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와 소통이 밸류업"...금투협 밸류업 국제세미나 개최

노재영 기자
입력일 2024-05-28 18:03 수정일 2024-05-28 18:03 발행일 2024-05-28 99면
인쇄아이콘
일본 금융청 국장 \"투자자와 소통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철수하도록 하는 것이 밸류업 목표\"
금융투자업계 \"결국은 기업이 성장해야 자본시장도 성장\"
clip20240528171940
28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노재영 기자)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해서 밸류업을 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하고 결국 증시의 근간인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8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임직원, 정부, 학계 등 약 200명의 자본시장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기조발표를 맡은 호리모토 요시오(Yoshio Horimoto) 일본금융청 국장은 ‘일본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주요내용과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은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호리모토 국장은 “기시다 정부가 출범한 이래로 작년 3월까지 닛케이 지수는 2만엔대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며 “그러다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 제도를 확충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순매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첫 도입된 NISA(Nippon Individual Saving Account)는 일본 소액투자자에 대한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이번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진행 과정에서 확대 개편됐다. 비과세 연간 납입 한도액을 360만엔, 누적 1800만엔으로 기존 대비 3배 늘리고 기간도 무기한으로 변경했다.

이전까지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상태를 보였지만, 이 무렵 워런 버핏이 일본에 방문해 투자 의욕을 드러내자 해외 투자자도 순매수세로 전환해 일본 주식시장은 오름세로 바뀌었다.

호리모토 국장은 “일본 주식시장 정책은 예금에서 투자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적인 구조개혁이었다”며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을 포함해 가계 등 모든 투자자의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기시다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외 투자자와 긴밀한 소통관계를 유지한 점이 일본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뉴욕에서 투자자들과 만나 일본 자본시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해외투자자와 1:1로 만나 직접적인 소통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어 “최종 목적은 보고서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와 일본 경영자의 의사소통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투자자와 소통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철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조발표자인 전은조 맥킨지앤컴퍼니 시니어파트너는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전 시니어파트너는 국내 증시가 실제로 저평가돼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한국 기업의 역량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라서 저평가 받는다기보다 근원적으로 기업 가치가 부족하다”며 “기업이 이익지표와 정성지표 개선에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자본효율성을 제고하는 게 기본”이라고 입을 열었다.

전 시니어파트너는 일본 밸류업 정책은 최소 10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됐으며 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자금을 적극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자본‘시장’ 선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고물가로 인해 재정정책에 제약이 있는 점이 차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기업, 가계 모두 과거보다 소득, 자산 형성이 어려운 사회적, 인구통계학적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축통화라는 특수성을 활용했고 양적완화와 재정 확대를 장기간 사용했다”며 “우리도 일본처럼 밸류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금융투자소득세나 ISA 비과세 확대 여부 등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본시장 제도개혁에 있어 한국거래소의 주도적인 역할 수행과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피투자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주주환원 압박도 주문했다.

이어진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제언’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상무는 “기업 밸류업 관련 공시를 단순화해 투자자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기업의 공시 부담도 줄여야 한다”며 “ROE 달성과 주주환원율 목표 등 직관적인 내용을 위주로 작성하되 영문 공시를 필수적으로 혼용해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진 서울대 교수는 “승계 관점에서 보면 창업주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며 “밸류업 진행에 있어 기업의 지배구조가 상이한 지점이 한국과 일본의 중요한 차이라 이사회 강화 같이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법 측면에서 소득 과세뿐 아니라 손실에 대한 고려나 필요경비 인정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주주의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종합소득세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후 대주주와 소액 주주의 이해충돌을 완화하는 방향에서 상속세를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평가했다.

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