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발표 두 달…주주환원 의지는 확인, 기업 실질적 혜택은 물음표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4-04-07 09:11 수정일 2024-04-07 18:00 발행일 2024-04-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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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사진=연합뉴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알린 지 두 달이 넘었다. 발표 직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강제성이 없다는 점은 지적을 받았지만,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였던 주주환원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활동이 짧은 기간내에 활발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이끌어낸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에 상장된 법인 20개사는 총 3조1751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국내 기업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지난 2021년 2조5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4조700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2개월 만에 소각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업계는 3월 말 기준으로 현재보다 2조원 넘게 소각 규모가 늘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2개월 간 주가 부양 효과도 있었다. 밸류업 정책 수혜로 일명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테마주로 묶인 금융주(은행·증권·보험 등)와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 섹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밸류업 발표 시점인 올 1월24일 대비 전거래일 기준 KRX은행 증권 보험은 각각 14.40%, 14.92%, 20.34% 올랐으며 KRX자동차 지수 역시 동기간 13.71% 상승했다. 최근 차익 물량 출회에 따른 상승분 반납을 고려해도 유의미한 수치다.

08_상장법인연도별자기주식소각

기업들의 주주환원 의지는 일부분 확인됐으나 이러한 상황이 투기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강제성이 잇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하고 자사주 소각 역시 의무화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은 자발적 참여를 금융당국에서 독려한 만큼,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지가 생길 수 있도록 실질적 혜택을 확대해달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코스피 주요 상장사들은 “정부가 마련하려는 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 방안이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러한 의견에 따라 금융당국은 자사주 제도 개선 등 적극적인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 범위 내에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또는 세액·소득공제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사들의 주요 요구사항인 세제 혜택 조치를 큰 틀에서 보완한 것이다.

기업들의 참여 독려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도 확대할 방침이다. 당국은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선정해 일정 기간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면제 심사 시 ‘밸류업 표창’ 수상 기업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또한 밸류업 표창상을 내년 5월에 신설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 공시한 기업 중 우수한 10여개사에 수여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밸류업과 관련한 과감한 인센티브들이 상장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투명한 배당에 대한 시장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분기배당도 절차 개선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5월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짓는다. 당초 6월로 계획되어 있으나 일정을 구체화하면서 증시 부양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월 중으로 확정지어질 가이드라인의 주된 내용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당근책’ 위주로 나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현 국내 증시 상황에서는 강제성보단 오히려 인센티브 제도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