장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반면 에스토니아(Estonia)와 같은 국가는 전국적인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여 멀리 떨어진 지역 사회도 디지털 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모든 시민이 국가의 혁신 발전으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다 포용적인 기술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나?

현 정부는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거부권을 남용하고 입법부를 무력화하며, 언론 장악을 시도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인해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와 기후위기, 성장 둔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저해하고 원전 부흥에 집착하는 정책으로 인해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자 감세와 같은 재정정책 결정들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국민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교훈은 명확하다. 포용적 제도는 장기적인 경제적 번영의 기초가 된다. 한국의 경우 증가하는 불평등을 해결하고, 포용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 및 경제 제도를 개혁하고, 모든 시민이 미래 성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나라가 인구 구조적 문제, 증가하는 불평등, 기술 변화에 맞서 싸우면서 포용적이고 투명하며 적응력 있는 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성장은 강력한 기반을 제공하지만, 지금의 과제는 제도적 개혁에 대한 새로운 초점을 요구하고 있다.

2024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이 주장하는 국가 번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민주적인 제도를 강화하고 시민 참여를 증진시켜야 한다. 한국의 제도 개혁이 미래세대가 맞이할 미래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